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 일의 시대는 어떻게 읽는 사람을 집어삼켰는가
미야케 가호 지음, 서영찬 옮김 / 동아시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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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둔 이유나 그 이후에 일어난 일에 대한 에세이 같은 책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다. 이 책은 일본의 메이지 시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사회상, 특히 노동의 양상과 (엘리트가 아닌 일반 대중의) 독서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고, 노동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었다. 일본 역사에서 독서를 어떻게 여겨왔는지, 또 어떤 책을 사람들이 즐겨 읽어왔는지, 엘리트와 중산층, 노동자 계급이 어떤 독서를 했는지, 노동시간과 독서의 양상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나의 관심사도 그렇고 저자도 그 역사보다는 지금의 현실에 관심이 많다. 



저자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책을 읽는 것 자체에 대한 얘기라기보다는 '책을 읽을 마음을 먹을 수 있는' '책을 지속적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을 읽는게 중요한 이유는 (물론 저자가 책을 좋아하기도 할테고 나도 그런 생각으로 이 책을 읽을 마음을 먹었지만), 인터넷으로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지금 시대- AI가 보급된 몇 년 전부터는 더욱 그럴텐데 - 에 독서를 한다는 것은 의도하지 않은, 원하지 않은 미지의 맥락을 만날 수 있는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저자는 '노이즈' 라고 표현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는 IMF 이후 사람들이 신자유주의 경제원리에 익숙해지면서 자기계발서가 유행했다고 하는데, 자기계발서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감정이나 행동을 컨트롤하여 인생을 변화시킨다는 내용이 주로, '노이즈' 를 제거하는 태도를 권장하고, 이에 비해 문학이나 인문서처럼 사회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노이즈를 접하게 해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고 직접적으로 말하는가 아닌가도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 그로 인한 혼란은 삶의 '노이즈' 이며 노동을 함에 있어 이런 '노이즈'는 효율을 높이지 못한다. 인문학 책, 특히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활이나 노동 환경에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던 게 이 이유였다. 특히 일터는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돌아가는데 내가 생각하는 건 어떤 게 '옳은가' '더 나은 방식은 없는가' 였으니까... 그래서 전에는 그냥 고민하지 않고 하던 일도 고민하게 되었고, 더 피곤해지기도 했던 것이다. 이런 의견을 얘기하면 사람들은 어차피 해결 안된다 라는 식으로 응답했고.




"인터넷은 기존의 인문 지식이나 교양서에 비해 노이즈가 없는 정보를 우리들에게 준다. 정보가 범람하는 인터넷 공간에서 어떻게 해야 필요없는 정보를 제거하고 노이즈 없는 정보를 전할 수 있느냐가 중요시된다는 점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만큼 우리도 공감하는 바일 것이다. 일하면서 책은 읽을 수 없어도 인터넷은 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지금 구하는 정보 이외의 것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246쪽)




2020년대가 되어 chatGPT 같은 AI를 활용하게 되면서 이제는 더욱 내가 원하는 것만 골라서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기 우리가 어떻게 편리하지도 않고 속도도 느린, 내가 원하는 정보가 아닌 것을 만날 가능성이 있는 독서를 즐길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반신' 노동을 권장한다. 이 표현은 2023년 NHK의 <100분 페미니즘>에서 우에노 지즈코가 쓴 표현인데, '전신전령' 으로 일하는 남성에 비해 여성은 '반신'으로 관여한다고 했다 한다. 여성은 가정과 일터를 모두 신경쓴다는 뜻이라고 하는데, 꼭 가정이 아니더라도 일만 신경쓰지 않고 일 이외의 맥락을 받아들이자는 뜻으로 저자는 사용했다. 그래야 '노이즈'를 거부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고, 그래야 자기를 끝까지 몰아붙여 번아웃이나 우울증을 겪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고, 타인을 돌봄노동으로 희생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개인만이 아니라 사회를 바꿔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전신으로 일하지 않고, 전신의 자세를 칭찬하지 않아야 한다고. 그래야 타인에게도 전신으로 일하기를 바라지 않을테니까. 




"일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신으로 일하자. 그게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

이게 바로 이 책의 결론이다."  (324쪽)




책을 읽는 것이 필수 요건은 아니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사회가 중요하다고 했지만, 저자는 책을 좋아하고 실제로 책을 못 읽어서 직장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마지막에는 '일하면서 책 읽는 요령'이 실려 있다. ...이걸 보고 약간 당황했다. 이뭥미? 노이즈가 없는 자기계발서처럼 손쉽게 요령을 독자에게 쥐어주다니?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읽은 독자에게 이 정도 얘기는 할 수 있을 것도 같고, 또 '반신 사회'는 저자의 바램이지만 그리 쉽게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기에 '전신 사회'에서 독자들이 책을 계속 읽기를, 책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래서 이 내용을 넣었을 거라 생각한다. 



어떤 내용이 있냐고? 이 글을 다 읽은 분들은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궁금하면 직접 읽어보자. 총 6개의 요령이 있는데, 가장 공감한 건 마지막 6번 요령이다. 무리하지 않는다. 2026년 나의 좌우명이라서 반가웠다. 독서에 대한 것만은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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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26-09-04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생각했던 거랑 달랐어요!! 일본의 독서 흐름, 독서 형태 및 독서 방식의 변화 등이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뇌과학> 책 반가웠어요. 90년대에 이모집 갔을 때 있던 게 기억나서요. 6번 요령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