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했더니 [정ㄱㅁ샘의 훌륭한 마무리 글..] 이 쿨메신저 속에서 나를 (아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퇴근하기 전에 열심히 써서 샘들 모두에게 보냈나보다.
생각나는 일 하나. 오늘 아침... 1교시 감독들어가는 길에 장님과 딱 마주쳤다. 습관적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다음 순간 고개를 들어보니 장님의 얼굴은 나를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야말로 '외면'당했다. 삐지셨나보다. 그럴 만도 하지. 그럴 만도 한가?



안녕하세요. 선생님들. 정ㄱㅁ입니다. 날씨가 덥습니다.

오늘 오전에 회람하였던 '학교 관리에 대한 난상토론에 참여할 수 없는 이유'란 제목의 교장선생님께 드리는 서명에 대한 결과 보고겸 몇 자 적어봅니다.

모두 51분의 선생님들께서 서명에 동참해 주셨습니다. A4지 한장의 변(辯)과 선생님들의 서명을 모아 정한철선생님과 제가 함께 교장실로 가서 선생님들의 뜻이니 읽어보시라며 전해 드렸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선 알겠다고, 읽어보겠노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곤 나왔습니다.

혹 동참의사는 있으셨으나 만나 뵙지 못해 서명하지 못하신 선생님껜 죄송합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한 빠듯한 시간 동안이었지만 많은 선생님들의 동참에 기쁩니다.
함께 하신 선생님들과 연대의식을 느낍니다.

서명하지는 않으셨지만 마음만은 동의하신 몇 분들의 소수 의견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생각엔 동의하지만 서명을 하기엔 선뜻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 굳이 이런 사안으로 서명까지 받아야 하는가? 좀 더 세련되게 조정할 수 없는가?
- 서명이라는 표현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서명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가?

더 좋은 방법이 없었을까요? 저도 다시 한 번 반문해 봅니다.
물론 마음으로도 동의하지 않으시는 반대 의견을 가진 선생님들께서도 계신 것으로 압니다. 그 분들께선 좀 언짢으셨으리라 생각도 듭니다. 어떤 분들께선 교직원 사이의 위화감만 조성하는 일이라고 말씀도 하십니다. 걱정하시고 염려하시는 마음에서 하시는 말씀인 줄 잘 압니다.그러나 볼테르는 이렇게 이야기했죠.
"나는 당신이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당신의 의견을 말할 권리를 위해서는 죽도록 싸울 것이다."
21세기의 우리가 적어도 18세기의 볼테르 정도는 넘어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재의 모습을 본다면 볼테르가 웃을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려. ㅎㅎㅎ)

화합과 단결을 위해선 우선 자기의 목소리와 색깔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냥 초록은 동색이니 두리뭉실하게 가자구요? 구별되고 분별되는 것이 있어야 화합도 있는 것이고, '개체'가 있어야 '우리'도 있는 법이죠. '개인'의 정체성이 전제되지 않은 '우리'의 정체성이란 것이 가당키나 합니까. 전 우리 사이에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소통되고, 그것으로 풍부해져야 화합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유의 나무는, 진보의 열매는 결코 하늘에서 떨어지는 법이 없죠. 쟁취하는 것이죠. 쟁취의 결과물뿐만 아니라, 쟁취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이죠. 현상 유지가 아니라 우리 교육공동체를 더 살찌우기 위해서 앞으로도 바꾸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습니까. 교사집단 안에서의 형식적 일반민주주의의 틀마저도 유지가 안된다면, 어떻게 우리가 아이들 앞에서 민주주의를 논할 수 있습니까. 저는 이번 일은 첫단추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단추를 어떻게 채워 나가는가는 우리 모두의 몫이겠지요. 어떤 단추를 어떻게 채워야 할까요?

이런 일들을 계기로 우리 선생님들 사이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저는 우리의 장님께서 자신의 말만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할 줄 아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들 사이의 소통을 촉진시킬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급 관료로서의 장(長)이 아니라 우리 선생님들 사이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위로부터 받은 권위에 의지할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진정한 권위를 획득할 줄 아는 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우리 낙동을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을 도와 드리면, 교장선생님께서도 우리에게 감사히 여기지 않으실까요? 전 우리 교장선생님이 불치하문(不恥下問)의 자세 정도는 가지고 계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냥 주저리 쓴 글이었습니다.
소통을 바라는 한 켠에서 던진 작은 공이니 마음으로 받으신 분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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