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  대추리에서는.. 그리고 지금 너는... 

어젯밤 네 늦은 전화를 받게 된 그 시간, 마침 서재에 올라온 대추리 관련 암담한 글들을 읽으며 나의 즐거웠던 하루를 '반성'하던 중이었다. 너의 전화.. 내일 그러니까 오늘 대추리로 올라간다고, 지금 학교로 가서 자고 내일 아침 친구들 몇과 출발한다고. 엄마는? 피식 웃으며 당연히 거짓말 했다고. 농활가는 걸로 알고 계신다고.

울컥 고마웠다. 미안했다. 그리고 부끄러움..

너를 처음 '알게 되었던 그 때' 가 생각난다. 그때 우리가 서로를 알지 말았다면, 아니 그저 대충 알았다면... 지금 너는 훨씬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을까? 돈 쓰고 시간 꼻고 몸 고되고 머리 복잡한 민노당 당원활동과 총학관련 활동 등, 그런 번거롭고 복잡한 일들 남의 몫으로 여기고 다른 친구들처럼 그저 '장학금' 타기 위해 공부 열심히 하는, 혹은 여친과 열나 데이트하며 행복한 고민하는 그런 파릇파릇한 새내기 시절을 보내고 있을까? 너는 그때 왜 실천성 없는 공염불 같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움직여서 지금 거기 있는걸까? 너는 왜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약한 사람들의 아픔에 초점을 맞추고 공권력의 폭력에 예민하여 공허한 내 말에 귀기울여 버린걸까? 너는 왜...

선생-교사란 참 위험한 직업이란 걸 너를 보며 절감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는 실천하지도 못하는 온갖 힘겨운 문제들을 나불대고는 아이들이 따라오면 따라오는데로 움츠리고 안따라오면 안따라온다고 투정부리지. 나는 그리 살지도 못했으면서, 또 앞으로도 너처럼 온 몸과 마음을 던질 자신도 없으면서.. 그래서 부끄럽다. 하루종일 니가 나를 부르는 '샘'이라는 말이 부담스럽고 쪽팔린다. 던져버리고 싶다. 누가 누구의 선생이란 말인가.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게 하고 나아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사람, 그가 선생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고백하건데 아나키, 니가 나의 '샘'이다. 벌써 오래전부터.

선택은 지가 하는 것! 이라는 말을 해야할까? 니 인생은 니가 만들어 가는 것? ! 그런 말 해야할까? 물론 그건 당연한 말이지. 그렇지만 그래서 더 미안하고 안쓰럽다. 이제 내가 네게 할 수 있는 건 뭘까? 친구로서 남는것? 당연하지 이미 우리는 친구다. 동지지! ㅋㅋ 무사히 내려오너라. 아니 잡혀가는 경험이 더 나을까? 이런 무책임한... 친구 같으니라고..ㅋㅋ 암튼 남은 오월 중 어떤 날이든 내 하루를 너에게 바치마. 그날. '박치기'를 보고 밥을 먹고 네 모험담을 듣고 듣고 또 듣고!

 

2006. 5. 5. 오늘 하루도 편안한 일상 속에서 이기적이고 부끄러운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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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05-0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잘 읽었습니다. '땅콩선생,...' 얼마 전에 너무 잘 읽고 댓글 인사라도 드려야지 하다가 잊고 있었어요. 제 학창시절 만났던 따스한 선생님들이 생각납니다..^^

해콩 2006-05-0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는 '땅콩선생'이 아니라 '해콩'이구요, 그 리뷰는 제가 좋아하는 글샘샘꺼서 쓰신거랍니다. 암튼 반갑고...또 부끄럽네요. 근데 아나키 녀석이랑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예욤. 잡혀갔으면 어쩌죠? ㅠㅠ

waits 2006-05-06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글샘님 리뷰 읽으며 전 '땅콩선생님=해콩님'이신 줄 알았어요..^^;; 그 전에도 마음에 두고는 있었는데 하는 일 때문에 준비하느라 뒤늦게 그 책 읽으면서, 좋았거든요. 아무려나, 그 아나키군... 들리는 소식은 너무 절망적이지만 별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심상이최고야 2006-05-06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키가 대추리에 갔군요... 걱정이 됩니다....

