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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ㅣ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10
윤대녕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실재하는 지명인 제주도와 그 부근의 섬, 서울, 그리고 이제는 역사가 되어버린 사건들을 엮은 글을 6일간 읽으며 어느 날은 악몽에 시달리다가 출근을 못했다.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리포트에 무서워서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을 훔쳤다.
Y는 오 분 간격으로 영빈의 도곡동 집에 계속 전화를 걸고 있었다. Y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이 땅에 살아 있음이 너무도 참혹하고 부끄럽구나. 이럴 때 우리는 도대체 뭘 할 수 있는 거지?"
각자 딴소리를 하듯 영빈도 중얼거렸다.
"모든 게 한꺼번에 붕괴되고 있어. 나도 너도 그리고 우리 모두가."
작가의 말,을 읽고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제주도에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다 읽은 지금은? 당연히 더욱 더 가고 싶다. 저자처럼 한 1년쯤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 한 반년쯤 살고, 바닷가로 가서 멍게 등을 파는 해녀에게 "저 제주도에 살아요." 하며 으스대고 싶어 죽겠다. 그러면 나에게도 멍게 2마리를 덤으로 얹어줄까?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 누군가 나서서 그 사람을 소외시키거든. (중략) 태연한 척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일종의 방어책이자 사회규범이야.
제주도에 가고 싶어서 이미 안달이 나 있으면서도 소외당하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지키려고 나는 직장 외에는 아무 곳에도 가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행세한다.
"이 아름다운 섬이 알고 보니 온통 죽음으로 뒤덮여 있더군. 그걸 알고 난 뒤부터는 어딜 가나 온통 흑백으로 보여."
그 아름다운 섬뿐 아니라, 우리 국토 전체가 비극적인 역사의 잔해로 뒤덮여 있지 않은가? 관계를 맺음이란 서로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말이다. 이 도시에 살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을 미워했다. 태연한 척,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행동했어도 상대방에겐 상처가 됐을 거다. 그래서, 난 제주도에 가야 겠다. 모든 것들과의 화해를 시도하러... 더불어 희망까지 잡아 오면 금상첨화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