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샘들은 무지 힘들어 하는 4반, 나는 학년 초부터 그 녀석들이 왜 그리 좋았는지 몰라.. 고놈들의 재치있는 말대꾸와 적당한 뺀질거림이 그리 밉게 보이지 않았다. 물론 잔소리는 무지 자주 했다. 정말 얄밉고 힘에 부친 적도 많았지만 맘이 영 돌아서지는 않는 것이 나 스스로도 신기하다.

그러나 사실 생각해보면 여학생이건 남학생이건 올 해 아이들... 마음 속 깊이 미워한 아이는 없는 것 같다. 1반이 제일 힘들었지만 그건 내 잘못인 것 같고. (아이들이 반응이 없는 것이 제일 힘든데.. 그렇다면 반 아이들 이름을 몽땅 외워서라도 가까이 다가갔어야 했다. 알고는 있는데.. 늘 바쁘다는 핑계로.. )

아무튼 4반 아이들이 나에게 준 마지막 인사말이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추억

성상훈 : 세상의 가난한 자의 슬픔을 알게 되었어요. 정말 불공평하지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성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할게요.

윤종현 : 선생님 종현이 입니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라니.. 굉장히 아쉽고 슬프네요. ㅜ ^^ 이럴 줄 알았으면 한문 시험 잘쳐서 선생님한테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하는데 ㅎㅎ 맨날 떠드는 모습만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선생님 몸 건강하시고~ 사랑합니다!! -종현올림-

박성우 : 선생님 한동이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참으세요. 참는 게 이기는 거에요. 다음 학교에선 한동이 같은 아이를 만나지 않길 바래요.

환선 : 잘.. 못해드려서 죄송하구요, 열심히 수업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눈물난다. 어쩌지. ㅠㅠ 잘 가세요

강민구 : 올해는 좋은 남자 만나셔서 시집 좀 가세요 ^^

공영섭 : 잘 가십쇼ㅋㅋ 꼴통 2-4반을 가르치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준모 : 샘, 빠2~  1년 동안 시끄럽게 해서 죄송..ㅋ **여고 가면 여자소개 ㄲ싱~ 폰넘버010~ 싸이 www.싸이월드.co.kr/01097982454 일촌ㄱㄱ싱 심심하면 장난 전화하셔도 되요~ 쌤, 빠2~ - 꼴통

유승근 : 수고하셨어요. **여고 재미 없겠지만 교직생활 열정적으로 하세요! 결혼도 빨리 하세요오~~

안바위 : 아,아, 뭐 따로 할 말은 없는 것 같고 감사합니다. 다른 곳에 가셔도 열정이 넘치는 수업을 하시길. (귀여운 척 자제쩜) 수고~

박종현 :  샘 배고파요 ㅜ_ㅜ

명국 : bye

주진수 :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실 것이라 믿고, 열심히 사세요.

김희성 : 안녕히 가세요.. 결혼 하세요.. 그럼 이만

ㅇㅇㅇ :  선생님! 즐거웠어요. 그 웃음, 변치마세요. 안녕히 가세요~

문인환 : 샘, 교지에 귀여운 척 즐~~ 새 학교 가서 잘 지내십시오. 2-4 미남 체육부장 문인환 올림ㅋㅋ

김휘빈 : 무조건 수업만 하시는 게 아니라 저희들이 넓은 세상을 보게 도와주셨습니다. 앞으로 다른 학교에 가셔서 더 훌륭하게 수업해주세요

ㅇㅇㅇ : 화좀내고 사세요 ㅋㅋ

 진우 : 다른 학교 가서도.. 좋은 수업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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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7-02-2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슬며시 번지는 미소~...
강민구학생 코멘트에 한표 ^^ .ㅎㅎ

느티나무 2007-02-27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민구 학생, 우리반임 ^^;;

