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바다 - 향기로운 포토 에세이 1
김연용 사진과 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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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책을 봤을 때 바다에서 노는 개가 참 예쁘고, 아버지와 ‘바다’가 나란히 앉아 한곳을 응시하고 있는 사진이 너무 맘에 들어서 충동구매 했다. 그리고 지금 후회가 없느냐. . . 있나, 없나? ^^ 햇빛 받아 하얗게 반짝이는 바다, 바다에서 일하시는 아버지, 바다에서 뛰어노는 ‘바다’라는 이름의 개. . .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다 담긴 사진들이라 좋~다. 나도 이런 사진 찍고 싶다는 욕심에 책이 곱게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사진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 같다. 이따금씩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문학이나 예술이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사진집을 읽다가 ‘관계’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와의 관계, ‘너’와의 관계,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과의 관계를 확인하고, 표현하는 수단으로 예술이 있다는 생각. 아들이 아버지를 바라보는 시선, 아버지가 일하시는 바다를 보는 시선, ‘바다’ 개를 보는 시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선 속에서 ‘관계들’을 본다.

막막한 갯벌 위에서 길잡이 줄이 끊겨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이제는 바람과 햇볕으로 방향을 가늠하시며 나름대로 사는 법을 체득한 눈 먼 아버지의 모습에 가슴이 아리면서도 생명의 힘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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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귀고리 소녀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양선아 옮김 / 강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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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겪게 되는 갈등들을 모두 담은 놓은 듯 전형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사랑, 질투, 성장, 열정 등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관계의 밀고 당김에 따라 역동적으로 표현하였고, 사물들의 빛과 색을 보는 것으로써의 그림, 정돈된 배경 속에 흐트러짐 하나를 만들어주는 균형과 일탈의 미가 담긴 그림을 알게 해주었다. 이야기하는 힘 역시 대단하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가 없다. 열심히 이야기를 좇다보면 그림이 한번씩 척~하니 나타나 그림이 만들어진 순간에 함께 있는 듯 현장감을 더해 준다, 그 절정은 단연 ‘진주 귀고리 소녀’ 그림이다. 그 그림이 완성되기까지의 팽팽한 긴장과 애증이 절정에 이르고 책장을 넘겨 그림을 마주했을 땐 숨이 멎는 듯 했다.

소녀에게 화가는 운명적 사랑이었다, 손만 닿아도 불에 닿은 듯 뜨거운 첫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신분이 맞지 않는 위험한 사랑. 반면 푸줏간 집 아들은 현실적인 사랑이었다, 가난한 그녀의 집 식탁에 고기를 놓아줄 수 있는, 그래서 엄마를 기쁘게 해 줄 남자. 그 두 사랑 사이를 오가는 소녀의 마음은 드라마 소재로 곧잘 쓰이는 뻔한 갈등 구도이지만,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일은 뻔하게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던가.

돈을 벌기 위해 하녀로 일하게 된 열일곱 소녀는 자신이 살던 세계와 전혀 다른 곳에 와서 일과 사람, ‘모든 것들과의 낯설음’을 겪는다. 가족들과 인사하고 집을 떠나는 모습, 주인집에서의 첫 날 그 모습에 나는 대학 진학과 함께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첫 출근하던 날이 생각났다. 그 때 얼마나 낯설어했던가! 앞으로도 몇 번이나 낯설어할까. 소녀를 하녀로 데려가려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주인은 소녀를 사랑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질투는 무섭다. 주인의 딸은 호시탐탐 그녀를 괴롭히고, 동료 하녀는 냉담해졌고, 화가의 아내는 분노한다. 사랑받기를 원하고 그 사랑이 내가 아닌 다른 이에게 향할 때 질투를 느끼는 마음, 그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랴.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갈등으로 서로 다른 두 세계 사이에서의 혼란을 짚고 넘어간다. “그림 역시 우리와 하느님을 이어주는 다리와 같은 거다. 개신교의 촛불이건 가톨릭의 촛불이건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그림은 단지 촛불일 뿐이니까.” 본질을 꿰뚫는 이 말! 그림에 대해서는 한 수 배웠다고 표현하는 게 적당하겠다. 초고속 디지털 시대에 불쑥 마주친, 몇 달 동안 한 작품에 정성을 들이는 그리는 화가의 자세는 낯설면서 존경스러웠다.

