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죽을 필요 없어요. 나는 이런 자리에 서는 게 당연한 사람이다. 라고 당당하게 나가면 됩니다.

 다만 허세를 부려서는 안 돼요. 인간이란 허세를 부리는 사람보다 그런 게 없는사람을 더 두려워하는 법이니까요. 

어디까지나 자연스럽게알겠어요?" - P188

"레이토는 이해를 못하겠지요. 젊은 레이토는 기억해두고픈 것들, 소중한 추억들, 그 모든 것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흘러내리듯이 사라져가요. 그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어요? 친하게 지내던 이들의 얼굴마저 차례차례 잊어버립니다. 언젠가 분명 레이토도 잊어버리겠지요. 그뿐만이 아니라잊어버렸다는 자각마저 없어져요. 그게 얼마나 슬픈지, 얼마나 괴로운지, 레이토가 알겠어요?"

"네,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곳이 과연 어떤 세계인지, 치후네 씨도 아직은 알지 못하잖아요. 잊어버렸다는 자각도 없다면 그곳은 절망의 세계 같은 게 아니죠.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세계예요. 데이터가 차례차례 삭제된다면 새로운 데이터를 자꾸자꾸 입력하면 되잖아요. 내일의 치후네씨는 오늘의 치후네 씨가 아닐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뭐, 그래도 좋잖아요? 나는 받아들입니다. 내일의 치후네 씨를 받아들일 거예요. 왜요. 그러면 안 됩니까?" - P547

"지금의 내 기분을 예념하고 싶네요. 언어 같은 걸로는 안돼요. 녹나무를 통해 치후네 씨에게 전하고 싶다고요."
"고마워요. 하지만 녹나무의 힘은 필요 없어요. 방금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해져오는 게 있다는 걸."
치후네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 여윈 손을 레이토는 두 손으로 감쌌다.
치후네의 마음이, 염원이 전해져오는 듯한 마음이 들었다. - P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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