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妻/Wife
출연 우에하라 겐, 다카미네 히데코, 단아미 야쓰코/ 1953년/ 흑백/ 89분
<부부>에 이어 나루세 미키오는 곧바로 <아내>라는 영화를 만들어 젊은 부부 사이의 불만과 위기에 대한 3부작을 마무리지었다. 새롭게 아내 역을 맡은 다카미네 히데코가 남편 역을 맡은 우에하라 겐과 함께 출중한 연기를 선보인다. 결혼생활 10년을 넘긴 도이치와 미호코 부부에게 삶이란 무덤덤하게 보내는 나날의 반복이다. 두 사람은 서로 말도 잘하지 않을뿐더러 서로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 가운데 도이치는 회사의 상냥한 타이피스트 후사코에게서 마음의 위안을 찾게 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미호코는 남편을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하야시 후미코의 소설을 각색한 또 한편의 영화이며 교착상태에 빠진 결혼상태라는 나루세적 주제를 다룬 영화인 <아내>에서 나루세는 인물들의 갈등을 외화하기보다는 주로 그들이 빠진 기분을 깊게 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그 점에서 <아내>는 나루세가 인간행동의 모든 면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영화감독이며 자신이 다루는 주제를, 복합성을 고스란히 살려서 다루는 시네아스트임을 증명해주는 영화다.

<흩어진 구름> 亂れ雲/Scattered Clouds
출연 카야마 유조, 츠카사 요코/ 1967년/ 컬러/ 108분
나루세 미키오의 마지막 작품인 <흩어진 구름>은 관계의 불가능성을 다룬 또 한편의 처연하게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이다. 영화는 마치 더글러스 서크의 <마음의 등불>(Magnificent Obsession, 1954)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를 나루세 특유의 담담하고 미묘한 그러면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들려준다. 갓 결혼해 임신 3개월째인 유미코는 전근이 예정된 남편 히로시와 함께 미국에 갈 예정이다. 부부에게 다가올 듯한 행복감은, 그러나 히로시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으면서 부서져버리고 만다. 실수라고 하지만 남편을 죽인 당사자인 미시마를 유미코는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다. 죄책감 속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미시마와 과거를 자신에게서 보내버리지 못하는 유미코는 몇번의 우연한 만남 끝에 조심스러운 사랑의 감정을 싹틔운다. 동일한 사건에 연루되어 다른 종류의 고통을 느끼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까지의 과정을 서두르지 않은 발걸음으로 따라가는 <흩어진 구름>은 영화평론가 필립 로페이트에 따르면 나루세의 가장 이상하면서도 가장 강렬한 영화들 가운데 하나다. 나루세라는 고전기의 작가가 60년대라는 ‘새로운 시대’에 그 조류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듯한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기이하기까지 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루세의 뛰어난 연출력은 <흩어진 구름>을 소외의 시대에 속하는 모던한 영화로 만들어냈다. 특히 대사없이 10분 정도 지속되는 영화의 후반부 시퀀스는 감탄할 경지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여기서 나루세는 화면만으로 인물들이 느끼는 찰나의 행복한 초조감과 서로 사랑할 수 없다는 회한을 그 어떤 대사보다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과시한다. 감정이 보이는 걸작을 남긴 뒤에도 나루세는 “하얀 커튼의 배경만이 있고, 실제 세트는 없으며, 실외 공간도 없고, 뼛속까지 감정을 표현하는 인간 움직임의 뉘앙스에만 집중하는 영화”를 계획했다. 그러나 건강이 나빠진 그에게 실제로 현실화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