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문장이 나는 불안하다. 한 줄을 썼는데 두 개 이상의 마침표가 찍히면 삼각형을 거꾸로 세워놓은 느낌이 든다. 세상 거의 모든 글쓰기 책들이 이어진 문장을 끊으라고 주문하지만, 주섬주섬 나는 또 끊어진 문장을 깁는다. 문장은 화장이 두터워지듯 자꾸 길어진다. 길이는 사실 부끄러움에서 태어난다. 얕음을 어떻게든 감춰보려는 꾀죄죄한 욕구가 가뜩 실팍하지 못한 문장을 모루 위에 놓고 길게 두들겨 편다. 짧지만 무거운 문장, 짧지만 긴 문장을 보고 감탄하는 눈이 내게도 있지만, 언제나 내 손은 꼬리가 길다. 아마 나는 죽을 때까지 길고 복잡한 문장만 만들다가 묘비명도 중문이나 복문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날 테지만, 그럼 또 어때. 이러나저러나 생긴대로 사는 것이고 사는대로 생기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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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2-0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생각하는대로, 쓰고 싶은대로 글 쓰는 마음을 유지하는 자세가 훨씬 글쓰기를 편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syo 2016-12-06 14:1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어차피 남들이 다 맞다하는 방식으로 써보려고 애면글면 해봐도 결국은 늘 내가 쓰던 글이 나오는 걸 뭐하러 아등바등 하겠어요.

cyrus 2016-12-06 14:16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다른 사람의 글쓰기 방식에 대해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고, 금방 싫증이 생길 겁니다.

북프리쿠키 2016-12-06 16: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 글쓰기 자세의 바이블이 된 책이네요. 솔직한 글쓰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가르쳐 줬습니다^^

syo 2016-12-06 16:28   좋아요 2 | URL
북프리쿠키님 안녕하세요.
저도 배운게 많았습니다. 느낀 것도 많았구요. 제 글과 글을 둘러싼 것들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12-09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짧은 문장은 왠지 어색하네요. syo님의 문장은 길어도 술술 읽히고 매끄럽습니다ㅋ

syo 2016-12-09 17:10   좋아요 1 | URL
하하하하. 언제나 힘이 되는 빈소리 감사합니다! 역시 라됴님은 착한사람? ㅎㅎ

책한엄마 2016-12-23 23: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안에 나온 ‘프로스트를 찾아서‘ 글도 길지만 유려하다고 하잖아요.^^각자마다 개성있는 문체가 있는 것 같아요.데미안이란 책도 결국 헤세 문체가 들통나서 익명 책이 강제 커밍아웃됐다고 하잖아요.에밀 아자르가 독특했던 거겠죠?죽을 때까지 몰랐다니-글은 나름 개성인 것 같아요.즐기면서 글 쓰는 것이 중요하단 생각을 했어요.메리크리스마스!!^^

syo 2016-12-23 23:17   좋아요 1 | URL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시한번 메리크리스마스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