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켄 로치에 대해 예전에 쓰다 만 글 하나...

오늘날 좌파로 산다는 것의 의미 - 세계영화계의 마지막 빨치산
 
   역사란 향수가 아니다. 역사는 왜 우리가 지금의 모습인지, 우리가 누구인지, 왜 우리가 현재의 상황에 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역사가 향수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부르주아들에게 적합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그들이 계속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역사는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을 설명해주며 따라서 역사를 탐구하여 민중들에게 그들의 역사를 되돌려 주는 것은 감독으로서 갖는 책임 중 하나인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야말로 미래를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민중의 과거에 대한 생각을 조절할 수 있다면 당신을 그들의 현재를 재조정할 수 있고 현재를 조정하게 되면 결국 그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 대한 민중의 생각을 조정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  켄 로치

가끔 주변의 지인들에게 너는 '좌파'라는 말을 듣곤 한다. 인터넷상의 심심풀이 심리 테스트에서 진보성 유무를 판별하는 테스트에서도 비교적(?) 진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을 보아서 어느 정도 그런 구석이 있기는 한 모양인데 나는 누군가에게 '좌파'라는 말을 들으면 지금도 마음이 뜨끔하다. 그런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좌파란 말을 듣기엔 많이 부족하다는 자괴가 들어서이고, 우리 사회가 아직도 좌파를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직장 생활하는데 어떤 불편(좌파라는 것이 단지 불편할 정도의 수준이라니 세상 살기 참 좋아졌다.)이나 있지 않을까 가슴 죄게 되기 때문이다. 어느 직장에나 수구보수꼴통들은 있기 마련이지 않은가?  

한 일년쯤 전의 일이었던 것 같다. <시네 21>을 보다가 김규항이 우리나라에는 어째서 '켄 로치' 같은 감독이 나오지 않느냐는 요지의 말을 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장선우, 여균동 감독 같은 이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뭐 요지는 그랬던 것 같다. 두 사람이 한 때 마당극 문화운동 등에 참여했던 것은 사실이고, 나름의 중요한 역할들을 했지만 현재로선 그들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기 참 어렵게 되었다. 나는 그들의 영화들을 보면서 세상에 어떤 긴장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좌파란 세상을 긴장시키는 존재이어야 한다. 진보나 변혁 혹은 대안이란 것은 기성 사회와 불화하지 않을 수 없으며 긴장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장선우나 여균동 감독의 영화가 기성 사회에 어떤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는 흔적을 현재로서는 발견할 수 없다.

 칼 마르크스는 "<인간을 인간으로서> 생각하고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로 생각하라. 그러면 당신은 사랑에는 사랑으로서만, 신뢰에는 신뢰로서만 교환하게 될 것이다. 예술을 감상하려고 한다면 당신은 예술적 훈련을 받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영향력을 갖고 싶다면, 당신은 실제로 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발전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사랑을 일깨우지 못하는 사랑을 한다면, 곧 당신의 사랑이 사랑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만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생명의 표현>에 의해서 당신 자신을 <사랑받는 자>로 만들지 못한다면, 당신의 사랑은 무능한 사랑이고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라고 말한다. 좌파의 기본 요소는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인간으로서'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로 사랑에는 사랑으로만 신뢰에는 신뢰로서만 대하는 것.

