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으니까 끝났다고 하지
그렉 버렌트 지음, 이수연 옮김 / 해냄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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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에 환장할때 이별책임을 알면서도 책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응모를 했다. 30일동안 이별일기를 쓰는 것이였는데 간략하게 정말 꾸준히 썼다. 오로지 책을 받기 위해서...

이별의 감정이 짙지 않을때라 무작정 그리움의 대상으로 쓰기도 했었는데 막상 책을 받고 보고 조금은 부끄러웠다.

이런식으로 책을 받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마음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전에 안 읽은 책 꽃이에 놓인 책이 보기 싫어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순식간에 읽었다.

 

읽으면서 내가 이별의 아픔을 겪었을때 읽었다면 좀 더 깔끔하게 이별을 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

내가 이별하면서 저질렀던 모든 행동들을 말리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착각에서 헤어나오게 하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게 해 주었으니까... 이별이라는 힘든 시련이 닥치면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무엇엔가 매달리고 싶기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에 귀기울이게 되고 수많은 유혹과 가능성을 뿌리치지 못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단호히 말해준다.

유혹과 가능성을 키우지 말고 현실을 보라고..

그와 당신 사이는 끝.났.다! 고 말이다.

누가 보더라도 끝난 사이이고 처음의 마음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내게는 너무나 달라진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다.

넘쳐나는 시간, 내 곁에 없는 연인, 그리고 모든것이 가능했던 일들이 불가능으로 뒤바뀌는 두려움 등...

상실감과 상처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가장 많이 되는 실수가 전화가 아닌가 싶다.

너무 마음이 불안하고 두려워서 모든 고통의 인내를 감수하고 나름대로 계산해서 전화를 하게 되지만 상대방이 느끼기에는 너무 자주다.

 

그래서 이 책의 처음에 하는 말은 절대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전화기 옆에 '상대방은 당신과의 통화를 원치 않는다'라고 써 붙인 후 전화를 할 수 없게 모든 방법을 동원하라고 말한다. 오히려 전화가 걸려오지 않을때 더 많은 메세지를 주고 궁금해하기 때문이란다.

좀더 일찍 이 책을 봤다면..(안타깝게도 내가 이별을 겪은 후 책이 나왔다.) 비참함이 덜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질렀던 가능성이라 불렀던 것들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이 책에서는 솔직하게 말해준다.

많은 예들을 보건데 적어도 그런 실연의 아픔은 나 혼자가 아니라는 데에서부터 위안을 얻기 시작한다. 그러나 편안함의 위안이 느껴질 정도의 다정함은 내포하고 있지 않다. 철저하게 현실 직시다...

그게 너무 성의 없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히려 물러터지고 있는 마음에 그런 단호함이 있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그럭저럭 참고할만 했다.

그러나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게 아닌 이상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이라든가 상담자의 발언에서 나오는 그네들의 정서에 맞는 사고방식과 유머들은 나와 맞지 않아 거리감을 느끼게 했다.

우리나라였다면 지지리궁상이 되었을 경험과 상담들이 우리나라가 아니였기에 이렇게 책으로 나올 수 있었나 하는 생각도 드는 거리감이였다.

 

이 책의 주류는 경험담이다.

그 경험담으로 인해 그리고 상담으로 인해 이별의 아픔의 완치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어느새 나도 그 속에서 빠져 나와 있었고 헤어질때의 나의 행동들이 후회가 많이 될뿐이지 책에서 말하는 것들이 대부분 맞았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시간에 비례하지 않고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어느정도 해결해 주지만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도록, 덜 비참해 지도록, 현실을 냉정히 바라볼수 있도록, 그리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인도해 준다.

연인과 헤어졌다면 당당히 돌아서라.

끝났으니 끝났다고 하는 것이다.

그 사람과의 더 이상의 가능성은 없는 것이다.

왜 내가 아직도 그 사람으로 인해 상처 받아야 하는가!

