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妻/Wife
출연 우에하라 겐, 다카미네 히데코, 단아미 야쓰코/ 1953년/ 흑백/ 89분

<부부>에 이어 나루세 미키오는 곧바로 <아내>라는 영화를 만들어 젊은 부부 사이의 불만과 위기에 대한 3부작을 마무리지었다. 새롭게 아내 역을 맡은 다카미네 히데코가 남편 역을 맡은 우에하라 겐과 함께 출중한 연기를 선보인다. 결혼생활 10년을 넘긴 도이치와 미호코 부부에게 삶이란 무덤덤하게 보내는 나날의 반복이다. 두 사람은 서로 말도 잘하지 않을뿐더러 서로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 가운데 도이치는 회사의 상냥한 타이피스트 후사코에게서 마음의 위안을 찾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호코는 남편을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하야시 후미코의 소설을 각색한 또 한편의 영화이며 교착상태에 빠진 결혼상태라는 나루세적 주제를 다룬 영화인 <아내>에서 나루세는 인물들의 갈등을 외화하기보다는 주로 그들이 빠진 기분을 깊게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그 점에서 <아내>는 나루세가 인간행동의 모든 면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영화감독이며 자신이 다루는 주제를, 복합성을 고스란히 살려서 다루는 시네아스트임을 증명해주는 영화다.

 

<흩어진 구름> 亂れ雲/Scattered Clouds
출연 카야마 유조, 츠카사 요코/ 1967년/ 컬러/ 108분

나루세 미키오의 마지막 작품인 <흩어진 구름>은 관계의 불가능성을 다룬 또 한편의 처연하게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이다. 영화는 마치 더글러스 서크의 <마음의 등불>(Magnificent Obsession, 1954)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를 나루세 특유의 담담하고 미묘한 그러면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들려준다. 갓 결혼해 임신 3개월째인 유미코는 전근이 예정된 남편 히로시와 함께 미국에 갈 예정이다. 부부에게 다가올 듯한 행복감은, 그러나 히로시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부서져버리고 만다. 실수라고 하지만 남편을 죽인 당사자인 미시마를 유미코는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다. 죄책감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미시마와 과거를 자신에게서 보내버리지 못하는 유미코는 몇번의 우연한 만남 끝에 조심스러운 사랑의 감정을 싹틔운다. 동일한 사건에 연루되어 다른 종류의 고통을 느끼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까지의 과정을 서두르지 않은 발걸음으로 따라가는 <흩어진 구름>은 영화평론가 필립 로페이트에 따르면 나루세의 가장 이상하면서도 가장 강렬한 영화들 가운데 하나다. 나루세라는 고전기의 작가가 60년대라는 ‘새로운 시대’에 그 조류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듯한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기이하기까지 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루세의 뛰어난 연출력은 <흩어진 구름>을 소외의 시대에 속하는 모던한 영화로 만들어냈다. 특히 대사없이 10분 정도 지속되는 영화의 후반부 시퀀스는 감탄할 경지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여기서 나루세는 화면만으로 인물들이 느끼는 찰나의 행복한 초조감과 서로 사랑할 수 없다는 회한을 그 어떤 대사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과시한다. 감정이 보이는 걸작을 남긴 뒤에도 나루세는 “하얀 커튼의 배경만이 있고, 실제 세트는 없으며, 실외 공간도 없고, 뼛속까지 감정을 표현하는 인간 움직임의 뉘앙스에만 집중하는 영화”를 계획했다. 그러나 건강이 나빠진 그에게 실제로 현실화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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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7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쯤 靈이나 神의 존재를 믿게 되는, 그래서 무섭고도 아름다운 영화였다.

그들의 눈에서는 어찌 그리 눈물이 많은지... 원색의 영상이 그들의 삶.. 같다.