느티나무 2007-02-27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 덕에 어찌어찌 '문집'이 나오려나 봐요^^ 교지 만들 때 생각이 새록새록 나네요. 그러니 샘한테는 문집을 선물로 주려구요. 다른 사람들은 잘 읽지도 않을 거... 어째야 할 질 모르겠네요^^ 샘처럼 미리 선주문 받을 걸 그랬나요? ㅋ

해콩 2007-02-28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오늘 보니까 장난 아니게 잘 만드셨더구만...우여곡절은 정말 많았지요?
근데 그게 왜 제 덕일까요? 잠도 안자고 쌩고생 하신 거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저도 샘께는 선물로 드릴게요. 주고받고... 우리 이거 어째 짜고치는 고스톱스타일?ㅋㅋ
암튼 잘 읽을게요. 감사합니다. 저는 집에 쌓아두었다가 '담번에 꼭 문집 만들겠다'는 샘들께 선물로 드리려구요. 특히 신규나 뭐 그런 열정적인 샘들께... 선배샘들 등쳐서 후배샘들 지원하는 것이죠. ㅋㅋ

해콩 2007-02-28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마당님.... 미워요.
 

너희들, 처음 만나던 날이 생각난다.
그땐 누가 어땠는지, 한 명 한 명 얼굴은 떠오르지 않지만 서로 머뭇거리면서 호기심 어린 눈빛들...
교실로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 속에서 그렇게 우린 처음 만났지?
'얼굴과 번호를 익히기 쉽도록 번호순으로 앉아달라'는 나의 요구대로 운동장쪽 첫줄에 1번 윤정이가,  복도쪽엔 8번 개미가 앉아있었겠구나. 음... 이젠 교실 전체의 구도가 떠올라. 각자 자리에 앉아있던 너희들 얼굴까지 정확하게. ^^

참 신기한 것이 하루하루 세월이 쌓이면서 너희들 얼굴이 점점 또렷하게 다가오는 그 묘한  경험이야. 실은 얼굴 생김새 뿐만이 아니라 성격이나 습관까지 환하게 느껴지거든. 한 다발의 안개꽃처럼 뭉텅이로 다가왔던 너희들이 서서히 저마다 색깔 다르고 향기 다른 송이송이의 꽃다발로 변하는 경험, 그 느낌.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걸... 교사라는 직업이 지닌 큰 매력이지. 특히나 올해는 그다지 가시뾰족한 꽃도 없어서 크게 상처받은 일도 없었단다. 다들 잘 따라 주었지. 샘이랑 나들이 갈 때... 뭐, 솔직히 내 욕심만큼 따라와 준 것은 아니지만 나 혼자 '왕따' 시킨 적도 없잖아? 늘 한 두 녀석은 같이 가 주었지. 불쌍해서보였나? ㅋㅋ 그랬대도 상관없어. '연민'은 아주 훌륭한 감정이거덩..

2월 12일. 개학하고 너희들 제대로 못 챙겨주는 게 맘에 걸려. 아침 조례시간은 물론이고 , 아플 때, 뭔가 불편할 때 곁에 있어줬어야했는데 그러질 못했네. 그때부터 지금까지 샘의 정신적 공황상태 알지?  우리 반 분위기도 거의 그랬나? 다들 공부해야지~하면서 웃고 떠드는... 암튼 이젠 누가 뭐래도 너희들 앞가림은 스스로 해야할 나이가 되었어. 샘의 그 무수한 잔소리들...기억하지? 실천하는 사람은 얻을 것이요, 게으르게 미루는 사람은 잃을 것이야. 그렇지만 현상적 실패가 곧 실존적 패배는 아니라는 사실. 얻는 것이 곧 잃는 것이 될 수도, 잃는 것이 결국 얻는 것이 될 수도 있음을 늘 기억할 것.

