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라딘 서재에는 책 얘기만 써야 하는거 아닌가 했지만, 독서괭님이 이미 올리셨길래 편한 마음으로 올려본다.
넷플릭스에서 12월 24일 공개된 따끈따끈한 영화, 돈룩업 Don't Look Up.
영화는 대학원생 (정확히는 Ph. D candidate, 그러니까 아직 박사학위는 못 받은 그러나 박사논문자격시험은 통과한 대학원생) 케이트 디비아스키 (제니퍼 로렌스) 가 한밤중 지구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혜성을 발견하며 시작된다. 옛날에는 천문학자들이 밤을 새며 일을 했었지만 요즘에는 꼭 밤에 하지 않아도 영상을 찍어놨다가 다음날 낮에 확인해본다고 하던데, 어쨌든 밤새며 열심히 일하다가 혜성을 발견.
계산을 해보니 이 혜성이 6개월 ##일 ##시간 ##분 $$초 뒤에 지구에 충돌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케이트와 케이트의 지도 교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사실을 학계에 알리고, 백악관에까지 가게 된다. 그러나 인류 멸종의 위기에 백악관에서 걱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스캔들, 그리고 곧 있을 선거이고...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이 영화가 비꼬는게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나를 깊이 파고 들어가기보단 최대한 뭘 많이 넣어놨다고나 할까. 깊이는 없지만 뭔가 많이 던져주긴 한다. 캐스팅은 화려하지만 정서는 B급 영화 정서다.
예를 들어 처음 혜성을 발견한게 케이트인데 나중에 방송에서는 이게 랜달 민디 교수 (케이트의 advisor)의 업적이라고 말하고, 랜달도 얼떨결에 그냥 수긍하고 인터뷰를 한다.
최근 작고한 유명한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도 아마존의 나무에 기어올라가 생물을 관찰하는 일은 대학원생한테 시킨다며 '그런 일 하라고 대학원생이 있는 거죠' 라고 말했다던데, 윌슨 할아버지가 나무에 기어올라가는 것도 위험한 일이지만..
그렇다, 대학원생의 일이란게 원래 그렇다...
엄마가 대통령 (메릴 스트립), 아들이 비서실장인데.. 뭐 여기서 이미 대충 느낌 오지만.
이 대통령이 누구를 뜻하는지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아주 확실하다 ㅋㅋ
1990년대 영화 <아마겟돈> <딥 임팩트> 처럼 미군이 핵무기를 동원하여 혜성의 궤도를 바꿔버리려 하는 국뽕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는데
갑자기 어디서 사기꾼 같은 할아버지 (마크 라이런스) 가 나타나서는
그 혜성에 희토류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며, $$조 달러의 가치가 있다며 그걸 보내버리면 안되고 우리가 이용해야 한다-고 한다.
자기가 만든 드론으로 혜성을 잘게 쪼개서 태평양에 가라앉히겠다며.
(중국이 희토류를 다 쓸어가버렸다는 아주 현실적인 말도 나온다 ㅋㅋ)
이 아저씨를 보고 (생김새는 별로 안 비슷하지만) 일론 머스크를 떠올리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인공지능, 인류의 진화, 내가 널 만들었다며 본인을 크로노스라고 하는데...
일론 머스크가 아니라면 백신 사업과 관련해 빌 게이츠라고 볼 수도 있겠다.
어쨌든. 과학과 자본의 결합을 경고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인류세란 단어까지 만들어가며 기후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반응없는 미국 중국 등에 대한 비꼼일 수도 있고.
랜달 민디와 케이트는 이제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만큼 커진 (가까워진) 혜성을 보라며 'Look Up' 이라는 문구를 만들어내고
선거자금을 많이 낸 사기꾼에게 말려 미국 대통령과 나머지는 'Don't Look Up' 캠페인을 벌인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BASH의 우주항공 드론 기술(? 내가 막 지어낸 말)이 동료 심사 Peer Review를 거쳤냐고 묻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과학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빵 터졌을 장면인데.
현재 임상도 없이 양산되는 mRNA 백신을 타겟한 게 아닐까 했지만 이 영화는 이미 COVID-19의 유행 전 제작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기를 소개하며 최근 논문을 안써서 잘 모를거라고 하고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이 다른 칼텍 이런데 있는 잘나가는 애들한테 보내서 다시 검토하라고 하는 부분 등
웃픈 부분이 많았다 ㅋㅋ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일단 졌고. 한국에서는?
한국에서도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아야지
대통령 잘못 뽑으면
아마겟돈 딥입팩트 가 돈룩업이 될 수 있다- 뭐 이런 교훈을 줄 수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한국인들은 이미 대통령 잘못 뽑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알긴 한다마는)
누구에게나 가벼운 마음으로 쉽게 추천할만한 아주 유쾌한 블랙코미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