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소설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기존의 가네시로 가즈키 소설을 읽으면서 '연애 소설'은 분명 그런류가 아니라는건 짐작했다.

제목부터가 그런 뉘앙스를 풍겼고 또한 그런 가즈키의 작품들과는 다를지라도 마지막으로 읽는 작품이라는 생각에 조금은 경건해 지기도 했다. 아쉬움도 들었고 그래서 아끼다가 이제 꺼내보는 것인데 사뭇 진지해진다.

중간 중간 가네시로 특유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느껴 긴장이 조금은 풀리기도 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결코 호락 호락 하지 않았다.

'그렇게 흘러가지 말아줘'란 생각이 드는 순간 흐름은 과감히 극을 향해 가고 있었다.

 

첫 단편 '연애 소설'은 많이 들었던 혹은 보았던 이야기였다.

정말 자신이 사신(死神)인지 우연인지 그건 알 수 없지만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다 잃어버리는 느낌..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왠지 낯익음에 당연히 그런 결론을 받아들였는지도 모르겠으나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일 죽는다면 '나는 누구를 만나고 싶어할까' 라는 쉬이 정답이 나오지 않는 미지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런 미지를 탐하면 뭐하겠는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두번째 '영혼의 환'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두번째 이야기는 '스피드'의 다른면이라 할 수 있는 스피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또다른 얘기였다. 혹시 스쳐가는 중에 복선이라도 깔려 있을까 하고 스피드를 뒤적 거려 봤지만 역시 어디를 뒤져야 할지조차 떠오르지 않아 그냥 덮어버렸다.

약간은 그런 연계성의 흔적을 좇지 못해 혼란스러웠던 작품이기도 했다. '영혼의 환'을 더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스피드의 기억을 더듬느라 잠시 정신을 놓은 탓이기도 했다.

가네시로 가즈키의 작품을 읽다 보면 책마다 은근히 연결되어 있는 이면성이 또 하나의 즐거움인데 그 공백이 조금 있었다고 이렇게 티가 나버리다니 나의 기억력이 한심했지만 그냥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나는 '꽃'에서 뒷통수를 맞아버렸다.

어제 읽었던 '꽃'에서의 다른 설정이라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연계성 앞에서 난 또다시 무너져 버린 것이다.

계단에서 날면서 구르던 여주인공을 품에 안았을 때의 이야기가 '연애소설'이라면 '꽃'은 날으는 그녀를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을때의 설정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 설정의 차이일뿐 굳이 연관성을 짓지 않더라도 다른 삶의 펼침이기에 상관없다 치더라도 나는 그런 기억의 흔들림에서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마치 이런 혼란스러움을 의도한 듯 세편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쉼 없이 오간다. 어떤게 기억이고 현재인지 맞춰 보라는 듯이 말이다. 옮긴이는 그런 연결의 고리를 대화라고 말했는데 나 역시그런 대화의 가장 큰 결과를 보여준 '꽃'이 가장 인상 깊었다.

기억을 더듬을 수 있다는 거... 그리고 타인과의 대화에서 그 기억을 찾아가는 기쁨..

수술로 인해 기억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타인이 되어 주고 있는 대화상대인 나는 그 계기로 용기를 얻는다. 이게 끝이라고 상관없다고 말이다.

 

고리타분하다고도 할 수 있는 그런 엇갈림의 간직속에서 확인되어지는 노(老)변호사와 28년전 헤어진 부인의 사랑에서 나는 왜 감동을 느끼는 것일까?

'역시 사랑은 위대해' 라는 말이 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나도 그런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막무가내의 허상이였을까...  내 기억의 언저리에는 어떤 연애의 기억이 숨어 있는지 나조차도 자신이 없다.

기껏해야 몇년전의 나의 사랑에 대해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28년전에 헤어진 부인의 얼굴과 추억을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잠시 노변호사를 원망했었다.

그러나 나는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지난 추억을 더듬는다고 해서 과연 그렇게 생각이 날까?

과거의 현재를 나는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들을 던진채 점점 나는 움츠러들고 만다.

기억이라는 아련함속에 과연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지 궁금해지면서 문득 대화가 하고 싶어진다.

아니, 연애가 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기억을 남기고 싶은 욕망의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들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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