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월드 - 떠도는 우주기지의 전사들
닐 게이먼 외 지음, 이원형 옮김 / 지양어린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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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에선 월을 넘어 마법의 세계로, '네버웨어'에선 땅을 뚫고 지하 세계로, '신들의 전쟁(원제: 미국의 신)'에선 신의 세계로 넘나들었던 닐 게이먼이 이번에 인비트윈을 넘어 다차원 우주로 뛰어들었다.  

사실 '인터월드'는 이들과 비교해 치밀해 보이진 않는다. '청소년용'이란 딱지를 애써 붙인다면 모를까. 닐 게이먼 특유의 상상력으로 복잡해 보이는 다차원 우주와 마법과 과학이 경쟁하는 흥미로운 세계를 창조해 SF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야기 뼈대는 평범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전형적인 성장소설 내지 모험소설이다.  

주인공 조이 하커는 현실세계에선 '길치'다. 그러나 다차원 우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워킹 능력을 지닌 뛰어난 워커다. 다차원 우주엔 우리 지구와 비슷한 수천 수만, 아니 수조개에 이르는 또다른 지구가 존재하고, 각각 다른 지구에 또다른 조이 하커가 존재한다. 워킹 능력을 지닌 수많은 조이 워커가 모인 게릴라 조직이 바로 인터월드다. 

이 세계엔 마법을 앞세운 헥스제국과 과학을 앞세운 바이너리제국이 존재하고 서로 세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그리고 다차원 세계를 넘나들며 세계를 지배하려면 워킹 능력이 필요하고 그 능력을 흡수하기 위해 워커들을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다.

 여기에 남보다 뛰어난 워킹 능력을 지난 조이 하커가 끼어든다. 역시 두 제국은 서로 조이 하커를 차지하려고 혈안이고, 다행히 인터월드의 베테랑 워커, 제이가 먼저 조이 하커를 구해낸다. 우여곡절 끝에 조이 하커는 워커가 되는 훈련을 받고 동료들의 오해와 냉대를 뚫고 최고의 대원으로 성장하고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적을 물리친다는 이야기다. 

저자들도 밝혔듯 작품 자체는 치밀한 소설보다는 TV시리즈물을 위한 상세한 시놉시스를 연상시킨다. 물론 자체로 완결성은 갖추고 있지만, 적은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고 조이 하커도 아직 완전하지 않다. 다음 작품들을 위한 가능성을 확실히 열어둔 셈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영상물로 만들 계획은 없는 듯 하다. 극장판 영화감으로 좀 부족하겠지만 TV시리즈나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는 꽤 흥미있는 그릇이 될 듯 하다. '인터월드-떠도는 우주기지의 전사들'에 이은 후속편을 기대해 본다. 
 

                                                                              *별빛처럼 

2009.6.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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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 Mother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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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에 있는 한 복합상영관을 찾았습니다. 인터넷에 스포일러가 마구 쏟아지는 영화 <마더>를 가급적 서둘러 닦아 치울 작정이었죠. 평일 오전 11시. 당연히 텅 비었을 거란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200여 석 되는 객석 절반 가까이 찼고, 더 놀라운 건 그 대부분이 50~60대 어머니, 할머니 관객들이란 점이었습니다.

<워낭소리> 붐이 한창 불 때 오랜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을 찾은 적 있지만, 20~30대 소굴인 대형 복합상영관에서 만난 아줌마·할머니 부대는 신선했습니다.  

"애인과 함께 보시는 분이라면..."이란 극장 광고가 무안할 정도로, 제 주변은 어머님들에 둘러싸였습니다. 친목모임에서 단체관람을 오신 듯한 할머니들도 계시고, 바로 제 옆자리에선 50대 어머님 두 분이 2시간 내내 소곤소곤 담소를 나누며 영화를 보셨습니다.  

그랬습니다. 영화 <마더>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란 장르 요소만 빼면, 바로 우리 어머니들의 영화였습니다. 살인 혐의로 감옥에 간 아들의 결백을 입증하려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어머니, 심지어 피살자의 장례식장에 뛰어들어 유족들에게 몰매를 맞을지언정 자식을 포기하지않으려는 어머니, 바로 자식 걱정이 주름 잘 날 없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떡해, 어떡해, 저런 상황에서 밥이 넘어 가겠어?"  
"으이그, 공무원들이 왜 저 모양이야?"

극장 어머님들도 완전 감정이입. 김혜자의 명연기에 몰입해, 장면장면마다 혀를 끌끌 차며 안타까움을 있는 그대로 발산합니다. 이렇다할 증거도 없이 아들(원빈)을 살인자로 모는 경찰들의 모습에 입팔매를 던집니다. 기껏해야 감탄사 정도만 나오는 평소 극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영화도 시종 어머니의 얼굴을 클로즈업 합니다. 때론 광기어린 듯한, 때론 모든 걸 체념한 듯한 김혜자의 모습에서 우리 어머님들은 자신의 과거 모습을 비쳐보는지도 모릅니다. 급기야 탐정이나 형사 뺨치게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모습에선, 트럭에 깔린 자식을 구하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는 어머니들의 일화를 떠올립니다.