해콩 2006-05-0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있노?" 문자를 넣어놓고 한 시 즈음까지 소식을 기다리다 꼬박 잠든 새벽 두 시. 정적을 뚫고 전화가 울렸습니다. 풀이 죽은 목소리로... "샘..지금 경찰서예요" "그래.. 우짜노? 몸은 괜찮나?" "여기 저기 많이 맞았어요. 아파요" "...우짜노.. 우짜노.. 언제 오노? 내일 내려오나?" "글쎄.. 지금 조사받아야해요." "그래 니는 보내줄끼다." "근데 샘, 다음 주에 뵐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말했다 아이가.. 니가 1순위다." "그럼, 샘.. 전화 끊어야할 것 같아요." "그래. 또 연락해라.. 알았제?" "예.." 그리곤 사라졌습니다.

미안한 마음 계속 들고 날씨처럼 감정이 엉기는데.. 감정의 과잉일까요? 우울하네요. 오늘, 어떻게 보내야할지 모르겠어요.

심상이최고야 2006-05-07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일 없기를 바랬는데.... 여기 저기 맞고 경찰서에 가게 되었네요. 하루 빨리 부산으로 내려오기를....

해콩 2006-05-07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심상님.. 오랫만이죠? 미안~ 용서해줄거죠? ^^;
아나키는... 그 후로 연락이 없어요. 맘이 쓰여서... 문자를 보내놓고 조심조심 기다리는 중이지요. 연락오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해콩 2006-05-08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저희 아나키 오늘 무사히(아니 유사히..)돌아왔습니다. 통화를 했는데 목소리는 여전히 상기된. 군경이 만명이 투입되어 대추리 들을 뒤덮었답니다. 연행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어서 몸이 조금 아프구요, 밥을 굶기지는 않았지만 단무지와 김치로 일관된 반찬에 불만이 많았답니다. 아! 당근 폰은 빼앗겼다네요. ^^
암튼 저도 나름대로 조신한(?) 생활 끝입니다.
걱정해주셔서 고마와요, 님들~
 

평택을 향한 군사작전, 적국 백성에게도 이렇게는 못 한다



국방부는 4일 새벽 동이 트자 평택 미군기지 확장을 위한 강제집행을 전격적으로 개시했다.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경찰병력, 조폭을 연상케 하는 용역직원 그리고 군인들이 동원되어 대규모 군사작전이 감행됐다. 도대체 이 정부는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26년 전 군인들에 의해 민간인이 학살된 핏빛 5월의 광주가 바로 오늘 평택에서 재현되고 있다.


평택 주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경찰병력과 군인들의 진입을 막는 사람들은 모두 이번 작전의 목표이자 희생자가 됐다. 강제로 제압당해 플라스틱 수갑이 채워졌고, 번쩍 들려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진압봉에 맞아 피가 철철 흐르다 응어리졌다. 방패에 찍혀 이가 부러지고 코뼈가 내려앉았으며, 진압봉에 맞아 피가 철철 흘렀으며, 경찰과 군대의 앞길을 막는 사람들은 무조건 연행됐다. 평택 주민을 포함 인권ㆍ평화 운동가, 노동자, 학생, 종교인 등 이들의 안전과 인권은 경찰과 군대의 무력 앞에서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다.


국방부는 주민 대책위 및 평택 범대위와 대화를 통해 평화적인 해결을 하겠다며 합의서를 작성했으나, 합의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야음을 틈타 적을 섬멸하는 특공대’처럼 무자비하게 평화의 땅을 침탈한 것이다. 이로써 겉으로는 대화를 진행하는 척하면서도 안으로는 완벽한 군사작전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착착 진행해 온 국방부의 만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1월 19일 국방부 아니 대한민국 정부는 미국의 군사적 세계 제패를 위한 선제공격 전략 및 신속기동군으로의 재편이라는 엄청난 내용을 담은 ‘전략적 유연성’을 비밀리에 합의하고 이를 공동성명이라는 형식으로 전격 발표하였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용산 미군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려는 것이 아니다. 전 세계를 겨냥한 미국의 침략전쟁 기지로서 평택의 대추리와 도두리를 내주기 위해, 대한민국 정부는 자국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제2의 광주학살을 단행하고 있다.


우리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인 평택의 대추리와 도두리 일대에 군사작전식으로 벌어진 강제집행을 단호히 규탄한다. 평화의 땅, 생명의 땅으로 대추리, 도두리 일대는 그곳 농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으로 그대로 두어야 한다. 이 땅에서 떠나야 할 자들은 오히려 전 세계를 향해 침략전쟁을 획책하는 미군들이다.


