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나무 도적>, 세계 여성작가 페미니즘 SF 걸작선.


제목은 은네디 오코라포르의 <야자나무 도적>에서 따온 것이고,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나사파리 구제법 (체체파리의 비법 이라고 번역되어 있기도 하다)>, 옥타비아 버틀러 <저녁과 아침과 밤> 조안나 러스 <그들이 돌아온다 해도> 등이 실려 있다. 











요즘 너무 이런저런 책들에 조금 조금 손을 대고 있어서, 또 그 책들의 기조가 비슷비슷해서 

읽다가 어떤 에피소드가 어느 책에 나왔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다.


그래서 이젠 다 읽지 못해도 조금씩 남겨야겠다 싶어 자려고 누웠다가 뛰쳐나왔다.















이런 책들을 읽고 있는데.. 11월이 가기 전에 한 권도 다 읽을 가망이 없어 보인다. 


11월엔 기차탈 일이 많아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파묻힌 여성>과 <여전히 미쳐있는> 은 무거워서 그럴 땐 <에이스>를 챙겼는데 기차에선 내내 잤고

김장도 하고 2주에 걸쳐 감기와 기타 등등으로 병원 신세를 지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오늘은 미용실에서 <파묻힌 여성>을 읽었고 

<여전히 미쳐있는> (주마다 읽을 분량이 정해져 있는데 지난주 분량을 이번주에 겨우 다 읽음) 에 나오는 어슐러 K. 르귄의 단편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 을 읽었다. 


오디오북으로도 나와 있는데, 살까 하다가 누군가 좀 별로라고 해서 안 사고.. 

<야자나무 도적>에서 읽었다.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문젠과 스콧이 남극점을 '정복'하기 전 이미 한 무리의 여성이 남극점에 다녀갔고, 그것을 굳이 공표하지 않았다-라는 이야기다. '위대한 실패' 라고 일컬어지는 섀클턴의 탐험에서 조난된 탐험대원들을 남극반도 근처 엘리펀트 섬에서 구해준 칠레의 예인선 옐초가 여기에도 등장한다 (시기는 좀더 이전이다). 사실 옐초는 쇄빙선도 아니고, 대양을 항해하기에 적합한 배가 아니고, 아마 크기도 상당히 작을 것이다. 그래서 옐초가 물살이 빨라 험하기로 유명한 드레이크 해협 (아래 지도에서 Punta Arenas와 Elephant Island 아래쪽에 있는 섬 몇 개 - South Shetland Islands - 사이의 바다를 뜻한다. 엘리자베스 1세 시대에 유명했던 해군 제독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발견하여 그 이름을 땄다) 를 건너는 것만 해도 큰 모험이었을 것인데 (여기 https://academic-accelerator.com/encyclopedia/kr/yelcho-1906 에 보면 '라디오도 없고, 적절한 난방 시스템도 없고, 전등이나 이중 선체도 없는 이 작은 배' 라고 나와있다),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에서는 무려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에서 출발해 남극해의 태평양 부분을 건너 로스해로 간다. 게다가 여름도 아니고 해빙이 꽉 차 있을 10월에 로스해를 뚫고 들어가 빙붕에 사람들을 내려준다. 어이쿠... 이건 좀 많이 무리인 설정인 것 같다. 





이 지도는 File:Shackleton Endurance Aurora map2.png - Wikimedia Commons 에서 가져왔고, Punta Arenas는 내가 추가했다. 푼타 아레나스에서 로스해는 남극대륙을 1/3 바퀴 정도 돌아가야 하는 먼 거리다. 물론 칠레에서 뉴질랜드나 호주로 가서 다시 가는 것보다는 덜 걸리겠지만, 옐초호로 가기에는 아주 부담이 되는 거리라는 이야기다. 어느 경로를 택할 지 모르겠으나 남극대륙을 돌고 있는 남극환류를 거슬러 나아가는 것도 작은 배로는 쉽지 않다. 



위 지도에 표시된 경로는 섀클턴이 웨델해로 가서 남극 대륙을 종단하고 남극점-Beardmore glacier를 거쳐 맥머도 만으로 가려고 했다가 웨델해에서 표류하여 Elephant Island로 갔던 경로와, 뉴질랜드와 오스트리아에서 로스해로 가서 보급을 맡았던 배의 경로가 표시되어 있다. 섀클턴이 원래 어디서 출발했는지는 여기 표시되어 있지 않은데, 웨델해로 갔으니 아마 푼타 아레나스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 뉴질랜드의 크라이스트 처치, 호주의 호바트는 지금도 남극의 3대 관문이다. 



