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것질 : 여름이 시작되면서부터 계속 '구운감자'만 먹고 있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한 봉지, 사이다를 마시면서도 한 봉지. 잠에서 깨어서도 한 봉지. 밥을 먹고 나서도 한 봉지. 밥 대신으로 한 봉지. 입 천장이 헐 지경인데도 계속 먹는다.
음악 : 9월 5일부터 오늘까지 8일, 192시간 동안 자나 깨나 Christina Aguilera의 'Fighter'만 듣고 있다. 무한반복. 머리가 깨질 지경이다. 그런데도 이어폰을 빼면 머릿속에 계속 그 가사와 음이 쿵쿵 울려대서 차라리 다시 이어폰을 끼고 볼륨을 높인다.
펜 : 8년 전 처음 써본 이후로 하이테크 0.3mm만 쓴다. 내 모든 개인적이고 소중한 기록들은 이 펜으로 남긴다. 색깔은 주로 녹색. 가끔은 청색과 하늘색, 또는 보라색, 갈색. 수도 없이 사다가 쌓아놓는데도 가끔은 맘에 드는 색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면 차라리 글 쓰기를 포기한다. 그냥 머릿속에 기억한다.
미련 : 9월 5일 24시. 내 마음을 두고 온 사이트의 문이 닫혔다. 그 자리에 퍼질러 앉아 게시판이 하나씩 사라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울면서 운영자에게 마지막 메모를 보내고 돌아섰다.
아쉽지만 그게 끝이었어야 한다.
근데 이후로도 매일매일 그 사이트에 가서 닫혀 있는 대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안녕을 고하는 화면이 돌아가는 걸 끝도 없이 쳐다보다가, 닫혀진 게시판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다가.. 마치 인기척 하나 없는 흉가나 폐가에 홀로 떠도는 원귀처럼 그렇게 빈 공간을 헤매 다닌다. 다른 일을 할 떄도 차마 그 창은 닫을 수가 없어 그대로 열어놓는다.
그래도 그런 미련의 시간이 점점 줄어드어 언젠가는 사라지리라 여기고 있었는데..
오늘 또다시 꾸역꾸역 기어들어간 그 사이트에는 게시판 2개가 열려 있었다. 닫히던 순간의 그 모습 그대로.. 새로운 글도 지워진 글도 하나 없이 얼어붙어버린 모습으로..
내 집착이 불러온 유령 같아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