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




빛 그림자 2003-11-12  

선인장님~ ^^
선인장님~~

항상 몰래 몰래 염탐만하다가 이렇게 글 남겨요. 딴에는 활발한데, 이상하게 알라딘 서재에서는 먼저 말 붙이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런 저이기에 엄청난 용기(?)를 냈답니다.

선인장님, 글 보면 어렴풋하게나마 어떤 분일거라고 짐작을 한답니다. 참, 너그러운 분 같아요. 음---. 그래서 제가 지금 이렇게 혼자서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대는 것도 이해해 주실 것만 같아요, 선인장님이라면요.

지금 지독히도 사람이 그립답니다. 늘 만나는 사람들은 불러내기가 싫어요. 혼자서 이 기분 가지고 있고 싶거든요. 괜히 흉한 꼴 보일까봐요. 그런데, 이건 무슨 고약한 심보인지 날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 걸고 싶어요. 그리고 그 사람에게서 따듯한 위로 받았음 해요. 너무 기막힌 바람이네요. ^-^

낮에 비가 왔는데 그만 물웅덩이를 밟고 말았지요. 늘 덤벙덤벙하거든요. 여하튼 신발이 흠뻑 젖었나봐요. 집으로 돌아와서 양말을 벗어보니까 발이 퉁퉁 불어있더군요. 그런 것도 모른 채 지금까지 돌아다녔답니다. 갑자기 스스로가 가여워지네요. 자기연민에 휩싸여서 이렇게 지금 제정신이 아닌가 봅니다. 부디 노여워(?)마시길---.

아. 그러고보니 제 소개가 빠졌네요. 전 국문학을 전공하는 철딱서니 없는 아이랍니다. 뭐라고 더 말해야 할 듯한데, 뭐라 할말이 없네요. 갑자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는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이 난감한 기분. 이쯤에서 줄일게요. --;;

날이 꽤 쌀쌀하네요. 추운데, 옷 잘 여미고 다니세요. 그럼 이만 총총.
 
 
선인장 2003-11-13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온라인 상이라고, 그 동안 너무 사기를 친 것 같네요. 전 그리 너그럽지도, 이해력이 많지도 않아요. 하루에도 몇 번씩 짜증을 내고, 삐지고, 그런 나한테 절망하는 게 일상인 그냥 그런 사람이지요. 이상하게도 이 곳에 들르는 사람들이 유난히 조근조근 말을 걸어서, 저 역시도 그렇게 대답하다보니, 조금 그렇게 보였나 봐요.
사람 사이에 있으면서 사람이 싫고, 그러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됨에 절망하고 그럴 때가 있지요. 사실 지금도 그런 날이 많아요. 덕분에 아주 최근에 알게 된 사람들,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다가 최근에야 연락이 되어 그 동안의 나를 모르던 사람들이 술김에 건 전화를 받아주느라 고생이 많았지요. 그런 면에서 알라딘에 이런 공간이 생긴 것은 저에게는 고마운 일이에요...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고, 또 언젠가 님에게 불쑥 찾아가 푸념을 늘어놓을 지도 모르니...
지금부터 몇 년 전 아마도 님의 나이와 비슷했을 때, 몇 년의 시간이 지나면 제 감정쯤은 스스로 다스려질 줄 알았어요. 이유 없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도 않고, 불필요하게 좌절하지도 않고, 타인을 향한 질투같은 건 웃음으로 속여넘길 수 있을 줄 알았지요.

선인장 2003-11-13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아직도 저는 그러질 못하고 여전히 남을 미워하고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그러다가 내가 밉기도 하고 그런 시절을 살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언제쯤 이런 감정들에게 자유로울까 하는 막연한 생각도 점차 의미 없이 느껴지더군요. 그냥 그렇게 내 감정들을 풀어놓아도 될 것 같은 느낌,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고 세상에 무덤덤해지는 게 오히려 두려워지곤 해요.
자주 들러서, 친구처럼 님의 일상을 들려준다면, 저는 많은 힘을 얻을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빛 그림자 2003-11-13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든든해지는 걸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아무 거리낌없이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겨서요. 갑자기 힘이 불끈불끈 솟아요. *^-----^* 저야말로 선인장님을 통해서 너무도 즐거울 것 같거든요. ^^
이제 슬슬 잠을 청해야겠네요. 아. 저는 결국 선배를 불러냈답니다. 영 못견딜 것만 같아서요.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대는 저같은 귀찮은 후배를 둔 탓에 그 선배도 무진 고생이네요. 늘 같은 레퍼토리를 질리지도 않고 떠들어대는 저를, 타박하지도 않거든요. 이런 제 모습이 너무도 부끄럽고 창피해요. 그런 줄 너무도 잘 알면 이제 그만 멈춰야하는데, 도무지 그럴 기미는 찾아볼 수가 없네요. 도대체 어찌하오리---.
선인장님, 편안한 밤 보내세요. 안녕히 주무시고요.
 


