패러데이와 맥스웰 - 전자기 시대를 연, 물리학의 두 거장
낸시 포브스.배질 마혼 지음, 박찬.박술 옮김 / 반니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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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1학년 때는 그래도 할 만했다. syo의 경우, 2학년이 되자 여기가 고등학교가 아니라는 사실을 통렬하게 깨달을 수 있었는데, 주로 <전자기학>이라는 놈으로부터 따가운 깨달음 공격이 들어왔다. 정말 짜증나는 다른 과목도 많았지만, 걔네들이 좀 빠르며 가끔은 묵직한 펀치였다면 <전자기학>은 하이킥이었다. 그게 왜 충격이었냐 하면, 순진하게도 syo는 1학년이 끝나도록 지가 권투를 배우러 온 줄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여긴 뭐지? 뚜닥뚜닥 컴퓨터나 두드리면 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이 미친 수식들은 도대체......야, 이거 어떻게 읽냐..... 어어, 뭐야. 왜 인테그랄 쟤네 뭔데 막 세 개씩 붙어 다니는 건데, 이거 반칙 아냐?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표를 초토화시켜 가정 내 분위기를 흉흉하게 만들었다는 죄목으로 <전자기학>의 최대주주를 고소고발하기로 결정, 과연 어떤 놈이 그랬는지 수색하기 시작했다. 수사망이 좁혀짐에 따라 용의자는 둘로 압축이 되긴 했는데, 아뿔싸, 우리는 피고를 도저히 특정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패러데이를 지목했다. 패러데이가 발로 뛰어서 만든 걸 맥스웰은 수학적으로 정리 정돈 했을 뿐이야. 애초 일을 친 놈은 패러데이라고. 우린 패러데이를 조져야 돼. 그러자 맥스웰 파가 반론을 펼쳤다. 잠깐, 우리가 그들을 법정에 세우려는 것은 다 학점 때문이잖아. 맥스웰 아니었으면 전자기학이 학점을 매길 만한 학문 체계를 갖출 수 있었을까? 우리가 조져야 할 놈은 맥스웰이야. 방정식 이름을 봐 봐, 맥스웰 이큐에이션이잖아. 


패러데이가 개놈이다, 맥스웰이 잡놈이다, 난만한 토론이 오갔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공대생들은 울분을 삼킨 채, 결국 다음 의제인 모 여대와의 5:5 미팅에 관한 안건에 대한 토론을 시작했다. 이 지점에서, 아마 미팅 안건이 블랙홀처럼 갈등과 대립을 빨아들여 대동단결을 이루어 냈을 거라고 예측하신 비공대인 이웃들이 계신다면, 미드 <빅뱅이론>을 권해 본다. 우리는 여자 때문에 정말 아무 짝에도 쓸데 없는 학문적 고집을 포기하지 않는, 진성 크레이지 공대남이었으므로, 마무리되지 않은 결론이 모든 걸 망치고 말았다. 미팅의 주선자가 맥스웰 파였으므로, 5:5 미팅은 맥스웰 지지자 3인과 아무 생각 없던 1인, 그리고 패러데이를 지지했던 1인이 참여하는 것으로 결착이 난 것이다. 진짜 미팅이 필요했던 지질이들은 패러데이 지지자 쪽에 잔뜩 있었음에도...... 그 가운데, 외견상 미팅을 위해 지지를 철회한 배반자로 보였던 그 마지막 1인이, 토론장을 나오며 조용히 "그래도 나는 패러데이 때문에 미치고 돈다" 라고 혼잣말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혼잣말이 어떻게 기록에 남았느냐고 의혹을 제기하신다면, 해답은 간단하다. 그 1인이 바로 s...... 다른 이유 때문에 결국 그 미팅에는 안 나갔다고 전한다. 재밌었다고 그런다.


syo가 패러데이 지지자였던 것은, 그의 입지전적 행보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겠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노동자로 살아가며 한 땀 한 땀 자신의 꿈을 향해 불굴의 노력을 쌓아나갔던 패러데이. 반면, 대영지를 물려받은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교육과 문화 자본을 듬뿍 들이마시며 자라난 맥스웰. 수학을 모르는 실험의 천재 패러데이와, 앉은 자리에서 수식으로 모든 것을 만들어 낸 책상앞의 천재 맥스웰이라는 편향된 이미지의 대립은 그들의 출생과 성장 환경에서 그 싹이 보인다. 결국 syo는 20대 초반부터 벌써 빨갱이였던 것이다. 패러데이 만세!


