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없었던 근 두 달.
공교롭게도 내가 일 년 중, 가장 힘들어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추위를 많이 타서인지, 움츠려 드는 겨울이, 나는 싫다. 그래서 겨울이 오는 길목 또한 나를 주눅 들게 한다. 추운 겨울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외소하게 만들어 버린다면 가을은 내 영혼을 앙상한 겨울나무로 만들어 버린다.
저승으로 가는 마지막 강(江)을 이제는 건너고 - 내 영혼의 마지막 잎새는 졌다 - 푸석한 얼굴로 한동안 어깨를 움츠리고 추위에 쫓겨 종종걸음으로 서성거려야 하는 시기가 도래했다.
아주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 10/30 저녁 7시 30분... 잘있나! 날도추운데... > 나의 황진이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가 메시지를 확인한 것은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었고, 특별히 할 말도 없어 답글을 주지않았었다.
<11/16 저녁6시 8분... 날이 무지하게차네 감기걸리지말자 친구야^^ >
<저녁 8시 4분... 수능이 며칠안남았네 모든수험생에게 엿을 돌리고싶네 너도감기조심해라>
<저녁 8시5분 ... 잘지내나 우째된 친구놈이 연락한번이 없노 >
<저녁 8시 14분... 쬐끔바쁜척한다 너도 별일없재? >
<저녁 8시 14분... 별일있다 임마 >
<저녁 8시 16분... 왜 결혼하나>
<저녁 8시 18분... 아마도 그럴것같네>
그녀에게 일어난 별일이 왜 결혼이라고 가장 먼저 생각났을까? 그리고 그녀의 대답은 또 이게 뭔가? 세르비아 전에서 이동국이 멋지게 슛을 성공시켰는데, 가슴이 콩닥거려 축구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설마 h.j.이가 결혼을... 다시 메시지를 돌려 보니, 친구란 단어만 눈에 크게 들어왔다.
<저녁 10시33분... 몸살감기난것같다 으실으실춥고열난다 어쩌노 >
<저녁 11시 10분... 약을 먹어야지 임마 그리구 따뜻하게푹쉬고...>
<저녁 11시 19분... 임마하지마라 임마 기분나쁘다 임마 감기는 뻥이다 임마 잘자라 난주무신다>
더 생각하기도 피곤해서 그냥 뒤척이다 잤다.
한 시간 전에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정말 이냐고 물으니 정말이란다. 이 러ㄴ, ...
스쿼시를 하며 만나,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사궜다고 한다. 나와 비슷한 점이 많단다.?????
졸지에 밀양까지 가서 결혼선물로 부츠를 사주게 생겼다.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여자이긴 하다.ㅜㅜ)
고개를 떨궈 아래를 내려보니, 구멍난 가슴으로 찬바람이 사정없이 할퀴고 지나가는 느낌이다.
겨울의 전주곡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