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봤는데, 재미있었다.
김태용 감독에 대한 신뢰감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인지라 만족도는 90% 이상.
조성우 음악감독의 음악은 영화와 매우 잘 섞인다.
아무것도 모른 채 영화를 즐기고 싶은 분들은 그만 읽으세요. ^^
단점이 있다면, 봉태규가 공효진보다 20살 가까이 어린 동생으로 나온다는 것. 또 하나, 엄태웅은 현재 시점에서 15년 이상 지났는데도 너무 나이가 안 들어보였다는 것. 이 두가지만 빼면 큰 훼방꾼은 없다.
문소리 목소리가 좀 특이하긴 하더라. 문소리가 출연한 영화 중 목소리가 제일 튀었다.

말 그대로 가족의 탄생. 이런 식의 가족도 성립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열어 보이는 것 같은 실험적인 스토리. 실험적이지만, 절대 성립할 수 없다고 단정짓거나 거부할 수만은 없는 그런 형태의 가족을 그려낸다. 영화가 끝나기 20분쯤 전부터 '퐝당한 시츄에이션이' 펼쳐진다. 미라가 살고 있는 춘천집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모이면서부터 배꼽 빠지게 웃기다. 진짜 정신 못 차리게 웃기다. 고두심 연기가 그 때부터 끝내준다.
전체적인 구성은 옴니버스식이다. 세가지 얘기가 나오는데, 세번째 이야기는 이전의 두 이야기에서 나왔던 인물들의 약 15년 후를 다룬다. 엄태웅 연기는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이고, 김혜숙은 그런 차분한 연기도, 되게 무관심해 보이는 연기도 그렇게 해낼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현재 기억나는 판타지 장면이 하나 있다.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어린 채현을 거부하는 미라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는데 예쁘고, 사랑스럽고, 순수한 모습을 잘 담아낸 것 같다.
자연스럽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새로운 가족을 거부하던 사람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식구(식구가 더 와닿는 표현일 것 같다.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의 의미로)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어찌 마음의 갈등을 크게 겪지 않았겠는가.

또, 사랑을 찾아 이 남자, 저 남자 전전하던 엄마로 인해 사랑을 거부하면서도 사랑을, 피붙이를 끝내 거둘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인 것을... 뭐, 그리고 헤어졌으면 어떤가. 내일 다시 만나면 되는 거지.
영화를 보고 나서 제일 아리송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인물은 채현이었다. 즉, 다른 인물의 행동이나 성격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채현의 행동은 그 인물의 과거에 비추어 이해를 하니 오히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두 사람이 어느 멋진 겨울날 퍼포먼스를 펼친 곳이 어딘지 궁금하다. 당장이라도 찾아가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곳이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 영화가 끝났다 싶으면 바로 일어나 나가고 싶어하는 관객과 불을 환하게 밝히는 극장측을 배려하는 듯한 씬이 있다. 바로 모든 등장인물들이 기차역사에서 이리저리 스쳐 지나가는 걸 잔잔하게 담아낸 건데, 그걸 보면서 내가 본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참, 이 배우 이름이 주진모라는 걸 오늘 알았는데 얼마 전 <굿바이 솔로>라는 드라마에도 나온 사람이다. 나는 그 드라마에서 이 배우가 진짜 청각장애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연기를 잘하길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연극판을 주무대로 삼던 배우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