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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행자
한스 크루파 지음, 서경홍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책을 보는 순간 깊은 밤 읽으면 좋겠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깊은밤의 독서는 나를 정진하는 시간.. 되돌아 보는 시간들을 갖기에 가장 적합함으로 나의 마음을 잘 들여다 볼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가끔 그 깊은 밤 하는 결정들이 다음날 후회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튼 그런 시간에 이 책을 읽고 싶었다. 나의 이런 선견지명(?)은 괜찮은 눈썰미였다.
실로 깊은밤에 정독하게 되었고 순식간에 읽어 버릴 수도 있었지만 왠지 아끼고 싶었다. 모두들 잠든 시간에 스탠드 불빛 아래서 야금 야금 읽어나가는 그 느낌.. 그리고 평안함.. 참 좋은 시간이였다.
토마스 만 때문에 독일작품도 조금은 다른 작품에 비해 품고 있는 견제가 많이 없는 편인데 독일작가라고 하니 왠지 마음이 더 갔다.
이 책속에 수록되어 있는 10편의 단편들은 한결같이 마음이 편안했다. 주인공들과 또 그 주변에서 그들을 빛나게 도와주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진정한 삶을 추구할 뿐더러 하나 하나 깨달아 가며 찾는 모습들이 평안함을 주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고뇌를 저자는 좀 더 친숙하고 부드러운 언어로 그리고 신비를 더해서 들려주고 있었다. 옮긴이의 말마따나 기독교, 불교등 종교적인 색채가 짙음에도 거부감을 주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들을 찾아 가는 그들의 여정이 무척 부러웠고 현재 내가 원하는 것들이 저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에서 그런 삶의 고뇌와 진리를 찾아가는 것만이 아닌 사랑, 행복등 인간이라면 누리고 싶은 것들도 다루었지만 내겐 자아를 찾아가는 모습이 가장 와 닿았다.
현재의 나는 자아를 잃고 있어서일까.. 그 안에서 혼란기를 겪고 있어서일까..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무작정 떠나는 그들의 모습이 참 부러웠다. 난 무엇이 그렇게도 얽매여서 현실에 진부함을 느끼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처럼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오로지 내 자신을 위해서 한번쯤은 떠나고 싶다.
오래도록 여행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보면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니 여행을 계속 한다고들 하던데 그런 긴 여행을 하지 못하더라도 진정 나를 위한 여행을 가보고 싶다.
그들처럼 삶에 깨우침을 더해줄 성인들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요즘엔 정말 간절하다. 이렇게 책 속의 인물들을 보면서 나의 삶을 뒤돌아 보게 되었고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베풀지 못한다는 부분에서는 뒷통수에 묵직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내가 늘 안고 있는 것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후회에 짓눌리고 미래의 두려움에 압도 당하면서 현재를 잃어버리고 있는 나를 정면으로 마주치게 된 것이다.
분명 이런 분위기가 느껴질 것이라고 알았음에도 책속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는 책장을 쉽게 넘기게 해주질 않았다. 몇줄 읽고 생각하고 책 덮고 누워서 또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책을 아껴서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의 여행자라는 말이 정말 와 닿았다.
실제로 마음의 여행을 많이 하였고 생각도 많이 하였고 현실을 놓았다가 가져왔다가 이래 저래 많은 궁리도 했다.
책을 통한 이런 느낌 오랜만에 가져 본 것 같다.
마치 유년시절 방학을 맞이해서 깊은밤 이런 책을 읽고 너무 뿌듯해서 밤하늘의 별을 보며 마당을 서성이는 기분..
그 기분까지 느끼게 해주어서 무척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