<마더>가 어머님들을 끌어모으는 힘은 결국 엄청난 반전보다는, 어머님들의 동감을 끌어내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에 있는 듯 합니다.  

극장에 중년 관객을 끌어들이면 대박이라는데, 노년층까지 끌어들인 미성년관람불가 <마더>의 흥행 조짐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별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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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 Terminator Salvatio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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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더 비기닝>과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을 연달아 봤다. SF 대표격인 스타워즈부터 슈퍼맨, 배트맨, 엑스맨 등 초영웅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프리퀼은 이미 대세. 속편이면서도 시대적으로는 전편 이전 시대(또는 이전 상황)를 다루는 프리퀼의 유행에 이 두 시리즈가 빠질 리 없다. 이미 제작 단계부터 관심을 끌었고 올 봄 드디어 뚜껑을 열었다. 

다른 프리퀼과 달리 이 두 작품은 '시간 여행'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작부터 시간 여행이 뼈대인 터미네이터는 말할 것도 없고 스타트렉 프리퀼 역시 시간 여행을 배경으로 깔았다.  

시간 여행을 다룬 영화엔 여지없이 타임 패러독스가 따라 붙는다. 아직까지 SF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시간관은 대부분 '단일 우주'다. 그 대표격이 <빽 투 더 퓨처>. 여기서는 과거로 간 주인공이 친아빠를 제치고 친엄마와 교제하는 순간 가족 사진 속에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는 장면으로 '타임 패러독스'를 묘사했다. 즉 미래 인물이 과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면 그로 인해 미래가 뒤바뀐다는 설정이다. 

터미네이터 역시 마찬가지. 1탄에서 스카이넷 기계군단은 저항군의 지도자 존 코너의 출생 자체를 막기 위해 어머니를 없애려 과거로 터미네이터(T-800)를 파견하고, 존 코너는 어머니를 보호하려 부하 카일 리스를 보내는데, 그가 곧 그의 아버지가 된다. 2탄에서 스카이넷은 더 개량한 터미네이터 T-1000를 파견해 어린 존 코너를 죽이려 하나, 이에 맞서 저항군은 전향한 터미네이터(T-800)를 보내 맞선다. 이때 1탄에서 파괴한 터미네이터의 핵심 부품이 훗날 스카이넷을 만드는 단초가 되는 것을 알고 이를 파괴하려 한다. 3탄에선 청년 존 코너가 '다시 돌아온' 터미네이터와 함께 '심판의 날'을 막으려 하나 결국 실패한다는 줄거리다.(아쉽게 3탄은 아직까지 보지않았다.)  

결국 터미네이터는 과거와 미래가 물고 물리는 타임 패러독스의 전형이다. 시간적으로는 미래인 4탄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스카이넷은, 존 코너보다 어리지만 과거로 돌아가 그 아버지가 되는 카일 리스를 없애려 혈안이다. 즉 카일 리스가 죽게 되면 존 코너의 존재 자체가 없어진다는 설정이다. 때문에 존 코너는 카일 리스를 구하려 목숨을 건다.    

 

그렇다면 스타트렉은 어떨까? 엔터프라이즈호 멤버들의 성장 과정을 그린 <스타트렉: 더 비기닝> 역시 시간여행을 뼈대로 한다. 블랙홀에 끌려 과거로 온 네로 함장은 스팍 부함장에게 복수하려 커크 함장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고 스팍의 고향인 불칸 행성을 파괴한다. 미래의 스팍 부함장이 자신의 행성 파괴를 방치했다는 이유다.  

터미네이터와 달리 스타트렉은 '타임 패러독스'를 극복했다. 즉 늙은 스팍 부함장이 살던 미래 우주에는 커크 함장의 아버지도 살아있고 불칸 행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스타트렉 전 시리즈의 배경이 되는 과거(현재) 우주는 커크의 아버지도 불칸행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즉, 2개의 서로 다른 우주가 공존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타임 패러독스를 깨려고 등장한 '평행우주' 개념이다.   

결국 <터미네이터: 미래의 전쟁의 시작>가 1탄부터 쭉 이어온 '타임 패러독스'를 사수하려 목숨을 거는 형국이라면, 전편에서 빚진 게 없는 <스타트렉: 더 비기닝>은 타임 패러독스를 역이용하여 재미를 톡톡히 본 케이스다.  

이 둘 가운데 어떤 게 더 그럴듯하고 과학적인지를 떠나(어차피 과학계에선 시간여행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있다) '타임 패러독스'를 극복하기 위한 SF계의 부단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타임 패러독스는 시간여행 영화 자체를 허무맹랑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복잡한 인과관계를 통해 영화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결국 뻥도 제대로 치는 영화가 재밌다.