  이렇게 말하면 너무 원칙적이고, 도덕적이지 않은가 하고 물을 지 모른다. 너무 이상적이라고. 그렇다. 우리는 파블로 카잘스가 말한 것처럼 지금 현실 정치나 군사적 긴장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사회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좌파는 더 이상 혁명적 변혁을 주장할 수 있는 세력이 아니고 현재로서는 그럴 힘도 없다. 그러나 바로 지금이 그런 시기이기 때문에 더욱더 좌파의 필요성은 증가한다. 그들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난 지금도 켄 로치 감독의 영화를 보면 어디 방 구석, 책상 밑 같은 구석진 곳을 찾아들어가 꺼이꺼이 울고 싶어진다. 뭐 대단한 운동권 출신인 탓도 아니고(오히려 전혀 관련없는 축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단순한 이유에서이다. 서럽기 때문이다. 보시면 알 게 될 것이다. 실제로 <랜드 앤 프리덤>을 보고나서도 그렇게 울었다. 영화 속의 그 주인공이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사회주의 순수성은 여지없이 짓밟혔고, 그래도 그는 살아남아 영국에서 노동당이 집권하는 것을 보았고, 또 그 노동당이 노동자들을 배신하는 것을 보았고,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 산 중에서 어떻게 살해당했는지 보았고, 칠레에서 세계 최초로 선거에 의해 수립된 사회주의 정권이 미국 CIA와 칠레 우파군부에 의해 어떻게 처참히 무너지는 지 그는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그 모든 것들을 지켜보며 자신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살았으리란 생각이 들자 나는 너무나 서러운 나머지 울지 않을 수 없었다.(그리고 이 말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글 베껴가는 건 좋지만 이런 개인적인 느낌을 담은 건 첨삭이라도 하고 자기 홈피에 올리길 바란다.) 장선우나 여균동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자신의 이상을 아주 쉽사리 접고 흔히 말하는 연착륙이란 것을 거뜬히 해내는 알바트로스들을 본다. 함 선생이 바보새라고 말했다는 바로 그 새. 하늘에 떠 있을 때는 그렇게 우아하게 날지만 그들이 땅에 내려왔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들이 얼마나 뒤뚱거리며 걷고 있는지 알 게 되었던 것이다.(뭔 말인지 모르시는 분은 저녁 9시 뉴스를 열심히 보시라. 과거 노동운동의 대부, 학생운동의 지도층, 존경받는 대학 교수들이 모여 앉은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그리고 역시 자신을 돌아보시라. 이 말이 과연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이라고 해당사항이 없을까!)
 

.......죄송하지만 좀더 자세한 내용은 이곳으로(http://windshoes.new21.org/directer-kenloach.ht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설] 10대들에게 단체리플함/김어준

여행을 떠나시라 세상의 상식을 알게된다

둘이 좋아 미쳐 팔짝 뛰는 연애들 많이 하시라 (인류 문화자산 대부분은 그 덕이다 )

독립 않고 어른 못된다 어여어여 집 나가시라

한겨레
» 김어준/딴지일보 총수
[관련기사]
세설

1.

지난 번 ‘10대들에게 고백함’ 글에 메일 쇄도했다. 웬일이니. 10대도 한겨레 보는구나. 장하다. 그 대부분은 엉아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인생 상담 리퀘스트. 두발 자유화란 고리쩍 이슈가 여적이니 기막혀 글쓰긴 했다만 이실직고 하건대 본인 평소 10대 문제에 극히 무관심한, 내 한 몸 건사하기도 부산한 작자다. 10대 문제에 관한한, 뭐 좀 삐거덕대는 구석 있는 거야 그 나이에 당연한 거고 다소간 좌충우돌 후 대충 알아서 균형들 잡아갈 텐데 청소년 이야기만 나왔다 하면 어른들 뭔 각을 그리 잡고 심각하게 호들갑 떨어대는지 나 원 참, 주의자다. 이따위 사고방식이니 상담엔 한참 자격미달 되겠으나 어쨌든 뱉어 놓은 말들이고 답장 한 장 안 했으니 에라이, 기왕 구라친 거 이 지면 통해 단체로 리플코자 한다.

2.

하고픈 말, 첫 번째. 여행, 떠나시라. 우리나라, 작다. 지리적으로도 그렇지만 더 협소한 건 생각의 폭. 우리, 도시 국가다. 모두 같은 동네 사람들. 같은 옷 입고 같은 거 먹고 같은 곳에서 살고 같은 유행 따른다. 그러니 다르면 틀린 거고 틀리면 자기만 따 될까 싶어 다들 눈치 보며 산다. 씨족사회. 떠나시라. 세상 넓다. 다른 거 많다. 다른 거 겪어들 보시라. 겪어보면 알게 된다. 다 다른 게 정상이란 걸.



