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예술>을 리뷰해주세요
헤세의 예술 - 예술은 영혼의 언어이다 헤르만 헤세 :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켈스 엮음, 이재원 옮김 / 그책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 중요한 책들이 몇 권씩은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의 인생에도 계속 찾아올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내 생애 그 어떤 것과 바꾸기 힘든, 내 평생 잊지 못한 행복한 순간으로 남아 있는 중요한 이야기와 그런 책들이 몇 권씩은 다 있을 것입니다.

   그런  책들을 쓴 작가들 가운데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스위스, 1877-1962)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은 독자들이 좋아하는 단골 작가가 아마도 헤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가 쓴 심리소설과 철학적인 수필들, 시, 우화집, 비평집 등을 통하여 문학의 즐거움을 탐닉했던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앞 글의 '나를 만든 5권의 책'에서도 밝혔던 것처럼, 저 역시 헤세의 감성에도 영향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이처럼 일생을 헤세의 문학에 빠져 탐닉하며 헤세를 연구했던 폴커 미켈스
(Volker Michels)란 독일 작가가 있습니다. 가 편집해 만든 헤세 전집(3권, 인생, 사랑, 예술) 가운데 '헤세의 예술'이란 수필집을 지금 읽고 있습니다.

     영혼의 떨림을 묘사한 언어, '헤세의 예술'

   이 책을 엮은이, 미켈스는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와 마인츠(Mainz) 대학에서 의학과 심리학을 전공하였습니다. 1970년부터 독문학을 가르쳤으며 주어캄프(Suhrkamp)와 인젤 출판사(Insel Verlag)에서 편집자로 일해 왔습니다. 특히 주어캄프에서 헤르만 헤세 유고집을 출판하는 일에 헌신하여 20권으로 된 최초의 헤세 전집을 발간하기도 하였습니다.
 

   1990년에는 헤세의 고향 칼브(Calw)에 대형 박물관을 건립하는 일을 담당하였습니다. 현재는 40년 동안 근무한 주어캄프 출판사를 퇴직한 후, 계속 헤세 작품을 연구, 편집하는 일에 몰두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헤세의 글을 엮은 '헤르만 헤세, 내게 손을 내밀다', '화가 헤세', '헤르만 헤세의 시와 음악' 등을 국내에 새로 선보였습니다.


   1946년 노벨 문학상과 괴테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전 세계 60여 개국의 언어로도 번역된 헤르만 헤세에 대해 먼저 간략하게 알아보고 정리합니다. 위키백과의 내용과 이 책의 헤세연보(p. 205-212)에 의하면, 헤세는 1877년 독일 남부 슈바벤(Schwaben) 주에 있는 칼브(Calw)에서 개신교 선교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 요하네스 헤세(Johannes Hesse)는 인도에서 선교활동을 한 적이 있는 선교사였고, 외삼촌 빌헬름 군데르트(Willahelm Gundert)는 일본에서 활동한 교육가로 불교연구의 권위자였으며, 외할아버지 헤르만 군데르트(Hermann Gundert)는 유명한 인도어 학자였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헤세가 동양사상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고 작품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14세 때인 1891년 명문 개신교 신학교이자  마울브론 수도원(Maulbronn Monastery) 기숙 신학교에 입학했지만, 부적응과 신경쇠약증 발병으로 1년 만에 중퇴하였습니다. 이때의 경험은 소설 '수레바퀴 밑에서'에서 비판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시계 부품공장 견습공과 서점 점원 등을 전전하면서 2년간 방황하던 헤르만 헤세는 튀빙겐(Tübingen)에서 서점 점원으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이때 비로소 삶의 안정을 찾습니다. 1904년 '페터 카멘찐트(향수)'를 통해 헤세는 일약 독일어권에서 유명한 작가가 되었으며, 이후 그는 성공적인 작가의 길을 걷습니다.

   헤세는 제1차와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였는데,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반전주의적인 태도로 극우파들의 애국주의에 반대했다가 독일에서 매국노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이러한 돌출된 행동은 당시 지식인들이 전쟁을 비판하기는 커녕, 오히려 전쟁을 지지하고 다른 민족에 대한 미움을 부추기기까지 하는 극우성을 보이는 것에 대해 실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식민지로 전락한 아시아를 보면서 환멸을 느낍니다.

