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의 미래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든 간에 한 가지 확신하고 있는 일이 있다. 여전히 나라는 존재는 지금까지 줄곧 미래를 결정해 왔고, 앞으로도 줄곧 결정할 과정의 일부라는 점이다.

내게 그보다 큰 자유는 없다.

그보다 큰 책임도.

- The Hundred-Light-Year Diary 중 - P71

행복이 없는 인생은 견딜 수 없지만, 행복 그 자체는 목표가 되지 못한다.
나는 행복의 이유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또 그런 선택에 만족해할 수도 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자력으로 만들어 낸 나의 새로윤 자아가 어떤 감정을 느끼든 간에, 나의 모든 선택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 Reasons to be Cheerful 중에서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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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는 카프카의 명제에 『숨그네』보다더 부합하는 작품이 있을까"라고 안드레아 쾰러는 말했다. 누군가가프리쿨리치의 이마에 도끼를 꽂았듯, 작가는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에 도끼를 내리친다. 다행히 『숨그네』는 독자의 공감을 통해 그 얼음이 깨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분노 속에서도 희망을 갖게한다.

- 해설 중 - P343

많은 사람이 사라졌가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 눈앞에서 쓰러진 경우가 아니면 죽은 사람으로 치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지금 어디 있는지 묻지 않으려고 애썼다. 나보다 빨리 사라져간 사람들에 대한 시각적인 기억이 많을수록 두려움도 커졌다. 두려움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다가 무심의 경지에 이른다. 그러지 않고서야 죽은 사람을 발견하자마자 어떻게 그리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겠는가. 죽은 사람을 보면 팔다리가 굳기 전에, 다른 사람들이 가져가기 전에 서둘러옷을 벗겨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그가 아껴둔 빵을 베개에서 꺼내야 한다. 그렇게 말끔히 정리하는 것이 우리가 애도하는 방식이다. 막사에 들것이 도착하면 수용소 간부들이 시체만 가져갈 수 있게 다른 것은 없어야 한다.


죽은 사람과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 전리품만 보인다.
시체를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것은 악의적인 행동이 아니다. 입장이바뀐다면 죽은 사람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든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수용소는 실용적인 세계다. 수치심과 두려움은 사치다. 흔들림 없이, 어설픈 만족감으로 시체를 처리한다. 남의불행을 기뻐하는 감정과는 다르다. 죽은 사람 앞에서 부끄러움이 줄어들수록 삶에 더 악착같이 매달리게 되는 듯하다. 그만큼 착각은 더심해진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수용소로 간 거라고 혼잣말을중얼거린다. 사실은 효력이 없다. 사람들은 그 반대를 믿는다. 빵 법정처럼 시체 처리도 현재만을 안다. 하지만 난폭하지 않다. 공정하고순하게 진행된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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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을 일으키려는 자는
반드시 구름에 오래 머물러 있어야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 P336

<<형태에 생명의 빛을 담다 >>

심오한 신플라톤주의 사상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리할 수는 없지만, 이 사상을 대표하는 플로티노스의 글을 읽어보면 대략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3세기에 활동한 그리스 철학자인 플로티노스는 아름다움이 조화로운 비례나 대칭에서 온다는 것을 부정합니다. 그에 따르면 생명의 빛이 비례나 대칭보다 우월적인 것이 됩니다. 다음 내용을 한번 살펴보죠.

"이 세상에 아름다움은 대칭(조화로운 비례), 그 자체보다는 그 대칭위에서 빛나는 빛에 있다. 이것이 거기에 매력을 부과한다. 사실 살아있는 얼굴 위에는 아름다움의 광채가 더없이 빛나는 반면, 죽은얼굴 위에는 비록 살과 그 대칭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해도 그 광채의 자취밖에 없는 것은 대체 왜인가?" (V17,22)「플로티노스, 또는 시선의 단순성, p. 86.

....

플라티노스의 글에 따르면 그림이나 조각을 아름답게 하느누것은 형태의 완벽성이 아니라 생명력입니다.
....

...미켈란젤로는 돌에서 생명을 끌어냈습니다.
...
" 나는 대리석 안에 천사를 봤고 그 천사가 자유로워질때까지 깎아 낸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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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내가 쓴 글이 출간될 때쯤이면 내가 이 세상에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글을 쓰고 싶어했다. 나는 죽고,
더이상 심판할 사람이 없기라도 할 것처럼 글쓰기, 진실이란 죽음과 연관되어서만 생겨난다고 믿는 것이 어쩌면환상에 불과할지라도. - P9

질투를 할 때 가장 이상야릇한 것은, 한 도시가 온 세상이 결코 마주칠 리 없는 하나의 존재로 가득차게 된다는 것이다. - P18

나는 그와의 헤어짐으로 인해 고통받기 시작했다.
그 여자에게 사로잡힌 상태가 아닐 때면, 나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의미를 띠게 된, 우리가 함께 보낸과거를 악착같이 상기시키는 외부세계의 공격 표적이 되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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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죽을 필요 없어요. 나는 이런 자리에 서는 게 당연한 사람이다. 라고 당당하게 나가면 됩니다.

 다만 허세를 부려서는 안 돼요. 인간이란 허세를 부리는 사람보다 그런 게 없는사람을 더 두려워하는 법이니까요.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알겠어요?" - P188

"레이토는 이해를 못하겠지요. 젊은 레이토는 기억해두고픈 것들, 소중한 추억들, 그 모든 것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흘러내리듯이 사라져가요.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어요? 친하게 지내던 이들의 얼굴마저 차례차례 잊어버립니다. 언젠가 분명 레이토도 잊어버리겠지요. 그뿐만이 아니라잊어버렸다는 자각마저 없어져요. 그게 얼마나 슬픈지, 얼마나 괴로운지, 레이토가 알겠어요?"

"네,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곳이 과연 어떤 세계인지, 치후네 씨도 아직은 알지 못하잖아요. 잊어버렸다는 자각도 없다면 그곳은 절망의 세계 같은 게 아니죠.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세계예요. 데이터가 차례차례 삭제된다면 새로운 데이터를 자꾸자꾸 입력하면 되잖아요. 내일의 치후네씨는 오늘의 치후네 씨가 아닐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뭐, 그래도 좋잖아요? 나는 받아들입니다. 내일의 치후네 씨를 받아들일 거예요. 왜요. 그러면 안 됩니까?" - P547

"지금의 내 기분을 예념하고 싶네요. 언어 같은 걸로는 안돼요. 녹나무를 통해 치후네 씨에게 전하고 싶다고요."
"고마워요. 하지만 녹나무의 힘은 필요 없어요. 방금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해져오는 게 있다는 걸."
치후네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 여윈 손을 레이토는 두 손으로 감쌌다.
치후네의 마음이, 염원이 전해져오는 듯한 마음이 들었다. - P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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