고3이든 그보다 힘든 무엇이든 이 길고 긴 인생에 결국 우리가 해야할 일은 나를 속이지 말고 행복해지는 것, 그것 하나인 것 같아. 그러니까 최선을 다하되 공부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대학이 물질적 풍요나 사회적 지위에 대한 교환가치로 환산되는 세상... 너희를 그 속으로 들여보낸다는 사실이 약간은 불안해. 스스로를 믿고 단단하게 여물기를. 그리고 꼭 기억해. 카르페디엠...

22일. 실은 정말 놀랐어. 그새 너희들이 이렇게 많이 자랐을지 몰랐거든. 정말 기쁘고 고마웠는데 창졸간에 당한 일이라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너희 모두를 떠나보낸 것 같아. 그 날이 실은 마지막 날이었는데, 나도 뭔가 준비해야했었는데... 문집 때문에 샘이 정신이 홀라당 빠져있잖아. 지금까지.

오늘 오후엔 인쇄를 넘길거야. 그러면 좀 쉴 수 있으려나? ㅋㅋ
3월 1일 세상에서 한 권 뿐인 [나만의 문집] 건네줄게. 너희들 좋아라하는 모습 생각하며 며칠 밤을 꼬박 샜단다. 안 기뻐하면 안줄테다.

서로 좋아하는 관계가 어떠한 정서적 편안함을 주는지 너희를 통해 알았어. 잔소리하고 야단치고 싸우면서도 늘 마음 속엔 '믿는 구석'이 있었단다. 나를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을 거라는.. ㅋㅋ 너희도?
깐깐하고 쫀쫀하고 잘삐지고 잔소리 많은 나를 좋아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너희 한 녀석, 한 녀석 샘 역시 좋아했었다는 사실, 알지?

몸과 마음 모두 씩씩하고 건강하게 잘 살아~

 

2007. 2. 26. 아침에. 샘이 마지막으로 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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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7-02-27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걸로 올해를 마무리 하셨군요... 참, 어제 학교갔다가 낙고의 교지를 보았답니다. 제가 만든 교지는 얼마나 볼품없는지... 부끄러웠습니다. 너무 성의가 없어서리... 대신에 스트레스는 안 받았어요.
이제 문집도 다 만드셨고, 전근가셔서 녀석들 눈에 밟히셔서 어떡합니까?
여학교니 더 알콩달콩 해콩처럼 잘 사시겠지요^^
문집 남으면 저도 하나 주셈.(이건 느티나무 샘께도 졸라 본 것임. ㅋ)
한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박수 짝짝짝...

해콩 2007-02-28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지난한 마무리 작업 ㅜㅜ 3월1일까지 계속할 계획이랍니다. 그날 12시에 제가 제안한 첫 반창회를 저희반 교실에서 하기로 했거든요. 문집도 나눠주고 자장면이라도 한 그릇씩 먹여서 3학년 올려보내려구요. 별 불평없이 문집에 실을 글내고, 자료조사하고... 용돈 쪼개서 문집비 중 일정액도 턱 하니 내놓았던 녀석들.. 예쁘죠? 교지는... 올핸 사실 고생 좀 했어요. 이런 저런 챙길 일들이 어찌나 많은지.. 내용은 글쎄.. 읽으시는 분들이 느끼기 나름인 것 같은데.. 암튼 글을 장식하는 삽화는 가능한 지양했구요, 제가 직접 찾아서 넣으려고 고심했지요. 사이에 그림도 대부분 저희 학교 아이들이 직접 그린 것이랍니다. 앗! 노골적인 자랑질... ㅋㅋ 솔직히 교지는 나오고 나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요. 문집은 여전히 ㅇㅇ공고 문예담당 선생님으로 보내면 되나요? 업무가 바뀌셨나해서요.. 알려주시면 보내드릴게요~

2007-02-28 15: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12일 개학이후 거의 하루도 못 쉬었다. 교지업무에, 학교생활기록부 정리에, 전출에 따른 정리 작업과 이런 저런 회식들까지... 일에 치여서 헤어지는 선생님들을 제대로 못 챙긴 것이 계속 맘에 걸리지만 나중을 기약하는 수 밖에... 