화가와의 만남으로 그림에 대해 알아가는 소녀를 통해 우리도 흰구름에 흰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초록색도 있고 잿빛도 들어있다는 것을 배운다.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며 화가는 실제 그 사물과 상관없는 듯한 바탕색들을 칠한 뒤 색을 덧칠해 사물이 받고 있는 ‘빛’을 색으로 표현한다. 아~ 그렇게 그림을 그리는구나. 나는 이제야 그림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사물의 빛은 카메라 옵스큐라를 통해 볼 때 더욱 잘 드러난다. 그 시대에는 신기한 큰 상자였던 그 물건, 지금은 바로 카메라다. 얼마 전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렌즈를 통해 보면 눈으로 볼 때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진이 실제를 왜곡한다고 생각했다, 사진발이라고 하는 것. 그러나 렌즈가 빛을 더 잘 보게 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신기하다.

인상깊은 장면을 꼽으라면, 화가가 무언가를 찾지 못한 그림을 지켜보던 소녀는 참을 수 없는 욕구에 ‘감히’ 대상이 되는 정물에 손을 대는 장면을 들겠다. 정돈된 풍경 속에 눈을 간질이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것. 아하~ 그리고 소녀를 그린 그림에서 허전한 그 무엇을 마침내 찾아내는 장면. 바로 진주 귀고리로 화폭 전체의 균형을 잡아준 것. 오~

끝으로 이 책에 얽힌 내 사연은 이렇다. 직장 상사가 대단한 작품이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빌려달라고 했더니 사서 보란다. 왠지 읽어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결국 사서 읽었다, 소설책을 말이다! 지금은 회사에 책 들고 와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침 튀기며 책 선전을 하고 있다. 내가 이리 될 줄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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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가브리엘 루아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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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소설책이었는데 재밌었다. 심리묘사, 정황 묘사가 세밀한 만연체의 문장이 더러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함께 호흡하도록 하는 힘이 대단했다. 이런 맛에 소설책을 읽는구나 싶었다. 이런 소설의 재미를 열고 들어가면, <내 생애의 아이들>은 열정, 순수, 무언가에 마음을 쏟고 교감하는 일에 대해 새삼 돌아보게 한다.

빨아둔 장갑이 마르지 않아 맨손인 채로 아이를 보내고는 일하는 내내 아이의 손이 시릴 걱정에 잠시 짬을 얻어 털장갑을 들고 교실로 찾아온 엄마, 크리스마스에 선생님께 선물을 하고 싶지만 드릴 것이 없어 울상이다가 눈보라를 헤치고 찾아와 엄마가 고이 간직해둔 손수건 한 장을 건네주고 무척 기뻐하던 아이, 저 멀리 지평선에서 까만 점으로 시작하여 졸졸졸 학교로 흘러오는 아이들을 매일 바라보는 선생님, 선생님에게 사랑의 열병(?)을 앓다가 선생님이 떠나 기차 안으로 야생화로 만든 꽃다발을 던져주던 아이까지. . . 이들의 모습을 좇아 달리듯 책장을 넘겼다. 가슴이 뛰고 숨이 차다^^

다시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리뷰를 쓰다 보니, 어릴 때 엄마가 짜주셨던 털장갑이 생각난다. 처음엔 좋아라 끼고 다니다가 몇 해 지나 다른 애들의 장갑에 비교하면서 슬며시 안 끼고 다녔었는데... 그리고 스승의 날 선생님께 양말 몇 켤레를 건네며 이 선물을 좋아하실까 마음 졸였던 기억도 난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구나^^ 아~ 좀 들뜨고 어설퍼 창피해도 가슴 두근거리는 순간을 살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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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피는 꽃 - 2005년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권장도서
문경보 지음, 윤루시아 그림 / 샨티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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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이든, 영화든 어떤 것에 눈물을 흘리는 일이 거의 없다.너무 감성이 메마른 게 아닐까 한때 고민이기도 했을 정도로^^; 그러니 어쩌다 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릴라 치면 그건 굉장한 사건이다, 바로 이 책이 말이다!