  대무(大巫) 이해경에게 평범한 스물 여덟 해를 살아온 '인희'라는 여자가 찾아온다. 요즘 들어 자꾸만 몸이 아프고, 집안에도 안 좋은 일들이 생긴다고 말하는 그녀. "맑고 순수한 영이 들었네......" 찬찬히 인희의 눈을 바라보다 차분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이해경은 말한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고, 다른 사람의 앞날이 보이게 되면서 힘들어하지만, 신이 자신을 찾아 왔다는 것을 거부하는 인희. 대무 이해경은 이러한 인희를 측은하게 여기고 옆에 두며 자신의 삶을 보여준다.

 30년간 암을 비롯한 갖은 무병을 앓고 50살이 되어서야 신내림을 받게 되면서 고통에서 벗어난 손영희, 원인도 없이 왼쪽 눈을 실명하고 신이 보인다는 8살 동빈이,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은 아들을 달래기 위한 굿을 하는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서 인희는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신의 그려 놓은 숙명을 따르도록 다른 이들을 이끄는 '소임'에 눈물 흘리는 대무 이해경. 그리고 가슴 속 묻어두었던 '신의 딸'로서의 숙명을 따르는 그녀의 뜨거운 눈물이 차오르는 이야기가 밝혀지는데......

 신과 인간 사이에서 불가해한 소통을 업으로 삼는 무당의 존재를 통해 둘 사이의 미묘하고도 위태로운 선을 이어주는 무당의 삶을 감동적으로 포착한다. 스물여덟살 인희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신내림의 운명과 그녀를 바라보며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소임을 느끼는 무당 이해경의 삶이 안타깝게 드러난다. 박기복의 <영매 : 산 자와 죽은 자의 화해>(2002)와 더불어 전통무속을 다루고 있지만, 자신들의 힘겨운 운명을 버텨내는 무속인들의 삶과 굿을 통한 카타르시스에 보다 밀착하며 감동적인 다큐멘터리를 완성하였다. 2006 전주국제영화제 CGV 한국장편영화 개봉 지원작, 2006 영화진흥위원회 다양성을 위한 마케팅지원사업, DLP 직접영사방식 배급지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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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9-17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러 가야겠어요..
 

출근 길, 시장을 걸어내려 오다가 샘들이랑 나눠먹을 흑미식빵을 하나 샀다. 사직동에서 카풀 샘 차에 올라 만덕터널 입구 즈음에 들어서니 월요일도 아닌데 꽉 막힌 차들이 굉장하다. 터널 안에 트럭 한 대가 멈춰섰단다. 덕분에 간만에 산길로! 태풍 '산산'이 올라오는 중이라 날씨도 흐리고 비도 온다는데 세상은 어제 내린 비로 또렷하다. 광안리, 해운대 앞 바다까지 보이고 모퉁이를 돌아 북구로 접어드니 낙동강 너머 김해의 야트막한 산과 누렇게 넘실거리는 나락들까지.. 신선한 아침이다.

교무실. 가방을 내리자 마자 '오늘은 부장샘을 대신해 원두커피도 뽑아놓고 사온 식빵도 구워두어야지' 생각하며 우물가에 서서 물을 받고 있었다. 내 자리 근처에서 두리번거리는 저 예쁜이는 누군고? 수정이다. 일찌감치 진로를 정해 제빵학원에 열심히 다니는 수정이. 대학 다니는 언니 밑으로 돈이 너무 많이 들어 한동안 못다니던 학원을 다시 다닐 수 있게 되었다며 미안한 얼굴로 야자를 빼달라고 한 것이 9월 초였다. 보충수업을 빼준 것도 아니고 야자만 빼주었는데 무슨 큰 배려라도 받은 양 고마워하며 "샘, 빵 구우면 갖다드릴게요~" 고 예쁜 눈에 웃음 가득 담고, 고 예쁜 말을 수줍어하며 뱉아냈었다. "선생님 이거~" 우물가에 있는 내게 직접 구웠을 빵을 봉지 가득 보여준다. 그렇잖아도 요즘 불타오르는 식욕을 가누지 못하는 내가 환성을 지른 건 당연~ "우와 니가 만든 거가?" 우물가에서 탄성+고함. 살며시 놓고 나가는 녀석에게 "고마워~ 잘 먹을게"를 연발하며 자리로 가보니 수정이 만큼이나 예쁘고 수줍은 팥빵 5개가 비닐 봉지에 예쁘게 들어앉았다. 어라, 그리고 이건? 옆에 살짝 놓여진 우유. 빵도 나를 기쁘게 했지만 우유, 우유를 보는 순간 온 마음이 화사해졌다. '어리버리 즈 담임, 허겁지겁 빵 먹다가 목 메일까봐 우유까지 챙겼구나. 이건 따로 샀거나 지 몫일텐데...'  하던 일을 멈추고 앞자리 샘께 자랑을 거창하게 늘어놓은 후 하나를 건네고 나머지 네 개를 반쪽씩 잘라서 주위 샘들 자리에 놓아두었다. 나중에 오면 또 자랑해야지. "나, 오늘 존경 받았잖아~"라며 ㅋㅋ

