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고양이


작사 체리필터,한경록
작곡 체리필터
노래 체리필터


내 두 눈
밤이면 별이 되지

나의 집은 뒷골목
달과 별이 뜨지요

두번 다신
생선가게 털지 않아

서럽게 울던 날들
나는 외톨이라네

이젠 바다로
떠날 거예요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깊은 바다
자유롭게 날던 내가

한 없이 밑으로만
가라앉고 있는데

이젠 바다로
떠날 거예요

거미로 그물 쳐서
물고기 잡으러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버린@


나는 낭만 고양이

슬픈 도시를 비춰
춤추는 작은 별빛


나는 낭만 고양이

홀로 떠나가버린
깊고 슬픈 나의 바다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어제 메가박스 간 김에 티켓교환권으로 [하얀 아오자이]표를 한 장 더 끊었다. 누구든지 원하는 사람 줘버려야지 생각하면서. 도서실에서 공부하다가 문득 ㄷ혜에게 여름방학 숙제를 훌륭하게 해온 상으로 영화 함께 보기로 한 것이 생각났다. 아침에 접선해서 "국제 영화제 영환데.. 볼래?"했더니 역시 관심을 보인다. 2교시 마치고 내려오너라 했더니 ㅁ정이랑 함께 왔다. 딱~ 단정한 범생 스타일인 우리 ㅁ정이는 그동안 내가 아무리 같이 영화보러 가자고, 놀러가자고 꼬셔도 안 넘어오던 녀석이다. 영화보는 것 별로 안 좋아한다나? '그런데 우짜노? ㅁ정이는 같이 가고 싶은데 표가 진짜 구하기 힘들거덩. 내꺼랑 딱 두 장밖에 없는데... 미안하다'고 해두고 급하게 표를 구했다. 같이 갈래? 했더니 역시 '오늘 시간은 있어요'ㅋ 저 도도한 허락을 보라!! 암튼 그렇게 셋이서, 다른 아이들이 알면 차별한다고, 공부 잘하는 범생이만 좋아한다고 삐질까봐, 우리 셋이서만 비밀로 해두고 8교시 보충도 빼먹고 수정역에서 만나 극장으로 출발.

오무토피아에서 각종 다양한 퓨전 오무라이스로 배를 잔뜩 채우고 20분만에 해운대를 가볍게 한 바퀴 돌아주고 극장 로비에서 표를 넘겨받은 후 각자 흩어진 자리에서 러닝타임 두 시간 이십분 정도의 짧지 않은 영화를 함께 봤다. 너무나 예쁜 베트남 사람들과 그들의 더할 수 없이 소박한 행복을 철저하게 짓밟는 관리, 지주, 프랑스, 미국. 너무나 선명한 주제.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ㄷ혜왈 "샘, 정말 좋았어요."

지하철 입구까지 바래다주고 혼자 버스를 기다리고, 타고 돌아오는 버스 안. 피곤하지만 잠은 오지 않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글샘 2006-10-17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아오자이를 짓밟은 사람들 중에 대한국인도 있었습니다. 따이한이라 불리던 군인들...

해콩 2006-10-17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랬지요.
 

출근했더니 [정ㄱㅁ샘의 훌륭한 마무리 글..] 이 쿨메신저 속에서 나를 (아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퇴근하기 전에 열심히 써서 샘들 모두에게 보냈나보다.
생각나는 일 하나. 오늘 아침... 1교시 감독들어가는 길에 장님과 딱 마주쳤다. 습관적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다음 순간 고개를 들어보니 장님의 얼굴은 나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외면'당했다. 삐지셨나보다. 그럴 만도 하지. 그럴 만도 한가?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정ㄱㅁ입니다. 날씨가 덥습니다.

오늘 오전에 회람하였던 '학교 관리에 대한 난상토론에 참여할 수 없는 이유'란 제목의 교장선생님께 드리는 서명에 대한 결과 보고겸 몇 자 적어봅니다.

모두 51분의 선생님들께서 서명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A4지 한장의 변(辯)과 선생님들의 서명을 모아 정한철선생님과 제가 함께 교장실로 가서 선생님들의 뜻이니 읽어보시라며 전해 드렸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선 알겠다고, 읽어보겠노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곤 나왔습니다.

혹 동참의사는 있으셨으나 만나 뵙지 못해 서명하지 못하신 선생님껜 죄송합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한 빠듯한 시간 동안이었지만 많은 선생님들의 동참에 기쁩니다.
함께 하신 선생님들과 연대의식을 느낍니다.

서명하지는 않으셨지만 마음만은 동의하신 몇 분들의 소수 의견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생각엔 동의하지만 서명을 하기엔 선뜻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 굳이 이런 사안으로 서명까지 받아야 하는가? 좀 더 세련되게 조정할 수 없는가?
- 서명이라는 표현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서명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가?