그렇게 여행하며 다른 거 겪다 보면 어느 순간 그 다른 거 속에 공통분모가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 여행가면 일단은 다른 것만 보인다. 하다못해 버스 타도 토큰 내는지 회수권 내는지 동전 내는지 정기권 내는지, 탈 때 내는지 내릴 때 내는지, 나라마다 다 다르다. 그런데 충분히 많은 곳 여행하고 나면 어느 순간 불현듯 결국 버스 탈 땐 돈 낸다, 는 본질만 남게 된다. 그게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토고든 수리남이든 통하기 마련인 보편상식이다. 사람, 그냥 그거 가지고 살면 된다. 나머진 다 잡소리다. 그거 체득할 가장 좋은 방법이 여행. 떠나시라.

3.

두 번째. 연애들 듬뿍 하시라. 세상엔 대체제가 없는 게 있다. 다른 무엇으로도 그 효용과 가치를 대신할 수 없는 거, 그런 게 드물지만 있다. 연애가 그렇다. 연애가 대뇌피질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촉진시켜 증폭시키는 생체 에너지의 고양 정도는 놀라운 거다. 인류 문화자산 대부분은 결국 그 덕이다. 둘이 좋아 환장하고 미쳐 팔짝 뛰고 틈만 나면 물고 빨고 잠시라도 헤어지면 큰 일 나는 줄 아는 연애, 최대한 많이 하시라.

연애할 때 몇 가지 팁. 가장 중요한 거. 본전의식 버리셔들. 약게 하는 연애는 얕아 완전연소가 안 된다. 돌려받을 수 있겠다 싶은 만큼만 미리 정산해 주지 말고 그냥 줘. 연애에 기법이 있다면 그 정수가 그거야. 미련 없이 줘. 그리고 사랑해 헤어진단 소린 대략 조까는 소리다. 유약한 자아의 ‘아무래도 불리한 상황 도래가 명백한 조건에서 지레 수건 던지고 남은 자존심 주섬주섬 챙겨 그나마 맵시 있게 토끼기’라는 연애처세의 가소로운 수작이다. 그러니 제발 그 소린 하지 마셔들. 관계 생명이 다한 거라고 사실대로 고백하셔들. 그러다 결혼. 결혼은 그 사람이 아니라 아차 그 사람인 줄 안 사람과 하는 거다. 결혼과 관련해선 한 가지만 기억하자. 그거 숙명이 아니라 제도다.

4.

세 번째, 집 나가시라. 한 푼이라도 자기 힘으로 벌 수 있다면, 코딱지만 한 공간이라도 등 댈 수 있다면, 바로바로 집 나가셔들. 어른이 뭔가. 제 몫 제가 감당하는 자다. 사는 거 매 순간 불확실한 선택이다. 그 선택 스스로 하고 그에 따르는 리스크 기꺼이 감당하는 자가 어른이다. 그런데 선택엔 항상 비용이 따른다. 선택이 원래 그런 거다. 선택이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감당하는 거다. 그런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는 대부분의 고민은 바로 그 비용을 어떻게 하면 지불하지 않을까 하는 데서 비롯된다. 가능하면 공짜로 가고 싶은 거다. 우리나라에선 이 비용의 마지노, 부모가 평생 대신 감당한다. 그래서 결혼하고도 어른 못 된 자, 우리나라엔 수두룩하다. 평생 누군가의 자식이기만 하다. 그거 효도 아니다. 그거 삶 자체를 부모에게 위탁하고 평생 징징거리며 사는 기생이다.

하지만 우주 운행의 절대 원리. 세상, 공짜 없다. 작용 있음 반작용이 있단 뉴튼 제 3법칙도 결국 그 소리다. 뭐든 선택하면 그에 대한 비용, 반드시 따른다. 그거 못 받아들여 자기 인생만 억울하다 여기고 사는 자들 지천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결정하는 게 결코 아니다. 그런 선택들이 모여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거다. 그 결과를 스스로 부인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선택도, 누가 뭐랄 수 없다. 그리고 그래야 자유인 될 수 있다. 독립들 하시라. 독립하지 않고 절대, 어른 못 된다. 그러니 어여어여 집 나가시라.

