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뒤적이다 흥미로운 기사거리를 발견했다. 요즘 항간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린다 김' 이야기다. 그녀가 내 귀에도 익숙한 노래를 부른 가수였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하더니, 오늘은 사회면 귀퉁이에 그녀의 사진 두 장과 얼굴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77년 당시 가수로 활동하던 시기와 2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얼굴이 누가 봐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3곳 정도 고친 것 같다고 조심스레 주장하고 골상 전문가인 한 미대 교수는 " 사람은 지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하면 왼쪽 뇌가 발달하는데 이 경우 입과 볼 주위의 근육이 보기 좋게 정돈되는 경향이 있다"했다. 지금 그녀가 비록 사회의 지탄을 받는 신세지만, 나는 그녀가 후자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백화점이나 관공서 혹은 길거리를 가다 우연히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얼굴에 윤택한 기운이 흐르는 사람과 만나게 된다. 그 윤기는 산을 오르며 찌꺼기는 땀으로 뱉어 버리고 정상에서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 하산할 때 흘리는 광택처럼 아름다운 막이 되어 빛을 발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오랜만에 보게 되면 너무나 반가워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되고 인사라도 나누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절로 인다. 사라져 가는 그 들의 뒷모습은, 사람답게 허리를 곧게 세우고, 빠르지도 않고 느리지도 않으며 구름에 달이 가듯 자연스럽다. 사람의 속이 건강하면 화장할 필요도 없이 얼굴에 탄력이 붙고, 아울러 마음이 아름다우면 얼굴에 윤택한 기운이 빛을 발한다.

불기 2544년을 맞아 부처님이 내게 주신 메시지는 눈을 조심하여 남의 그릇됨을 보지말고 맑고 아름다움을 볼 것이며 입을 조심하여 실없는 말을 하지말고 착한 말, 바른 말, 부드럽고 고운 말을 하여라....

처음부터 큰바위 얼굴은 없었다. 조카의 해맑은 미소에 즐거워하고, 담록을 찍어 놓은 산과 자연을 벗삼아 위로 받고 항상 마음을 정화 해 가며 착한 일을 쌓아 간다면, 20여 년이 흐른 뒤 내 얼굴도 어느새 큰바위 얼굴이 닮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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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비가 와야한다. 눈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비는 그 전 날 낮부터든 저녁부터든, 중요한 것은 밤사이에 걸쳐서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비가 대지를 흠뻑 적시고 스스로 아침이 온 것을 확인하고서 멈추는 그런 '비'이여야 한다.

해도 떠서는 안 된다.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물 알갱이를 데워 잘못하면 사람의 불쾌지수를 올려놓을 수 있다. 반 팔 셔츠를 입으면 한기가 조금 느껴지고, 긴소매 옷을 입으면 딱 좋은 그런 상태를 유지해야한다. 그래서, 지금만은 '해'가 떠서는 안 된다.

기압도 알맞아야한다. 알갱이가 조금만 커지면 중력에 의해 비가 되어 내릴 것이며 알갱이가 조금만 적어지면 저기압의 상승기류를 타고 날아가 버린다. 지금처럼 알갱이가 떠 다녀서, 지상에 있는 내게도 촉촉함을 전해줄 수 있는 '기압'이 유지되어야 한다.

오늘은 이런 아침이다. 내가 가장 바라고 좋아하는 촉촉한 아침이다. 이러할 때, 나는 나를 주체할 수 없다. 아침을 맞은 잎사귀가 기공을 열듯, 내 오감이 풀어져 너덜너덜 해 지는 기분이다. 이런 날에 태어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이런 날, 산을 보는 것은 나에게 가장 큰 축복이다. 외부에 의해 입혀진 모든 잡스러움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말쑥하게 산은 또렷이 다가와 앉았다. 산이 웃고 있는 것이다. 산은 소리내어 웃는 법이 없다. 다만 입가 가득 미소만 띄울 뿐이다.  산에 기댄 모든 만물이 물을 머금고 있다. 뿌리, 가지, 잎사귀 마디마디마다 맺힌 영롱한 물방울은 산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다. 산을 감고 도는, 짙은 산 빛으로 더욱 희게 빛나는, 물안개는 나를 부르는 손짓이다.