더 좋은 방법이 없었을까요? 저도 다시 한 번 반문해 봅니다.
물론 마음으로도 동의하지 않으시는 반대 의견을 가진 선생님들께서도 계신 것으로 압니다. 그 분들께선 좀 언짢으셨으리라 생각도 듭니다. 어떤 분들께선 교직원 사이의 위화감만 조성하는 일이라고 말씀도 하십니다. 걱정하시고 염려하시는 마음에서 하시는 말씀인 줄 잘 압니다.그러나 볼테르는 이렇게 이야기했죠.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21세기의 우리가 적어도 18세기의 볼테르 정도는 넘어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재의 모습을 본다면 볼테르가 웃을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려. ㅎㅎㅎ)

화합과 단결을 위해선 우선 자기의 목소리와 색깔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냥 초록은 동색이니 두리뭉실하게 가자구요? 구별되고 분별되는 것이 있어야 화합도 있는 것이고, '개체'가 있어야 '우리'도 있는 법이죠. '개인'의 정체성이 전제되지 않은 '우리'의 정체성이란 것이 가당키나 합니까. 전 우리 사이에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소통되고, 그것으로 풍부해져야 화합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유의 나무는, 진보의 열매는 결코 하늘에서 떨어지는 법이 없죠. 쟁취하는 것이죠. 쟁취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쟁취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죠. 현상 유지가 아니라 우리 교육공동체를 더 살찌우기 위해서 앞으로도 바꾸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교사집단 안에서의 형식적 일반민주주의의 틀마저도 유지가 안된다면, 어떻게 우리가 아이들 앞에서 민주주의를 논할 수 있습니까. 저는 이번 일은 첫단추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단추를 어떻게 채워 나가는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겠지요. 어떤 단추를 어떻게 채워야 할까요?

이런 일들을 계기로 우리 선생님들 사이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저는 우리의 장님께서 자신의 말만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할 줄 아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들 사이의 소통을 촉진시킬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급 관료로서의 장(長)이 아니라 우리 선생님들 사이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위로부터 받은 권위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진정한 권위를 획득할 줄 아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우리 낙동을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을 도와 드리면, 교장선생님께서도 우리에게 감사히 여기지 않으실까요? 전 우리 교장선생님이 불치하문(不恥下問)의 자세 정도는 가지고 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냥 주저리 쓴 글이었습니다.
소통을 바라는 한 켠에서 던진 작은 공이니 마음으로 받으신 분들 감사합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루 두 세 시간씩 시험감독 하느라 바쁘시죠? 소중한 선생님의 시간을 뺏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살짝 듭니다. 하지만 ‘오늘’ 이 이야기를 꼭 해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을 드립니다.


예, 선생님. 오늘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직원회의’에서의 교사의 발언권에 대한 것입니다. 물론 ‘민주적인 회의진행 과정’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요. 저는 지금껏 ‘회의’란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를 수 있는 의견을 조율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나가는, 누구에게나 열린 ‘소통의 場’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구성원 모두에게 평등한 발언권이 전제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런데 저는 올해, 교사의 발언권을 빼앗는 ‘교직원회의’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기억하시지요? 네. 세 번입니다. 발언하시던 선생님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발언 중에 일방적 제지당하셨고, '교무회의는 사전에 교장의 ‘허락’을 받아야 발언할 수 있다', '교사는 교장의 지시와 명령을 받아야한다'는 제지 이유와 “교장 말에 자꾸 ‘말대꾸’해도 되는 겁니까?”, “지금 교장의 '지시'에 '불응'하는 겁니까?” 등의 폭언을 들었습니다(저는 폭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건 분명 원활한 회의진행을 위한 의사진행 발언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왈가왈부하는 시간만으로도 발언 중이던 선생님께서 충분히 말씀을 마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차치하더라도 저는 당시 교장선생님의 그 말씀들이 당황스러웠습니다.

․ 교무회의 때 발언을 하려면 교사는 사전에 교장의 허락을 받아야하나요?

․ (저는 아직 못 봤지만) 그런 규정이 있나요?

․ 교무회의는 이미 결정된 사항을 교사들이 일방적으로 ‘지시’, ‘전달’ 받기만하는 시간인가요?

․ 우리는 '우리들 교사와 아이들에 대한 사안'에 대해 늘 교장선생님이나 부장회의에서 결정 된 내용을 지시받거나 전달 받아야하는 수동적인 존재인가요?

정말... 그런가요? 그렇다면 '부족한 시간을 고려하고 회의 진행자를 배려하여 우리들의 의견을 최대한 자제하지만, 사안에 따라 교사 개인이 필요성을 느낀다면 누구든지, 언제든지 발언할 수 있다'는 지금까지의 제 생각은 교장선생님의 말씀처럼 수정되어야 하나요?


