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이 조금 거친 부분이 있다.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에 대해 인공자궁과 단성생식만 강조되는 것 같은데, 그 외에도 전방위적으로 날카롭다는 것을 느낀다. 당시에는 <제2의 성> 이 출판되었을 때처럼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듯. 스물다섯 살에 이런 책을 쓰다니 대단하고... 그런데 이후 저자의 삶은 왜 그렇게 흘러갔는가 안타깝다. 

프로이트주의와 페미니즘은 둘 다 서구 문명의 가장 독선적인 시대 - 가족 중심성,따라서 과정된 성적 억압으로 특징지어지는 빅토리아 시대 - 에 대한 반응으로 나왔다. 두 운동 모두 의식의 깨어남을 의미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페미니즘이 치유하려고 주장하는 것을 진단하는 사람일 뿐이었다. .... 왜냐하면 프로이트는 사회적 맥락에 관해서는 질문하지 않은 채 ‘순수‘ 과학의 전통에서 심리학적 구조를 관찰했기 때문이다. - P72

만약 우리가 오이디푸스콤플렉스의 소멸이 거세공포를 통해 성취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정상상태가 소년에게 행사된 공포와 억압의 결과로서 획득되어진다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 않겠는가? 억압에 의한 정신건강의 성취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이트 교리와는 명백한 모순이 아닌가? - P75

여성과 아이들을 완전히 독립시킨다는 것은 가부장제 핵가족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가족 그 자체까지 없애야 하는 일이 될 것이다. - P77

아버지는 인간 존재의 다른 세계 즉, 사상의 세계, 인간이 만든 세계, 법과 질서의 세계, 규율의 세계, 여행과 모험의 세계를 대표한다. ... 아버지의 사랑은 조건적인 사랑이다. 부성애의 원칙은 ‘네가 나의 기대를 충족시키므로, 너의 의무를 다하므로, 나와 같으므로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 P78

그녀와 그녀의 남자형제 사이의 육체적 차이가 그에 상응하는 권력의 불평등을 영원히 함의하리라고 믿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에 그녀는 어머니와 동일시되는 모든 것, 예를 들어 노예성과 술책들, 억압받는 자의 심리를 거부하고, 그녀가 추구하고 있는 종류의 자유와 승인을 남자형제에게 가져다주는 모든 것을 끈질기게 모방한다. - P83

성을 감정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서구 문화와 문명의 토대다. 만일 초기의 성적 억압이 그것에 의해 정치적-이데올로기적-경제적 노예 상태를 지지하는 성격 구조가 생산되는 기본적 기제라면, 가족의 폐지를 통한 근친상간 금기의 종식은 지대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 P93

교육학, 사회사업학, 사회학, 인류학, 모든 관련된 행동과학은 ‘인간 행동‘ 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여성의 교화라는 이중적인 기능을 과도하게 수행하면서 수년 동안 사이비과학으로 남아 있었다. - P105

프로이트주의는 페미니즘을 완벽하게 돋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비록 같은 신경을 건드렸지만 그것은 페미니즘이 갖지 못한 안전장치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즉 프로이트주의는 주어진 현실에 관해 결코 질문하지 않았던 것이다. 둘다 그 핵심에 있어서는 폭탄과 같은 것이었는데 반하여, 프로이트주의는 점진적으로 임상치료의 실용적인 욕구에 맞게 수정되었다. 그것은 흰옷을 입은 기술자들이 완비된 응용과학이 되었고, 그 내용은 반동적인 목적-인위적인 성 역할에 맞게 남녀를 사회화시키는 것-을 위해 전복되었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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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7-12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부터 시작했는데 역시나 스물다섯에 이런 책을!! 이러면서 감탄했어요. 특히나 마르크스 엥겔스 프로이트까지 비판하는데, 아니 ㅋㅋ 전 스물다섯에 뭐했죠? 이미 그들 다 읽고 뽀개는 이론책을 쓴 파이어스톤이 있었는데, 저는 도대체 스물다섯에 뭘한건지.. 인생이란 무엇인가.. orz