산은 강력한 자석이고 나는 보잘것없는 미세한 쇳가루다. 주체할 수 없는 나를 산은 강력히 끌고 있다. 그 자성이 전해져 나도 산이 되어 가고 있다.

 ....말없이 홀로 솟은 미소짓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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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친구중에 한 명은, 어찌나 책을 소중히 다루는지 밑줄 긋는 것은 물론이고 읽던 부분을 표시하기위해 책을 접는 행위 그리고 좁혀 드는 책장을 고정시키기 위해 가운데를 깊게 누르는 행위도 절대로 하지 않고, 다 읽고 나면 새 책과 똑같은 상태로 책꽂이에 꽂아 둔다고 했다. 친한 친구의 말씀이라 귀담아 들었고, 뜨거운 물건을 내려놓기 위한 깔판 용도나 컵라면에 물을 붓고 난 다음 덮개 용도나 아니면 차갑고 지저분한 곳에 앉기 위해 방석 용도처럼 책을 함부로 다루지 않고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나의 책읽는 습관과는 사뭇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나의 뇌를 내리 치는 말이나 가슴을 꿰뚫은 내용이나 전신을 마비시키는 글귀를 보면 연필이나 샤프를 찾아 줄을 그어야만 직성이 풀려 다시 읽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앞에 거론되었던 내용이 다시 나오면 앞으로 돌아가서 확인도 하고 그 내용의 페이지의 숫자도 기입하는 등 조금은 책이 지저분해 진다. 하지만 밑줄이 많이 간 책은 오히려 나에게 유익한 책이고 더욱더 가치가 있어 별이 다섯개 되는 그런 책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독서의 기술'의 저자인 모티머 j. 애들러는 책을 통한 저자와의 대화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오직 하나의 이익은 저자에게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이며, 그 배움의 방법에 있어 책에 써넣기는 독자가 저자에게 바치는 최고의 경의(敬意)라고 까지 표현하고 있다. 나의 책읽기가 크게 어긋나지 않음을 확인하는 안도의 순간이었으며 앞으로도 쭉쭉 밑줄을 그어 나갈 명분이 서는 순간이었다. 나의 책읽기 습관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애들러가 고맙고, 앞으로도 밑줄을 많이 그을 수 있는 책을 찾아 나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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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toc 2005-05-18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게 동감!!!
 


작은 형님네는 기러기 가족이다.

조카들과 직장다니시는 형수는 경기도 부천에서, 작은 형은 경주에서 울산까지 출퇴근을 하신다. 일 년을 헤어져 지내고 있는데, 일 년 뒤면 울산에서 한 가족이 보금자리를 다시 틀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그날이 와서, 저녁마다 애타게 조카들과 통화하는 작은 형의 목소리를 안들었으면 한다.

사진에서 왼편 둘째 조카가 말을 못하고 옹알거릴때,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함께 들어가 면도기로 머리를 빡빡 밀어 버렸던 날이 생각난다. 그때도 무척 귀여웠지만 지금은 무척 개구장이가 되었다. 형수님 말에 의하면 놀이방에서 여선생님의 가슴을 꾹 찌르고는 웃으며 도망간다는 것이다. 삼촌을 닮은 것은 아닌것 같고...  그럼 누굴 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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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4-03-11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써 부정하시는게 .......... 피는 물보다 진하다...!

파란운동화 2004-03-1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써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히 나도 그래봤으면 좋겠다.... ㅋㅋ
 


작년에 구입한 신발인데...

운동화치고 색깔이 너무 튀지 않나 싶어 무척 망설었다.  끝내, 그 파란색에 이끌려 사고 말았다.

런닝화이므로, 지금도 나는 이것을 신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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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4-03-11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한번본것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