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1 오가

오가반도에 무사히 갔다. 춥고 힘든데 나마하게 행사가 시작하는 3시 20분을 손꼽아 기다리며 언덕에 서 있었다. 나 말고도 그걸 보러 온 사람들은 100명 정도 되었다. 내 옆쪽에 서 있던 어떤 남자아이가 나한테 갑자기 말을 걸었다. 이 놈 보게.. 귀엽게 생긴, 아주 일본인 같지 않은 외모였다.

퍼뜩 놀라 나는 "나 일본이 아니야. 외국인이야." 했다. 그 남자아이 "외국인?"
"응." "어디서 왔는데?" "한국에서."
"너는 혼자 왔어?" "아니. 엄마, 아빠, 동생이랑."
이 귀여운 남자아이 12살쯤 되었을까?
나한테 나마하게 행사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서 짚을 떼어다 가져가면 공부를 잘한다는 거다.
나이가 어리니 그런 데에 관심이 많군.

그 아이 사진을 못 찍은 게 아쉽지만, 이번 여행 중에 아쉬운 건 그거 하나가 아니다.



01/02 요코테

아침에 센슈공원에 갔다가 부랴부랴 다시 요코테행 기차를 탔다. 겨우 2량짜리였다. 귀여운 꼬마기차.

요코테에 가는 도중 오오마가리역에서 좀 길게 정차했다. 기차가 처음 정차했을 땐 타는 사람도 없더니 몇 분 지나니까 갈아타는지 사람들이 갑자기 급히 들어와서 시끄러워졌다. 그 때 거기서 타신 어떤 초로의 남자.

갑작스런 시끄러움에 내가 반응을 보였더니 그 아저씨(할아버지)도 나한테 뭐라뭐라 하신다. 못 알아들을 땐 그냥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소를 짓는데 그 때도 그냥 그렇게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좀 있다 본격적으로 대화를 하게 되었고, 그 분은 유자와로 가신다고 했다. 유자와역은 다섯역 정도 더 지나야 하는 곳이다.

이상한 것이 갑자기 대화가 이상하게 흘렀고, 그 분이 나와 함께 내리게 되었다. 유자와에 가신다고 하지 않았냐, 했더니 거기 가는데 시간이 좀 있다는 거다. 좀 이상했고, 못 알아듣는 말도 있어서 불안했지만, 그냥 내렸다. 대낮이고, 따라서 길거리에 사람도 눈에 많이 띄니...

점심을 먹자며 역에 내려서 주변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작은 동네라 점심 손님은 안 받는 데가 많았고 결국 역으로 돌아와 바로 앞에 있는 플라자호텔에 들어갔다. 마침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소바와 회가 함께 나오는 걸 먹었다.

잘 먹고, 이야기도 잘 하고 나오는데 그 분이 내 밥값까지 계산을 해버렸다. 나는 계속 됐다고 했지만 아니라고 거절을 하시는 통에 돈을 드릴 수가 없었다. 아주 미안한 마음이 되어 어떻게 해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한테 나한테 내가 좋다고, 예쁘다고 아이 라브 유,라고 하시며 갑자기 느끼해진다. 손도 잡고 안 놔주시고. 당황스러워하는데 이 할아버지 대체 속을 알 수가 없다.

갑자기 시간이 없다며 나는 유자와로 가야 겠다고 하시는 거다. 좀 전에 시간 많으시다더니 어떻게 된 거냐. 했더니 시간은 많은데 유자와로 간다고... 그래서 결국 호텔 건너편에서 헤어졌다.



01/03 센다이

아키타에서 센다이로 이동을 한 후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역으로 다시 갔다. 관광안내소에도 들러야 하고, 늦은 점심도 해결하기 위해서. 관광안내소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지금 스시가 먹고 싶은데 맛있는 곳 있냐 했더니 역사 지하의 스시집을 소개해주었다.

센다이는 역사가 무지하게 커서 다니다 보면 내가 어디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는데 아무튼 지하를 찾아서 그 집으로 갔다. 이름은 すし哲(스시테쯔). 시오가마시에 본점을 두고 있는 곳이다.

일본 음식은 이름을 모르는 게 태반이다. 내가 아는 건 돈부리, 스시, 카레, 소바, 우동, 라멘.
그 외에는 대체 뭐라고 쓰여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메뉴를 고를 때마다 애를 먹곤 했는데 여기서도 헤맸다. 그러면서 일본 음식 이름을 모르겠다고 했더니 조금 있다가 영어 하는 종업원이 와서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본다. ^^;;

영어까진 필요없다고 한 후에 11개짜리 竈物語를 시켰다. 가격은 무려 3,200엔. 으으~
하지만, 정말 맛있는 스시였다.

이 청년이 만들어 줬는데 처음엔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더니 카메라를 들이대니까 이렇게 수줍게 웃는다.
18살부터 스시를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은 32살이라구..
지금 생각해도 귀여운 청년이다.



스시 만드는 손 모양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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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7-01-10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그니까 헌팅을 당하신거군요!
꼬마소년에게 한번, 할아버지에게 한번........ 호오~ ^^

하루(春) 2007-01-10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그런 건가요? 재미있었어요.

세실 2007-01-11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용기있으신 하루님~~ 즐거운 경험 하셨네요.
아니 연세도 제법 있으신데 정열적이십니다. 그려.
요리사 청년은 왜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을까요? 헤헤~~
2탄을 기대해 봅니다.

다락방 2007-01-11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미모의 여성에겐 할아버지든 청년이든 다들 약한법이군요. 호호 :)

하루(春) 2007-01-11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제가 영어도, 일어도 못하는 줄 알고 그런 것 같아요. 나중엔 '잘한다'를 연발하더군요. 한국인이 많이 오지 않는 곳이라 희한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다락방님, ㅋ~ 그게 아니라 전 젊은 사람들한테 인기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