탐험대가 로스해로 가야하는 이유는 알겠다 (이전 디스커버리 호의 탐사 기록을 참조한다), 그러면 왜 굳이 이 탐험대가 남아메리카 사람들로 구성되었어야 했을까? 



남극점에 아문젠보다 먼저 도달한 이 한 무리의 여성들은 페루, 아르헨티나, 칠레 사람들이다. 북반구 (스콧, 섀클턴, 아문젠) 의 남성 탐험가들과 대조적으로 설정한 걸까? 다른 것보다도 (실질적으로 대장 노릇을 한) 화자가 페루인이고 '최고의 잉카인' 이라고 불렸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유럽 사람들이 멸망시킨 잉카 문명의 후예. 더 문명화된 북반구와 대조적인 남반구. 르귄이 살았던 북아메리카가 아닌 남아메리카. 그러나 이 여성들의 이름은 거의 다 유럽식이고 아르헨티나와 칠레는 거의 유럽인들이 지배한 나라인데?



"어느 과학 분야도 교육을 받지 않았고, 그런 훈련의 기회도 전혀 없었으니, 무지 탓에 나는 남극에 관한 과학적 지식의 총합에 내가 뭔가를 보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 우리 목표는 관찰과 답사로 제한되었다. 우리는 조금 더 멀리 갈 수 있기를 희망했고, 가능하다면 조금 더 뭔가를 볼 수 있기를 바랐다. 그 외에 우리 목표는 그저 가서 보는 것이었다. 단순한 야망이었고, 기본적으로 겸손한 야망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582)


"영웅적 행위의 뒷면은 오히려 비참할 때가 많다. 여자들과 하인들은 그 뒷면을 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그들의 영웅적 행위 자체도 그럴지 모른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업적은 남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작다. 정말 큰 것은 하늘과 땅과 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배가 다시 동쪽을 향해 가면서 돌이켜본 그 정신이었다." (590-591) 


"우리는 뭐가 됐건 표식이나 기념물을, 눈 더미나 텐트 고정 막대나 깃발을 남기는 것에 관해 토론했지만 그렇게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 같았다." (601)


"나는 그때에도 우리가 그곳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자신이 처음이 되고자 갈망하는 어떤 남자가 어느 날 그곳에 갔다가 그걸 발견하고는 자신이 얼마나 바보였는지 깨닫고 상심할 수도 있으니까." (602)




이 이야기에도 나오지만 남극의 지명은 그 지역을 '발견' 한 사람의 이름, 배의 이름, 그 탐험대를 지원한 왕의 이름 등의 고유명사로 점철되어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남극에는 원래 사람이 살고 있지 않았지만) '정복'이나 '(신대륙) 발견' 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전에 있었던 사람들이 이름을 붙이지 않고 자신의 발견을 알리지 않았다면? 



이 이야기를 읽으며 얼마전 단발머리님이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5057233 이 글에서 언급하신 아메리카 원주민과 흑인의 차이가 생각났다. 아메리카 원주민은 생존을 거절하고 섹스를 거부했다. 흑인들은 살아남았다. 

르귄의 이 이야기에 나오는 여성들은 그런 처지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아메리카 원주민과 같은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이들은 남극점에 도달할 만큼 충분히 강인하지만, '그저 가서 보고' 싶은 사람들이었으니까. 


나는, 섹스에도 관심이 없지만 성취에 있어 이들과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 그리고 '정복' 이라는 것에도 거부감이 있다. 그래서 공감이 되기는 했는데. 이들이 남극 탐험을 하기까지는 엄청난 금액을 후원한 후원자가 있었고, 이 여성들은 가족들에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수녀원에서 수련을 해야한다는 핑계를 대기도) 6개월 정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게 어느 곳의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결정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 힘들게 돈도 쓰고 시간도 투자하고 힘든 여정을 보냈는데, 아무 것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너무 가혹한 것 같았다. 가끔은 페미니즘이 여성들로 하여금 실질적인 것을 추구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아쉬울 때가 있다. 여성이 추구해야 할 가치는 그런 게 아니라고.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다루고 있는 <여전히 미쳐있는> 6장 - 사변 시, 사변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페미니즘적 도전 행위는 반드시 비밀이나 자살로 끝나야 하는 걸까?