우리는 이후에도 평택 주민들과 함께 정권의 추악한 전쟁을 막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다. 우리는 평택 주민들을 향해 자행됐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다. 그리고 반인권적이고 반평화적인 군사작전에 항의하면서, 이제 노무현 정권의 전면적인 퇴진을 요구할 것이다. 우리는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 바쳐 투쟁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국가안보라는 이름으로 국가폭력을 총동원해서도 굴복시킬 수 없는 일이 있음을 분명히 알려줄 것이다. 이제라도 노무현 정권은 전략적 유연성 합의를 철회하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 이전을 중단해야 한다. 아니면 우리는 평화와 인권의 이름으로 노무현 정권 퇴진 투쟁을 벌여 나갈 것임을 천명한다.


2006년 5월 4일


인권운동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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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04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ㅜ.ㅜ

해콩 2006-05-04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

글샘 2006-05-05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가 안보라는 애국심은 전적으로 강요된 것입니다. 국가가 나에게 무엇이기에 방패로 찍으면서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인지... 비극적인 하루입니다. 노무현 정권이 물러난들... 미국의 <악의 축>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악의 축의 꼬붕>으로 존재할 것이고요. 베트남 살육이나 이라크 파병처럼 말입니다.

balmas 2006-05-05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퍼가겠습니다. (__)
 
 전출처 : 파란여우 > [퍼온글] 히치하이커, 대추리, 에버랜드, 판교...

더글러스 애덤스의 "컬트" 코믹 SF <은하수로 가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는 주인공이 자기 집을 헐고 도로를 내겠다는 용역업체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은 난데없이 왜 남의 재산권을 침해하느냐며 언성을 높이고, 용역업체 측에서는 벌써 몇 달 전에 통지를 했는데 왜 이제 와서 딴소리냐며 불도저를 몰고 와서 맞선다. 바로 그 순간, 공중에서 외계인이 보내는 통지가 들려온다. 다름아닌 우주에서도 일종의 도로(아마 무슨 일종의 차원이동이나 뭐 그런 통로를 뚫는다는 이야기로 기억한다)공사를 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그 길 한가운데 지구가 있어서 걸리적거리니 이걸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이야기였다. 물론 수백 광년 전에 그렇게 하겠다는 통지를 보내주었으니, 이제 와서 딴 소리는 하지 않겠지, 하는 혼잣말과 함께 지구는 완전히 박살이 나버리고, 운 좋게도 마지막 순간에 구출된 주인공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가 되어 황당한 모험을 떠난다는 것이다. (읽은 지 하도 오래 된 책이라 세부사항이 좀 틀릴 수도...)

오늘 대추리에 용역업체와 경찰 및 군인 등의 인력이 동원되어 그곳에 버티고 있던 주민 및 미군기지 이민 반대운동가들을 모조리 끌어냈다는, 그리고 그 와중에서 적지 않은 부상자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문득 <히치하이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다.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긴 하지만, 솔직히 과연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대립으로 나가야 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았다. 문제는 세상 만사가 그렇듯이 이것도 그 정확한 "원인"을 파고 들어가자면 결국 "진실게임" 양상이 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남아있는 사람들이 "보상금"을 더 타기 위해 그런다고 비난을 일삼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정부의 고압적이고 무성의한 자세 때문에 이런 사태까지 왔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이전 부지 확정과 주민 보상 문제에 있어서도 서로 엇갈린 의견은 많고도 많을 것이다. 있는 사람, 혹은 두둑히 보상받은 사람은 이미 다 그곳을 떠버렸고, 이젠 정말 힘 없는 사람, 갈 데 없는 사람만 남아있다는 주장도 있다. 논에 모내기를 한 것을 가지고도 서로 엇갈리는 주장이 나온다. 농사를 정말 짓기 위해서라는 둥, 그걸 미끼로 돈을 더 뜯어내려는 수작이라는 둥...

