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면? 없다면! 생각이 자라는 나무 12
꿈꾸는과학.정재승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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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꼽은 훌륭한 과학자의 조건은 ‘비판적 사고’와 ‘과학적 상상력’이었다. 세상을 뒤흔들어 놓을 새로운 과학은 항상 ‘당연하다고 믿는 상식을 비판적으로 따져 보고, 근거 있는 상상력으로 뒤집어 보는 데’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6쪽

저자와 ‘꿈꾸는 과학’ 친구들과 함께 만든 이 책은 서문에서 밝혔던 것처럼 목적이 명확하다. 과학적으로 맘껏 상상하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문제는 없는지 근거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기발한 상상, 엉뚱한 상상, 희한한 상상, 놀라운 상상 네 가지로 나눠 소개하고 있는데, 이런 상상을 하고 근거를 끌어온다는 것이 그저 신기했다.

흔히들 ‘방귀’ 하면 메탄가스부터 떠올리지만, 우리의 상식과는 달리 메탄가스가 포함된 방귀를 끼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약 1/3 정도밖에 안 된다. 오히려 방귀 성분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수소’이다. 162쪽

만약에 근거해 ‘꿈을 찍는 캠코더가 있다면?’ ‘입이 배꼽 옆으로 이사 간다면?’ ‘방귀에 색깔이 있다면?’ ‘태양이 두 개라면?’ 등 다양한 상상력이 기반이 된 질문들이 쏟아진다. 그리고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사실을 보태 현실 가능성과 상상력의 경계를 오간다. 그저 주변에 있는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거기에 상상력을 보탠다거나 더 나아갈 방향 같은 걸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인지 이런 상상을 하는 것도 신기한데 과학적 접근과 상상력이 합쳐진 이유들은 더 놀라웠다.

내가 잘 알지 못하고 관심 밖의 분야를 누군가는 흥미롭게 접근하고 발전 가능성을 야기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뭔가 뿌듯해졌다. 우선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상상력도 그렇고 과학적인 접근도 그렇듯이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꿈꾸는 과학에 참여했던 학생들만 보아도 충분히 느껴졌다.

좋아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고 고백했지만 그나마 좋아했기에 그 모든 과정을 기꺼이 만끽했을 거라 믿었다. 상상력을 결과물로 만들어내겠다는 일 자체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몰랐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곳곳에 노고가 느껴져 무조건 응원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런 노고와 열정도 닮고 싶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상상력과 과학적 접근은 힘들더라도 무언가를 향해 끝까지 가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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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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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물고기가 잡히지 않았을까 하는 것과 왜 그렇게 포기하지 않고 며칠 밤을 새우며 잡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_1997년 1월 독서기록장

17살의 나는 어렸다.『노인과 바다』를 읽긴 읽었지만 작품 속으로 온전히 들어가지 못하고 그런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저 유명한 작품이기에 읽어봤고, 당시에 읽었던 유명 작품들은 죄다 재미가 없었던 기억뿐이다. 그럼에도 꾸역꾸역 완독을 해 낸 과정과 시간들이 감사하다. 아마 이렇게 재미없게 읽을지언정, 완독하지 못하고 책 읽는 것 자체를 포기해 버렸다면 현재의 나는 어쩌면 독서의 즐거움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몰랐다. 상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만큼 나에겐 독서의 즐거움과 과정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10대에 읽었던 작품을 30대가 되어서 다시 읽으면 어떨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깨달아 버렸다. 물고기와 사투를 벌였지만 상어에게 다 뜯긴 채 돌아온 과정 중요하지만 노인의 이야기 그 자체가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노인은 바다를 건너다보고는 자기가 지금 얼마나 외롭게 혼자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하지만 그는 어둡고 깊은 바닷속에 비친 무지갯빛 광선들과 앞으로 쭉 뻗은 낚싯줄과 묘하게 일렁이는 잔잔한 바다를 볼 수 있었다. 63쪽

