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짐은 내 날개다
노은님 지음 / 샨티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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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앗! 이렇게 예쁠 수가!! 책과 함께 산 엽서를 보고 난 감탄했다. 웹사이트에서 볼 때는 그냥 귀여운 그림이구나 싶었는데, 그림엽서가 너무 예뻤다. 단순하면서도 개성이 강한, 천진난만한 그림이 단박에 좋아졌다. 이렇게 좋은 기분으로 읽기 시작한 에세이는 한달음에 재미나게 읽었다. 한 얘기가 끝날 때마다 짤막하게 끝난 것에 아쉬워하면서 눈은 벌써 다음 이야기를 향하며 어떤 얘기일까 눈을 반짝였다.

그런데 그녀가 들려주는 삶의 얘기들이 하나같이 드라마틱 또는 기구하다는 말로 표현할 만한데도, 세세하게 길게 쓴 글이 아니었다. 슬펐던 일, 기쁜 일, '나는 세상이 이런 것 같아'라는 얘기를 알맹이만 툭 툭 던져주는 느낌이다. 그래서 힘든 일도 그렇게 힘들었을 거라는 느낌이 안 들고, 괴로움도 기쁨도 눈물도 웃음도 그냥 스쳐 지나가듯 얘기해 준다. 처음엔 그게 낯설었는데, 얘기를 하나 둘 읽다보니 이게 노은님 화가의 모습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 스타일이 좋아졌다. 글에서 그림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좋아졌다. 음... 그래... 이렇게 세상을 사는 사람도 있구나~

이 사람 사는 걸 읽고 나니 세상이 조금 더 친하게 보인다. 어린아이 마냥 삶이 즐거워진 기분이다.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세상을 있는 그대로 두고 툭 툭 말 걸고 싶어지는 기분. 자~ 기분이다. 엽서 9장에 즐거운 마음을 담아 내 좋은 사람들에게 나눠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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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im2 2004-08-03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 서평에 올려졌네. 따뜻한 글이 참 좋다.
 
콩깍지 사랑 - 추둘란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수필집
추둘란 지음 / 소나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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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연히 이 책 쓴 이를 만난다면,  '글 잘 읽었습니다'하고 인사드리고 싶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듯 나붓나붓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문체가 친근하고, 그의 얘길 들었으니 이 사람과 많이 친해진 것 같아 '오늘 얘기 고마웠어요' 하고 인사하고 싶다^^

<아담을 기다리며>를 읽고 이 책도 읽게 되었는데 다운증후군 아기 얘기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그 아기 때문에 힘들었던 날, 또 아기 때문에 행복한 지금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있고, 시골살이, 이웃 사람들, 내 삶에 대한 소박하고 활기찬 이야기들이 더 많다. 자신의 마음이나 생각을 자연스럽게 잘 열어 보이는 글이 편하고 좋아서 '나도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면...'하고 부러웠다. 부럽게 바라보다가, 글에 빠져 차분히 이야기를 읽다가 시골 사람들의 여유와 유머에 웃다가 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 두 개만 꼽으면, '봄날은 흘러 어디로 가는가'와 '모두가 주인공인 잔치'다.

'봄날은...'에서 시골 장에서 일을 다 보고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에 앉아 스물 여덟, 아홉 시절 도시에서 느꼈던 헛헛함을 문득 이해하게 됐던 날의 모습이 마음에 남는다. 지금 내가 헛헛함 마음이어서 그런지 보다. 나도 어느 날 어떤 곳에 앉아 그땐 내가 참 헛헛했었지, 지금 여기가 딱 내자리야 하고 가만히 미소를 지을 날이 오겠지...