그렇게 즐거워하다 오늘은 조금 늦게 교실로 올라가니 예상대로 아수라장. 칠판 앞에서 혜명이와 혜영이가 서서 떠들고 있다. "어, 떠든 두 사람 복도로 나와!" 와와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앉히고 혜영이를 얼핏 보니 교복치마를 들추고 안에 따로 입은 치마를 매만지고 있다. 사복? 지난 번 일본어 시간에 이나와 은주가 사복 꺼내서 장난 치다가 한 3일 정도 빼앗긴 적이 있다. 형평을 고려해 압수해줘야한다. "뭐야~ 이거. 사복이잖아. 벗어라. 압수다!!"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혜영이 "이거 혜명이가 만들어서 저 선물 준 건데요~" "엉??? 혜명이가 만들어? 벌써 혜명이가 옷을 직접 만든단 말이가???? @@ 우와 진짜 잘 만들었다. 근데 왜 니만 선물주노?" "접때 천 떼러 갈 때 따라가줬거든요 ^^" "글쿠나~ 와~ 진짜 잘 만들었다. (튀어나온 실밥을 가리키며) 근데 이건 뭐꼬? ㅋㅋ" 혜명이 "^^;;" 감탄만 하다가 같이 들어왔다. 

오늘 아침 아이들이 더 떠든 건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어제 민주가 경남정보대학 제과/제빵대회에 나가느라 학교에 못 왔는데 세상에나~ 자격증을 따고 처음 본 시험에 은상을 탔단다. 부상으로 MP3까지!! 우와우와~ 학생부에 등재하기 위해 상장을 챙기며 맘껏 이뻐해줬다. (수정이에게도 살짝 샘들에게 자랑한 이야기와 고맙운 마음 전하고..)

요즘 우리반 녀석들 이렇게 예쁘다. 아침 자습 감독 들어가서 "조용히 해라~  자습 시간에는 집중해서 공부하자~ 떠들면 복도로 쫓아낸다"라고 공갈협박하면 별 대꾸 반항 없이 조용히 하는 척 할 줄도 안다. 또 '성적 내려가면 야자시킨다~'고 했던 내 엄포가 신경쓰여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가 없다고 상담하러온 수진이, 아파서 조퇴한 후 의사소견서 스스로 챙겨올 줄 아는 수다쟁이 은주, 낡은 지갑 하나 선물로 주었다고 밤이 늦도록 기억했다가 감사 문자 날리는 수지... 이렇게 헤벌쭉 좋아하면서 미처 못 챙기고 있는 아이는 없을까?