솔직히 이런 문제에 대해서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자꾸만 뒤로 물러서게 되고, 외면하게 되며, 양비론으로 가게 된다. 나 같은 외부인으로선 기껏해야 조선일보와 오마이뉴스 양쪽의 보도내용을 합친 다음, 절반으로 뚝 잘라서 반신반의하는 정도가 최선일 수밖에 없다. 인터넷이나 다른 찬반세력의 주장을 보면 어떻게 명료해지지는 않고 보다 이야기가 복잡하고 극단적으로만 달려가는데, 거기에 이런저런 찌질이들의 악플까지 읽다 보면 그야말로 이 문제 자체를 외면하고 그냥 푹 잊어버리고만 싶다. 하지만 일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나라가 결코 "약자에게 관대한" 사회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경우에도 늘 "당하는 사람이 또 당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일단 당하는 쪽에 귀를 기울여 보아야 한다. 물론 그들의 주장이 늘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든지 당하는 사람은 더 억울하게 마련이다. 게다가 이번 경우처럼 정부가 개입되는 경우에는 십중팔구 당하는 사람이 억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언젠가는 나 역시 그들의 입장이 되어 눈물을 흘릴 날이 오지 않겠는가? 하지만 억울한 건 이해해도 도무지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원리원칙을 따지기보다는 차라리 약삭빠르고 속 편하게 일찌감치 체념하는 게 나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누가 감히 피해자인 그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처지를 딱하게 여길 망정, 모니터에서 눈을 돌리면 금세 잊어버리는 나 자신도 결국 방관지에 불과하다는 생각에까지 미치면, 차라리 그냥 외면하는 게 속 편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은 이처럼 간사하고 이기적인 것이다.

대추리 사태에 있어 그곳 주민들이 일방적인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른바 "에버랜드 옆에 30년 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집이 있다"는 얼마 전의 어느 뉴스로도 조금이나마 짐작이 가능하다. 이것이야말로  "강자" 옆에 붙어있는 "약자"의 설움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 아닐까 싶다. 삼성이 지난 1970년대에 에버랜드(자연농원)를 만들면서 그 인근의 땅을 모조리 사들였는데, 유독 바로 옆에 있는 작은 땅을 구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금 그곳에는 어느 노부부가 살고 있는데, 일찍이 전기를 끌어오려고 했더니 한전에서 거기 한 가구만 써야 하니 "설치비가 많이 들어 안 된다"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에버랜드에는 전기를 펑펑 쓰고 있으니 거기서 끌어오면 되지 않을까 해서 에버랜드 측에 물어보았더니, "차라리 땅을 팔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라"며 오히려 압력을 주더라는 것이다. 노부부는 선산이 거기 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팔 수는 없다고 맞섰고, 결국 에버랜드 측으로부터 완전히 "찍혀"서 30년 내내 전기 없는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에버랜드 측이야 "우리와는 무관하다"며 모른척 하겠지만, 그 기사가 보도된 직후에 추가로 노부부의 집으로 취재를 하러 가던 기자를 에버랜드 측에서 큰길에서부터 딱 가로막으며 접촉을 제한하기까지 했다니, 솔직히 자기들이 떳떳하면 무엇때문에 그랬을까? 참으로 가진 놈들이 더한다더니, 삼성이나 그 계열사들이 아무리 이런저런 캠페인이며 별 쌩짓거리를 하며 잘난 척을 해도, 정작 자기 바로 옆에 남이 둥지 틀고 사는 것 하나 너그러이 봐주지 못하는 무뢰한들임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다. 두 노인네도 그렇지. 차라리 "치사하고 더럽다"면서 보상 적절히 받으시고 다른 곳에 가셔서 편이 사시면 될 것을, 선산도 좋지만 그렇게 불편하게 굴욕까지 당하면서 사실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의 생각일 뿐이다. 솔직히 지금 내가 사는 이 아파트를 갑자기 무슨 개발지구로 삼는답시고 나보고 갑자기 여기서 나가라고 하면, 나는 순순히 "그러노마"고 나갈 수 있겠는가? 멀쩡하게 살고 있던 사람을 무작정 내쫓는 것이야말로 솔직히 정말 말도 안 되는 짓거리이다. 그리고 제아무리 돈으로 보상을 해준다 하더라도, 차라리 그거 없이 그냥 하루하루 농사 지으면서 사는 게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속 편할 수 있다. 오늘 뉴스를 보니 판교 아파트 분양권 추첨 결과가 발표되었다고 하는데, 친구 중에 할아버지가 판교 토박이로 사시다가 일전에 판교 개발 붐이 일면서 거액의 보상금을 받아 가족과 함께 분당 어느 아파트로 이사가셨다고 한다. 그냥 보통 금액도 아니고, 정말 그 집안의 어느 누구도 다시는 벌 수 없을 만한 거액이었다. 덕분에 소식이 뜸하던 자식들이며 일가친척들이 뻑하면 찾아와서 온갖 아양을 다 떨고 하는데, 장손이면서도 부모님과 이래저래 관계가 껄끄러웠던 그 친구로선 이런 상황이 그리 마음에 들진 않았던 모양이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에게 할아버지 요즘 어떻게 지내시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차라리 토지 보상금을 받지 말고 그냥 계속 거기서 농사를 지으시는 편이 더 나았을 것 같다고만 대답했다. 팔순이 다 되신 노인이 제아무리 많은 돈을 갖고 있더라도 결국 자식들만 좋고 말지, 하긴 아파트에 혼자 들어앉으셔서 무슨 낙이 있으시겠는가.