당당히 빠져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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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
무코야마 마사코 지음, 최성욱 옮김 / 솔출판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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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마음의 동경이다.

많이 다니지 못함이 제일 클터인데 그래서인지 여행에 관한 책이나 후기에 관한 책을 보면 솔깃해지는게 사실이다. 특히 이 책은 몇몇 나라도 아니고 아시아라고 말하고 있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너무 기대를 한 탓이였을까.. 실망이 커버렸다.

 

우선 솔 출판사라고 하면 개인적으로 프란츠 카프카와 버지니어 울프의 전집으로 친근함이 묻어나서 무작정 신뢰가 갔다. 다른 책들을 검색해 보아도 출판되는 책들이 대부분 마음에 들었는데 그런 출판사에서 내가 동경하는 종류의 책이 나왔으니 무작정 기대했던게 어쩜 당연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저자는 제목에 너무 충실해서 말끝마다 '아시아의라이스 스타일, 라이프 스타일' 하는데.. 정작 책을 읽는 나는 전혀 라이프 스타일로 보이지 않았다. 많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그래도 언급되는 나라는 몇몇이였고 자신이 겪은 소소한 경험을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건 억측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을 실천하기는 해도 그게 읽는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던 건 아니였기 때문이다.

'나도 꼭 해봐야지' , 괜찮은 방법이다'라고 생각된 몇가지는 있었지만 동떨어진 이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부정적인 느낌들이 혹시 저자가 일본인이라는 편견 때문에?

아니면 책속에 가장 가까운 나라 한국이 없었기 때문에? 라며 자문해 보아도 동떨어진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에세이로 내세웠더라면 더 나을 법 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자가 주장하는 아시아의 라이프 스타일은 자신의 생활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거창하게 말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시아의 라이프 라이프 라이프를?

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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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행자
한스 크루파 지음, 서경홍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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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을 보는 순간 깊은 밤 읽으면 좋겠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깊은밤의 독서는 나를 정진하는 시간.. 되돌아 보는 시간들을 갖기에 가장 적합함으로 나의 마음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가끔 그 깊은 밤 하는 결정들이 다음날 후회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튼 그런 시간에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나의 이런 선견지명(?)은 괜찮은 눈썰미였다.

실로 깊은밤에 정독하게 되었고 순식간에 읽어 버릴 수도 있었지만 왠지 아끼고 싶었다. 모두들 잠든 시간에 스탠드 불빛 아래서 야금 야금 읽어나가는 그 느낌.. 그리고 평안함.. 참 좋은 시간이였다.

토마스 만 때문에 독일작품도 조금은 다른 작품에 비해 품고 있는 견제가 많이 없는 편인데 독일작가라고 하니 왠지 마음이 더 갔다.

 

이 책속에 수록되어 있는 10편의 단편들은 한결같이 마음이 편안했다. 주인공들과 또 그 주변에서 그들을 빛나게 도와주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진정한 삶을 추구할 뿐더러 하나 하나 깨달아 가며 찾는 모습들이 평안함을 주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뇌를 저자는 좀 더 친숙하고 부드러운 언어로 그리고 신비를 더해서 들려주고 있었다. 옮긴이의 말마따나 기독교, 불교등 종교적인 색채가 짙음에도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들을 찾아 가는 그들의 여정이 무척 부러웠고 현재 내가 원하는 것들이 저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에서 그런 삶의 고뇌와 진리를 찾아가는 것만이 아닌 사랑, 행복등 인간이라면 누리고 싶은 것들도 다루었지만 내겐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이 가장 와 닿았다.

현재의 나는 자아를 잃고 있어서일까.. 그 안에서 혼란기를 겪고 있어서일까..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무작정 떠나는 그들의 모습이 참 부러웠다. 난 무엇이 그렇게도 얽매여서 현실에 진부함을 느끼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처럼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오로지 내 자신을 위해서 한번쯤은 떠나고 싶다.