5.

네 번째, 사람, 동물인 거 잊지 마시라. 우리, 동물이다. 지금처럼 수많은 규칙과 관습을 만들어내 이렇게 번잡하게 동물이 아닌 양 산지 그리 오래 안됐다. 그 보다 훨씬 오랜 세월 우리 종을 지구상에 살아남게 만든 본능적 감각들, 그 복잡하고 인위적 규칙들 덕분에 많이들 퇴화됐다. 특히 최근 몇 백 년 사이의 우리나라에선 명분론, 관념론이 유난히 득세한 지라 그 퇴화, 유난하다. 그거 잊지 말아야 한다. 당당한 한 마리의 수컷과 암컷으로 세상 주눅 들지 않고 살 수 있게 만드는 힘, 거기 있다. 지면도 다 됐고 이만 줄이니 뭔 소린지 잘 모르겠거든 그냥 외워두시라. 언젠가 문득 느낌이 올 거다. 그때 그 느낌 꽉 붙드셔들. 인생 행복한 한 마리 동물로 살 수 있음, 그게 장땡이다.

6.

마지막으로 한겨레 많이들 봐주시라. 한겨레, 10대 니들이 많이 봐줘야 하는 신문이다. 본인은 이 글로 이 칼럼 마지막이다. 잘 먹고 똥들 잘 싸셔. 꾸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설] 10대들에게 고백함/김어준
머리 길러도 공부 잘할 수 있다
사랑의 매는 없으면 매는 매일 뿐이다
사회에 나와도 영어 그다지 필요없다
남자는 군대 가야 사람된다? 천만의 말씀
그런데 담배 피면 머리 나빠지는 건 대충 맞다
한겨레
» 김어준/딴지일보 총수
[관련기사]
1.

두발 자유화. 이 쌍팔년도 이슈,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참, 후지다. 바리깡으로 학생 관리하겠다는 발상이 여전히 유효한 교육정책이 된다는 거, 정말 후지다. 이 사안 관련해 한 일간지에 기고한 어느 현직교사는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학생들처럼 머리를 기르고 교내에서 키스를 할 정도로 우리사회가 성숙되지 않았고 우리 학생들에게는 그럴 만한 자정능력이 없기에 두발 자유화 반대한다 하셨다. 머리 길이와 교내 키스를 등가 나열하는 것도 의뭉스럽고 두발과 자정능력을 관련짓는 것도 이해하기 힘드나 결정적으로 당혹스러운 건 정말 우리 학생들의 자정능력이 부족하다면 그 능력 배양할 교육을 기획할 일이지 아예 머리 잘라 가두는 게 옳단 말인가. 아, 좌절스러워.

2.

해서 결심했다. 사실대로 고백키로. 10대들, 지금부터 잘 들어주시라. 이거 어른들끼리 암묵적 합의로 당신들에겐 그 접근을 원천차단 해 온 기밀 되겠다. 어디 받아 적어들 두셔. 먼저 두발과 공부의 상관관계. 한 마디로, 없다. 학생이 공부나 하지 머릴 왜 길러. 왜 못 길러. 다리털, 겨드랑이 털, 꼬추털과는 다르게 두개골 털에는 DHA 함유되어 있나. 진짜 이유는 털이 아니라 통제권 문제다. 머리털 내주면 쥐고 있던 학생 통제권 상실할까 두려운 거다. 선생님 자신들도 그 방식으로 육성됐다. 물론 자신들도 싫어했다. 하지만 편하다. 통제에 용이하니까. 그래서 계속 한다. 외모 신경쓰면 공부 못한다. 아니다. 외모만 신경쓰면 못한다. 외모도 신경 쓰고 공부도 잘 할 수 있다. 두발 자유화. 데모들 열심히 하시라. 털 단속. 교육적 역사적 법적 정당성 없다. 건투 빈다.

3.