무분별한 개발이며 부동산 투기도 문제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 나라가 아무리 봐도 "한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곳이라는 거다. 아무리 대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있다 하더라도, 그때문에 무고한 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강요할 수는 없다. 아무리 국가의 이익이 목전에 있다고 해도, 그때문에 무고한 국민들을 강제로 고향에서 쫓아낼 수는 없다. 제아무리 보상을 해주고, 제아무리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소용없다.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으로서의 권리와 사람의 목숨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회라면, 어떻게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까지 써서 주민들을 쫓아낼 수 있다는 것일까? 노무현만을 욕한다거나, 미국만을 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언젠가는 나 역시 그들처럼 "힘 없는 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이처럼 "한 사람"이 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취급받는 사회에 살아간다는 것이 문득 끔찍하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렇지 않은가?

................

아무것도 아닌 존재...
하루 그렇게 저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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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중  - 이태준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낑 하고 안전 지대에 올라섰습니다.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차장은 '땡땡'하면서 지나왔습니다.

또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이 차장도 '땡땡'하면서 지나왔습니다.

  그 다음 전차가 또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구나."
  하고 이번 차장은 내려와서,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 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하고 갔습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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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5-04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아니지만 시보다 더 ( )하므로
위의 ( ) 안에 들어갈 적당한 단어는?
 

손 무덤 - 박노해

올 어린이날만은
안사람과 아들놈 손목 잡고
어린이 대공원에라도 가야겠다며
은하수를 빨며 웃던 정형의
손목이 날아갔다

작업복 입었다고
사장님 그라나다 승용차도
공장장님 로얄살롱도
부장님 스텔라도 태워 주지 않아
한참 피를 흘린 후에
타이탄 짐칸에 앉아 병원을 갔다

기계 사이에 끼어 아직 팔딱거리는 손을
기름먹은 장갑 속에서 꺼내어
36년 한많은 노동자의 손을 보며 말을 잊는다
비닐봉지에 싼 손을 품에 넣고
봉천동 산동네 정형 집을 찾아
서글한 눈매의 그의 아내와 초롱한 아들놈을 보며
차마 손만은 꺼내 주질 못하였다

훤한 대낮에 산동네 구멍가게 주저앉아 쇠주병을 비우고
정형이 부탁한 산재관계 책을 찾아
종로의 크다는 책방을 둘러봐도
엠병할, 산데미 같은 책들 중에
노동자가 읽을 책은 두 눈 까뒤집어도 없고

화창한 봄날 오후의 종로거리엔
세련된 남녀들이 화사한 봄빛으로 흘러가고
영화에서 본 미국상가처럼
외국상표 찍힌 왼갖 좋은 것들이 휘황하여
작업화를 신은 내가
마치 탈출한 죄수처럼 쫄드만

고층 사우나빌딩 앞엔 자가용이 즐비하고
고급 요정 살롱 앞에도 승용차가 가득하고
거대한 백화점이 넘쳐흐르고
프로야구장엔 함성이 일고
노동자들이 칼처럼 곤두세워 좆빠져라 일할 시간에
느긋하게 즐기는 년놈들이 왜이리 많은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선진조국의 종로거리를
나는 ET가 되어
얼나간 미친 놈처럼 헤매이다
일당 4,800원짜리 노동자로 돌아와
연장노동 도장을 찍는다

내 품속의 정형 손은
싸늘히 식어 푸르뎅뎅하고
우리는 손을 소주에 씻어 들고
양지바른 공장 담벼락 밑에 묻는다
노동자의 피땀 위에서
번영의 조국을 향락하는 누런 착취의 손들을
일 안하고 놀고먹는 하얀 손들을
묻는다
프레스로 싹둑싹둑 짓짤라
원한의 눈물로 묻는다
일하는 손들이
기쁨의 손짓으로 살아날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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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5-04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잘려나간 정형의 손목이, 그리고 공장 담벼락에 묻혀있을 그의 손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눈이 시큰거리고 손목이 시큰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