그래서 지난 9월 28일. 5교시에 여섯 분의 샘들이 (노ㅎㅈ, 윤ㅇㅈ, 정ㄱㅁ, 정ㅎㅊ, 최ㅈㄱ, 최ㅎㅇ) 교장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들은 이야기는 위의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새로운 제안을 하나 하셨는데 10월 10일, 이 문제에 대한 ‘난상토론’을 하자는 것이었죠. 10일이 시범학교 협의회가 잡혀있다고 11일(바로 오늘입니다)로 옮기자고 하셨지만 중간고사 기간에 전교직원이 남아서 토론을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나요? 하여 날짜를 토요일 CA나 HR시간으로 옮기자는 제안을 했습니다만 교장선생님께서는 그냥 강행한다고 하셨고 며칠 전에는 ‘발언할 사람은 교무기획에게 신청하라‘는 글을 게시판에서 읽었습니다.


진행과정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신청자에 한해서 발언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과연 ‘난상토론’인가요? 저는 토론 중에 상대방의 발언을 듣고 갑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각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미리 신청하지 않는다면 그럴 때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나요? 사실 ‘난상토론’자체도 즉흥적으로 제안된 것이었고 이후에도 교사들의 의견을 묻는 과정 없이 그저 ‘통보’되었습니다. 그 날짜 역시 일방적으로 정해진 것이고 날짜가 변동된 후에도 그 이유나 진행방법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들은 적 없습니다. 발언할 사람은 ‘신청’하라는 게시판의 유인물 한 장이 전부였죠.


하여 애초에 문제를 제기했던 스무 명 남짓의 저희들은 오늘 난상토론을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저희 중 누구도 발언을 신청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이유입니다. 토론날짜, 방법을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우리 교사들의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저희들이 문제를 제기한 바로 그 부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저희는 ‘교무회의’에 대한 교장선생님의 위와 같은 생각은 분명 우리 교사들의 생각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당신께 알려드리기 위해 여러 선생님들의 서명을 받으려 합니다. ‘난상토론’에 신청자가 한 명도 없다는 이유로 교장선생님께서는 당신의 생각과 행동이 우리들의 동의를 얻은 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고, 결국 교사들이 교무회의 때 발언을 하려면 사전에 교장선생님의 허락을 구해야 한다는 사실과 교장의 ‘지시’와 ‘전달’을 받는 것은 교사의 본분이라는 사실을 우리들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교사들의 문제제기는 단순히 ‘말대꾸’나 ‘지시에 불응’하는 유치한 행위로 전락할 수도 있겠지요. ‘침묵= 동의’로 해석되는 상황은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 자주 일어나지 않습니까?


선생님, ‘교무회의’는 ‘직원들이 여러 가지 학교 업에 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회의’이어야하지 않겠습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이번 일로 회의에서의 개인의 발언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달았습니다. 마지막까지 보장받아야하는 것은 ‘내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라는 것, 그것이 ‘모든 권리의 시작’이라는 사실도 함께 말입니다.


선생님, 저희와 함께하실 거지요?


2006. 10. 11. 새벽 두 시. ㅇㅇㅇ 삼가 드림.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코마개 2006-10-11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이거 님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인가요? 이런 반인권적인 일이...

BRINY 2006-10-11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관리자란 사람들은...그런데, 관리자란 자리가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들이 관리자로 선호되는 걸까요.

2006-10-11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11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콩 2006-10-11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간만예욤. 이것이 대한민국 학교의 현주소이죠. 우리 장님께서 조금 시대착오적인 면이 심하긴 하지만...
브리니님.. 원래 그러하신 분들이 장님이 되시어 또 그러하신 분들과만 어울리다 보니까 점점 더 그러해지시는 것 같아요. 어쩌나요? 오랫동안 그리 살아오셨기 때문에 쉽게 고쳐지지도 않을 것 같은데...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얄지 걱정예욤.
 

조례시간. 오늘은 야간자율학습을 정말 자율로 실시하겠다고 칠판에 썼다. 오늘 하루만은 내 허락 받지않고 원하는 장소에서 스스로 공부해보라고. 그/러/나/ 반드시 8교시 보충은 하자고. 그게 나의 조건이라고. 그리고는 하루 종일 한 명도 내려와서 보충수업 빠지겠다고 이야기하는 아이가 없어서 내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나보다 여겼다.

