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서가 2003-11-11
돌이킬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있어요. 시간의 비가역성. 돌이킬 수 없는 것을 돌이키기 위해 애쓰는 순간부터, 삶이 곤고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을 법한 선인장 님의 마지막 물음, 유사한 맥락인진 모르겠지만, 저도 비슷한 감정 때문에 조금 괴로웁고 그렇습니다. 제 경우, 사실 굉장히 유치한 감정인데, 또 유치해서 그만큼 절실한 감정이기도 해요.
독기 품은 적대감도, 반응 없는 무작정의 호감도, 그것들 모두가 결국 삶을 곤고하게 하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만약 그런 감정적 소요 없는 평정상태를 부잡게 된다면, 그러면 내 삶은 조금 건설적인 어떤 것이 될 수 있을까요.. 그땐 또 무기력이 삶을 좀먹을 것 같기도 하고...
정리하자, 란 생각으로 삼사일 전에 머리를 깍았어요, 사진처럼. 원래 가슴까지 오는 긴긴 머리였는데 말예요... 근데요, 머리를 깍으니까요, 제가 좀 착해졌단 생각이 들었어요. 예비군복 입으면 마초기운이 북돋아지고, 한복 입으면 걸음이 넉넉해지는 것, 이런 거 전형적인 미숙아의 정신상태겠지요? 머리가 길었다면, 어제 버스에서 만난 장애인을 그렇게 살갑게 돕진 않았겠다, 하는 생각이 지금 잠깐 들었고, 제가 조금 미워졌어요...
비는 그쳤고, 날은 여전히 흐립니다. 지지부진한 이야기 늘 귀담아 들어주는 누이 하나 둔 것 같아 늘 고맙답니다. 건강하세요, 선인장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