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업시간에 강조하던 '情'이라는 한자다. ㅋ '정 정'으로 새겨주면 모르지만 '초코파이 정'이라고 하면 다들 알아듣고 머리를 끄덕끄덕한다. 초코파이를 알겠다는건지... 한자를 안다는 건지.. --;;
암튼 녀석은 수업시간에 자주 이용하던 이 글자를 사용함으로써 나의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100%성공했다.

참으로 촌스러운 저 복장이 나라니.. 헐~ 그러나 칠판에는 大, 天, 多, 一, 川, 王, 玉, 金, 犬 등, 초등학생도 콧방귀를 뀌고 감직한 쉬운 한자를 써두었다. 영어만큼이나, 아니 그것보다 더 한문-한자를 싫어하는 녀석으로서 이 한자들을 외워서 썼다는 것 역시 내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 게다가 리본까지 붙여서 장식한 저 화려한 나의 자리를 보라!! '지상최고의 자리'에 '당신은 이 자리에서 빛난'단다. ^^;;
옆 페이쥐로 가보자. "선생님... 우리 서로 화나는 일이 있어도 한 바퀴 돌고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옵시다..." 감동 그 자체다. 내게 이 말이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끝까지 읽으시라~

"스승의 은혜" 밑에 녀석이 스스로 내게 한 약속을 살펴보자. *선생님 말씀 잘듣기 *은혜를 알자 *공부 열심히 하자 * 성공해서 돌려주자 * 선생님 시집 갑시다.. 이 정도면 되나? 안되나? 그리고 왠 허여멀건 사내.. ㅋㅋ 사내 부분을 확대해보자! 아래

현빈쯤 되는 줄 알고 누구냐고 물었더니 잡지에 있길래 그냥 붙인거란다.. --;;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뭐, 정성이 갸륵하니 일단 접수하기로 하고..
이 카드는 카드 안의 카드로 숨어있다. 저 화살표 부분을 당기면 드러나게 되어있는 첨단 기술!! 아무나 감히 따라할 수 없는!!

젤 뒷면이다. 자세히 보면 더 재미있는데 일단 보이는 부분만 다시 읽어보면 " ㅇㅇㅇ쌤 선생님 저 ㅇㅈ입니다. 처음으로 편지 써봅니다. 지금까지 속썩인 것 일단 미안죄송하구요, 앞으로는 더 잘 할 자신 있어요.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영어에도 취미 붙여볼 생각입니다. 선생님 때문에 한 번 해보려구요. 이런게 선생님의 力(빨간 동그라미 부분)인가봐요" 사실 녀석이 가끔 염장을 지르지만... 이 순간, 용서해버렸다. ㅠㅠ
밑에 조그만 글씨.. "오늘 만은 쉬셔도 됩니다"
그리고 오늘의 명언..."1초라는 시간은 돌리지 못해도 1초라는 시간 뒤엔 많은 기억과 추억이 남습니다"
문자메시지 내용..." 당신이 오늘의 주인공(부분에 까만 동그라미)입니다." + "선생님과 제자 사이 잊지 말고 끝까지 지켜갑시다. 기억 추억 만들어가요 하트"
엄청난 '내공'이다.

사실 녀석과 나는 3주에 걸쳐 냉전 중이었다. 교무실에서 너무 버릇없이 말하기에 벌컥 야단쳤더니 내게 삐쳐서는 거의 3주 동안 나랑 눈을 맞추지 않았다. 나도 뭐 저 아니면 말할 아이 없나 싶어 쌩~ 하면서 내가 말하고 싶을 때는 말걸고 반응이 없어도 별로 신경쓰지 않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다가 어느 날 아침, 너무 예쁜 꽃마리를 음료수병에 꽂아두었길래 "이건 마음씨 예쁜 사람에게만 보인다던데~"했다. 이건 진심이었다. 고 예쁜 꽃마리를 보는 순간, 녀석에 대한 '화'가 눈녹듯이 사르르... 그리곤 아마 따뜻해진 눈빛으로 녀석을 보았겠지.
체육대회때 팔씨름 선수로 나간 녀석을 응원하고 거리낌 없이 말하고, 그 후 소풍 가서 또 사진찍고 놀고.. 그리고 돌아온 스승의 날, 세 시간에 걸쳐 만들었다는 이 카드를 받았다. 너무 좋아서.. 애들에게 막 자랑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새로 산 디카로 처음 찍은 사진들.. 이것이다.
스승의 날 전 주 토요일, 스승의 날 등교하게 되었음을 알리면서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고 편지만 써달라고 했다. 당일, 1교시, 담임시간. 교실로 밍기적 밍기적 올라갔더니 녀석들은 그 흔한 풍선 하나 붙이지 않고 덩그러니 앉아있었다. 써오라했던 편지조차 없이 썰렁~하게. 예상했던 바였고 원하던 바였기에 너무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런데 ㅇㅈ와 ㅈㅎ 두 녀석이 편지를 써왔다. ㅇㅈ는 이 카드와 함께 초코파이 하나를 내밀었다.
이 카드를 반 아이들 앞에 흔들어대면 희희락락하던 담임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의아해했다. 지금까지 받아본 선물 중에 최고라는 것, 아이들이 믿을까? 지금도 보기만 하면 실실 웃음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