르귄이 어떤 생각으로 이 소설을 썼는지 알고 싶다. 그런데 르귄의 소설은 보통 작가의 의도가 (내가 느끼기에) 모호하게 표현되어 있는 것 같아서, 어렵다. 번역이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어 (짧은 단편이기도 하고) 원서를 찾아볼 생각을 하고 있는데, 원서를 읽어보더라도 그런 뉘앙스는 파악하지 못할 것 같다. 역시 에세이집을 읽어봐야겠다.. 




+ 아, 얼마전 다락방님이 남극 꿈을 꿨다고 하셨지. 

다락방님, 여기 남극 나와요!! 그런데 이 책 엄청 두껍고 이 소설은 엄청 짧아요. 



++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 의 원 제목은 <Sur> (스페인어로 '남쪽') 이었다. 나는 서구권의 함축적인 제목을 대개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번 경우는 번역이 멋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예라고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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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27 05: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다가…..

건수하 2023-11-27 07:25   좋아요 1 | URL
정확히는 자려고 누웠다가… ^^

잠자냥 2023-11-27 14:36   좋아요 1 | URL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저도 다른 단편집에서 읽었고… 성취와 야망이 없는 인간이라 그 기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단편에 관한 글을 르귄 에세이 어디선가 읽었는데…..

건수하 2023-11-27 08:59   좋아요 0 | URL
에세이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 만 읽었는데.. 다른 책에 있나봅니다.
전 이 분 작품을 많이 안 읽어서 그런가. 성향 파악이 잘 안되더군요..

성취와 야망이 없는 인간이란 설정 자체가 이 소설이 나왔을 때 신기했을 수도 있는데, 후원자에게 돈 받아 엄청 많이 쓰고, 가족에게는 수녀원에 가서 수련한다고 거짓말 하고... 그러고 가서 ‘그저 보고 왔다‘ 라는 게 어쩌면 가진 자들에게만 가능한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도 우린 아무것도 남기면 안 되는가 싶기도 하고.. 짧고, 기조는 좋은데 또 좋다고만 하기에는 좀 애매한 이야기였어요.

잠자냥 2023-11-27 10:11   좋아요 2 | URL
저는 이 작품 읽은 지 좀 오래라 기억은 세세하게 나지 않습니다만, 어딘가 미지의 땅을 찾아가서 ˝정복˝하고 ˝깃발˝을 꽂고 그걸 자기 개인의 어떤 업적으로 만들어버리는 기존 남성 문화에 대한 비판이자 그런 인류 문명의 역사에 대해 한번쯤 성찰해볼 계기를 마련해 준 작품 정도로 받아들였어요. 그놈의 정복욕 때문에 전쟁도 많이 일어나죠. 르 귄은 그런 남성적 문화에 회의를 많이 가진 작가 같았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언급은 제 기억으로는 <르 귄의 말>에 잠깐 나왔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가 않아서 집에 가면 한번 찾아보고 말씀드릴게요!

건수하 2023-11-27 10:51   좋아요 0 | URL
네, 말씀하신 정도까지는 좋은 것 같습니다.
그 시절 작품이라 생각해야 하는데 제가 쓸데없이 눈이 높아져서 (...)

단발머리 2023-11-27 11: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건수하님 글을 읽으면서 장기하의 ‘부럽지가 않어‘가 생각나네요. 저는 현대사회가 성취와 야망에 대한 지나친 강조 혹은 선망을 부추긴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자랑하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인정하는만큼 한편으로는 지나친 과시와 허세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 구분선이 어디인가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다만, 저는 여성들이 이렇게 생각할 때.... 즉, ‘그저 보고 오는‘ 데에 만족할 때 남성들이 그 자리에 ‘깃발‘을 꽂으면 그 성취는 남성의 것으로 이해되는 역사를 돌아볼 때, 여성들도 깃발을 꽂아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 하고는 있습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적인 관점이죠.