말 나온 김에 딴 것도 고백하자. 공부 열심히 하면 훌륭한 사람 된다. 거짓말이다. 우리나라 공교육 열심히 따라가면 시험 잘 치는 사람 된다. 시험 잘 치면 훌륭한 사람 되나. 아니다. 시험 잘 치면 점수 잘 나온다. 점수와 훌륭한 사람과의 상관관계. 없다. 그럼 판검사나 의사들은 다 훌륭하시게. 그 양반들 중 안 훌륭한 분들도 무척 많으셔. 단, 점수 높으면 연봉 높을 확률, 상대적으로 높다. 그건 맞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건 또 아니다. 돈 버는 능력과 공부 능력, 별개다. 그럼 왜 어른들이 공부공부 하나. 불안해서. 공부 외에 어떻게 훌륭한 사람 되는 건지 어른들도 모르니까. 아니 보다 근본적으로는 어떤 사람이 훌륭한 사람인지, 어른들 모른다. 물론 공부 잘 하면 좋다. 유용하다. 하지만 공부와 훌륭한 사람, 관계없다.


다음, 성 문제. 먼저 자위. 이거 또 10대 남자들 많이 고민한다. 답부터 말하자. 돈 워리. 머리 절대 안 나빠져. 긴장해소에 아주 좋아요. 정신건강에도 좋아. 몸이 요구하는 만큼 해주셔들. 손은 씻고. 그리고 포르노. 맘껏 보셔. 선생님들도 다들 넉넉히 보셨어. 죄의식 가질 거 없다. 실은 포르노보다 그로 인한 죄의식이 조장하는 성에 대한 이중적 태도가 더 나쁘다. 근데 그거 과장됐단 건 알고들 보셔. 영화잖니. 실제론 그렇게 안 돼요. 이성교제. 뭐 하고 싶다고 맘대로 되는 영역은 아니다만 할 수 있다면 해. 그러다 섹스. 둘이 합의된다면. 콘돔 꼭 써. 직전에 거둔다느니 까불지 말고. 임신 절대, 절대 조심. 섹스가 죄가 아니라 온전히 스스로 감당하고 책임질 수 없는 일 저지르는 거, 그게 죄다.

될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한 우물을 파라. 아니다. 떡잎만 봐선 모른다. 떡잎은커녕 나이 서른 넘어도 몰라. 우리 공교육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재능은 무엇인지, 자신이 원하는 건 뭔지 사유하고 각성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공교육 바로 그거 하라고 있는 건데. 하여 우리나라엔 대학졸업하고도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원하는 게 뭔지, 뭘 하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그런데 어떻게 한 우물을 파. 그러니 호기심 가고 궁금한 건 뭐든 닥치는 대로 덤벼들 보시라. 인생 790년 못 산다. 하고 싶은 건 겁먹지 말고 다 해봐.

그리고 영어. 스트레스 많이 받지. 이거 못하면 바보되는 거 같지. 사회 나가도 이거 꼭 필요하다고 그러지. 거짓말이다. 영어로 지구온난화나 벤담 공리주의 매일 토론하며 살 것도 아닌 데 영어 죽자 사자 할 거 없다. 영어로 유엔 연설할 것도 아니고. 사실 유엔 연설도 우리말로 돼. 나중에 영어로 심각한 비즈니스해야 할지 모른다. 그럼 어설픈 영어 말고 실력 있는 통역사 수배해. 물론 잘 하면 좋은 점 있다. 도구가 하나 더 느는 거니까. 영어는 도구다. 어른들은 영어를 신분의 표식, 능력의 징표로 여겼기 때문에 자기 열등감에 그렇게들 영어, 영어 하는 거다. 다시 말하는 데 영어는 도구다. 취미 맞으면 하고 안 맞으면 그냥 다른 과목처럼만 해. 그래도 돼.

4.

