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꽤 내리던 지난 일요일 오전. 아침을 간단히 과일로 해결하고 '퀴즈 대한민국'을 보다가 부모님과 집을 나섰다. 우리의 목적지는 고양 KINTEX. 킨텍스가 뭐하는 덴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마침 '전국 우수시장 박람회'를 하고 있다.

부모님이 최고로 좋아하는 곳 중의 하나가 시장이 아니던가. 별의별 걸 다 팔고 있다. 시식하는 재미에 다들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다른 사람들이 물건 사는 거 구경하고... 희한하게 우리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따라온다. 그래서, 물건값 엄청나게 깎고. 우리 엄마의 물건 사는 비결은 무조건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 그래서 가마에서 구운 그릇 세트는 되게 싸게 샀다.

시장을 좋아하지만, 그 중 특히 안 좋아하는 것이 있으니 고기집. 횡성 한우, 언양 한우 중 하나를 샀으면 싶었지만, 시식만 좀 하는 척 하더니 금세 다른 데 정신을 팔고 계신다.

YMCA에서 나와 파는 동티모르 커피는 종류에 상관없이 무조건 2천 원.  내가 늘 가던 곳이 아니면 대부분 커피(혹은 아이스커피)를 시키곤 하는데 맛은 좀 진한 편이었지만, 양이 많아서 만족스러웠다.

갑자기 급히 갈 데가 생겨서 바리바리 싸들고 나와서 배를 채우려고 보니 눈앞에 바로 '물회'를 파는 포항에서 올라온 식당이 보인다. 배는 고프고 시간은 없고, 먹고 싶은 건 많고... 어쩔 수 없이 물회를 먹는데 꽤 맛이 있다. 배가 들어 있어서 더 달짝지근하고 좋았다.

저쪽에선 마산인가 어디서 온 '홍어 삼합' 파는 집이 있었는데 아빠가 잽싸게 가셔서 그걸 사오셨다. 가끔 TV에서 나온 걸 보면서 먹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맛이 있을까 싶었고, 특히 삭힌 홍어 맛이 강할까봐 기대를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묵은지와 삶은 돼지고기, 삭힌 홍어를 함께 들고 한입에 넣었는데 오오~ 이건 내가 상상도 못한 정말 독특하면서 자꾸 먹고 싶은 맛이다. 1만 원 어치가 얼마 되지 않아 아쉬울 정도로 좀 더 먹고 싶었다. 가끔 집에서 찐 홍어를 아빠가 드시는데 그 때마다 냄새가 싫어서 안 먹곤 했었다. 삭힌 홍어에서도 그 냄새가 좀 나긴 하는데 오돌뼈처럼 씹히는 홍어는 정말 별미였다.

지난 추석 때 TV에서 남도 음식,을 주제로 한 방송 중에 홍어를 삭히는 방법이 나왔었다. 옹기에 짚을 깔아서 홍어가 물에 젖는 걸 방지하고, 켜켜이 쌓아서 삭히는 거였는데 그런 정성을 들인 건 아니더라도 우리가 먹은 홍어 삼합 역시 정성이 들어간 것이라 생각하니 웬만해선 음식에 선입관을 갖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마구 솟아올랐다.

돌아오는 길에 삼성동 코엑스에서 했으면 멀어서 안 갔을 텐데 고양시 많이 좋아졌다고 내심 흐뭇해했다.



네이버에서 가져온 그림.


우리가 먹은 묵은지는 훨씬 더 묵은 김치여서 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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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6-10-2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어는 그 냄새 때문에 차마 먹어보지 못했는데.. 그게 그렇게 맛나단 말이죠?
갑자기 군침이........^^

하루(春) 2006-10-25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삭힌 홍어를 그냥 먹으라면 저도 망설일 것 같은데요. 세가지를 함께 들고 먹으니까 정말 맛나더라구요. 기회를 만들어서 시도해 보심이... ^^

세실 2006-10-2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두 그 독특한 향 땜에 먹지 않았는데 님이 이리도 맛있다고 하시니....살짝 먹고 싶어 집니다~~

가시장미 2006-11-02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라. 홍어를 이렇게도 먹는군요~!! 보쌈 같아요. 으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