 

오래도록 여행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보면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니 여행을 계속 한다고들 하던데 그런 긴 여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진정 나를 위한 여행을 가보고 싶다.

그들처럼 삶에 깨우침을 더해줄 성인들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요즘엔 정말 간절하다. 이렇게 책 속의 인물들을 보면서 나의 삶을 뒤돌아 보게 되었고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베풀지 못한다는 부분에서는 뒷통수에 묵직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늘 안고 있는 것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후회에 짓눌리고 미래의 두려움에 압도 당하면서 현재를 잃어버리고 있는 나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된 것이다.

분명 이런 분위기가 느껴질 것이라고 알았음에도 책속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는 책장을 쉽게 넘기게 해주질 않았다. 몇줄 읽고 생각하고 책 덮고 누워서 또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책을 아껴서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의 여행자라는 말이 정말 와 닿았다.

실제로 마음의 여행을 많이 하였고 생각도 많이 하였고 현실을 놓았다가 가져왔다가 이래 저래 많은 궁리도 했다.

책을 통한 이런 느낌 오랜만에 가져 본 것 같다.

마치 유년시절 방학을 맞이해서 깊은밤 이런 책을 읽고 너무 뿌듯해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마당을 서성이는 기분..

그 기분까지 느끼게 해주어서 무척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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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 이야기 - 역사 속에 숨겨진 코드
박영수 지음 / 북로드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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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용력도 끈기도 없는 내게 '암호'는 정말 독약과도 같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말할지 몰라도 암호는 대부분 쉽게 풀 수 없다는 관념하에 나와는 다른 세계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신비함이 나를 이끌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런 암호의 세계에서 조금은 헤어나올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나의 관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나를 더 혼란의 늪으로 데려갈 뿐 결코 내가 예상한 헤어남은 맛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대 역사에 약한 나로써는 처음의 내용은 정말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암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배경이 되는 역사를 차근 차근 짚고 넘어가도 그 역사에서 부터 헤매버렸으니 무엇을 더 기대하겠는가.. 포기해 버리고 싶을 정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소제목 앞의 암호 문제가 독특하고 지루함을 덜어 주었지만 여전히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책을 펼쳤다 덮었다를 하다 너무 질질 끌고 있는 것 같아서 인내를 선두로 다 읽기를 다짐했다.

책 읽기가 점점 이상해져 간다는 느낌이 짙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중간에서 그렇게 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나의 의지를 보아준 것이였을까..

그제서야 조금씩 조금씩 책이 흥미로워지기 시작했다. 암호야 어차피 내가 그 규칙을 깨닫는다고 해도 내겐 분명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암호의 이해는 제쳐두고 그 암호의 역할을 중점으로 읽었다. 그랬더니 재미있어졌다. 암호이 얽힌 얘기가 그토록 많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던 실화를 보면서 황산벌이 생각이 났다. 350여가지의 뜻을 내포하고 있는 '거시기'의 비밀을 풂으로써 암호의 중요성의 예를 봤음에도 난 어렵게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지부진 했을 기간보다 몇배나 빨리 책을 읽어 버렸다. 조금은 허무 했지만 조금이라도 흥미를 갖고 읽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 올 정도였다.

어쩌면 소제목 앞에 나오던 암호풀이가 정확한 루트를 통해 풀린건 아니였지만 직감으로 몇몇 문제를 맞추다 보니 그 재미에 읽기가 가속도가 붙었는지도 모르겠다.

무조건 어렵게만 느꼈던 암호추리, 그리고 암호 이야기에 조금은 가깝게 다가간 것 같아 끝까지 읽은 보람이 있었다.

'당신의 가방, 지갑 속에 '암호'가 숨어 있다;라는 문구의 내용은 빈약하고 자세히 나오지 않아서 조금은 실망하고 아쉬웠지만 그럭 저럭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잘 마친 것 같아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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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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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가네시로 가즈키 소설을 읽으면서 '연애 소설'은 분명 그런류가 아니라는건 짐작했다.