시작해놓고 보니 많다. 지금부턴 좀 짧게. 사랑의 매. 그런 거 없다. 매는 그냥 매다. 악법도 법이다. 아냐. 악법, 바꿔야 한다. 악법 만나면 싸워. 시민불복종 공부하고.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노. 하나 보면 하나 안다. 사람 속단 하는 거 아니다. 남자는 군대 가야 사람 된다. 천만에. 가야 하니까 가는 거야. 선생님들 진학지도. 참고만 하셔. 사실 선생님들도 그 과 나와서 실제 뭐 하는지 모른다. 하면 된다. 거짓말. 군바리 정권시절 까라면 까라고 만든 문구. 안 되는 거 있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 핑계다.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구축하라고 국가 있다. 적어도 삼국지 10번 읽어라. 쓸데없다. 철저히 한족 중심사관의 재밌는 무협지. 제갈공명이 칠종칠금 했던 남만 호족이야기에서 배울 건 베트남인들 불굴의 정신이다. 제갈공명 꾀가 아니라. 동방예의지국. 이건 우리 조상들이 공물상납 잘하고 종주국 예우 잘한다는 중국인들 칭찬이다. 뭐 자랑스러울 거 없다. 담배 피면 머리 나빠진다. 경험상 그건 대충 맞다. 심지어는 정력도 감퇴돼. 각오는 하고 하라고. 오늘은 여기까지. 담에 또 봐. 안녕.

5.

아참 그리고 얘들아, 우리 한겨레 좀 읽어주라. 노땅신문 되서 쉰내 나 죽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6-06-03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훌륭한 글인데... 이걸 아이들에게 읽혀도 될까???? .... 고민된다.
 
 전출처 : 바람구두 > 켄 로치, '팔수' 끝에 칸느영화제 접수하다

켄 로치, '팔수' 끝에 칸느영화제 접수하다
[오마이뉴스 2006-05-29 21:42]
[오마이뉴스 하성태 기자] 96년이었을 거예요. 영화 잡지 KINO가 주최하는 시사회에서 켄 로치 감독을 처음 만났던 때가. 스페인 내전에 뛰어든 지식인 좌파들의 이야기를 현재와 연결시켜 좌파안의 모순을 그려냈던 묵직한 이야기 때문에 '아 영화가 이런 이야기도 그릴 수 있구나', 놀라움으로 봤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때 한참 역사나 사회에 대해 예민하던 때였기도 했지만 한총련의 연대 사태 직후라 더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던 영화였죠.

그 켄 로치, 영국의 좌파이자 리얼리스트인 노장 감독이 7전 8기 끝에 칸 국제영화제 그랑프리를 거머쥐었군요. 28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제 5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영국 거장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에 부는 바람>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2006 Sixteen Films Ltd.
ⓒ2006 Sixteen Films Ltd.
1920년대 아일랜드의 독립운동을 그린 이 작품은 스페인 내전을 다뤘던 <랜드 앤 프리덤>과 은근히 비교되는 작품입니다. 9˙11 이후 정치적 행보를 거듭해 온 칸느영화제의 성향을 반영하는 듯하네요. 심사위원장이 왕자웨이였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의외의 선택일 수도 있고요. <28일 후> <나이트 플라이트>로 얼굴을 알린 질리언 머피가 주연을 맡았네요.

켄 로치 감독은 <달콤한 열여섯> <빵과 장미> <레이닝 스톤> <랜드 앤 프리덤> 등의 작품으로 경쟁부문에 8번째 도전한 끝에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습니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켄 로치 감독은 "아일랜드의 독립투쟁은 외국인들에게 현재 미국의 이라크 전과 같은 울림을 준다"고 말한 바 있는데요. 시상식에서도 "영국의 과거 제국주의 역사를 다루는데 작은 진보가 있길 바란다"며 영국 정부에 대해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영국 프리시네마의 전통을 이어받은 켄 로치는 대중적인 화법으로 역사와 진보, 그리고 계급에 문제, 복지사회 영국의 이면을 파헤쳐온 원칙 주의자입니다. 국내에서는 그의 영화 중 <빵과 장미> <레이닝 스톤> <랜드 앤 프리덤> 등이 개봉됐고요. 다수의 작품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됐으며 DVD와 비디오로 그의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초기작 <하층민들>은 리얼리즘 계열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보리밭에 부는 바람>은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무장투쟁에 나서는 두 형제의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아마도 <랜드 앤 프리덤>과 동일한 계보위에 놓는 게 적당할 듯하네요. 그래서 더 반가운 영화구요.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볼베르>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데 그쳤네요. 악동에서 성숙한 면모를 거듭 보이고 있는 알모도바르는 언제쯤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가져갈지 궁금해집니다.