   아시아 여행경험(1911년)으로 느낀 사해동포주의(인류를 하나의 세계시민으로 보는 입장)도 그가 애국주의를 반대하는 집필의 배경이 되었으며, 이때 나온 작품이 '데미안'입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때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인쇄하지 못하게 한 히틀러(Adolf Hitler, 오스트리아, 1889-1945)의 탄압을 받았으며, 1923년에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였습니다. 우울증과 자살시도, 2번의 이혼과 3번의 이혼 등 굴곡의 삶을 살다가, 1962년에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헤세의 예술(Kunst-Die Sprache Der Seele, 예술-영혼의 언어, 2008)'은, 폴커 미켈스가 헤세의 글 가운데 '예술'의 유명한 문장만을 엄선해 엮은 책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시와 소설 같은 본격적인 문학 작품은 물론 수필, 신문 기고문, 아들과 연인, 친구에게 보냈던 수많은 편지와 쪽지 글 등을 거의 모두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모두 5단원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예술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제1단원, "예술은 사랑과 위안이다"에서 헤세는 예술에 대해 , '예술은 영혼의 언어이며, 내면의 떨림을 표현하고 보존하는 기술'이기도 하며, '이성과 마법이 하나가 되는 곳에 모든 수준 높은 예술의 비밀이 있을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또한 우리 자신과 세상의 절박한 고통을 잊어버릴 정도로 몰두해 있을 때 아름다움과 예술만큼 밝고 쾌활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며 현실 속에서 인간 정신을 구원하는 것이 곧 예술의 가치임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모든 예술, 특히 문학은 단순한 만족이 아닌 위안이자 해명으로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힘을 북돋워줌으로써 삶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며 그 실용적인 목적에 대해 강조합니다. 그러므로 예술을 통해 정신성과 육체성, 자연과 문명, 선과 악, 삶과 죽음의 대립을 극복하고 조화를 추구하며 인간성을 회복하라고 설명합니다.

   제2단원, "예술가 정신"에서 헤세는, 사람들이 정신과 미적 감각을 존중하도록 하려면, 그것을 강요하지 말고 오히려 그 반대로 보기 드문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그리고 예술가는 거짓말을 할 수 없으며 자신이 지니지 않은 것을 보여줄 수 없으므로, 예술가는 어떤 사물을 사랑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제3단원, "작가로 산다는 것은
"에서 헤세는, '자신의 글로 인해 인생을 바꾸고 선(善)의 의지를 굳힌 독자를 단 2명이라도 발견한다면, 독서를 단지 즐거움이나 교양으로만 생각하는 독자 10만 명과 맞먹는다'며 작가와 글의 진정한 가치와 목적은 독자에게 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편집자'를 적(敵)이라고 단정짓고 있는데, 편집자가 작가에게 쓰라고 권고하는 것만 쓰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해명합니다.

   헤세가 이 책을 편집한 폴커 미켈스에게 던지는 일침같아서 홀로 웃음짓게 만드는 글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헤세는 '삶과 글쓰기의 작업적인 질은 속이거나 모방할 수 없다'는 고백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글쓰기의 어려움과 작가로서의 고충을 토로하고 일깨웁니다. 한편 진정한 예술 창작물이란, 우리가 그 작품을 읽고 개인적인 경험이나 사랑의 꿈과 섞여 영혼의 삶에 새로운 색채를 가져다줄 수 있는 것이라는 설명에 저 역시 충분히 공감했습니다.


   제4단원, "언어의 마법
"에서 헤세는, '문학은 화합할 수 없는 것을 화합시키고,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 되게 만드는 그런 마술과도 같은 공간을 창조한다'며 문학의 힘과 위대함에 대해 피력합니다. 또한 '오늘날 지상에서는 진정한 마법이 드물어졌다 해도 예술에서는 계속 살아 있다'며 예술과 언어의 마법같은 힘에 대해 강조합니다.

   그리고 문학은 과거와 오늘이 맞닿는 입구인데, 진솔한 고백의 언어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작가의 독자성과 감성의 세계가 독자의 개성과 독립적인 연상의 세계와 부딪치고 한데 섞일 때, 그 순간 곧바로 새롭고 생생한 또 다른 세계가 탄생되는 것이 바로 문학의 위대한 결합이요 소통의 속성이라고 설명합니다.

   제5단원, "시, 고독의 유희"에서 헤세는, '시의 탄생은 해방이고 호소이며 절규, 한숨, 몸짓, 어떤 체험이 끓어오르는 것을 억제하거나 그것이 의식되도록 하려는 영혼의 반응이며, 마술적이고 음악적이요, 완전하게 의식된 고독의 유희'라고 정의합니다. 그러므로 시는 번역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심지어 정신 나간 불가능한 시도라고 단정 짓습니다.

