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예린이, 이나가 같이 같기로 했고...

한 번도 같이 놀러간 적 없는 녀석들을 데려가고 싶어 몇몇 옆구리를 쿡쿡 건드려 봤는데 녀석들이 영~ 동하질 않는다. 돈 때문일까? 그냥 솔직히 연극은 샘이, 차비는 너희가!! 이렇게 꼬실걸..

연극 내용, 아이들이랑 같이 보기 어떨지 모르겠다.



여기 저기 아는 얼굴, 혹 모르더라도 비슷할 거라고 여겨지는 샘들을 보면, 그런 샘들과 같은 공간에 있으면 편안하다. 편견일 수도 있는데. '우리'로 묶인 주체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또한 얼마나 다양한 스팩트럼 속에 있는데. 공간을 아담했다. 시작 시간이 넘도록  관객들이 계속 들어오더니 좌석 사이 계단까지 가득 메웠다.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비까지 쏫아지는 이런 날씨에. 주위를 둘러보니 교복을 입은 아이들과 소박한 옷차림의 어른들로 그득하다.

40분쯤 극이 시작되었다. 몸으로 뭔가를 표현하는 작업은 언제봐도 경이롭다. 부럽기도 하고. 무대위에 서는 용기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심호흡을 필요로할까?

"또 정색한다."

"샘.. 오늘만 보내주면 다음부터는 진짜 열심히 할낀데요, 보내주지요~"

"야자 감독을 우찌 하겠는데 이것 땜에 애들과 실갱이 하는 것은 정말 힘이 들어요. 어디 용역이라도 주고 싶은 심정이라니깐요"

ㅋㅋ

아이들도 나도 같이 웃으며 살짝 살짝 공감의 눈짓도 보내며 1시간을 놀았다. 우리 학년, 우리 반이야 뭐 굳이 잡아놓지는 않기 때문에 극의 내용처럼 강압적이지는 않다. 오늘 우리 반엔 한 열 댓명 남아있으려나?  정독실도 전교 등수를 뽑아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자를 받아서 한다. 교실에 남아 있는 아이들 수가 아주~ 적기 때문에 굳이 정독실에 가려는 아이들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재작년 담임할 때만 해도 정말 맘 고생 심했다. 보충, 야자.. 등이야 뭐 혼자 견디면 되는 문제였지만 사설모의고사 문제 때문에. 극 속 유선생의 암담함이 충분 이해 되었다.

괴로워하는 극 중 유선생을 보며 불편했다. 어떤 샘들은 지금도 저런 끔찍한 상황 속에 '학교 가고 싶지 않다'고 되뇌고 있을텐데 요즘 너무나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이 찔린다. 다른 학교로 옮기면 또 다시 저 괴로움이 내 것이 될 지도 모르는데. 지하철 태워 아이들 보내고 혼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떠오르는 이런 저런 상념들.... 결국은 "에잇, 뭐 그런 건 그때 가서 괴로워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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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6-09-15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제목 보고 무슨 일인가 했네요.
참, 오늘 보충수업시간 15분을 빼서 1달도 더 남은 가을소풍에 대해 얘기했는데, 결론은 학교 운동장에서 텐트치고 1박2일 같이 지내자!로 났습니다. 운동장 구석에서 도서관과 기숙사 신축공사 중이라 아마 1박2일은 힘들 거 같지만, 같이 바베큐 해먹고 체육대회하면 재밌을 거 같아요. 작년의 실패를 떠올려 놀이공원은 절대 안된다고 했고, 또 말만 하고 흐지부지되면 소풍 안할거라고 했는데, 어찌될지요??

해콩 2006-09-15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머엄머.. 운동장에서 1박2일.. 정말 잼나겠어용~ ^ㅇ^ 나도 그렇게 함 꼬셔볼까요? 고기 구워먹기 ㅋㅋ 결과 알려주셔야해요~

2006-09-16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