이장을 맡았던 분의 환갑잔치를 동네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준 '...잔치'도 참 재밌게 읽었다. 누가 주최고 누구는 주인공, 누구는 손님 그런 구분 없이 모두 잔치를 준비하며 '함께 모여 즐긴다는 그 자체가 아름다운' 잔치 모습... 아이고 좋아라~ 최근에 '어우러짐'에 대한 글을 쓰게 됐는데 이 잔칫날 모습이 많이 떠올랐다. 어우러지는 잔치를 많이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자, 마지막 한마디. '진솔한 삶의 이야기'라는 점, 자기가 사는 모습에 대해 자신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삶에서 길어 올린 생각, 사람들 얘기가 좋았구요, 사분사분 얘기하듯 쓴 문체도 참 좋았습니다. 글감도 문체도 딱 제가 쓰고 싶은 글이죠. 옆에 두고 글쓰기 공부책으로 삼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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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을 기다리며 - 개정판
마사 베크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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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은 여러 번 들었다. 그런데 제목에서 아무런 감을 잡을 수가 없어서 안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녹색평론>에서 실린 서평을 읽고 책이 읽고 싶어져, 서평에 한번 속는 셈치고 책을 구입했다. 솔직히 서평은 참 주관적인 것으로 서평 읽고 감동 받아서 책 봤다가 이게 아닌데 하는 경험도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책을 받고 보니, 빡빡한 본문에 글 양이 엄청나다. 나는 얘기가 긴 것, 말이 많은 것에 약한데... 속았다.

 

앞부분을 읽어보다가 손들고 얌전히 책을 놓아두었다. 그러다 읽을 책이 없어 다시 읽다가 뒀다가 하다가 어느 부분을 넘어서고 공감하는 내용이 하나 둘 나타나자 이 사람의 얘기가 궁금해졌다. 마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해져서 계속 읽게 됐고, 하여 읽지 못할 것 같은 책을 결국은 다 읽게 됐다. 야호 내가 다 읽었다!! 그리고 감동 먹었다.

 

마사가 겪은 신기한 일들, 그 순간의 어리둥절함 그러나 점차 평온해진 마음, 어느 순간 온 세상이 달라 보이는 느낌, 이 세상을 사는 일이 어렵거나 두렵지 않고 편안하게 세상에 존재하게 되기까지 나는 그녀와 함께 걱정하고 놀라고 두려움에 떨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사가 뱉어내는 길고 많은 문장들 속에서 문득 문득, 감동의 물결이 밀려왔다. 마음 한 구석에 따뜻해지는 느낌을 여러 번 가졌다.

 

이 책에 대한 소개글에는 ‘완벽하고 이성적인 하버드생이 모호하고 애매한 영혼을 믿게 되면서~’라는 표현이 많이 나온다. 하버드생뿐만 아니라 우리 대부분은 ‘이성적으로’ 살도록 키워졌다. 똑똑한 아이로, 논리적이고 틀림이 없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교육받고 커왔다. 그래서 감정을 토로하고 누군가에게 기대는 일이 쉽지 않다. 자기도 모르게 언제나 ‘유능해야’ 한다는 의식을 갖고 산다.

 

나의 경우, 실수를 두려워하는 일이 그 예다. 나는 남들 앞에서 실수를 하면 갑자기 내 주위가 빙 도는 듯한 느낌이 들고 쩔쩔맨다. 남들이 ‘그냥’ 실수라고 여기는데도 나는 큰 잘못을 한 것으로 여겨지고 그 순간의 긴장이 내 속에 불편하게 남아 있다. 또 하나, 나는 남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잘 못한다. 왜? 글쎄 왜 그럴까? 내가 무능하다는 느낌이 들어 싫은 걸까? 하여간 그 말을 하는 게 참 어렵다. 요즘은 좀 나와져서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만 영 자연스럽지가 않다. 실수를 두려워하고 도와달라는 말을 잘 못하고 그러다보면 사는 일이 참 힘들다. 산다는 게 뭘까? 왜 이리 힘들까? 

 

“우리의 짧고 덧없는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고립된 자신을 벗어나 손을 뻗쳐 서로에게서, 그리고 서로를 위해서, 힘과 위안과 온기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이것이 인간이 하는 일이다. 이것을 위해 우리는 사는 것이다. 말이 달리기 위해 사는 것처럼.”