건수하 2023-07-12 13:18   좋아요 0 | URL
5장까지 읽었는데요, 3장 4장 5장 아주 뼈때립니다... 스물 다섯에 아주 명민한 분이었던듯 :)

얄라알라 2023-07-12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회학 인류학을.사이비과학으로 비판한.대목이 눈에.확들어오면서.....저자의 삶이 어떠했길래 수하님께서 안타까워하시나.찾아봐야겠어요

건수하 2023-07-12 13:21   좋아요 1 | URL
아.. 전반적으로 사이비과학이라고 비판한 건 아닐거 같은데, 가부장제의 합리화에 복무했다.. 뭐 이런 뜻으로 한 말인 것 같습니다. 저자의 삶을 정확히는 모르는데 젊을 때 역작을 내놓고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조현병 발병 이후 별로 활동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잠자냥 2023-07-12 1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삶이 궁금해진다.............

건수하 2023-07-12 13:22   좋아요 0 | URL
저도 궁금한데.. 평전 이런 게 나와있는거 같진 않구요..

잠자냥 2023-07-13 10:56   좋아요 1 | URL
맨 앞페이지 읽어보니 저자의 삶이.. 전기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햇살과함께 2023-07-12 1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번역 보다 저자의 원래 글 스타일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좀 매끄럽지 않은 느낌이요.
뭐랄까, 저자가 작정하고 앉아서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책을 썼다기보다,
일필휘지로 갈겨 쓴 느낌이랄까요
스물다섯에 대한 편견일지 모르겠지만요. 물론 아직 2장까지 밖에 읽지 않아서 ㅋㅋㅋ

건수하 2023-07-12 13:23   좋아요 2 | URL
저도 원래 글의 스타일도 좀 그렇다는 생각은 해요. 그런데 번역을 원문에 너무 충실하게 했나 싶은 문장들이 종종 보여서..

‘정상상태가 소년에게 행사된 공포와 억압의 결과로서 획득되어진다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 않겠는가?‘ 이런 거요..

3장부터 조금 더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

햇살과함께 2023-07-12 18:13   좋아요 1 | URL
뭐래요….
더 쉽지 않다니…

책식동물 2023-07-12 1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금 공적 사적 고민을 안고 독서모임 관련 책을 읽고 있는데, 다른 데로 새고 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저도 곧 뒤따라갈게요!!!

건수하 2023-07-12 16:01   좋아요 0 | URL
기묘한고라니님 안녕하세요 ^^ 올리신 독서모임 관련 책 저도 궁금했습니다. 나중에 후기 좀...
얼른 오세요~

은오 2023-07-13 05: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난 작년에 누워만 있었는데..... 번역 아쉬운건 저도 그랬습니다. 사실 웬만하면 번역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해를 못하는 거겠지 하는데 성의변증법은 문장구조 자체가 이상한게 좀 많았던 기억이..

건수하 2023-07-13 10:45   좋아요 3 | URL
작년에 누워만 있었는데... 는 어떤 의미인가.. 하는데 갑자기 여기까지 쓰는 순간 떠올랐어요.
은오님 작년에 스물 다섯이셨구나...

문장구조 좀 이상한 거 있더라고요. 작가가 그렇게 썼어도 역자가 좀 고쳤어도 될 것 같은데...

잠자냥 2023-07-13 10:58   좋아요 3 | URL
왜요, 은오님 북플도 열심히했잖아요-
라고 말하려고 하다 보니, 이 사람 올해 나타난 사람인가?!
(하도 사람들한테 치대서 엄청 고인물인줄.........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7-13 11:20   좋아요 2 | URL
작년 12월 말쯤에 왔습니다. ㅋㅋㅋ 근데 처음엔 나름 어려워하고(?) 치대고 싶은 만큼 못 치댔어요. 😫 지금은 좀 편해져서 치대고 싶은 만큼 치대는중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