                                                                                    *별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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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사회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3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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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힌두교 신들과 부처의 부활. 그것도 아주 먼 미래, 지구와 동떨어진 외딴 행성에서. 그곳에는 과거 인도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다. 다만 실제 신들이 인간과 숨을 쉬고 전생을 밥먹는 하는 신화의 세계를 가장한 현실이다. 로저 젤라즈니가 아닌 누가 이처럼 전복적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상대방을 눈빛 하나로 죽일 수 있는 능력, 자신의 꿈의 세계로 끌어들여 상대를 압도하는 능력, 전자기파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 저마다 놀라운 초능력을 한두가지씩 지닌 일단의 지구인들이 '인도의 별'이란 우주선을 타고 '멸망한 우라스'를 떠나 외딴 행성에 착륙한다.  

지구와 여러가지로 비슷한 지형적 환경. 그러나 원주민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을 '악마', '마녀' 등으로 지칭해 몰아내거나 지하에 가두고 자기들만의 세계를 건설한다. 과학적인 전생 능력을 통해 수차례 몸을 바꿔가며 신과 같은 영원한 삶을 구가하는 이들. 소수인 그들에겐 인간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여기에 반기를 든 이가 '샘' 즉 붓다, 싯타르타, 빛의 신이다. 이 소설은 신들의 특권을 버리고 그들이 지닌 놀라운 과학기술을 전봉건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나눠줄 것을 주장하는 촉진주의와 신권주의의 대결을 그린다. 신권주의자, 즉 '하늘'의 신들에게 밀려 촉진주의자들을 대부분 전생 없이 '죽음'을 맞이하고 오직 샘만 살아남아 전쟁을 벌인다. 

촉진주의는 흡사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묘사하는 듯도 하고 한편으로 가톨릭에 맞선 프로테스탄드의 모습, 또는 미신과 종교에 맞선 과학기술자들의 지성주의로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묘미는 이런 거창한 주제들을 마치 무협지처럼 흥미진진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자신의 친구였던 신들에 대항하고, 수차례 죽음의 위기를 벗어나고, 한때 적이었던 신들을 하나둘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과정 자체가 흥미진진한 대모험담이다.

 현대판 일리아드나 오딧세이를 뺨치는 이런 기막힌 작품이 절판이란 사실이 아쉽다. 서둘러 복간되길 바랄 뿐이다. 

                                                                               *별빛처럼 

 

2009.4.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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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 Slumdog Millionair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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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마지막 장면. 발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한 장면이다.
    

영화 제작편수에서 할리우드를 압도하는 세계 최대의 영화시장이 바로 인도 발리우드다. 흔히 맛살라 무비라 불리며, 주인공들이 단체로 춤추고 노래하고 곧잘 화려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게 전형적인 발리우드 영화의 패턴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내게 90년대  종로 코아아트홀과 트레인스포팅으로 기억되는 대니 보일 감독의 작품이란 걸 알았을 때 은근히 기대했던 게 '영국판 맛살라 무비'였다. 하지만 기대는 보기좋게 어긋나는 듯 했다. 배경과 주인공들만 인도 뭄바이였을 뿐 전형적인 서구 영화의 패턴이었다. 하지만 주인공이 다시 만나 화려한 군무를 추는 마지막 장면은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비록 엔딩 크레딧 직전 주연배우들의 소개자막과 함께 흐르는 번외 장면이었지만, 영화 전체를 함축하기에 충분했다. 바로 판. 타. 지. 

그렇다. 이 영화는 판타지다. 제대로 고등 교육도 받아본 적 없는 인도 빈민가의 한 소년 자말이 범죄의 구렁텅이에 벗어나 'TV 퀴즈쇼'에서 인도 전체가 떠받드는 '퀴즈영웅'이 되어 돈방석에 앉게 된다는, 그럴듯 하면서, 허무맹랑한 줄거리를 지닌 전형적인 할리우드 판타지다. 

확률적으로 그의 퀴즈영웅 등극은 설명이 안된다. 대학교수도 통과 못했다는 그 어렵다는 퀴즈문제가 공교롭게 주인공이 아는 문제로만 딱딱 떨어진다는, 그것도 한두 문제도 아니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 그러나 인도 빈민들의 그 판타지에 열광하고 그의 퀴즈영웅 등극을 기원한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어느 순간 주인공의 성공을 기원한다.  여기에 교활한 퀴즈쇼 사회자와 '사기 자백'을 닥달하는 경찰은 멋진 조연이다.  

여기에 또 한가지의 판타지가 뒤따른다. 주인공의 유일한 피붙이 형 살림과, 그에게 빼앗긴 그의 어릴적 로망, 라티카. 바로 사랑과 우정이다. 하지만 영웅이 득세하는 요즘, 빈민가 소년의 퀴즈영웅 등극보다 더 실현불가능해 보이는 판타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마지막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여느 뮤지컬 장면처럼 평범한 역 플랫폼이 어느새 무대로 변하고 수많은 승객들은 앙상블로 변해 주인공의 몸짓에 맞춰 화려한 군무를 연출한다. 그리고 음악이 멈추는 순간 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 것이다... 내게 이 뜬금없어 보이는 장면이 바로 할리우드와 또다른 발리우드 판타지에 보내는 대니 보일의 헌사로 보였다.  

                                                                           *별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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