 

이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이렇다. 마사는 임신한 아이가 다운증후군임을 알게 된 뒤 아이를 중절시켜야 하느냐를 놓고 남편과 말다툼을 한다. 남편은-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듯이- 만일 아기가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하지 못하도록 태어난다면, 아기의 고통을 연장시키지 않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마사는 격한 감정이 지나가고 잠시 눈을 감고는 “그런데, 사람이 하는 일이 뭐지?” 하고 묻는다. 질문을 하고도 마사는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고 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서로 너무 지쳤다. 지친 마사는 남편에게 기대어서 그의 품이 포근하고 따뜻하다고 느끼다가 그 순간 위의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사람이 왜, 무엇 때문에 살까?’ 하는 의문은 삶이 힘들 때마다 내가 늘 묻는 질문이다. 이런 저런 답을 대보지만,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이 구절을 읽고 나는 참 기뻤다. 그래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마사는 아담을 임신한 동안 많은 ‘기적’이라 부를 만한 일들을 경험하며 생각이 바뀌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그리고 삶이 달라진다. 주위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함께 사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럴 때 세상은 어제와 똑같은 모습이라도 다르게 보인다. 마사의 표현대로, 낯익은 건물들과 낯익은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걸어도 온 우주가 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 때 '아, 내가 살아있구나, 사는 게 이런 맛이구나!'싶었던 경험들이 있을 거다. 이 책을 읽다가 그런 맛을 느낄 수 있다. 오랜만에 감동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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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학교의 행복 찾기
여태전 지음 / 우리교육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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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 사람들은 종종 교육은 어떤 형태로든 결국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게 아닐까? 간디학교의 설립배경, 학생들의 모습, 선생님의 모습 등등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이 학교 사람인 냥 행복하고 좋았다. 말로만 듣던 간디학교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알게 되었고, 조금 기쁘다. '사랑과 자발성의 교육'이라는 말이 계속 맴돈다. 사랑과 자발성은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아닌가 싶다. 학교에서 그것을 경험할 수 있다면 그 곳은 '행복한 학교'일 것이고 아이들은 건강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읽어볼 만한 책이고 들여다볼 만한 학교다.

간디학교에서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하며 쓴 저자의 고민과 노력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말로만 대안학교, 대안학교 하는데 실제로 그 곳에서 어떤 웃음과 눈물이 있는지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 하나는, 더 방대한 자료의 논문이었던 것을 책으로 만들며 줄였다고 하던데, 그래도 많은 내용을 담느라 책 글자가 좀 작아 빡빡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물론 내용에 빠져들어 읽다보면, 첫인상보다는 덜 빡빡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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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쿨링, 오래된 미래 - 새로운 길을 여는 부모들의 이야기
민들레 편집실 엮음 / 민들레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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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에 대한 책이구나, 하고 그냥 읽게 되었다. 정확히 말해, 이미 나는 10대를 훌쩍 지났고, 아이를 키우는 것도 아니니 홈스쿨링이 나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지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막상 책에 실린 글들을 읽어나가는데 왜 이리 공감가는 말들이 많이 마주치는지 밑줄을 긋고 또 긋고 했다. 교육에 대한 얘기지만, 결국은 즐겁게, 재밌게, 충만하게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얘기였기 때문이다. 내 삶을 내가 만족스럽게 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책 속에 실린 삶에 대한 고민들이 마음에 쏙쏙 들어왔다.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글들에서 많은 감동을 받기도 했고, 가장 인상적인 글은 '대책 없으면 못 사나' 라는 제목으로 김창복 님이 쓰신 글이다. 오랫만에 뒤통수를 탁! 맞은 듯한 느낌의 글이었다.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고민을 할 때도 가장 먼저 드는 고민은 '학교에 안 가면 어떻게 살지?' 하는 '대책'에 대한 고민일 것이다. 결단의 순간 뿐만 아니라 어쩌면 매 순간 우리는 '이 다음엔 뭘, 어떻게 할까?' '다음엔 뭔가를 해야 한다' '계획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지는 않나 싶었다. 그러나 아이는 누군가가 가르치지 않아도 배워갈 것이고, 제 삶의 길을 제 삶의 방식대로 가게 될 것처럼, '대책으로서의 삶'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을 꿈꾸고 살아보자.  

덧붙여서 이 책은, 홈스쿨링을 하게 된 부모들의 고민들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부딪힐 수 있는 실제적인 문제들, 홈스쿨링에 대한 일반적인 논의들을 담은 '좋은 안내서'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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