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린이날, 부처님 오신 날...  대추리에서는.. 그리고 지금 너는... 

어젯밤 네 늦은 전화를 받게 된 그 시간, 마침 서재에 올라온 대추리 관련 암담한 글들을 읽으며 나의 즐거웠던 하루를 '반성'하던 중이었다. 너의 전화.. 내일 그러니까 오늘 대추리로 올라간다고, 지금 학교로 가서 자고 내일 아침 친구들 몇과 출발한다고. 엄마는? 피식 웃으며 당연히 거짓말 했다고. 농활가는 걸로 알고 계신다고.

울컥 고마웠다. 미안했다. 그리고 부끄러움..

너를 처음 '알게 되었던 그 때' 가 생각난다. 그때 우리가 서로를 알지 말았다면, 아니 그저 대충 알았다면... 지금 너는 훨씬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을까? 돈 쓰고 시간 꼻고 몸 고되고 머리 복잡한 민노당 당원활동과 총학관련 활동 등, 그런 번거롭고 복잡한 일들 남의 몫으로 여기고 다른 친구들처럼 그저 '장학금' 타기 위해 공부 열심히 하는, 혹은 여친과 열나 데이트하며 행복한 고민하는 그런 파릇파릇한 새내기 시절을 보내고 있을까? 너는 그때 왜 실천성 없는 공염불 같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이 움직여서 지금 거기 있는걸까? 너는 왜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약한 사람들의 아픔에 초점을 맞추고 공권력의 폭력에 예민하여 공허한 내 말에 귀기울여 버린걸까? 너는 왜...

선생-교사란 참 위험한 직업이란 걸 너를 보며 절감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는 실천하지도 못하는 온갖 힘겨운 문제들을 나불대고는 아이들이 따라오면 따라오는데로 움츠리고 안따라오면 안따라온다고 투정부리지. 나는 그리 살지도 못했으면서, 또 앞으로도 너처럼 온 몸과 마음을 던질 자신도 없으면서.. 그래서 부끄럽다. 하루종일 니가 나를 부르는 '샘'이라는 말이 부담스럽고 쪽팔린다. 던져버리고 싶다. 누가 누구의 선생이란 말인가.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끼게 하고 나아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사람, 그가 선생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고백하건데 아나키, 니가 나의 '샘'이다. 벌써 오래전부터.

선택은 지가 하는 것! 이라는 말을 해야할까? 니 인생은 니가 만들어 가는 것? ! 그런 말 해야할까? 물론 그건 당연한 말이지. 그렇지만 그래서 더 미안하고 안쓰럽다. 이제 내가 네게 할 수 있는 건 뭘까? 친구로서 남는것? 당연하지 이미 우리는 친구다. 동지지! ㅋㅋ 무사히 내려오너라. 아니 잡혀가는 경험이 더 나을까? 이런 무책임한... 친구 같으니라고..ㅋㅋ 암튼 남은 오월 중 어떤 날이든 내 하루를 너에게 바치마. 그날. '박치기'를 보고 밥을 먹고 네 모험담을 듣고 듣고 또 듣고!

 

2006. 5. 5. 오늘 하루도 편안한 일상 속에서 이기적이고 부끄러운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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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s 2006-05-0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잘 읽었습니다. '땅콩선생,...' 얼마 전에 너무 잘 읽고 댓글 인사라도 드려야지 하다가 잊고 있었어요. 제 학창시절 만났던 따스한 선생님들이 생각납니다..^^

해콩 2006-05-0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저는 '땅콩선생'이 아니라 '해콩'이구요, 그 리뷰는 제가 좋아하는 글샘샘꺼서 쓰신거랍니다. 암튼 반갑고...또 부끄럽네요. 근데 아나키 녀석이랑 연락이 닿지 않아 걱정이예욤. 잡혀갔으면 어쩌죠? ㅠㅠ

waits 2006-05-06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글샘님 리뷰 읽으며 전 '땅콩선생님=해콩님'이신 줄 알았어요..^^;; 그 전에도 마음에 두고는 있었는데 하는 일 때문에 준비하느라 뒤늦게 그 책 읽으면서, 좋았거든요. 아무려나, 그 아나키군... 들리는 소식은 너무 절망적이지만 별 일 없었으면 좋겠네요.

심상이최고야 2006-05-06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키가 대추리에 갔군요... 걱정이 됩니다....

해콩 2006-05-06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있노?" 문자를 넣어놓고 한 시 즈음까지 소식을 기다리다 꼬박 잠든 새벽 두 시. 정적을 뚫고 전화가 울렸습니다. 풀이 죽은 목소리로... "샘..지금 경찰서예요" "그래.. 우짜노? 몸은 괜찮나?" "여기 저기 많이 맞았어요. 아파요" "...우짜노.. 우짜노.. 언제 오노? 내일 내려오나?" "글쎄.. 지금 조사받아야해요." "그래 니는 보내줄끼다." "근데 샘, 다음 주에 뵐 수 있을까요?" "당연하지. 말했다 아이가.. 니가 1순위다." "그럼, 샘.. 전화 끊어야할 것 같아요." "그래. 또 연락해라.. 알았제?" "예.." 그리곤 사라졌습니다.

미안한 마음 계속 들고 날씨처럼 감정이 엉기는데.. 감정의 과잉일까요? 우울하네요. 오늘, 어떻게 보내야할지 모르겠어요.

심상이최고야 2006-05-07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일 없기를 바랬는데.... 여기 저기 맞고 경찰서에 가게 되었네요. 하루 빨리 부산으로 내려오기를....

해콩 2006-05-07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심상님.. 오랫만이죠? 미안~ 용서해줄거죠? ^^;
아나키는... 그 후로 연락이 없어요. 맘이 쓰여서... 문자를 보내놓고 조심조심 기다리는 중이지요. 연락오면 바로 알려드릴게요.

해콩 2006-05-08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저희 아나키 오늘 무사히(아니 유사히..)돌아왔습니다. 통화를 했는데 목소리는 여전히 상기된. 군경이 만명이 투입되어 대추리 들을 뒤덮었답니다. 연행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어서 몸이 조금 아프구요, 밥을 굶기지는 않았지만 단무지와 김치로 일관된 반찬에 불만이 많았답니다. 아! 당근 폰은 빼앗겼다네요. ^^
암튼 저도 나름대로 조신한(?) 생활 끝입니다.
걱정해주셔서 고마와요, 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