사실 아는 사람들은 다 맥스웰 쪽의 우세를 말하긴 했지만, 학부생 입장에서는 쉽게 결론이 나는 싸움이 아니었다. 교수님, 패러데이하고 맥스웰하고 싸우면 누가 이겨요? 컨디션 좋은 놈이 이긴다네. 교수님, 패러데이하고 맥스웰 중에 누가 더 컨디션이 좋을까요? 전날 저녁 많이 먹고 일찍 잔 놈 컨디션이 더 좋다네. 교수님, 패러데이하고 맥스웰 중에 누가 전날 저녁을 많이...... 그러지 말고, 두 사람 평전을 읽어보는 게 어떤가? 물론 원서라네. 번역본은 없지. 교수님, 쉼없이 진도 나가시죠.


그때는 없었지만 지금은 있다.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 때, syo의 가슴은 이제야 묵은 싸움의 진정한 결말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부풀었다. 결론은 맥스웰의 판정승인 듯. 그래도 저자들은 이런 구절을 팡팡 삽입하여 패러데이의 기를 살려주는 것에 조금도 인색함을 보이지 않는다.


이 이론은 10년 이상 지속되었던 엄청난 창의적 노력의 결과물이었으며, 그 영감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이클 패러데이의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패러데이가 <전기에 대한 실험적 연구>에 세심하게 기록해 놓은 발견과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맥스웰은 패러데이가 보았던 방식대로 세계를 볼 수 있었고, 패러데이의 비전과 강력한 뉴턴의 수학을 결합함으로써 물리적 실재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제시할 수 있었다. 수학의 강력한 힘을 통해 성취했다고 해도, 기적에 가까운 맥스웰의 직관 없이 수학만으로는 결코 불가능했을 결과였다. 이는 이론에 완벽함을 부여한 변위 전류라는 개념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이론은 맥스웰과 패러데이 모두의 것이다. (288)


사실, 평전이라는 것은 읽기가 쉬운 장르는 아니다. 철학자의 평전에는 그 철학자가 주창한 철학 지식이, 과학자의 평전에는 그가 만들고 증명한 이론이 기술되어 있기 때문이겠다. 이 책 역시 전자기학, 하다 못해 일반 물리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펼쳐 들면 두 거장의 위대함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그것은 곧 감동과 기쁨의 축소나 절제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전기라는 장르가 갖춘 무시할 수 없는 또다른 매력, 동기 부여와 의욕 고취 관점에서 보면 이 책 역시 쓸모를 충분히 다한다. 과학도 수학도 결국은 인간의 일이므로, 거장은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그들의 노력, 삶의 행로, 그리고 한계. 이런 것들은 분야의 울타리를 벗어나 모든 독자의 가슴을 때리는 파동이다. 우리가 가진 관심의 망에 포착되지 않는, 전혀 다른 인간들의 삶. 나와 하나도 닮은 게 없는 사람들의 삶과 내 삶이 겹쳐지는 부분이 있다는 소소한 사실이 묵직한 위로와 동력이 된다는 것. 미지의 이웃들과 함께 하는 따뜻한 삶을 위한 비슷함. 그런 것들이 평전이 우리에게 선물하는 메타적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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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15: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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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5 15: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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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7-12-25 15: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과학관련 책을 읽으면 상당한 수식을 인정하고 읽고 있는데, syo님은 어느정도 비판적으로 읽으실 것 같아 부럽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syo 2017-12-25 15:18   좋아요 1 | URL
저도 인정파입니다 ㅎㅎㅎㅎ 수식을 비판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어요. 숭배하는 법을 배웠지요.
겨울호랑이님도 따뜻한 연말 되시기를^^

토큰 2017-12-26 0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물리에 한참 푹 빠져있을 때가 생각나네요~^^;

syo 2017-12-26 06:19   좋아요 1 | URL
그런 것에 푹 빠질 수 있으시다니 고수시다....^^

2017-12-26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7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27 14: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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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14: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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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14: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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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16: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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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15: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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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16: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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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16: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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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7 1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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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 2017-12-28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은 공학도이시지 않으십니까~? 대단하십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나요...)

syo 2017-12-28 23:26   좋아요 0 | URL
공학도는 아니고, 공학도˝였던˝ 백수입니다 ㅎㅎㅎ

깐도리 2017-12-30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리학을 물리도록 좋아했던 고딩 친구가 생각 나네요...
고딩 때 대학 물리학 책을 독학했던 아이였는데, 수능을 망처서...

syo 2017-12-30 15:50   좋아요 0 | URL
너무 슬픈 이야기네요......ㅠ

겨울호랑이 2017-12-31 0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syo님께서는 진정한 2017년 다독가이십니다. 새해에도 유쾌한 책소개와 일상 페이퍼 기대해 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syo 2017-12-31 09:23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한테 많이 배운 2017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2018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12-30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대학 내내 사기 당하신 것 아니잖아요. 전 큰 사기 당해 무척 억울하단 느낌입니다. ㅠㅠ

syo 2018-12-30 20:3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제가 뜻밖의 전공승리를 거두었군요. 그렇네요. 사기라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