정확히 26쪽을 읽다가 가슴이 벅차 울컥 했다. 반에서 꼴찌하는 아이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자랑스럽게 내보인 일이 별로 없이 늘 무시당하고 교사와 부모의 한숨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학교 축제에서 연극을 하기로 한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보아주며 아이들이 못 하면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다. 연극할 내용을 책으로 읽어줬는데 아이들이 기억을 못하자 프로젝트를 이용해 그림을 보여주는 식이다. 글을 읽을 줄 모르고 말을 더듬는 아이들은 내용을 몽땅 외워버리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각자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한다, 잘 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드디어 공연날, 기대반 우려반 속에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감동하는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환호가 그치자 한 아이가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읽었다. '꼴찌고 바보지만, 그래도 너희들은 남에게 줄 것이 있다고, 너희들이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고 선생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공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습을 하는 동안 우리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자신감 없던 아이들이 공연을 함께 만들며, 사람들 앞에 자신들을 보여주며 얼마나 행복했을까? 그 느낌이 전해져 책을 놓아두고 생각에 잠겼다. 사회생활 하며 사람들에게 나를 보여주는 일에 어려움을 느끼는 내 모습도 떠오르고, 자원활동으로 공부를 가르치며 만나던 한 아이도 생각나고... 그 애는 대학에 들어갔는데 가정환경 탓인지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려워한다, 친구들 사귈 때도 그렇고 아르바이트 구할 때도 그렇고. 제 몫을 타고났을 아이가 활짝 웃지 못하는 게 늘 안타깝다. <흔들리며 피는 꽃> 시처럼 비바람에 흔들려도 자신의 꽃을 세상에 피워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이야기 말고도 글 하나 하나에 나온 아이들의 모습 그리고 그 아이들과 선생님의 관계맺음에 책을 읽는 내내 눈시울을 붉혔다가 슬며시 웃었다가 하며 며칠 동안 이 책을 품에 안고 있었다. 제목에 마음이 흔들~하신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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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아이들 - 새로운 아이들이 몰려오고 있다, 2006년 동아일보 선정 자녀교육 길라잡이 20선
리 캐롤 외 지음, 유은영 옮김 / 샨티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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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부제처럼 ‘새로운 아이들’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대한 보고서이다. 새로운 아이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우리에게 선사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고 지구의 의식을 끌어올릴 것이라고 한다. 인디고, 즉 남색 파동을 띠는 이 아이들은 독립심이 강하고 자유를 추구하며 감성적으로 예민한데 이러한 특성을 존중받아야 자신들의 재능을 펼쳐낼 수 있고, 인디고 아이들을 제대로 대해주는 것,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은 인간의 본성, 직감을 깨우는 것이라고 한다.

직접 목격한 아이들의 사례를 통해 인디고 아이들이 많이 출현하고 있는 현상을 말하고, 무엇을 체크해 보면 그 아이들을 알아볼 수 있는지, 그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대한 엄마의 고민, 선생님의 고민도 함께 엮었다.

2장에는 인디고 아이들이라는 ‘새로운 현상’에 대해 다룬 여러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교육, 즉 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많았다. 저자들 외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연구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많은 정보를 줄기를 잡아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3장은 인디고들의 영적 자질에 대한 글인데, 영성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로웠고, 그런 아이들을 약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이 책을 비롯한 많은 논의와 연구들을 통해 ‘새로운 아이들’을 제대로 바라보고 키워줄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성만이 강요된 20세기를 지나오며 직관에 따르는 삶이나 자유를 추구하는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고 있는데 그런 욕구를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내 자신이, 내 아이가 그런 삶을 살아가도록 힘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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