 

그리고... 수업 시간엔 엄청 떠들어 나를 힘들게 하지만 왠지 정이 가는, 개구진 4반 녀석들. 요즘 내 자리에 책 빌리러 자주 온다. 진우 [십시일반], 휘빈이 [바보 1,2], 바위 [대한민국사 2] . 오늘은 태우까지 내려와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다 봤다며 돌려주러 왔다. (사실 지난 주 같은 제목의 영화를 보며 태우 생각을 했었다. 문학, 국어만 편식하는 태우. 정말 글을 잘 쓰는 아이다. 그렇지만 수학도 이렇게 문학적으로 접근하면 뭔가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샘이 왜 이 책 니한테 빌려준 줄 알겠나? ^^; " "수학공부도 열심히 하라고요~ 그렇지만 그런 박사는 있을 것 같지 않은데요...꾸며낸 거잖아요." "아니다. 있다. 그 소설만큼 아름다운 학자들도 있는데~. 음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 함 봐봐. 아마 도서실에 있을 거다" 태우가 내게 빌려준 소설책 이름은 잊어버렸다. [엄마와 나] 다 읽고 나면 바로 읽어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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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9-1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마음에 아이들 이름이 다 실명으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추억... 잊고 싶지 않아서. ^^ 내친 김에 하루에 한 명씩 찍어서 '칭찬하는 날'을 실천해야겠다. 한 명씩 불러내서 내 낡은 필름 카메라로 사진도 찍고~
 

일단 예린이, 이나가 같이 같기로 했고...

한 번도 같이 놀러간 적 없는 녀석들을 데려가고 싶어 몇몇 옆구리를 쿡쿡 건드려 봤는데 녀석들이 영~ 동하질 않는다. 돈 때문일까? 그냥 솔직히 연극은 샘이, 차비는 너희가!! 이렇게 꼬실걸..

연극 내용, 아이들이랑 같이 보기 어떨지 모르겠다.



여기 저기 아는 얼굴, 혹 모르더라도 비슷할 거라고 여겨지는 샘들을 보면, 그런 샘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편안하다. 편견일 수도 있는데. '우리'로 묶인 주체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또한 얼마나 다양한 스팩트럼 속에 있는데. 공간을 아담했다. 시작 시간이 넘도록  관객들이 계속 들어오더니 좌석 사이 계단까지 가득 메웠다.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비까지 쏫아지는 이런 날씨에. 주위를 둘러보니 교복을 입은 아이들과 소박한 옷차림의 어른들로 그득하다.

40분쯤 극이 시작되었다. 몸으로 뭔가를 표현하는 작업은 언제봐도 경이롭다. 부럽기도 하고. 무대위에 서는 용기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심호흡을 필요로할까?

"또 정색한다."

"샘.. 오늘만 보내주면 다음부터는 진짜 열심히 할낀데요, 보내주지요~"

"야자 감독을 우찌 하겠는데 이것 땜에 애들과 실갱이 하는 것은 정말 힘이 들어요. 어디 용역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라니깐요"

ㅋㅋ

아이들도 나도 같이 웃으며 살짝 살짝 공감의 눈짓도 보내며 1시간을 놀았다. 우리 학년, 우리 반이야 뭐 굳이 잡아놓지는 않기 때문에 극의 내용처럼 강압적이지는 않다. 오늘 우리 반엔 한 열 댓명 남아있으려나?  정독실도 전교 등수를 뽑아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자를 받아서 한다. 교실에 남아 있는 아이들 수가 아주~ 적기 때문에 굳이 정독실에 가려는 아이들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재작년 담임할 때만 해도 정말 맘 고생 심했다. 보충, 야자.. 등이야 뭐 혼자 견디면 되는 문제였지만 사설모의고사 문제 때문에. 극 속 유선생의 암담함이 충분 이해 되었다.