이럴서가 2003-11-11  

돌이킬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어요. 시간의 비가역성.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돌이키기 위해 애쓰는 순간부터, 삶이 곤고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을 법한 선인장 님의 마지막 물음, 유사한 맥락인진 모르겠지만, 저도 비슷한 감정 때문에 조금 괴로웁고 그렇습니다. 제 경우, 사실 굉장히 유치한 감정인데, 또 유치해서 그만큼 절실한 감정이기도 해요.

독기 품은 적대감도, 반응 없는 무작정의 호감도, 그것들 모두가 결국 삶을 곤고하게 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만약 그런 감정적 소요 없는 평정상태를 부잡게 된다면, 그러면 내 삶은 조금 건설적인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요.. 그땐 또 무기력이 삶을 좀먹을 것 같기도 하고...

정리하자, 란 생각으로 삼사일 전에 머리를 깍았어요, 사진처럼. 원래 가슴까지 오는 긴긴 머리였는데 말예요... 근데요, 머리를 깍으니까요, 제가 좀 착해졌단 생각이 들었어요. 예비군복 입으면 마초기운이 북돋아지고, 한복 입으면 걸음이 넉넉해지는 것, 이런 거 전형적인 미숙아의 정신상태겠지요? 머리가 길었다면, 어제 버스에서 만난 장애인을 그렇게 살갑게 돕진 않았겠다, 하는 생각이 지금 잠깐 들었고, 제가 조금 미워졌어요...

비는 그쳤고, 날은 여전히 흐립니다. 지지부진한 이야기 늘 귀담아 들어주는 누이 하나 둔 것 같아 늘 고맙답니다. 건강하세요, 선인장님.
 
 
선인장 2003-11-12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내일이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치하기로 따지면 지금의 내 감정이야말로 유치의 절정이지요. 그걸 스스로 너무 잘 알기때문에 적대감보다는 자괴감이 내 자신을 더 괴롭힙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감정을 그대로 두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런 감정을 만들어낸 상황보다는 내 믿음과 내 고백과 그 동안의 나의 성실에 대한 배신감때문에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는 자괴감을 견디는 중이지요. 늘상 한 살 더 먹으면 어른이 될 것 같은데,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그런 막연한 기분으로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떻게 걸어다니는가에 따라 사람의 성품이 달라지기도 하는가 봅니다. 예전부터 한 쪽 주머니에 손 넣고 건들거린다고 늘 핀잔을 듣곤 했는데, 그런 제스츄어가 내 소심함을 감추는 하나는 도구였어요. 머리를 오래 기른 적이 별로 없어서, 긴 머리를 자를 때의 심정을 잘은 알지 못하겠지만, 마음보다도 몸이 착해졌으니, 스스로를 너무 미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저야말로 님의 글을 읽으면서 항상 많은 생각을 합니다. 소통불가능 상태를 방치하고 있는 우리 막내와 대화를 한 번 해 볼까, 고민 중이지

선인장 2003-11-12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 중이지요.
지금보다 몇 살 어릴 때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공부하고, 삶을 보다 충실하게 살았다면 좋았을 것을, 문득문득 후회가 되곤 해요. 아마 지금을 열심히 살고 있지 못한 까닭이겠지요. 올해가 지나면 백수선언 하려고 합니다. 나이 먹고도 철이 안 드는 딸을, 아직도 언젠가 무언가 하리라 믿어주시는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조금 더 많은 시간이 생기면 조금 더 많은 우울이 찾아오겠지만....
 


쎈연필 2003-11-05  

안녕하신지요?
그제는 서점에 들렀다가 <바이올린맨 1>을 읽고는 아, 하면서 사버렸지요. 참 고맙더군요 님의 리뷰가^^.