17살의 나는 이런 문장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마도 문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바다위에 혼자 있으니 외롭다고 여겼을 것이다. 언제 끌려 나올지 모르는 물고기를 보며, 돌아갈 수나 있을지 아무런 확신이 없는 가운데 바다 한 가운데 놓여 있는 노인. 불안함과 불확실함이 뒤섞여 긴장감이 팽팽한 가운데 상황을 지켜보는 혹은 눈앞에 놓인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연륜이 느껴졌다. 실패하더라도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왕이면 물고기가 온전히 끌려 올라와 당당하게 항구로 돌아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조금은 빤할지라도 마치 우리의 인생처럼 마음먹은 대로 살아지지 않는다는 것과 궁지에 몰려 있는 상태에서 어려움은 또 닥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해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놈한테 낚싯바늘이 주는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닐 거야. 굶주림의 고통, 그리고 자기가 알지 못하는 어떤 존재와 대결하고 있다는 사실, 그게 가장 견디기 힘든 문제겠지. 자, 이보게, 늙은이, 자넨 이제 그만 쉬게. 다음 일이 닥칠 때까지는 놈이 계속 애쓰도록 내버려둬. 80쪽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서도 청새치가 겪고 있는 고통을 헤아리며 포획자의 자만이 아닌 자연의 이치로 대하는 시선들이 그저 경이로웠다. 청새치는 물론 노인에게도 생사가 오가는 일생일대의 위기였다. 온전히 청새치를 끌어 올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상어만 만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해 볼만하다 여겼지만 끝내 상어에게 뜯기고 만다. 지금 당장은 청새치를 안전하게 끌어 올려 돌아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지만 상어의 습격으로 모든 것이 호락호락 하지 않음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 자신을 도와주는 소년을 떠올리고, 소년의 손길을 그리워하고, 그가 도착했을 때 소년 또한 노인을 걱정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눈앞의 가장 중요한 물고기는 잃어버렸지만 더 소중한 것을 알게 되고, 다시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다. 그 소중한 것은 지금껏 살아온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 그리고 실패하더라도 완전한 실패가 아니라는 사고에서 완전히 달라진다.

“이게 다 꿈이라면, 그래서 내가 저 물고기를 낚은 일이 아예 없었던 일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미안하구나. 물고기야. 애당초 너를 낚은 게 잘못이었어.” 노인은 말을 멈췄다. 115쪽

상어에게 뜯겨버린 청새치를 보며 회한에 잠긴 채 모든 것을 초월해 집으로 어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를 저어 가는 노인. 나 역시 물고기가 어떻게 될지 지켜보느라 긴장감으로 잔뜩 굳어 있던 마음을 풀고 모든 걸 내려놓았다. 그가 집으로 돌아와 소년과 재회하고 잠에 빠질 때 이게 정말 꿈이었으면 좋을 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면 좋을 지 잠시 혼란스러웠다. 꿈같은 이야기고, 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임에도 모든 걸 진짜 겪어버린 노인과 지켜보는 이 모두가 함께 고생하고, 외롭고, 쓸쓸한 바다 위에 함께 있었던 것 같아 동질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나는 노인의 이야기를 또 다시 읽겠다고 다짐했다. 40대에도 읽을 것이고 50대는 물론 정말 노인이 되었을 때 이 소설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상상만 해도 벅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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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8-0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창시절에 읽었는데 또 읽고 싶어 별글클래식 고전셋트(10권)짜릴 샀는데 읽고 싶네요 다시 ㅎ

안녕반짝 2018-08-11 19:00   좋아요 0 | URL
정말 다시 읽으니 좋더라고요^^
어서 만나보시길^^

stella.K 2018-08-0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 책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생각나는 작품이어요.^^

안녕반짝 2018-08-11 19:00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더라고요~
40대가 되면 또 읽어보려고요^^
그 사이 새 번역이 나오면 그걸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십자가의 임재 안에 - 오늘 나의 십자가에서 주님을 만나다
하용조 지음 / 두란노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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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그저 ‘하나님이 우리의 죄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라는 사실로 숨겨 버리면 안 됩니다. 여기서 멈추지 마십시오. 하나님이 아무 가치 없는 나를 살리기 위해 친히 죽기로 결정하신 것, 하나님이 스스로를 포기하신 것이 바로 십자가입니다. 십자가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39쪽

계속해서 복음과 율법, 성경에 대해 공부하고 깨닫고 있으면서도 정작 십자가를 등한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의 죄 때문에 하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멈춰 있었고 그 이상을 나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십자가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겼다. ‘하나님이 공의는 털끝만 한 죄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이 완벽한데, 인간의 죄 때문에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하나님 스스로 공의를 무너뜨릴 수도 없고, 사랑과 용서를 무너뜨릴 수도 없자 인간 대신 하나님이 죽기로 결정하셨다. ‘십자가는 죄를 용서하시기 위한 하나님이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기독교의 핵심과 본질, 중심에는 십자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되었다.

