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 Moth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상암동에 있는 한 복합상영관을 찾았습니다. 인터넷에 스포일러가 마구 쏟아지는 영화 <마더>를 가급적 서둘러 닦아 치울 작정이었죠. 평일 오전 11시. 당연히 텅 비었을 거란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습니다. 200여 석 되는 객석 절반 가까이 찼고, 더 놀라운 건 그 대부분이 50~60대 어머니, 할머니 관객들이란 점이었습니다.

<워낭소리> 붐이 한창 불 때 오랜만에 부모님을 모시고 극장을 찾은 적 있지만, 20~30대 소굴인 대형 복합상영관에서 만난 아줌마·할머니 부대는 신선했습니다.  

"애인과 함께 보시는 분이라면..."이란 극장 광고가 무안할 정도로, 제 주변은 어머님들에 둘러싸였습니다. 친목모임에서 단체관람을 오신 듯한 할머니들도 계시고, 바로 제 옆자리에선 50대 어머님 두 분이 2시간 내내 소곤소곤 담소를 나누며 영화를 보셨습니다.  

그랬습니다. 영화 <마더>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란 장르 요소만 빼면, 바로 우리 어머니들의 영화였습니다. 살인 혐의로 감옥에 간 아들의 결백을 입증하려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어머니, 심지어 피살자의 장례식장에 뛰어들어 유족들에게 몰매를 맞을지언정 자식을 포기하지않으려는 어머니, 바로 자식 걱정이 주름 잘 날 없는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떡해, 어떡해, 저런 상황에서 밥이 넘어 가겠어?"  
"으이그, 공무원들이 왜 저 모양이야?"

극장 어머님들도 완전 감정이입. 김혜자의 명연기에 몰입해, 장면장면마다 혀를 끌끌 차며 안타까움을 있는 그대로 발산합니다. 이렇다할 증거도 없이 아들(원빈)을 살인자로 모는 경찰들의 모습에 입팔매를 던집니다. 기껏해야 감탄사 정도만 나오는 평소 극장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영화도 시종 어머니의 얼굴을 클로즈업 합니다. 때론 광기어린 듯한, 때론 모든 걸 체념한 듯한 김혜자의 모습에서 우리 어머님들은 자신의 과거 모습을 비쳐보는지도 모릅니다. 급기야 탐정이나 형사 뺨치게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모습에선, 트럭에 깔린 자식을 구하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는 어머니들의 일화를 떠올립니다.

<마더>가 어머님들을 끌어모으는 힘은 결국 엄청난 반전보다는, 어머님들의 동감을 끌어내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력에 있는 듯 합니다.  

극장에 중년 관객을 끌어들이면 대박이라는데, 노년층까지 끌어들인 미성년관람불가 <마더>의 흥행 조짐이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별빛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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