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보여 줄까? 웅진 우리그림책 7
윤진현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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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딸내미를 울리고 말았다. 덥다고 짜증을 내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했더니 울고, 동생이 와서 얼굴을 긁혔다고 울고, 밖에를 안 나간다고 울어서 결국 목소리가 커져서 더 울리고 말았다.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운 딸내미를 새침하게 지켜보다가 결국 안아 주었다. 그랬더니 금세 기분이 풀려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아이를 보며 기분이 저렇게 달라지는 게 그저 신기했다. 그렇게 딸내미는 잘 놀다가 장난감을 치우지 않아 잔소리를 듣고 또 기분이 상하고, 혼자서 연극을 하면서 웃고, 졸리다고 징징대는 모습을 보며 감정의 변화무쌍함에 어지러울 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어줬을 때 생일인데도 공주옷이 아닌 운동복을 입고 유치원에 간 주인공에게 공감을 많이 하는 듯했다. 좋아하는 준수 앞에서 운동복 입고 왔다고 놀리는 민호 때문에 마음이 후끈거리고, 지윤이가 공주 왕관을 쓰고 오자 부러워서 마음이 뾰족해지는 부분을 자세히 설명해줬다. 이렇게 하루 동안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장면을 보며 아이에게 언제 그런지 물어봤다. 그러자 거침없이 모든 상황에 대답하고 설명하는 아이를 보며 추억이 많이 쌓인 것 같아 기특했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회를 할 때는 주인공처럼 얼음이 된다 말하고, 번개로 묘사된 감정 앞에서는 밤에 번개가 쳤을 때 무서웠다는 말을 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주인공이 가족들과 함께 생일 파티를 하는 장면에서도 생일 파티를 했던 경험이며, 다음 생일에 갖고 싶은 것까지 모두 낱낱이 말했다. 아빠가 함께 그림책을 보다 잠든 주인공을 보며 우리 아빠는 이렇게 책을 안 읽어준다고 투덜거리까지, 그야말로 할 말이 너무 많은 듯했다.


주인공의 경험을 자신의 경험과 빗대어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며 감정에 대해 더 이야기해주었다. 네가 울었던 것처럼 슬픈 감정도, 또 놀 때의 즐거운 마음도, 동생이 괴롭혔을 때의 속상한 마음도 자연스러운 거라고 말이다. 엄마가 기분이 안 좋거나 짜증이 나거나 힘들 때 얘기하는 것처럼 네 감정을 이야기 해줘야 엄마가 알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무조건 짜증 부리지 말고 왜 짜증이 나는지 알려주고, 왜 웃긴지 이야기 해달라고 말이다. 때론 이유를 말할 수 없을 때라도 감정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니 말하고 싶을 때 말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주인공의 하루를 살펴보면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과 그에 따른 묘사를 해주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편안했던 책이었다. 마지막에는 괜히 딸내미에게 그래도 감정 조절은 좀 해야 한다고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긴 했다. 하지만 적어도 매일 변하는 기분과 감정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비슷한 또래의 이야기로 적어도 나만 이런 감정의 변화를 느끼는 것을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런 현상이라는 사실만 깨달아도 괜찮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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