아침에 건수하님 글 읽으니 얼마나 좋은지 ㅎㅎㅎ 이번주 저의 비타민 권장량을 다 채웠네요.
저 지금 엄청 바쁜데 말이지요^^

건수하 2023-11-27 11:33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정복, 제국주의 문명.. 이런 건 싫은데. 그렇다고 ‘보고 오기‘에 만족하는 건 너무 소극적이지 않은가. 깃발을 다른 방식으로 꽂을 수는 없나 뭐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사실 남극에는 인류가 안 가는게 가장 좋지 않나 싶지만요.. 굳이 갔다면 왜 뭔가를 남기면 안 되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바쁜 단발머리님 추운데 잘 챙겨드시고 한 주 시작 잘 하셔요!

공쟝쟝 2023-11-27 10: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건수하님의 물음표는ㅋㅋㅋ 자아를 찾으려고 페미니즘을 공부했더니 자아를 해체해야하는 주장에 다다른 저의 난망함과 잘살아보세 개도국 막 넘어섰는 데, 탄소 걱정해야하는 한국인의 곤란함과 맞닿아있는 지적 같아요.
‘우린‘ 아무것도 안남겼다고 하셨지만 제가 알기로는 수하님은 지구상의 무엇보다 소중한 누군가를 남기신 분으로 압니다. ^^
일단 글을 써서 남기고 싶어하는 마음을 남기기로 하신 결단에는 박수를 드리고요. 월요일 힘내요~!!

건수하 2023-11-27 10:56   좋아요 3 | URL
‘보고 오기‘ 만 하니까 바뀌지 않으니 말이죠. 공쟝쟝님의 설명 딱이네요.
개도국 막 넘어섰는데 탄소 걱정 ㅋㅋ 은 조금 많이 나간 것 같지만...

뭐라도 남기니 댓글이 달리고 대화가 생겨서 좋군요. 쟝님도 한 주 시작 힘내세요 ^^

공쟝쟝 2023-11-27 11:17   좋아요 3 | URL
1. 보고 온 걸 보고 왔다고 쓴 걸 보고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을 주었다! (그러니 적어두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잊지 말자. 남성은 언어와 개념으로 역사를 만들어왔기에 지배자의 위치에 설 수 있었다)

2. 저는 제 인식이 많이 나간 거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본은 동아시아의 영국이 되고 싶어서(탈아입구) 가장 잔혹하게 조선을 식민화했는 걸요. 그리고 그들이 가지는 가해자의 피해의식을 잘 들여다(-0- 그 가해남자들의 피해의식을 보라)봐야하고요. 즉 한국의 멈추지 않는 개발, 성장 지상주의 담론은. 일본이 최악의 군국주의로 가는 역사와 맞물려 있어요. 그런데 그 통치가 가능했던 것은 결국 자국민의 동조와 무관심 때문이거든요. 유신도 나치즘도. 합법이었잖아요? 역사는 반복되고,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 반복하지 않으려면,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배워야죠..

3. 저는 현실 정치를 이야기하는 데 젠더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한가한 독자이자 소시민으로서는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성담론에 ‘침윤‘된 생각을 물음표로, 검토하는 방식으로. ‘글로 남겨두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떨때는 길고긴 생각이 필요하지만... 너무도 짧아서 할말이 없는 생각과도.. 이젠 싸워야 할 때 이고요. (이게 제가 주변에 윤석열 찍은 사람이 없는 비결인데...ㅋㅋㅋ 내 주변에만 없는 줄 알았는 데 그걸로는 만족하면 안되는 거였더라..)

즉. 뭐라도 남기고. 댓글이 달리고. 대화가 생기는 데 있어. 좀 진심입니다. 후. 저도 오늘치 업무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이제 북플 알람끄고 일할게요. 고마워요. 수하님!

건수하 2023-11-27 11:33   좋아요 2 | URL
아. 탄소 걱정은... 그것도 사실 돈 걱정인 거니까.
성장을 원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좀 억울하긴 하겠지만 제가 관심이 없어서 말입니다 ^^;;

건수하 2023-11-27 17:01   좋아요 2 | URL
쟝님 1,3번 댓글과 맥락이 통하는 문장을 가져왔습니다.