괴로워하는 극 중 유선생을 보며 불편했다. 어떤 샘들은 지금도 저런 끔찍한 상황 속에 '학교 가고 싶지 않다'고 되뇌고 있을텐데 요즘 너무나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찔린다. 다른 학교로 옮기면 또 다시 저 괴로움이 내 것이 될 지도 모르는데. 지하철 태워 아이들 보내고 혼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떠오르는 이런 저런 상념들.... 결국은 "에잇, 뭐 그런 건 그때 가서 괴로워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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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9-15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제목 보고 무슨 일인가 했네요.
참, 오늘 보충수업시간 15분을 빼서 1달도 더 남은 가을소풍에 대해 얘기했는데, 결론은 학교 운동장에서 텐트치고 1박2일 같이 지내자!로 났습니다. 운동장 구석에서 도서관과 기숙사 신축공사 중이라 아마 1박2일은 힘들 거 같지만, 같이 바베큐 해먹고 체육대회하면 재밌을 거 같아요. 작년의 실패를 떠올려 놀이공원은 절대 안된다고 했고, 또 말만 하고 흐지부지되면 소풍 안할거라고 했는데, 어찌될지요??

해콩 2006-09-15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머엄머.. 운동장에서 1박2일.. 정말 잼나겠어용~ ^ㅇ^ 나도 그렇게 함 꼬셔볼까요? 고기 구워먹기 ㅋㅋ 결과 알려주셔야해요~

2006-09-16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BOOK]환경 관련 필독·추천도서

환경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우다

최근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환경 관련 서적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녹색평론사, 도요새, 에코리브르 등 환경 관련 서적을 꾸준히 출간하는 출판사도 있다. 특히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 관련 서적이 다수 출간되고 있다. 자연과 생태계를 직접 접하기 어려운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간접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교육 목적으로도 활용되는 듯하다. 청소년들과 성인들이 읽을 만한 환경 관련 서적은 어떤 것이 있을까. 환경부와 ‘환경정의’ 등의 추천을 받아 환경 관련 필독·추천도서를 소개한다.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에코리브르, 1만5000원

1962년 출간된 책으로 환경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책으로 꼽힌다. 자연을 이용한 고속 성장만 꾀하던 당시,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 때문에 파괴되는 야생 생물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카슨의 이 책은 환경과 관련해 사회운동을 촉발시켰고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게 만드는 등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이끄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역사와 인식을 바꾼 사건의 출발이 대부분 그렇듯 ‘침묵의 봄’과 저자 카슨 역시 당시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화학업계의 거센 반발과 협박에 시달렸고 심지어 언론마저 카슨을 ‘히스테릭한 여성’ ‘자신이 저주하는 살충제보다 더 독하다’는 등 인격적으로 모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이 출간된 날이 바로 현대 환경운동이 시작된 날”(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이라는 칭송을 받을 만큼 현대 환경운동에 큰 영향을 끼친 책이다.

성장을 멈춰라!-자율적 공생을 위한 도구

이반 일리히 지음, 이한 옮김, 미토, 1만 원

‘근대화’ ‘성장’이 최고의 목표였던 1973년, 이를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다. 출간 전부터 이미 과도한 에너지 소비와 의료·학교제도의 병폐와 모순을 거론했던 이반 일리히는 자신의 주장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일리히는 이 책에서 무한성장을 추구하는 현대 산업사회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까지 치닫고 있음을 분명히 하며 인간의 자율적 행위의 상호교환을 중심으로 하는 공생의 사회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리히 주장의 핵심단어는 ‘균형’이다.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언급하며 현대 산업사회의 무절제한 생산과 소비에 철퇴를 가하고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오늘날 더욱 빛을 발한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E. F. 슈마허 지음, 이상호 옮김, 문예출판사, 1만 원

독일 출신의 실천적 경제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슈마허가 1973년 출간한 첫 번째 저서이다. 환경과 관련한 또 하나의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슈마허는 이 책에서 대량생산을 위주로 하는 ‘테크놀로지’를 거세게 비판한다. 슈마허는 성장지상주의에 입각한 거대한 규모의 테크놀로지가 인간 삶의 원천인 생태계를 파괴하고 재생 불가능한 천연자원을 고갈시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는 곧 인간의 본성을 파괴하고 인류를 위협하는 것이다.

슈마허는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천연자원을 고갈시키지도 않는 소규모적이고 분산적인 ‘민주적 테크놀로지’ ‘민중적 테크놀로지’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온갖 폐해를 야기하는 중심부만의 성장을 지양하고 도시와 농촌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한다.

