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가든 사람이 넘치는 세상에서 살면서 뭐든 혼자 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뭐든 혼자 하는 걸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로 이 곳에도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1. 영화 혼자 보기

최초로 영화를 혼자 본 건 대학교 때다. 나는 보고 싶은데, 별 관심없어하는 친구한테 같이 가자고 하는 건 별로 내키지 않는다. 이왕이면 내 주변에 나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언제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세상은 내가 원하는대로 돌아가주지는 않는다.

영화를 혼자 보러 가는 건 조금 심심한 일이기도 하다. 근데, 정말 혼자 보러 오는 사람들 의외로 많고, 주로 내가 혼자 보러 가는 영화들은 혼자 봐도 그리 심심하지 않은 게 많기도..

혼자 보면 오히려 더 집중이 잘 돼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 좋은 감정을 그대로 마음에 담아올 수 있어서 괜찮다.

혼자 본 영화 중 기억에 남는 건 '일 포스티노'와 '초록 물고기'다. 아마도, 둘 다 신촌의 녹색극장인가에서 봤을 거다. 아니면 아트레온 자리에 있던 곳이든가...

2. 카페에 혼자 가기

혼자 가기 가장 편한 곳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건 별로 기억에 없다. 언제 한번 기억에 남기고 싶은데...

3. 식당에 혼자 가기

이건 2-3번? 혼자 저 멀리 다녀오다가 한밤중에 휴게실에 들러서 차를 마시는데, 중년의 아저씨가 말을 걸어와서 내심 떨었던 기억이 난다.

내 친구 중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식당에 혼자 못 갈 뿐더러, 간식거리도 못 사먹는 친구가 있다. 남들은 아무 관심도 없는데 뻘쭘해서 도저히 먹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데, 이건 정말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그 친구의 말을 이해는 하면서도, 생각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항상 하게 된다.

4. 위의 세가지를 누군가와 함께 하기

아무 말 안 해도 아무렇지 않은 친한 친구가 아니면, 오히려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불편한 것 같다. 서로 눈치를 살피느라 관심도 없는 영화를 보고, 마음에도 없으면서 괜히 돈을 서로 내겠다고 가볍게 실랑이를 벌이는 이 모든 것들이 가끔은 되게 귀찮다.

이럴 때면 혼자서 보고 싶은 영화 정해서 가는 거지.. ^^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실제로 사람을 만나면 웹상에서 친하게 떠들었던 것만큼 친근한 감정을 느끼기 어려운 것 같다. 상대방의 글을 통해 상상했던 것과 실제 모습과의 괴리를 좁히지 못하면, 그 관계는 매우 형식적인 것에 그치기 쉬운 것 같다.

예전에 영화 커뮤니티 회원이었던 적이 있다. 그 커뮤니티는 이제 없는데, 시삽이 어떤 회원과 스캔들에 휘말리고, 실제로 한 회원과 동거를 시작하면서 흐지부지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한때는 정말 재밌는 모임이었고, 함께 엠티를 가기도 했는데 말이다. 작가를 지망하던 어떤 언니는 "내가 올해 한 일 중에 가장 뿌듯한 일이 여러분을 알게 된 것"이라고까지 했는데 그 해 모임이 깨진 거다. 그 모임의 고정멤버였던 10명 남짓한 인물 중 지금까지 연락을 하는 친구는 단 1명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지금 뭐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관심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고...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게 참 재밌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불이 붙어서 달려들기 시작하면 정말 재밌고, 중독 증세까지 보이다가도 어느 날 그 열기가 식으면 '내가 언제 그랬냐'가 되어 버리는... 나조차도 나를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맞게 되는 것 같다.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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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겐 2005-05-27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극장... 이거 없어졌잖아요...
전 딱 한번 영화혼자서 본 적 있어요.. 너무 슬퍼서 울고 싶었던 적이 있었거든요..그래서 제일 슬픈 영화를 선택해서 들어가서 보면서 영화때문에 우는것처럼 펑펑 울고 나오니 속이 시원했던 기억이...

아 그리고 전 가끔 혼자서 밥먹으러 가요.. 진짜 어쩔때 누구랑 섞이지 않고 조용히 밥만 먹고 나오고 싶은날이 있거든요...
ㅎㅎ 카페에 혼자가긴 해본적이 없네요...먼저가서 사람을 기다려본적은 있어도요..

그리고 마지막....인터넷상으로 만나서 실제로 친한 친구가 된 이가 여럿있어요.
반면에 흐지부지 깨진 인연도 있구요...

하루님...사는게 다 그런거 아닐까요? 기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루(春) 2005-05-27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극장은 아직 있어요. 근데 이름이 '씨네플렉스 녹색'으로 이상하게 바뀌었군요. 흐흐~ 사는 게 다 지나고 나면.. 다 그렇겠죠? 님도 즐거우셨으면... ^^

히나 2005-05-27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새드무비 노래가 생각나네요. 그러고보니 언젠가 벌건 대낮에 혼자 영화를 보러 갔는데 내용이 너무 슬퍼서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까지 펑펑 울었더니 주위에 사람들이 다 이상하게 보더군요. 무슨 사연있는 여잔 줄 알았나봐요~ ㅎㅎ
하루님 저도 혼자 영화 보러 다니고 밥 먹고 잘 놀지만 혼자놀기는 정말 재미 없는 거 같아요.. 한참 감수성 발랄할 어른이 할 짓이 못되는 거 같아요..!

moonnight 2005-05-2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혼자서 하는 거 좋아해요. ^^ 아직 안 해 본 게 혼자서 술 한 잔 하는 거에요. (집에서는 해 봤으나.. ;;)
인터넷은.. 이삼년전인가. 인터넷으로 알게 된 사람들을 두어번 만난 적이 있었죠. 좋아라 하긴 했지만 역시 넷상과 오프라인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게 아직까진 처음이자 마지막 번개인데.. 알라딘 여러분들은 한 번 뵙고 싶기도 하고.. ^^

하루(春) 2005-05-27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nowdrop님, 그 영화 제목이 뭐였어요? 맞아요. 혼자 놀기는 재미는 없죠. 바로바로 떠오르는 감정을 속에 담아둬야 하니까...
moonnight님, 저도 술집엔 혼자 못 가봤어요. 또 한번의 실연을 경험해야 가게 되려나... ^^;

클리오 2005-05-2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을 혼자 먹지 못하면 정말 집 밖에서 편안히 생활하지 못합니다. 저도 그런 사람 하나 봤는데, 다른 사람이 자신을 불쌍해할까봐 걱정된다나요.. ^^; (요즘 힘빠져 알라딘에 글 올리는 것에 비실거리는 저는, 마지막을 보고 뜨끔... 했습니다. 하하.. )

하루(春) 2005-05-2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아는 분은 더 재밌네요. 불쌍해할까봐 걱정된다니.. ㅋㅋ~ 님, 알라딘에서 마음이 떠난 거예요? 아니죠? 요즘 중요한 일 하시느라 그런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클리오 2005-05-2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면 오죽 좋겠습니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우울증 비슷한 의욕상실에 시달리는 중이라서, 글쓰기가 좀 힘들어지네요.. 이제 거의 바닥을 친 듯 하니, 서서히 다시 올라가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

실비 2005-05-28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당에 혼자 간적은 몇번 있는건 같은데 다른건 못해봤네요.. 담에 영화한번 꼭 봐야겠어요^^

하루(春) 2005-05-2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전 님이 어제 중요한 일을 하신 걸 알고 있어요. 국민대까지 다녀오셨잖아요. ^^
실비님, 잔잔한 영화는 혼자 보기 괜찮더라구요. 한번 시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