말의 자유는 ˝가장 큰 힘의 원천˝이 되어준다. 그것은 말이 ˝우리 사이의 차이들을 잇는 다리˝를 놓아주기 때문이다. ˝우리를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차이가 아니라 침묵이다. 그리고 깨져야 할 침묵은 너무나 많다.˝


- <여전히 미쳐있는> 7장 자매들, 연결과 상처 316쪽 오드리 로드의 말 중에서

공쟝쟝 2023-11-27 18:08   좋아요 1 | URL
수하님 저는 수하님이 좋아요.헤헷!!! 이건 그냥 느낌입니다.

건수하 2023-11-27 18:11   좋아요 1 | URL
저 저도요… ☺️❤️❤️

다락방 2023-11-27 11: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문젠과 스콧이 남극점을 ‘정복‘하기 전 이미 한 무리의 여성이 남극점에 다녀갔고, 그것을 굳이 공표하지 않았다-라는 이야기다.‘ 는 이번에 함께 읽고 있는 책 <파묻힌 여성>과도 내용이 겹치네요. 파묻힌 여성에도 발견된 유적들이 남성이라 보장할 수 없다고 나오며 여성들이 사냥하지 않았을거란 증거도 없다고 하잖아요. 역시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좋은 것 같습니다. 파묻힌 여성은 넘흐 재미가 없지만요 ㅠㅠ

건수하 2023-11-27 11:26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 남극 이야기 어떠신지... 근데 저 책은 너무 두껍고, 다른 단편은 제가 안 읽어서 구입은 말리고 싶습니다 :)

파묻힌 여성 저는 읽으며 <제2의 성> 생각이 나더군요. 예시를 수집하는데 공을 들인 ^^ 전 재미 없지는 않은데 읽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중입니다.

다락방 2023-11-27 11:29   좋아요 2 | URL
남극 이야기가 딱히 땡기진 않습니다. 하핫.

파묻힌 여성은 3장 빼면 죄다 예시들이어서 저는 너무 지루해요. 그래서 진도가 안나갑니다. ㅠㅠ

독서괭 2023-11-27 15: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려다가 뛰쳐나오는 열정.. 건조하지 않은 건수하님!! ㅎㅎ
저는 좀.. 아니 거기까지 그렇게 힘들게 다녀왔는데 왜 그냥 보고만 와!! 아까비!! 합니다 ㅠㅠ 아쉽구만요 아쉬워... 본인들은 그걸로 만족할 수 있어도 다른 여성들을 위해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그거 자체가 여성들에게 부담이 되지만 말이예요. 그래도 아쉽지 않습니까..? (저는 또 성취욕과 명예욕이 좀 있는 편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를 써낸다는 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전 어슐러 르귄을 <바람의 열두 방향>으로 처음 접해서 꽤 흥미롭게 읽었는데(거의 다 읽었어요) 더 읽어봐야겠다 싶군요!
그나저나 김장에 병마에.. 고생많으셨네요. 검사를 기다리신다니?? 잘 나오길, 더 안 아프시길 빕니다!

건수하 2023-11-27 18:01   좋아요 1 | URL
아깝죠... 그리고 ‘그래야 한다‘는 당위성이 은근히 느껴져서 좀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르귄 여사는 이상이 높은 분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전 현실적인 사람이고...

전 성취욕과 명예욕은 별로 없는 편이지만, 독서괭님이 있다는 것은 또 좋아 보이는군요! 왜 그럴까요? ^^

네 이제 그만 아프고 책 좀 읽으렵니다 ^^ 괭님도 얼른 나으셔요!

은오 2023-11-27 18: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하님은 닉네임 허약수하로 바꾸십시오...
제가 전에도 수하님이 아프셔서 걱정했던 기억이 있는데 또 아프시다니............절힘들게하시는군요😫 수하님의몸은 수하님만의몸이아니라 제몸이기도하건만..

진짜 여러 권에 비슷한 책들이라 헷갈리실 만도 ㅋㅋㅋㅋ 남은 11월 12월도 화이팅입니다!!!!!! 수하님은 올해 더이상 병원신세 금지!!!

건수하 2023-11-27 20:34   좋아요 3 | URL
제 몸이…. 😳…. 잠자냥님은 매일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궁금하네요 ㅎㅎㅎ

은오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올해 좀 허약모드인가봅니다 ^^ 이제부턴 건강모드로~

은오 2023-11-27 21:21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은...
매일 그냥 무시하십니다..