   또한 '시를 짓는 창작 활동(詩作)을 통해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며, 시를 읽는 것은 모든 문학적 향유 가운데 가장 고귀하고 가장 순수한 것'이라고 예찬합니다.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시를 읽는 것보다 형편없는 시를 쓰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게 해주며, 무의식적으로 시를 쓸 때 사랑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합니다.

   또한 시는 형식, 언어, 운율의 선택과 감정이 아닌 이성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며, 엄격한 집중 속에서 노동과 극히 고통스러운 점검, 세심한 퇴고 작업을 통해 비로소 의식적으로 써진다며 장인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헤세의 애독자들이여! 사랑하라, 그리고 지금 당장 시 한 편을 써보라, 분명 행복해지리라!



   이와 같이 헤세의 시와 소설, 우화집, 인생과 세계에 대한 비판적인 통찰을 담은 편지와 쪽지 글 가운데에서 '예술'과 관련한 글들만을 모아 편집하고 엮음으로써 예술의 위대함과 시를 쓰는(詩作) 행복에 대해 찬양한 폴커 미켈스의 수필집을 모두 정리합니다. 그 책 <헤세의 예술>에 대해 느낀 소감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5가지로 총정리합니다.

     예술의 위대함과 시작(詩作)의 행복을 찬양한 수필집

   첫째, 이 책은 폴커 미켈스가 헤세의 수많은 글들 가운데 '예술'과 관련한 생각과 의견, 비평들만을 모아 소개한 수필입니다. 하지만 앞에서도 밝힌 것처럼 '예술'과 관련하여 헤세가 목적을 가지고 따로 정리해 쓴 글이 아니고, 단편적인 글들을 중간중간 따로 떼어 짜깁기한 형식의 글입니다.

   따라서 예술에 대한 심도 있는 글일 수가 없으며, '예술'과 관련하여 헤세의 주장이 확실하게 피력(披瀝)된 글도 아닙니다. 그래서 점차 읽다 보니, 자세한 설명이 부족하고 내용의 맥이 끊기기 일쑤여서 개인적으로는 많이 아쉽고 안타까웠기 때문이며, 조금더 깊이 있는 글이 그리워집니다.


  
둘째, 물론 부담없이 '
예술' 관련 글귀나 문구(文句)를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더 없이 좋을 헤세 수필로 추천합니다. 그리 두껍지도 않고 내용도 그리 무겁지 않기 때문에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거나 여행을 떠날 때 휴대하며 사유하기 좋은 책으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셋째, 책의 겉 모습은 양장 표지이며, 길이도 212이고, 크기는 185×125mm로 가장 작은 형태의 책입니다. 그래서 내용과 분량도 그리 길지는 않지만 평소 많이 생각하지 않는 낯설고도 예술적인 주장이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에게는 읽는 속도도 느려지고 다소 편안하게 읽어야 하는 책으로 편집되었습니다.

   넷째,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오타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번역된 책이어서인지 단지 어법이나 어순어색한 부분이 몇 군데 발견되었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있습니다'체와 '있다'체가 어떤 규칙도 없이 번갈아 혼재되어 쓰이고 있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슨 다른 의도가 있는지 생각하고 또 신경 쓰이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였습니다. 한글로 옮긴 이재원의 어떤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출판사의 실수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별도로 해명을 하지 않는 한, 독자들에게는 다소의 불편과 의혹의 요소로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책은 얼마 전인 2009년 6월 5일에 초판 1쇄로 발행된 신간입니다. 흥미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이 연말에 숨을 고르기 좋은 책입니다. 그러므로 '그책'의 이런 출간 준비와 수정, 편집, 관리 대체로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다섯째, 폴커 미켈스의 이 '헤세의 예술'은 체계적으로 정리된 심도있는 글은 아닙니다. 하지만 엮은이 미켈스의 헤세에 대한 연구와 관련 글의 수집, 열정, 그리고 편집 능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며, 읽는 내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습니다.

   5단원으로 나뉜 각 글들이 극히 짧고 단편적인 글이긴 하지만 나름의 주제와 형식으로 독자들을 헤세의 매력 속으로 끌어 들입니다. 헤세의 '예술을 통한 현실적인 구원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추천합니다. 이번 겨울 방학을 맞은 중, 고등, 대학생들이 읽을 만한 좋은 책으로 추천합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