날씨가 좋네요. 매 년 이 날이면 몹시 추웠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 도시에도 도무지 흙길이 보이지 않아요. 흙을 밟고 싶은데. 늘 딱딱함을 딛고 산다는 게 가끔 불만일 때도 있어요. 저도 덩달아 딱딱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잘 지내시지요? ^^*
 
 
선인장 2003-11-0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흙 밟고 싶어라~ 사실 여행이 일상이라는 님의 말에 조금 샘이 나서, 몸도 마음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내 생활이 스스로 너무 지루해서, 병이 났어요. 이 나이에, 아직도 어디에 그런 소심한 마음이 남아있는지, 힘든 와중에도 불쑥불쑥 웃음이 났답니다. 질투와 사람에 대한 욕심, 이런 거 언제가 되야 안 겪고 살런지... 제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혀를 차고, 그러면서 지내고 있는 중이네요. <바이올린맨>은 이상하게도 마음에 남지요. 아마도 작가의 죽음때문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상처가 심한 날에는 나름대로 위로가 됩니다. 며칠 앓고 지내면서, 좋은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주 간절하게 들었습니다. 아주 좋은 글을 쓰다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못된 짓들이, 그리고 그 못된 짓으로 인해 나날이 황폐해지는 내 맘이 조금은 위안이 될 것 같아요. 올해가 지나면 저도 책 몇 권 가방에 넣고, 불쑥 이 도시를 떠날 여유가 있겠지요. 이제 두 달 남았습니다. 두 달이 너무 길게 느껴져서 조바심이 나네요....
 


이럴서가 2003-10-31  

선인장님~
담배 끊을 요량으로 시작한 달리기가, 이젠 오롯하게 즐길만큼 몸에 배었습니다. 금연, 열 이틀 쨉니다. 며칠 전엔 꿈에서, 담배 20가치를 뭉터기로 아귀넣고 피워대는 꿈을 꿨어요. 그런 정도의 금단증세를 빼면, 아직 잘 견디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 5시, 한창 몽중간에 허우적댈 때, 한 아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오래 사귄 누군가와 헤어지고 저에게 전화해서는, 눈물 콧물 뿌리며 다짜고짜 울기부터 했어요. 남 모르게 제가 좋아해오던 아이인데, 그 난데없는 전화를 새벽에 받곤, 참 묘한 양가감정에 시달리고 있어요. 아무리 많이 겪었대도, 연애엔 패턴이란 게 형성되지 않아, 제겐 매번의 연애가 결국 첫 연애와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방향도, 지점도 모르겠습니다.

이 아이가 왜 나한테 전화했을까,부터 시작해서, 이렇게 저렇게 꿍얼꿍얼해서 블라블라해서 행복하게 산다,라는 결말까지, 이불 속에 모로 누워, 머릿속에서 장장 3시간 동안 신파극 하나 쓰고, 스스로도 참 유치하단 생각에 피식, 웃었습니다.

......이런 거, 말해놓으니 더 유치한 거 같아요, 에이...
 
 
선인장 2003-11-01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우연이었겠지만, 저도 어제 새벽 한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고, 한참 푸념을 했네요. 그리고는 출근도 하지 않고 31일을 하루 종일 침대 위에서 보냈어요. 의도하지 않아도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생기는 건, 아주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떤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주 큰 상처가 된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태연하게 행동해놓고서는, 상처받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는 무섭습니다. 그 상황에 대한 나의 선택은 도피. 일단은 보지 않고, 일단은 말하지 않고, 견뎌볼 요량인데... 잘 될지 모르겠네요.
십 년 동안의 신뢰와 그 동안의 애정이 단순한 장난으로 없어질 수 있냐고, 되려 욕만 먹었지만, 내가 본 건 사람 사이의 장난 뿐이니까, 지금은 십 년 동안의 보이지 않는 신뢰따위 생각할 여력이 없어요... 밤 사이 지방에서 하는 연극 공연 중에 내 전화를 받아준 선배가 고맙네요. 아무튼 정신을 차리고 보니 11월이 되었고, 그 11월을 어떻게 살아갈지 암담하기만 해요...
 


선인장 2003-10-25  

어두움
사실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꼭 해야 할 이야기가 있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뭐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좀 자주 생각나는 한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 싶었다. 그 사람이 술기운에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저 오랫동안 살아왔던 이야기를 중얼댔던 것처럼 나도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못 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정체 불명의 그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느라 한참 동안 나를 들여다 봤다. 내 속이 너무 컴컴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원래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데.... 도대체 이유가 뭘까?
 
 
가을산 2003-10-28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이유란 놈이 컴컴한 잠재의식에서 의식으로 나오기 싫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