건수하 2023-11-27 21:23   좋아요 1 | URL
내성이 생기신 걸까요? ^^

잠자냥 2023-11-27 21:5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얘 진짜 웃기죠?! ㅋㅋㅋㅋㅋㅋ 아놔 진짜 느글거리는 소리 어쩜 저렇게 잘하는지 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11-27 21:55   좋아요 2 | URL
은오가 하는 말처럼 집사2한테 해주면 완전 감동할지도 ㅋㅋㅋ “니가 아프다니 날 힘들게 하는구나… 니 몸은 너만의 몸이 아니라….‘ 으윽 안되겠다 ㅋㅋㅋㅋ 이 인간이 아픈가 할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1-28 01:12   좋아요 2 | URL
아..... 내성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ㅜ 건조하게 웃기시는 수하님 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11-28 01:14   좋아요 2 | URL
아니근데저한테하실생각을하셔야지갑자기왜집사2님이나오나요너무섭섭하네요아니섭섭한게아니라너무슬픔제말을듣고집사2님한테하시는상상을하시다니오늘잠은다잤습니다제가진짜서러워서진짜...

잠자냥 2023-11-28 04:57   좋아요 2 | URL
자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3-11-28 10:16   좋아요 2 | URL
그래요 이번엔 잠자냥님이 좀 심하셨다...

건수하 2023-11-28 10:16   좋아요 1 | URL
은오님/ 웃긴 겁니까? ㅎㅎ

잠자냥 2024-01-26 14:13   좋아요 2 | URL
아니 저 곰탱이 몸이 제 몸이라고 생각...상상이 도저히 안 되니까 ㅋㅋㅋ 그런 말을 어떻게 해요.ㅋㅋㅋㅋ
집사2 몸도 내 몸이라고 상상 안 되는 마당에 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잠 못 잔다더니 여태 자느라 안 일어나는 곰탱이.

건수하 2023-11-28 10:46   좋아요 2 | URL
아 곰탱이에게 그런 말 할 필요는 없지만 집사2님에게 그런 말을 하는 상상을 굳이 여기 적지는 않으셔도 되었다 뭐 그런 말입니다 ㅋㅋㅋ

은오 2023-11-28 20:01   좋아요 0 | URL
역시 수하님의 건조한 마음으로 봐도 너무했던 잠자냥님의 반응....

