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안녕하세요?

  종일 시끄럽던 매미 소리가 사라지고 날씨가 서늘해지며 쓸쓸하게만 느껴지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저는 부산 낙동고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입니다. 

  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매우 마음이 아팠습니다. 물론 언니와 저희가 사는 시대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아직은 남녀 평등시대가 완전히 온 것이 아니라는 걸 저도 느낍니다. 언니들도 대학을 다니며 지식 여성으로 키워온 꿈들이 사회에 한 발자국 나아가며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무너졌겠죠. 이혼과 맞바람 그리고 죽음으로 인해 그것이 온전히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맞벌이 부부도 늘어나고 여성들의 정치적, 사회적 지위 역시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니 제가 만나게 될 사회는 언니 때와 많이 다르기를 소망합니다.

  선우 아저씨도 잘 계시죠? 언니는 아저씨와 재혼은 하셨나요? 저는 솔직히 선우 아저씨와 잘 되길 바랬습니다. 그날 아저씨가 레스토랑에서 한 말은 언니만이 아니라 저의 가슴에도 와 닿았습니다. 씩씩하고 꿋꿋했던 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주눅이 든 채로 평탄치 만은 않은 사회를 핑계로 선우 아저씨에게 기대었다는 말에서 저 역시 홀로 설 힘보다는 누군가에게 기댈 생각만 하며 살아 온 것 은 아닌지에 대한 반성도 했습니다. 언니 역시 왕자님을 기다리는 신데렐라에 불과하지 않았다는 아저씨의 말에 저의 한 쪽 가슴이 찔렸던 것은 왜 일까요? 분명 마음속으로 그런 여자들을 기회주의자 그리고 나약하다는 명목 하에 무시하고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나중에 당당한 여성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저에게 자신감을 가져야겠습니다. 

  또, 평소 저의 생각의 오류를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양성평등을 위해서는 불완전한 두성 모두가 이해하며 힘을 합쳐야만 이룰 수 있다는 것을요. 약자인 여성이 홀로 서서 평등의 깃발을 흔드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남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후에 혜완 언니의 그림자에 빠진 선우 아저씨와 같은 분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혜언니는 어떻게 지내나요? 행복하기를 포기한 체 살아가는 언니의 삶을 좋게만 볼 수는 없지만 그것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겠죠. 남편의 외도를 보고는 그냥 눈을 감아야하고 거기에다 자신까지 바람을 핀 것은 그야말로 콩가루 집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의 양이 행복의 양과 꼭 비례하지는 않는 다는 사실도 다시금 상기했습니다. 그래도 경혜언니의 가정만은 지켜지기를 바라는 것은 저의 욕심일까요?

  가장 아팠던 삶을 산 사람은 영선이 언니겠지요. 어찌되었던 죽음을 맞이하였으니까요. 상심이 크시죠. 영선이 언니가 외국에 갔을 때 박감독 대신 자신이 공부를 하였더라면 아님, 한국에 돌아와 저녁 틈틈이라도 술 대신 펜을 잡았더라면이라고 수없이 생각했습니다. 가정에 찌들어 자신의 일을 하지 못하는 영선이 언니를 다독여주고 격려해주지는 못할망정 힘들어하는 언니를 경멸의 눈으로 본 박감독의 잘못이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도저도 결정하지 못하며 심란한 마음을 술로 해결하려고 한 영선이 언니 잘못도 있지만요. 예전에 절에 갔을 때 본 적 있었다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말을 영선이 언니가 기억하고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요? 저도 이 말을 이번에 처음 들었는데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사자처럼 당당히, 바람처럼 유유히 자연스럽게 그러면서도 무소의 뿔처럼 자신의 주장을 믿으며 꿋꿋이 펼쳐라는 말이 아닐까?하고 생각했는데. 영선이 언니가 이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자신의 목표에 대해 덜 흔들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조선 후기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던 여성의 지위는 다시 회복되고 있습니다. 지식인 여성이 혼란스러워 하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양성 평등의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열심히 쓰시고 건강하세요.

  이만 줄입니다. 총총.......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고 싶은 한 학생이

 

민정이의 여름방학 숙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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