드디어 문집이 나오기는 나올 모양이다.

들어가는 글/

샘의 마지막 편지/

롤링페이퍼/

머리말/

페이지 달기/

그리고 목차만 만들면 된다 아무래도 밤을 꼬박 세워야할 듯..ㅠㅠ 내일은 꼭 인쇄를 맡겨야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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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푸르름이 묻어나고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 4월에 내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며 돋아나는 새싹과 같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키워준 책을 읽었었다. ‘공지영’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사형수와 자살시도를 세 번이나 한 여인이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이다. 넉넉한 방학 시간을 이용해 책을 다시 펼쳤다. 처음 읽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던 사소한 말들에 다 뜻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문장 하나하나가 자세히 들어와 마음을 울렸다.

 

1.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행복이 있다.

  유정이 윤수를 만나러 갈 때 옥색옷의 가격을 듣고 별로 비싸지도 않은데 그것을 입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이 있다. 빈부격차를 그 한 장면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돈의 양과 행복의 양이 비례하지는 않는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사촌오빠에게 강간을 당하고 가족의 외면 속에서 3번이나 자살시도를 한 유정이나 어머니는 집나가고 구타하던 아버지는 자살, 그렇게 동생과 함께 고아원, 소년원등을 전전하다 결국 동생마저 잃고 사랑하는 여인을 위하다가 누명까지 쓴 뒤 사형수가 된 윤수, 둘 다 불행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다행이게도 그가 적은 블루노트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제가 살인자로 이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제 육체적 생명은 더 연장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제 영혼은 언제까지나 구더기 들끓는 시궁창을 헤매었을 것입니다.’

  이것을 보면 그가 인생의 마지막 시간만큼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정 역시 그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 더 이상 자살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은 누구나 사형수이다. 그리고 죽기 전에 행복을 느끼며 죽는 이는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비록 불행한 생을 보냈지만 죽기 전 행복을 알 수 있었던 윤수는 축복받았다고 할 수 있다. 문득 나는 이들에 비하면 매우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흔해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아닐까?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바쁜 일상에 쫓겨 행복을 느낄 시간이 부족하다. 또한, 불행을 느껴보지 못했기에 자신의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유정의 엄마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설거지 한번 하지 않으며 귀한 대접을 받았지만 그녀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낀다. 행복은 상대적이다. 즉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좀 더 이 행복을 소중하고 생각하고 아낄 수 있는 마음을 지녀야겠다. 모니카 수녀님과 김신부님 같은 사람들은 이 행복을 일깨워주시는 분들이다. 앞으로 우리사회에 이런 분들이 더 많아져 모든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며 따뜻한 마음을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2.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

  유정의 셋째 올케 서영자씨는 자신의 집에 훔치러온 도둑들을 달래고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보살핀다. 언뜻 위선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 위선자가 꼭 나쁘지는 않다. 모니카 수녀님의 말처럼 위선자는 어느 정도 선에 대해 알고 있고 그것을 실천하려고 늘 시도하니까 말이다. 나는 위선자가 되는 걸 두려워했다. 그래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봉사활동을 한 적이 없다. 누군가에게 조그만 것을 베푸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위선자보다도 위악을 떠는 사람보다도 수녀님이 가장 싫은 사람은 세상에 아무 기준이 없는 사람이었다. 바로 나였다. 위선자가 되는 것이 두려워 피한 결과 그저 흘러가는 데로 흐르고 방관하는 중심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착한 것은 바보 같은 것이고 남 때문에 울고 자기 잘못 때문에 가슴 아픈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의 따뜻함을 미처 느끼지 못한 것이다. 줏대 없이 이기적으로 눈치 보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 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것은 불행한 삶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당장 바뀌는 것은 없다. 좀 더 아픔을 느껴야 진실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단 한 가지 깨달은 것은 생명의 소중함이다. 나의 생명, 전 인류의 생명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겠다. 윤수의 죽음이 준 깨달음이다.