<21그램>을 연출했던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아나리투가 자국인 멕시코 영화 <바벨>로 감독상을 수상한 것도 눈에 띄네요. 아시아권으로는 주목할 만한 시선에 중국의 왕 차오 감독이 <럭셔리 카>로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치색을 띤 영화들이 강세를 보인 올 칸느영화제에서 한국영화는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채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주목할 만한 시선에,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감독 주간에 초청되는데 그쳤습니다. <괴물>이 2회 상영되는 동안 국내외 언론에 극찬을 이끌 낸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하네요. 필름마켓에서도 역대 한국영화 수출 최고가를 경신하며 이미 제작비의 절반을 넘게 회수했다니, 그것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요?

* 각 부문 수상작/자 리스트

-황금종려상: <보리밭에 부는 바람> 켄 로치, 영국
-심사위원 대상: <플랑드르> 브뤼노 뒤몽, 프랑스
-심사위원상: <붉은 길> 안드레아 아널드, 영국
-감독상: <바벨>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 멕시코
-각본상: <볼베르> 페드로 알모도바르, 스페인
-남우주연상: <영광의 날들> 자멜 데부제, 사미 나세리, 로슈디 젬, 사미 부아질라, 베르나르 블랑캉
-여우주연상: <볼베르> 페넬로페 크루즈, 카르멘 마우라, 롤라 두에나스, 블랑카 포르틸로, 요하나 코보, 추스 람프레아베
-황금 카메라상: <12시8분, 부쿠레슈티의 동쪽>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루마니아
-단편영화상: <스니퍼> 보비 페어스, 노르웨이
-주목할 만한 시선: <럭셔리 카> 왕차오, 중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수업시간에 강조하던 ''이라는 한자다. ㅋ '정 정'으로 새겨주면 모르지만 '초코파이 정'이라고 하면 다들 알아듣고 머리를 끄덕끄덕한다. 초코파이를 알겠다는건지... 한자를 안다는 건지.. --;;
암튼 녀석은 수업시간에 자주 이용하던 이 글자를 사용함으로써 나의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100%성공했다.

참으로 촌스러운 저 복장이 나라니.. 헐~ 그러나 칠판에는 大, 天, 多, 一, 川, 王, 玉, 金, 犬 등, 초등학생도 콧방귀를 뀌고 감직한 쉬운 한자를 써두었다. 영어만큼이나, 아니 그것보다 더 한문-한자를 싫어하는 녀석으로서 이 한자들을 외워서 썼다는 것 역시 내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 게다가 리본까지 붙여서 장식한 저 화려한 나의 자리를 보라!! '지상최고의 자리'에 '당신은 이 자리에서 빛난'단다. ^^;;

옆 페이쥐로 가보자. "선생님... 우리 서로 화나는 일이 있어도 한 바퀴 돌고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옵시다..." 감동 그 자체다. 내게 이 말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끝까지 읽으시라~




"스승의 은혜" 밑에 녀석이 스스로 내게 한 약속을 살펴보자. *선생님 말씀 잘듣기 *은혜를 알자 *공부 열심히 하자 * 성공해서 돌려주자 * 선생님 시집 갑시다.. 이 정도면 되나? 안되나? 그리고 왠 허여멀건 사내.. ㅋㅋ 사내 부분을 확대해보자! 아래



현빈쯤 되는 줄 알고 누구냐고 물었더니 잡지에 있길래 그냥 붙인거란다.. --;;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뭐, 정성이 갸륵하니 일단 접수하기로 하고..

이 카드는 카드 안의 카드로 숨어있다. 저 화살표 부분을 당기면 드러나게 되어있는 첨단 기술!! 아무나 감히 따라할 수 없는!!


