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다. 임얼젼시Emergency.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읽을 것은 많고 많은데, 쓸 것은 산더민데, 산은 산이요 syo는 syo로다 하고 만다.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나는 산을 피해 간다 하는 심정이다. 마음을 다잡고 책을 펼쳐 보지만, 다섯 페이지 읽고 이내 책을 집어 던진다. 침대 끄트머리에 걸치고 앉아 좀 씩씩거리다가 머쓱한 표정을 하고 던진 책을 주으러 간다. 다시 다섯 페이지 읽고 책을 집어 던지려다가 또 주으러 가기 귀찮아서 곱게 놓아둔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역경과 고난의 행군 속에서도 손에서 책을 놓치 않더니 결국 ㅇㅇ이 되었다, 하는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잡으려 하지만, 답은 하나다. 위인은 그래서 위인이요 syo는 그래서 syo로다. 이럴 때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난 메달 같은 거 받아 본 적 한 번도 없어. 난 시합에 완전 쥐약이거든. 나는 있는 힘껏 노력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최선을 다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
_ 바스티앙 비베스,『염소의 맛』
자그맣게 빈둥빈둥 지내고 싶다.
밝은 게 좋다. 따스한 게 좋다.
_ 나쓰메 소세키,『유리문 안에서』
순간마다 새로운 과제가 나타나서, 그것은 그를 또 새로운 과업쪽으로 돌려 휴식이라곤 없게 된다.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면 무엇하러 시작할 것인가?
_ 시몬 드 보부아르,『모든 사람은 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