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했더니 한 친구가 메신저로 아래 기사를 날려줬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모를만한 사람도 한번쯤은 예전 삼성그룹 이미지 광고에서 봤을 윤송이 박사는 내 대학동기이다. 물론 말이 대학동기이지,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이 친구는 전자공학동 나는 자연과학동 소속도 달랐으므로 '같은 학교 같은 학번이었다' 정도가 옳은 표현이겠다. 하지만 한 학년에 100여명 남짓 여학생이 있을 뿐으로 모든 여학생은 서로 다 아는 사이였고 그런 면에서 또 모르는 친구라고 할 수도 없다.
역시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꽤나 히트였던 드라마 '카이스트'의 이나영역, 어리버리하지만 천재적인 공대생역의 실제 모델이 이 친구였다고 한다. 이 친구의 에피소드 - 후에 이나영의 에피소드로 극화된 - 란 것들이 어지간히 전설적이라고들 한다. 실제로는 어땠냐고 내 주위 사람들도 내게 숱하게 물어왔다. 대답은 "잘 모르는 친군데". 어쨌든 내가 알기로 이 친구는 상당히 스마트하지만 또한 노력이 엄청난 편에 가까웠다. 사실 밥먹다 아이디어가 생각나 식판 떨어뜨리고 실험실로 돌아갔다는 게 뭐가 기행인가. 그런 친구는 수도 없이 많다. 그보다는 1학년 때부터 실험실에 끼워달라고 교수님께 졸랐다는 에피소드가 이 친구의 실제 모습에 가까울 것 같다.
이 친구에 얽힌 내 개인적인 기억은 학창시절의 것이 아니다. 이 친구를 열심히 관리하려 하고 있는 모일보에 내가 기자로 있던 시절의 기억이다. 바로 그때 이 친구가 그 명성찬란한 MIT 미디어랩 최연소 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맥킨지컨설팅으로 들어온 것이다. 모일보는 당장 이 미래의 브레인 풀을 알아보고 갖가지 기사에 등장시켰다. 밀레니엄을 바라보며 상당히 신선한 연재물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이 친구는 취재를 당하기 위해 모일보 신사옥에 자주 드나들었고, 나는 아, 내가 계속 기자로 있으면 이렇게 친구를 취재하기도 하겠구나, 라는 너무 지당해서 멍청할 정도인 생각을 했다.
기사를 내게 날려준 친구로 말하자면 윤송이 박사가 이사로 있는 와이더댄닷컴 모그룹의 한 자회사에 다니고 있다. 당연히 그 친구는 아래 기사의 주인공에 대해서 자주,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나도 그 친구도 사실은 아래 기사의 주인공이 회사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 베일에 가려있다고들 하니까 말이다 - 가 제일 궁금하다. 나로 말하자면 가끔 질투는 아니지만 꼭 질투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아직도 피부가 대학시절 그대로인 사진을 볼 때 그러하다. -_-;;;
그런데 우리의 감정이야 어쨌든 간에 상관없고, 아래 기사의 내용이 충격적이다. 제안을 한 사람이나 선뜻 대답을 못하고 있다는 쪽이나 이래저래 내가 이해하기엔 미궁이다.
정치는 직업일 것이다. 아니 정치는 정말 직업이다. 도덕인가 정치경제 시간에 들었던 '정치인은 국가에 봉사하고 국민의 뜻을 섬기며' 어쩌구는 예쁜 말에 불과하다. 정치가가 무슨 자원봉사자인가. 나는 정말이지 봉사 따위 바라지 않고 내 뜻을 섬겨주기도 바라지 않는다. 내 뜻과 달라도 좋다. 제대로 된 전문가가 행한 입법이고 정치라는 게 납득이 되면 행복하기만 하겠다.
그래서 이 친구가 어떤 선택을 할지가 궁금해진 것이다. 모르는 일이다. 이 친구가 남몰래 정치가의 꿈을 키워왔는지도. 그 직업이 적성에 맞으리라 생각하는지도. 그렇다면 별 할 말은 없다. 그게 아니라면, 친구, 직업을 바꾸는 데 신중하길 바란다. 높으신 분들의 권유를 일언지하에 거절하기 미안해 '선뜻 대답을 못하는 것'이기를, 바랄 뿐이다.
세상엔 실로 수많은 직업이 있다. 나는 아직 열정이 담긴 직업을 찾는 것 이상의 행복은 또 있기 어렵다고 믿고 산다. (유치하다는 건 나도 안다.) 그간 신문기사가 보여준 이 친구의 인생은 그런 의미에서 행복해보이는 것이었다. 정치든 뭐든 진심으로 내 직업이어야 한다. 직업은 시절이 좋다고 했다가 시절이 나빠지면 발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훈의 말을 도용해 써먹자면 연봉이 억 단위인 사람도 누구나 직업 앞에서는 밥벌이의 지겨움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걸 넘어서는 직업, 그것이 당신에게 정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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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비례대표 1번 윤송이씨 영입추진
[동아일보]
한나라당이 여성에게 돌아가는 비례대표 1번에 최연소 여성박사로 유명한 윤송이씨(29·사진)를 영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윤씨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문수(金文洙) 공천심사위원장이 찾아와 영입제안을 했다”면서 “그러나 아직 나이도 어리고 경험이 없어 선뜻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씨는 “조만간 입장을 정해 김 위원장에게 연락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윤씨 영입은 한나라당의 노쇠한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서다.
윤씨는 서울과학고를 2년 만에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수석으로 졸업한 수재.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에서 3년6개월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해 최연소 여성박사가 됐다. 이후 한국 맥킨지사 경영 컨설턴트를 거쳐 ㈜와이더댄닷컴 이사로 활약 중이다.
특히 윤씨는 과거 SBS드라마 ‘카이스트’에서 탤런트 이나영이 열연한 천재 공학도의 실제모델로 젊은층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비례대표 1번에 30대 초반의 젊은 전문직 여성을 내세우겠다고 공언해 왔다. 특히 김 위원장은 “모두가 다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한편 한나라당은 언론인 박찬숙(朴贊淑)씨의 영입도 추진 중이다. 박씨는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는지 안받았는지 밝히는 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