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詩, 사랑의 시時


사랑이 시를 낳는다. 당연하다.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시를 말한다. 사랑을 나누는 이들은 시로 서로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사랑의 말에도 은유가 중요하고, 의미가 중요하고, 리듬이 중요하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사랑의 모든 발신은 도착한 모습 그대로 수용되지 않는다. 이해와 오해를 통해 지연되고 해석된다. 시인이 고개 저은 시가 때로 읽는 이의 마른 마음을 축이듯. 혹은 종종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나듯. 내 사랑은 내가 사랑하지 않는 곳에 존재하고, 내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나는 사랑한다.

 

내가 쓴 시처럼 내 사랑은 대체로 나만 읽을 수 있었다. 늘 나만 아는 메타포. 그저 내 눈에만 보이는 상징. 겨우 내 귀에만 들리는 운율. 결국 참지 못하고 제풀에 그 모든 남루한 시어들의 배를 가르고 의미를 끄집어내 낱낱 풀어헤치자, 설명된 모든 시가 그렇듯이, 그 순간 내 사랑은 문학이 아니라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도 그저,

 

망실과 왜곡이 정해진 바라면, 나는 시를 더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더 정확하게, 더 경제적으로, 더 아름답게 의미를 송신하는 더 커다란 안테나를 세우려 했다. 사랑이 시를 낳는다. 그러나 시는 사랑을 낳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더 좋은 시를 만듦으로써 더 좋은 사랑을 낳아보려 오래 골몰했던 것 같다. 대부분 부질없는 시도였다. 시는 현란하고, 충만하고, 저 홀로 꽃처럼 밝게 피었으나, 사랑은 그림자처럼 조용히, 그저 있었다. 시를 신고 사랑은 그다지 오래 걷지 못했다. 애썼으나 멀리 오지 못했다. 시를 더 잘 쓰는 기술은 늘 부족하거나 불순했다. 그러므로 이제는, 이제 와, 이제라도,

 

더 다정한 사람이 되는 기술을 배우고 싶다.

 



 

 思慕

 - 물의 안쪽

 

 바퀴가 굴러간다고 할 수밖에

 어디로든 갈 것 같은 물렁물렁한 바퀴

 무릎은 있으나 물의 몸에는 뼈가 없네 뼈가 없으니

 물소리를 맛있게 먹을 때 이()는 감추시게

 물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네

 미끌미끌한 물의 속살 속으로

 물을 열고 들어가 물을 닫고

 하나의 돌같이 내 몸이 젖네

 귀도 눈도 만지는 손도 혀도 사라지네

 물속까지 들어오는 여린 별처럼 살다 갔으면

 물비늘처럼 그대 눈빛에 잠시 어리다 갔으면

 내가 예전엔 한번도 만져보지 못했던

 낮고 부드럽고 움직이는 고요

문태준思慕가재미

 

작은 기쁨이 우리 삶을 지탱해준다. '사소한', '소소한', '간소한'이란 수식어가 너무 많이 쓰여 팬시용품처럼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존중하지 않으면 우리 인생은 얼마나 더 허무해질까.

조안나,당신을 만난 다음 페이지

 

일상성이 소중한 이유는 결국 사람 때문이다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이유도 혼자만의 외딴섬이 되고 싶다거나 경주마처럼 눈을 가리고 내 앞길만 보고 살자는 생각 때문이 아니다매일매일 하루하루를 늘 똑같이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늘 그자리에 있길 바라는내 나름의 시간을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김교석아무튼계속

 

사랑어느 봄날 밤의 사랑그녀의 나이트가운에 달린 면 소재의 레이스잠들기 전 그녀가 사용하는 로션 혹은 향수의 신선한 향기그녀의 검은 머리와 잘 보이지 않는 창백한 얼굴흐트러진 레이스창틀 및 겹쳐진 커튼을 통해 새어들어와 우리의 몸 사이를 가로지르듯 비추는 가로등 불빛애정과 실망에 관한 완벽할 만큼의 솔직한 토로한 육체의 다른 육체에 대한한 대답의 다른 대답에 대한 완벽한 반응그리고 우리의 지적 능력을 사로잡아버리는 그 어떤 매혹을 향한이질적이고 압도적인 폭력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곳을 향한 느릿느릿한 여행그리고 달콤한 잠.

존 치버존 치버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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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는 이별도 말해요.
    from 마지막 키스 2018-05-03 08:55 
    이별이 오면 문태준이별이 오면 누구든 나에게 바지락 씻는 소리를 후련하게 들려주었으면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면서바지락과 바지락을 맞비벼 치대듯이 우악스럽게바지락 씻는 소리를 들려주었으면그러면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입을 틀어막고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겠지가장 아픈 데가 깔깔하고 깔깔한 그 바지락 씻는 소리를 마지막까지 듣겠지오늘은 누가 나에게 이별이
 
 
2018-05-03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03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18-05-03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시 궁금합니다. 축가만큼이나...!!

syo 2018-05-03 15:03   좋아요 1 | URL
그 축가는 근래 보기 드물게 폭망하여 그들은 아마 더욱 행복하게 살 것 같습니다........ㅠ

독서괭 2018-05-03 22: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결혼생활에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재생되겠군요!

syo 2018-05-03 23:50   좋아요 0 | URL
이렇게 온누리에 평화와 안정을 뿌리고 다니다니......위대하다.ㅋㅋㅋㅋㅋㅋ

AgalmA 2018-05-04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엔 잘 몰랐는데 syo님은 생각의 결이 참 고운(?) 사람입니다. 제 표현력이 부족해 이렇게밖에는 말하지 못해 속상!

syo 2018-05-04 19:09   좋아요 1 | URL
아갈마님의 표현력이 부족하시다구요? ㅋㅋㅋㅋ 그건 아니죠. 그냥 syo가 애매한 거지요 ㅎ

뭔진 잘 모르겠지만 고운 건 좋은 거죠! 좋은 냄새가 나는데. 감사합니다 ㅎ

AgalmA 2018-05-04 19:18   좋아요 0 | URL
그래요. syo님이 참 설명하기 애매한 사람이다로 합의 봅시당!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