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재밌게 본 영화를 꼽으라면 지금도 나는 '쇼생크 탈출'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앤디' 가 20년 넘게 감옥 생활을 하고 그가 자유를 찾아 탈옥 했을 때
ㅡ 마지막 장면 ㅡ 난파되어 떠밀려 왔을법한 낡은 배에 올라 사포로 배를 문지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파란 태평양을 뒤에 두고 보기에도 시원해 보이는 하얀 반소매 옷을 입고서...
일상에 지쳐 일탈을 꿈 꿀때면 항상 이 대목이 떠오른다.
일요일을 끼워, 4일 동안의 휴가를 마치고 오늘 출근을 했다.
직장인들이 왜그리 휴가를 갈망하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정말 값진 나날이었다.
해변을 찾아 햇빛에 등가죽의 허물이 벗겨지고, 사람 소리 심지어 개 소리까지 들리지않는 깊은 산 속에서 야영을 하며 휴가를 보낸 것은 전혀 아니다.
고추밭, 포도밭에 약을 치고 이불 5채를 빨고 잡다한 집안 일을 하는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시골집에만 머물렀다.
조금은 시시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더위는 그럭저럭 즐기지만 더운데 돌아다니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시골집이 전혀 덥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피서지로는 엄마 집만큼 편한 곳도 없다.
그리고 '앤디'처럼 내가 하고싶은대로 온전한 내 일을 할 수 있었다.
그 일은 근두운을 꾸미는 것이었다. D.I.Y.인 것이다.
본닛을 방음하고 까만 인조가죽으로 시트커버를 덮었다. 시트커버는 거짓말처럼 기분좋게 딱맞았고
실내가 너무 어두울 것 같아, 문짝을 방음하고, 은색으로 엠보싱을 주었다.
시간이 부족해서 뒷문짝의 방음은 못하고 떼어 논 뒷열 의자는 달지 못하고 왔지만, 은근히 누군가에게 자랑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근두운을 꾸미는 것이 즐겁고 마음을 쏟다보니 근두운이 내 애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지극 정성에 어머니도 크게 나무라시지는 않았지만 좋게 보실 리 만무하다. 하지만 어머니도 근두운의 내 옆자리에 타시는 것을 무척 좋아하시기에 눈감아 주시는 눈치였다.
해 뜨기 전에 일어나 작업을 시작해서 어둠이 내리고 근두운의 실내가 보이지 않으면 방으로 올라 와 샤워를 하고 유일하게 보는 TV프로 OCN에 CSI를 보았다. 그리고 ' 오쇼 라즈니쉬' 의 '삶은 가장 큰 웃음이다' 를 얼굴에 덮고 잠들었다.
계곡과 해변을 찾진 않았지만 달콤한 휴가였다.
땀 흘리며 방바닥을 무기력하게 배회하는 것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이 즐거운 휴가를 보내는 길이라고 생각했었다.


날이 어두워져서 완성 사진은 못찍었는데
조만간에 댓글란에 사진을 올려 놓을께요. 구경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