그럼에도 십자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채 여전히 나를 주인으로 세워놓고 주님을 저만치 밀쳐놓고 살았던 내 삶들이 참으로 부끄럽게 여겨진다. 요즘에서야 하나님을 제대로 알아가고, 복음과 율법, 성경에 이어 십자가까지 배워나가고 받아들이면서 감동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 모든 깨달음 이면에는 지식으로만 머리가 커져 실천하는데 더 게을러지는 게 아닐까란 걱정이 들기도 하다. 책을 읽는 순간에만, 말씀이 깨달음이 되고 감동이 되어 내 안에 들어오는 순간만 기억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깨달음과 말씀이 내 삶으로 들어오려면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매일까지는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말씀을 가까이 하고 예배를 드리며 내가 지음된 이유를, 십자가의 의미를, 복음을 잊지 않길 바랐다.

기독교의 본질을 오해하지 마십시오. 기독교는 침착하고 조용하게 묵상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사랑을 나누고, 포기하지 않고 고난을 극복하고, 마귀와 싸워서 승리하는 종교입니다. 다시 말해, 기독교는 십자가입니다. 59쪽

그동안 하나님을 믿고 교회를 다닌다고 하면서도 얼마나 게으르게 살아왔는지가 드러나는 말씀이다. 조용하게 묵상을 하지 않았고, 기독교의 본질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자동으로 예배를 드렸기에 죄가 나를 점령하도록 내버려둔 순간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그런 죄가 이미 하나님의 십자가 사건으로 씻겨 졌음에도, 스스로 정죄하고 죄책감에 빠져 복음 아래 있으면서도 복음의 의미를 제대로 뚫고 오지 못했다. 그러니 고난 앞에서 쉽게 포기하고 원망하고 쉽게 쓰러졌다. 그러다 제대로 의미를 알고 깨달으면서 두려움이 사라졌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 있으면서도 세상의 자잘한 두려움에 빠져 있었던 나날들이 참 부끄럽지만 이제부터는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죄인이요, 아무런 희망이 없으며, 스스로에게 절망했던 사람이 기적처럼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어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선언하는 것이 십자가입니다. 우리의 입술에 언제나 “나는 변했어. 옛날의 내가 아니야. 나는 의로워졌어.”라는 말을 담고 다니기를 원합니다. 스스로에게도 선언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선언하십시오. 237쪽

이처럼 십자가의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변화하고 싶다. 그리고 내 안에서 변화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변화가 행동으로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도 이어질 거라 믿고 있다. 십자가의 본질을 제대로 깨닫자, 십자가의 의미가 하나로 정립되는 것이 아님을, 그 안에 숨겨진 의미가 무궁무진하며 평생 배워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간의 나의 무지함을 충분히 탓했으므로 부족한 걸 채워나가고, 존재의 사명을 찾고, 평생 하나님을 알아가고 싶을 뿐이다. 이것 또한 하나님의 은혜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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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최고야 - 2016 한우리 독서올림피아드 선정, 2015 아침독서신문 선정, 2015 오픈키드 좋은어린이책 목록 추천도서, 2014 동원 책꾸러기 바람그림책 26
김난지 글, 최나미 그림 / 천개의바람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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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이 되지 않는 병설 유치원에 다니는 첫째는 유치원 교실 앞에 있는 텃밭을 꼭 들른다. 나에게도 꼭 와보라고 하고는 주렁주렁 달린 오이, 호박, 고추, 방울토마토를 알려준다. 매일 관찰하는 것이 기특해서 엄청 잘 크고 있다고 얘기해주는데, 그래서인지 이 책의 첫 쪽에 나오는 무, 쪽파, 총각무가 토실토실하게 자라고 있는 텃밭이 낯설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김치를 전혀 먹지 않는 첫째는 김치 만드는 과정을 읽어줘도 시큰둥하다. 그래서 일단 김치 종류를 알려주며 이름이라도 구분할 수 있게 해줬다. 그리고 며칠 뒤에 김치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오자 배추김치라고 알아차린다. 평상시에는 김치를 꺼내오던지 말던지 관심도 없더니 이 책을 읽어주니 그래도 김치를 알아보기에 칭찬을 해주었다.

김치를 전혀 먹지 않는 첫째가 그나마 김치찌개 국물, 고춧가루가 들어간 콩나물 무침을 먹게 된 건 순전히 둘째 덕분이었다. 둘째 입맛은 완전히 한식이라 빨간색만 들어가면 무조건 먹어대는데, 그런 동생을 보며 자기도 먹어보겠다며 먹게 된 게 겨우 이 정도다. 그래서 아무리 김치에 관해 알려줘도 관심이 없는데, 책은 그런 아이들의 심리를 안듯 각기 다른 종류의 김치들이 서로 잘났다고 뽐내는 모습으로 흥미를 끈다.