가이아

제임스 러브록 지음, 홍욱희 옮김, 갈라파고스, 1만2800원

1970년대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 러브록의 대표작이다. 이 책에서 러브록은 그동안 과학자들이 간과하던 사실을 주장했는데 바로 ‘지구는 살아 있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라는 것이었다. 러브록은 지구의 생물체들은 단순히 조건이 맞는 곳에서 서식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지구의 물리적·화학적 환경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들이라고 말한다.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생물체들은 지구상의 주요 원소들을 순환시키며 기후를 조절하기도 하며 해안선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지구는 생물과 무생물의 복합체로 구성된 거대한 유기체라는 것이다. 러브록은 자연스레 환경보전 문제도 언급하는데 인간만을 위한 환경보전이 아닌 인간과 자연을 모두 위하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환경보전을 주장한다.

물전쟁

반다나 시바 지음, 이상훈 옮김, 생각의나무, 1만2000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의 환경운동가이자 사상가인 반다나 시바가 물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물이 말라가는 원인과 그 해결책을 제시한 책이다. ‘물부족’이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오늘날 시바는 인류의 공유자원인 물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물은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전체 물의 0.08%밖에 안 된다. 대부분의 물은 염분이 있거나 북극과 남극의 빙하에 갇혀 있어 인간이 사용할 수 없다. 시바는 물이 부족해 결국에는 인류가 큰 재앙을 맞을 수 있음을 경고한다. 시바에 따르면 물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 한정된 자원이다. 우물의 물이 말라가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러므로 물을 절약해야 한다. 또한 시바는 앞서 말했듯이 물은 인류의 공유자원이기 때문에 어느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소유할 수 없고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김종철·이반 옮김, 녹색평론사, 7000원

저자는 경제성장이 없어도 인간은 충분히 풍요롭게 살 수 있음 암시한다. 오히려 경제성장 때문에 인간은 더욱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성장지상주의는 일부만 배불렸을 뿐 인류의 절대빈곤은 도리어 100년 전보다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성장지상주의는 또한 환경파괴와 대기오염을 불러 일으켜 인류의 삶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었다. 무분별한 경제성장은 인간다운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어놓았으며 인류의 풍요로운 삶을 가로채 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름다운 생명의 그물

이본 배스킨 지음, 이한음 옮김, 돌베개, 1만3000원

동식물은 물론 미생물과 균류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생물체들의 생명의 그물을 다양한 연구사례를 통해 상세하게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그동안 무시하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생물다양성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각인시킨다.

저자는 생태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물다양성이 인류에 왜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생물다양성과 생물의 그물은 서식지의 토양과 수질을 적절히 조절할 뿐만 아니라 지구의 대기와 기후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는 곧 인류의 생존을 지탱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저자는 오늘날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 때문에 생물다양성과 생명의 그물이 파괴되어가고 있음을 주지시킨다.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

이노우에 토시히코, 스다 아키히사 지음, 유영초 옮김, 사계절, 9800원

브라질의 꾸리찌바, 스웨덴의 예테보리, 미국의 채터누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칸페르테 등 세계적인 환경도시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현재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지 보여준다. 특히 미국의 채터누가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일본의 미나마타 등은 공해도시로 악명이 높다가 환경도시로 거듭나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책에서는 또한 생태관광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큰 성공을 거둔 코스타리카의 자연보호정책과 생태관광 현황을 자세히 설명한다. 전 세계 국토의 0.03%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지만 국토의 40%가 원시림이고 전 세계 동물의 5%가 이 나라에 서식하고 있다. 코스타리카 정부가 군사비를 완전히 없애고 정책적으로 원시림을 보호해 생태관광산업을 일군 과정을 설명한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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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9-15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저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 있네요..요페이퍼 좀 퍼갈께요.해콩님! 감사해요^^

해콩 2006-09-15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퍼온 것인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