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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평점 :
1998년에 처음 나온 이 책이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은지 궁금해서 읽어봤다. 양귀자의 책을 읽어본 적 없지만 굳이 사고싶지 않아서 도서관에서 찾아봤는데 구립도서관 모든 곳에 예약이 5명까지 꽉꽉 차 있었다. 도대체 왜...? 찾아보니 편집자K의 구독자 설문조사에서 '내 인생의 소설' 1위를 차지했다고 하고 그 외 다른 유튜버들도 언급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책이 꾸준히 팔렸다고 하니 꼭 최근에만 잘 팔린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달리 구할 수 없어 책을 사서 읽었다. 책값이 요즘 나온 책에 비해 쌌다.
읽은 뒤에도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도서관 예약이 차 있는 건 뭐 그리 중요한 지표는 아닌 것 같지만, 어쩌면 인구가 많은 4-50대가 전에 읽었던 '인생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잘 읽히고 재미는 있었지만 이 책에서 특별한 점을 굳이 찾는다면... '인생에서 사랑이 다가 아니다' 는 태도가 아닐까 싶다. 쌍둥이로 태어나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엄마와 이모를 보며 주인공이 얻은 교훈은,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 이라지만, 사랑을 경험해 본 안진진이 선택한 것은 안온하고 조금은 지루한 행복 아니었던가.
이 책에 언급되는 <그대는 나의 인생> - 이모가 좋아했다지만 너무 옛날 노래였다.. - <헤어진 다음날>을 들어보고, ai에게 부탁해 1998년에 유행하던 노래들을 들어봤다. 온통 사랑에 관한 노래들이었다. 가끔 한스밴드의 <오락실> 같은 IMF 외환위기 상황을 반영한 노래도 있었다만.. 그에 비하면 요즘 유행하는 한국 노래들은 온통 '나'를 이야기한다. 가끔 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쫑긋해보면 너를 사랑해서 힘들어, 너와 헤어져서 괴로워 이런게 아니고 나 너 좋아, 싫음 말고- 이런 가사가 많다. 사랑의 대상이 나일 때도 있고.
1998년,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양 대중가요가 떠들어대던 그 상황에서 난 사랑이 아니고 다른 걸 택하겠어- 라는 대중소설의 결말은 참신하고 충격적이었는지 모르겠다. 원래도 사랑의 지속성을 믿지 않았고 이제 한참 살아서 사랑에 관심이 없는 나에게는 이미 터득한 인생의 진리를 다룬 밋밋한 소설이었다. 결혼하고 나면 달라질걸? 하고 유치한 생각도 하고. 그 시절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요즘 젊은 사람들도 많이 읽는다는데 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1998년이 아닌 지금이라면 이모와 안진진이 다른 선택을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