 

3.시각의 변화-죄수들의 집, 구치소

  앞서 말했듯이 책을 읽으며 세상을 보는 시각을 키웠다. ‘구치소’라고 하면 무서운 곳, 나쁜 사람들이 있는 곳, 가까이 가선 안 되는 곳, 세상과 격리된 어둠의 공간 그리고 불행의 집합소라는 생각이 들면서 두려움이 느껴지는 장소였다. 그러나 그곳은 집이었다. 죄수들이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구치소라는 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윤수와 같이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들, 자신도 모자라 자식까지 구타하는 남편을 죽인 여인들, 굶주려 도둑질을 한 사람들, 어릴 때 순간의 잘못으로 나쁜 길에 빠져 그 구렁텅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결국 살인까지 저질러버린 사람들, 피해의식 등으로 무자비로 사람을 죽인 사람 등 이루 말 할 수 없는 수많은 사연을 가진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인 구치소. 그곳은 나에게 있어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나의 잘못된 시각하나를 고칠 수 있었다.

 

4.돌아온 탕자-용서의 미덕

  사형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다. 특히 죽어 마땅하다고 판단되는 똑같은 인간을 죽이는데 하나는 살인이 되고, 하나는 집행이 되고, 하나는 살인자가 되어 그 죄 값으로 죽고 하나는 승진하는 거 그게 정의인가? 라고 묻는 유정의 물음이 메아리가 되어 내 마음에 머물렀다. 모든 것을 볼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신도 아닌 감정을 가진 인간이 과연 다른 인간을 심판 하는 게 옳은 일인가? 모순이다. 물론 나는 피해자가 아닌 사형수만을 봤기에 사형제를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여 살인자가 되고 또 그 살인자를 국가가 죽인다. 그럼 국가는 살인 국이 되는 것인가? 사형만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용서’ 이것을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윤수의 면회 장소에 돌아온 탕자라는 그림이 있다. 한 아들이 아버지한테서 자기 몫의 재산을 미리 받아 가지고 먼 객지로 떠나 방탕한 생활로 재물을 다 없앤다. 그 후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가 용서해준다. 그림의 의미를 알고 걸어놓은 것이라면 국가도 그들이 서로를 용서하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아님 국가가 그들을 용서해 준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살해된 가정부의 어머니, 그리고 윤수처럼 모든 것을 그리고 자기 자신마저도 용서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사형제도보다 우리 사회를 좀 더 풍부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5. 행복한 삶의 조건 세 가지

  물론 진정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용서만이 아니라 좀 더 필요하다. 사랑과 관심이다. 집행보다 예방이라는 단어가 더 중요하다. 어른들은 그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 그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 실천하지 않는다. 백주 대낮에 다른 아이들을 때리는 아이를 꾸짖지 않는 어른들, 자신의 아이가 살인을 했는데도 무덤덤하게 여기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르는 아이의 엄마, 그 상처 입은 어린아이를 방치하는 국가. 공장이 들어서고 아파트가 생기며 공동체적인 사회였던 우리나라는 단절된 모습으로 가고 있다. 집집마다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그고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독거노인이 죽은 지 한 달 만에 발견되는 무관심한 현 사회가 서로에게 사랑과 관심을 가지는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

  용서, 사랑, 관심, 생명의 소중함 이 모든 것을 깨닫는 시점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시간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2년 뒤 쯤에는 나도 사회에 한 발자국 딛게 될 것이다. 모순투성이인 사회가 무섭기도 하지만 그곳에서 지금 느끼고 있는 행복을 유지하고 아끼며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윤수와 유정이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내가 행복에 대해 잊어버릴 때 마다 그것을 잊지 않게 나의 곁에서 힘이 되어 줄 것이다.

 

                                                                                                      - 민정이의 여름방학 숙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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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안녕하세요?