젤 뒷면이다. 자세히 보면 더 재미있는데 일단 보이는 부분만 다시 읽어보면 " ㅇㅇㅇ쌤 선생님 저 ㅇㅈ입니다. 처음으로 편지 써봅니다. 지금까지 속썩인 것 일단 미안죄송하구요, 앞으로는 더 잘 할 자신 있어요.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영어에도 취미 붙여볼 생각입니다. 선생님 때문에 한 번 해보려구요. 이런게 선생님의 力(빨간 동그라미 부분)인가봐요" 사실 녀석이 가끔 염장을 지르지만... 이 순간, 용서해버렸다. ㅠㅠ

밑에 조그만 글씨.. "오늘 만은 쉬셔도 됩니다"

그리고 오늘의 명언..."1초라는 시간은 돌리지 못해도 1초라는 시간 뒤엔 많은 기억과 추억이 남습니다"

문자메시지 내용..." 당신이 오늘의 주인공(부분에 까만 동그라미)입니다." + "선생님과 제자 사이 잊지 말고 끝까지 지켜갑시다. 기억 추억 만들어가요 하트"

엄청난 '내공'이다.




사실 녀석과 나는 3주에 걸쳐 냉전 중이었다. 교무실에서 너무 버릇없이 말하기에 벌컥 야단쳤더니 내게 삐쳐서는 거의 3주 동안 나랑 눈을 맞추지 않았다. 나도 뭐 저 아니면 말할 아이 없나 싶어 쌩~ 하면서 내가 말하고 싶을 때는 말걸고 반응이 없어도 별로 신경쓰지 않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가 어느 날 아침, 너무 예쁜 꽃마리를 음료수병에 꽂아두었길래 "이건 마음씨 예쁜 사람에게만 보인다던데~"했다. 이건 진심이었다. 고 예쁜 꽃마리를 보는 순간, 녀석에 대한 '화'가 눈녹듯이 사르르... 그리곤 아마 따뜻해진 눈빛으로 녀석을 보았겠지.

체육대회때 팔씨름 선수로 나간 녀석을 응원하고 거리낌 없이 말하고, 그 후 소풍 가서 또 사진찍고 놀고.. 그리고 돌아온 스승의 날, 세 시간에 걸쳐 만들었다는 이 카드를 받았다. 너무 좋아서.. 애들에게 막 자랑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새로 산 디카로 처음 찍은 사진들.. 이것이다.

스승의 날 전 주 토요일,  스승의 날 등교하게 되었음을 알리면서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고 편지만 써달라고 했다. 당일, 1교시, 담임시간. 교실로 밍기적 밍기적 올라갔더니 녀석들은 그 흔한 풍선 하나 붙이지 않고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써오라했던 편지조차 없이 썰렁~하게. 예상했던 바였고 원하던 바였기에 너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런데 ㅇㅈ와 ㅈㅎ 두 녀석이 편지를 써왔다. ㅇㅈ는 이 카드와 함께 초코파이 하나를 내밀었다.

이 카드를 반 아이들 앞에 흔들어대면 희희락락하던 담임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의아해했다. 지금까지 받아본 선물 중에 최고라는 것, 아이들이 믿을까? 지금도 보기만 하면 실실 웃음이 난다.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almas 2006-05-30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하나 살짝 누르고 갑니다~
(너무 부러워요 ...)

조선인 2006-05-30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보통 선생님이 아니라니깐. *^^*

해콩 2006-05-30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하하하하... '자뻑' 중이기 때문에 모든 부러움과 찬사를 받아들입니다. ㅋㅋ

연우주 2006-05-30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부럽군요. 와....

해콩 2006-05-30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분~ 맘껏 부러워하시와요~
요즘 녀석의 수업태도도 좋아져서.. 우리 아이들 "담임이라서 너무 행복해요~"
(이러다 언제 또 삐질지 모르지만... ^^;;)

프레이야 2006-08-03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콩님, 처음 인사드려요. ^^ 정말 좋은 선생님이시군요.. 부럽습니다. 아이들이랑 이렇게 허물없이 사랑으로 정으로 지내시군요. 자뻑~ 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