제목부터가 그런 뉘앙스를 풍겼고 또한 그런 가즈키의 작품들과는 다를지라도 마지막으로 읽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경건해 지기도 했다. 아쉬움도 들었고 그래서 아끼다가 이제 꺼내보는 것인데 사뭇 진지해진다.

중간 중간 가네시로 특유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느껴 긴장이 조금은 풀리기도 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결코 호락 호락 하지 않았다.

'그렇게 흘러가지 말아줘'란 생각이 드는 순간 흐름은 과감히 극을 향해 가고 있었다.

 

첫 단편 '연애 소설'은 많이 들었던 혹은 보았던 이야기였다.

정말 자신이 사신(死神)인지 우연인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다 잃어버리는 느낌..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왠지 낯익음에 당연히 그런 결론을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으나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 '나는 누구를 만나고 싶어할까' 라는 쉬이 정답이 나오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런 미지를 탐하면 뭐하겠는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두번째 '영혼의 환'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두번째 이야기는 '스피드'의 다른면이라 할 수 있는 스피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또다른 얘기였다. 혹시 스쳐가는 중에 복선이라도 깔려 있을까 하고 스피드를 뒤적 거려 봤지만 역시 어디를 뒤져야 할지조차 떠오르지 않아 그냥 덮어버렸다.

약간은 그런 연계성의 흔적을 좇지 못해 혼란스러웠던 작품이기도 했다. '영혼의 환'을 더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스피드의 기억을 더듬느라 잠시 정신을 놓은 탓이기도 했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을 읽다 보면 책마다 은근히 연결되어 있는 이면성이 또 하나의 즐거움인데 그 공백이 조금 있었다고 이렇게 티가 나버리다니 나의 기억력이 한심했지만 그냥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꽃'에서 뒷통수를 맞아버렸다.

어제 읽었던 '꽃'에서의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연계성 앞에서 난 또다시 무너져 버린 것이다.

계단에서 날면서 구르던 여주인공을 품에 안았을 때의 이야기가 '연애소설'이라면 '꽃'은 날으는 그녀를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을때의 설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 설정의 차이일뿐 굳이 연관성을 짓지 않더라도 다른 삶의 펼침이기에 상관없다 치더라도 나는 그런 기억의 흔들림에서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마치 이런 혼란스러움을 의도한 듯 세편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쉼 없이 오간다. 어떤게 기억이고 현재인지 맞춰 보라는 듯이 말이다. 옮긴이는 그런 연결의 고리를 대화라고 말했는데 나 역시그런 대화의 가장 큰 결과를 보여준 '꽃'이 가장 인상 깊었다.

기억을 더듬을 수 있다는 거... 그리고 타인과의 대화에서 그 기억을 찾아가는 기쁨..

수술로 인해 기억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타인이 되어 주고 있는 대화상대인 나는 그 계기로 용기를 얻는다. 이게 끝이라고 상관없다고 말이다.

 

고리타분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런 엇갈림의 간직속에서 확인되어지는 노(老)변호사와 28년전 헤어진 부인의 사랑에서 나는 왜 감동을 느끼는 것일까?

'역시 사랑은 위대해' 라는 말이 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나도 그런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무가내의 허상이였을까...  내 기억의 언저리에는 어떤 연애의 기억이 숨어 있는지 나조차도 자신이 없다.

기껏해야 몇년전의 나의 사랑에 대해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28년전에 헤어진 부인의 얼굴과 추억을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잠시 노변호사를 원망했었다.

그러나 나는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지난 추억을 더듬는다고 해서 과연 그렇게 생각이 날까?

과거의 현재를 나는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들을 던진채 점점 나는 움츠러들고 만다.

기억이라는 아련함속에 과연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지 궁금해지면서 문득 대화가 하고 싶어진다.

아니, 연애가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기억을 남기고 싶은 욕망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들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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