  종일 시끄럽던 매미 소리가 사라지고 날씨가 서늘해지며 쓸쓸하게만 느껴지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저는 부산 낙동고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입니다.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매우 마음이 아팠습니다. 물론 언니와 저희가 사는 시대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아직은 남녀 평등시대가 완전히 온 것이 아니라는 걸 저도 느낍니다. 언니들도 대학을 다니며 지식 여성으로 키워온 꿈들이 사회에 한 발자국 나아가며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무너졌겠죠. 이혼과 맞바람 그리고 죽음으로 인해 그것이 온전히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도 늘어나고 여성들의 정치적, 사회적 지위 역시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니 제가 만나게 될 사회는 언니 때와 많이 다르기를 소망합니다.

  선우 아저씨도 잘 계시죠? 언니는 아저씨와 재혼은 하셨나요? 저는 솔직히 선우 아저씨와 잘 되길 바랬습니다. 그날 아저씨가 레스토랑에서 한 말은 언니만이 아니라 저의 가슴에도 와 닿았습니다. 씩씩하고 꿋꿋했던 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주눅이 든 채로 평탄치 만은 않은 사회를 핑계로 선우 아저씨에게 기대었다는 말에서 저 역시 홀로 설 힘보다는 누군가에게 기댈 생각만 하며 살아 온 것 은 아닌지에 대한 반성도 했습니다. 언니 역시 왕자님을 기다리는 신데렐라에 불과하지 않았다는 아저씨의 말에 저의 한 쪽 가슴이 찔렸던 것은 왜 일까요? 분명 마음속으로 그런 여자들을 기회주의자 그리고 나약하다는 명목 하에 무시하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나중에 당당한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저에게 자신감을 가져야겠습니다. 

  또, 평소 저의 생각의 오류를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양성평등을 위해서는 불완전한 두성 모두가 이해하며 힘을 합쳐야만 이룰 수 있다는 것을요. 약자인 여성이 홀로 서서 평등의 깃발을 흔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남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후에 혜완 언니의 그림자에 빠진 선우 아저씨와 같은 분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혜언니는 어떻게 지내나요? 행복하기를 포기한 체 살아가는 언니의 삶을 좋게만 볼 수는 없지만 그것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겠죠. 남편의 외도를 보고는 그냥 눈을 감아야하고 거기에다 자신까지 바람을 핀 것은 그야말로 콩가루 집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의 양이 행복의 양과 꼭 비례하지는 않는 다는 사실도 다시금 상기했습니다. 그래도 경혜언니의 가정만은 지켜지기를 바라는 것은 저의 욕심일까요?

  가장 아팠던 삶을 산 사람은 영선이 언니겠지요. 어찌되었던 죽음을 맞이하였으니까요. 상심이 크시죠. 영선이 언니가 외국에 갔을 때 박감독 대신 자신이 공부를 하였더라면 아님, 한국에 돌아와 저녁 틈틈이라도 술 대신 펜을 잡았더라면이라고 수없이 생각했습니다. 가정에 찌들어 자신의 일을 하지 못하는 영선이 언니를 다독여주고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힘들어하는 언니를 경멸의 눈으로 본 박감독의 잘못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도저도 결정하지 못하며 심란한 마음을 술로 해결하려고 한 영선이 언니 잘못도 있지만요. 예전에 절에 갔을 때 본 적 있었다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말을 영선이 언니가 기억하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저도 이 말을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자처럼 당당히, 바람처럼 유유히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무소의 뿔처럼 자신의 주장을 믿으며 꿋꿋이 펼쳐라는 말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는데. 영선이 언니가 이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자신의 목표에 대해 덜 흔들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조선 후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던 여성의 지위는 다시 회복되고 있습니다. 지식인 여성이 혼란스러워 하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양성 평등의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열심히 쓰시고 건강하세요.

  이만 줄입니다. 총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고 싶은 한 학생이

 

민정이의 여름방학 숙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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