7교시 정규수업 후... 어쩔까 하다가 아무래도 직접 올라가 출석체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이들을 못 믿은 건가.. 아무튼 올라가는 계단에서 우루루 도망치는 우리 반 녀석들 한 무더기와 부딪혔다. 째려보며 “당장 올라가라” 그리고 교실에 들어갔더니 반이 빈자리다. 이건 아니다 싶어 인상 팍 구기며 남아있는 녀석들에게 “문자 넣어서 빨리 오래고 해라” 한 명 두 명 들어오는 녀석들.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야자 자율로 해주면 보충도 째고 싶은 거가? 정말 느그들... 너무한 거 아니가?”라고 푸념을 늘어놓은 뒤, 미수에 그친 녀석들을 째려보았다. 보충시작 종이 울려서 교실을 나오는데 반장 ㄷ원이와 녀석과 친한 ㅇ정이가 올라온다. 나를 보며 배시시 웃는다. 순간 기분이 팍 상했다. 반성하는 표정을 잔뜩 짓고 있어도 용서할까 말까인데 웃어? 그동안 내가 너무 편하게 해줬나? 하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버럭 고함을 질러댔다.
“야, 정원, 반장이 그래도 되는 거가? 샘이 뭐라데? 니 권리 찾기 전에 니가 해야할 일 똑바로 해야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그러면서 무슨 비판을 하고 무슨 권리를 찾겠단 말이고? 다른 녀석들이 다 가도 반장 부반장 느그 세 명은 남아있어야하는 거 아니가? %^&*(%^니 학년 초에 그런 각오도 없이 반장 출마했던거 아니제? 아니제?”
내일이 시험인데 이렇게 야단을 쳐서 되겠나? 싶어 결국 나중에는 목소리를 낮췄다. 녀석의 눈꼬리가 새초롬해진 것도 내 언성을 낮추는데 영향을 미쳤다. 분명히 삐진게다. 아휴~~
 

결국 문제는 보충수업시간을 자습시키는 것이 사단이다. 지난번에도 ㄷ원이가 반장으로서 담임에게 문제제기를 했었고 내 조언대로 자습주는 샘께 가서 말씀도 드렸다는데 '중간고사 이후에나 수업을 하실 거고 중간고사 기간까지는 계속 자습을 줄 계획'이라고 하셨단다. 그러니 중간고사 바로 전날인 오늘 같은 날, 아이들이 한시라도 빨리 하교해서 부족한 과목 시험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왜 들지 않으랴. 그리고 솔직히 보충을 아이들이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닌 이런 상황에서 담임이 무조건 아이들의 선택, 책임운운하기에는 너무 웃기는 것이다. 아무튼 아이들의 입장...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용서는 안 된다. 아니 '용서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하다. 대한민국 학교에서 내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면 사사건건 아이들을 '지나치게' 이해하고 용서해버리게 되고 결국 담임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동료교사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 아이들에게까지 들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한다. 오로지 '공부'의 명목으로 아이들을 '잡아주어야'하는 것이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담임이 해야하는 가장 큰 임무인 것이다. 아이들도 그걸 원하지 않는 것 같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아이들은 이율배반적이다. 잡으면 잡는다고 놓으면 놓는다고 불만인 것이다. 나는 그런 비판과 욕을 감내할 용기가 없다. 하여 올해는 교묘하게 잡는 시늉을 하면서 갈등이 첨예해지지 않는 적당한 선에서 '자율'을 인정해주는 '척'하고 있다. 한 마디로 약아진 것이다.

 

그나저나 조만간 관리자님께 ‘보충수업은 자습 주면 안 되는 거 아닐까요? 그러니 자꾸 아이들이 보충수업시간에는 도망을 가고 담임입장에서 지도하기가 힘이 드는데 어쩌지요?’하고 넌지시 문제제기를 해봐야겠다. 사실... 보충수업시간에 들어가지 않는 샘들도 있다는 풍문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공부에 대한 불안감을 은근히 유도하여 자율을 빙자한 타율로 아이들 대부분을 참여하게 하는 보충. 그 보충을 도망간다고 길길이 날뛰는 담임. 철저히 수익자 부담을 원칙으로 하기에 보충시간에 자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그런 샘들의 주의를 환기시켜달라고 관리자에게 건의하는 모습은 사실 이런 시스템이 더 오래 유지되도록 도와주는 행위가 아닐까. 문제가 곪도록, 그래서 저절로 터져서 치유되도록 내버려두는 방법을 선택해야하는 걸까? 그동안 아이들이 아픈 건 어떻게 하고? 모/르/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콩 2006-10-10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을 넘기면 안 될 것 같아 아침에 교감샘께 말씀을 드렸다. 교감샘께서도 '정규수업시간에야 진도 다 나가고 시험전에 자습줘도 되지만 보충은 그러면 안 되는데... "하셨다. 이 때다 싶어 '사실 저희 반 반장도 지난 번에 문제를 제기했었었고.. 아이들이 그러한데 학부모님이야 당연히 문제라고 생각할 겁니다.'라는 말까지 살짝 덧붙였다. 금요일 아침 직원회의 시간에 말씀하겠다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