깍두기는 네모반듯해서 높이 탑을 쌓을 수 있다 하고, 파김치는 길고 날씬하다고, 총각김치는 알통이 있다고 자랑을 한다. 항아리에 담겨 있던 김치들은 서로 잘났다 싸우다가 난장판을 만든다. 그 모습을 본 묵은지 할머니가 나와 ‘김치마다 자기 맛과 모양이 있는데, 자기만 최고라고 싸우면 쓰나?’라며 중재를 한다. 김치의 모양과 맛이 다르듯이 아이들이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존중하는 마음을 알았으면 싶었다. 그렇게 김치들은 할머니를 따라 ‘건강 김치 될래.’ 를 부르며 춤을 춘다. 그렇게 열심히 춤을 춘 김치는 모두 항아리로 돌아가고 그렇게 잠든 김치들이 익어 건강 김치가 된다.

그렇게 익은 김치를 우리가 맛있게 꺼내 먹는 것으로 책은 끝이 나는데, 이런 과정을 첫째에게 알려 주니 김치를 먹으면 건강하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그래서 이제부터 김치를 먹어보겠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란다. 나중에 좀 더 크면 먹겠다는 말로 무마를 시키더니 김치 종류를 안 것으로 만족하는 것 같다. 책의 마지막 면지에 김치가 몸에 좋은 이유와 다양한 김치를 소개해 주는데 매일 마주하는 김치 종류가 많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어렸을 때 분명 나도 김치를 싫어했고, 짜고 매운 걸 왜 먹는지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는 거의 모든 김치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꾸 익숙해졌던 게 가장 큰 영향이 아닌가 싶다. 첫째가 말했던 것처럼 좀 더 크면 먹여보기로 하고 일단은 김치에 거부감을 없애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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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보여 줄까? 웅진 우리그림책 7
윤진현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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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딸내미를 울리고 말았다. 덥다고 짜증을 내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했더니 울고, 동생이 와서 얼굴을 긁혔다고 울고, 밖에를 안 나간다고 울어서 결국 목소리가 커져서 더 울리고 말았다.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운 딸내미를 새침하게 지켜보다가 결국 안아 주었다. 그랬더니 금세 기분이 풀려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아이를 보며 기분이 저렇게 달라지는 게 그저 신기했다. 그렇게 딸내미는 잘 놀다가 장난감을 치우지 않아 잔소리를 듣고 또 기분이 상하고, 혼자서 연극을 하면서 웃고, 졸리다고 징징대는 모습을 보며 감정의 변화무쌍함에 어지러울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어줬을 때 생일인데도 공주옷이 아닌 운동복을 입고 유치원에 간 주인공에게 공감을 많이 하는 듯했다. 좋아하는 준수 앞에서 운동복 입고 왔다고 놀리는 민호 때문에 마음이 후끈거리고, 지윤이가 공주 왕관을 쓰고 오자 부러워서 마음이 뾰족해지는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이렇게 하루 동안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장면을 보며 아이에게 언제 그런지 물어봤다. 그러자 거침없이 모든 상황에 대답하고 설명하는 아이를 보며 추억이 많이 쌓인 것 같아 기특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회를 할 때는 주인공처럼 얼음이 된다 말하고, 번개로 묘사된 감정 앞에서는 밤에 번개가 쳤을 때 무서웠다는 말을 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이 가족들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하는 장면에서도 생일 파티를 했던 경험이며, 다음 생일에 갖고 싶은 것까지 모두 낱낱이 말했다. 아빠가 함께 그림책을 보다 잠든 주인공을 보며 우리 아빠는 이렇게 책을 안 읽어준다고 투덜거리까지, 그야말로 할 말이 너무 많은 듯했다.


주인공의 경험을 자신의 경험과 빗대어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며 감정에 대해 더 이야기해주었다. 네가 울었던 것처럼 슬픈 감정도, 또 놀 때의 즐거운 마음도, 동생이 괴롭혔을 때의 속상한 마음도 자연스러운 거라고 말이다. 엄마가 기분이 안 좋거나 짜증이 나거나 힘들 때 얘기하는 것처럼 네 감정을 이야기 해줘야 엄마가 알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무조건 짜증 부리지 말고 왜 짜증이 나는지 알려주고, 왜 웃긴지 이야기 해달라고 말이다. 때론 이유를 말할 수 없을 때라도 감정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니 말하고 싶을 때 말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주인공의 하루를 살펴보면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과 그에 따른 묘사를 해주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편안했던 책이었다. 마지막에는 괜히 딸내미에게 그래도 감정 조절은 좀 해야 한다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긴 했다. 하지만 적어도 매일 변하는 기분과 감정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비슷한 또래의 이야기로 적어도 나만 이런 감정의 변화를 느끼는 것을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사실만 깨달아도 괜찮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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