잠자냥 2023-11-28 1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제 집에 가서 확인해봤더니 <르 귄의 말>에 나온 건 아니었고, <세상 끝에서 춤추다>에 ‘영웅들‘이라는 꼭지가 있더라고요. 긴 글이라 제가 수하 님에게 도움될 만한 부분만 발췌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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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0년 동안 초기 남극 탐험대에 관한 책들, 특히 탐험대에 있었던 남자들이 쓴 책들에 매료되었다. 로버트 스콧, 어니스트 섀클턴, 앱슬린 체리 개러드, 에드워드 윌슨, 리처드 버드 등등, 모두가 용기와 상상력을 갖춘 남자들이었을 뿐 아니라 선명하고 활기 있고 정확하고 강렬한 글을 쓰는 뛰어난 작가들이었다. 나는 미국인인 덕분에 스콧에 대한 우상화에 노출되지 않았고 따라서 이제는 스콧을 비웃어야 세련되다는 분위기에 휩쓸릴 이유도 없으며, 여전히 스콧이나 섀클턴이나 버드의 성격에 대해 다양한 전기 작가들의 편견을 참고하지 않고 오직 본인들의 작품과 증인에 만 의지하여 판단하는 데 만족한다. 그들은 확실히 나에게 영웅들이었다. 모두가 그랬다. (....) 또 15년쯤 후에는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단편을 썼는데, 여기에서는 소규모 라틴아메리카인 무리가 아문센과 스콧보다 1년 먼저 남극에 도달했으나 그 사실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전원 여자들이라, 남자들이 그들이 먼저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안 될 테니까 말이다. 남자들이 얼마나 실망하겠나. “우리는 발자국조차 남기지 않았다.” 화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 내 인생의 즐거운 경험 중 하나였던 그 단편을 쓰면서 내가 영웅주의에 대해 조금은 매정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각했지만, 나에게 실제 남극 탐험가들의 실체를 폭로한다거나 평가절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나는 허구를 통해 그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책 속에서 얼마나 여러 번 그들과 함께 탐험을 했던가.
(....)
나는 최근, 새턴을 다룬 공영방송 시리즈(스콧과 아문센을 다룬 시리즈가 조악했던 만큼이나 캐스팅과 제작이 잘 이루어진 시리즈다.)를 볼 때까지만 해도 이 과정을 자각하지 못했다. 어니스트 섀클턴과 세 친구가 남극을 향해 끔찍하게 황량한 땅을 힘겹게 나아간다. 그토록 열렬히 도달하고 싶었던 한 점을 겨우 156킬로미터 앞두고 돌아서기 이틀 전이다. 그리고 섀클턴의 일기에서 발췌한 말을 읊는 목소리가 깔린다. “남자는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뿐이다. 자연의 가장 강력한 군세가 우리와 대치했다.” 그리고 나는 앉은 자세로 생각했다. 이게 무슨 허튼소리람! 그리고 나도 놀랐다. 나는 그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린 지치고 용감한 남자들에게 그전까지 언제나 느꼈던 그대로의 감정을 느꼈고, 그들을 기다리는 쓰라린 실망에 안타까워했다. 그런데도 섀클턴의 저 말은 역겨울 정도로 거짓되고 어리석게 다가왔다. 왜? 나는 생각해 봐야 했다. 그리고 이 글이 그 생각의 과정이다. “남자는 할 수 있는 일을 다할 뿐이다.” 뭐, 그건 알겠다. 물 론 탐험대는 전원 남자였고, 여성 투표권을 주장하던 이들은 저 멀리 집에 있었다. 그들은 솔직히 그 “남자(Man)”에 여자들이 포함된 다고 믿었거나, 혹시 생각을 해 봤다 해도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사실 생각해 보지도 않았지 싶지만 말이다. 분명 자기네 탐험대에 여자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제안을 들었다면 진심으로 웃어 댔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남자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 식으로 말하자면, 사람들은 최선을 다할 뿐이다. 아니면, 「마하바라타』의 위대하면서도 쓰라린 결말에서 유디슈트라 왕이 말하듯 “내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내 손이 닿지 않는 목표를 이룰 수는 없다.” 키우는 개 이름이 다르마인 이 왕은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다. 선명 하고 맹렬한 의무감을 지녔던 저 영국 탐험가들도 그랬다. 하지만 “자연의 가장 강력한 군세가 우리와 대치했다.”는 어떤가? 여기 문제가 있다. 뭘 기대한 거죠, 어니스트? 정말로, 무엇을 자초한 거죠? 당신이 그렇게 추진하지 않았나요? 대단한 수고와 비용을 들여, 바로 그 가장 강력한 “자연의 군세”가 당신과 당신의 작은 군대와 “대치하도록” 안배하지 않았나요?
군대 이미지는 잘못됐다. 자기중심주의는 어리석다. “자연”을 적과 동일시하는 건 치명적이다. 우리에게 남극 대륙이 순백의 처녀지를 관통하는 영국 남자 네 명을 알아차리고 그들을 벌하고자 복수의 분노를, 무시무시한 바람과 눈보라라는 무기를 풀어 놓았다고 믿으라니. 글쎄, 나는 못 믿겠다. 자연이 인류의 적이라고도, 여성형이라고도 믿지 않겠다. (.....) (‘영웅들’ <세상 끝에서 춤추다> pp.302~311 발췌)

건수하 2023-11-28 10:45   좋아요 3 | URL
아, 거기 있었군요! 그 책을 생각 못했네요..

저는 살면서 영웅에 큰 관심은 없었으나.. 섀클턴에게는 개인적인 일로 조금 애정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 글에는 거의 100% 공감이 되는군요.

잠자냥님, 발췌까지... 감동입니다. 은오님이라면 이 감동을 좀더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을텐데.
전 그냥. 건조하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잠자냥 2023-11-28 12:01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 저 사랑하시죠?!!!!!!!!!!!!!!!
쮸어어어어아ㅏㅏㅏ어아아ㅏ아ㅏㅏㅏ츄르븝ㅂㅂ브ㅡㅇㅈ쮸아앙ㅂ압💋💋💋


(은오라면......)

은오 2023-11-28 19:58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