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을 쏴라>를 리뷰해주세요.
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지난 달에 올블로그의 온라인 마케팅 서비스인 위드블로그에서 책을 한권 받았습니다.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뽑힌 작품입니다. 일주일 전에 새로 출간된 공지영의 '도가니'에 이어 또다시 만난 장편소설입니다.

   그런데 '도가니'처럼, 그 내용은 결코 가볍지가 않습니다. 공지영이 그렸던 무진시(舞津市)의 악몽처럼, 정유정도 '내 심장을 쏴라'에서의 수명이를 통하여 운명에 맞서 새로운 인생을 향해 탈출을 꿈꾸는 치열한 분투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환상으로 시작된 수명이와 실명한 승민이의 운명 극복기

   지은이 정유정은 전남 함평 출생으로, 광주 간호기독대학을 다니던 3학년 때 실습을 통해 정신병원을 처음 경험하였으며, 졸업해 간호사로 일하였고,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심사직으로 근무했습니다. 이런 경력이 오늘 의 이 '내 심장을 쏴라'라는 소설의 원동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하였으며, 2007년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 후, 이 '내 심장을 쏴라'를 통하여 심사위원들로부터 강렬한 주제의식과 탁월한 구성, 스토리를 관통하는 유머와 반전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그녀의 출간작으로는 '열한살 정은이', '이별보다 슬픈 약속', '마법의 시간' 등이 있습니다.

   총 346쪽으로 그리 길지 않은 이 소설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모두 6단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라는 1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수명이의 시선을 따라가며전개됩니다. 그 내용을 먼저 간략하게 요약하고, 읽고 난 개인적인 소감과 감흥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그녀의 전개는 빠르고 묘사는 대체로 섬세한 편입니다.

  19살이 되던 9월의 어느 날, 그러니까 고등학교 2학년이던 가을에 '이수명'이는 꿈과 기억과 환각의 섬들을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또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일터인 신림책방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세상이 폭발하는 듯한 시위현장을 경험을 하였으며, 곤봉을 쥔 진압 순경들이 뛰어드는 경험을 합니다. 순경들의 권유로 로뎀 병원에 입원하였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그의 귓속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대화로 서로 열광하며 환호하고, 함께 음악을 듣고 즐기며 동반자라고 믿습니다. 그러던 다음 해 봄, 그 놈이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밀월은 끝났습니다. "나 대신 죽을 수 있어? 그럼 혀 물고 엎어져 봐.", "못해? 못하면 네 아비 혀라도 물어."와 같은 난감한 요구가 쏟아졌고, 수명이도 그런 요구를 묵살하며 '저리가."하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렇게 깡마른 체구 때문에 '미스리'라는 별명과 함께, 강원도 정선의 어느 산골짜기에 있는 '수리 희망병원'과 류승민을 비롯한 새로운 가족들과의 운명이 시작됩니다.

   '승민'은 재벌 그룹의 회장의 혼외자이자, 셋째 아들로 둘째 부인의 보살핌 속에서 자랐으며, 14살에 '품행 장애' 판정을 받아 정신병원을 드나들기 시작했고, 아버지의 별장에 불을 지른 후, 첫째와 둘째 아들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시작된 다툼의 희생양이 되어 이 곳까지 옵니다. 14살 때에 프랭클린에서 만난 왕년의 패러글라이딩 선수권자를 만나면서 비행훈련을 시작했고, 19살에 안나푸르나를 넘었으며, 가르왈 히말라야 종주 비행팀과 완주하던 중 구름폭풍에 휘말리고 구사일생으로 구출되면서 눈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 승민이와 같은 날, 이 희망병원으로 입원하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 외에도 이 병원의 방침과 세부 수칙, 관리자들의 동향까지 중계하는 소식통 '김용'과 마상 서커스단이었던 '노인'과 승민의 등에 붙어 업혀다니는 '만식'씨를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입니다.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갖고 수명이에게 수학을 지도받으며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우울한 청소부 '수험생', 하모니카를 보물처럼 가지고 다녀서 '거리의 악사'라 불리는 괴력의 소유자 '우용재', '라이터'라는 별명으로 방화와 같은 불놀이 선수 '십운산 도사', 복도를 삶의 토대로 삼은 '경보 선수', 18살로 병동에서 가장 예쁜 소녀 '지은'이와 공식 커플로 지적 장애가 있는 '한이', 저녁마다 바지를 내리고 찬송가를 부르는 '509호 거시기', 밤마다 문을 두들기며 "현선아. 현선아...."를 찾는 '현선 엄마', 그리고 자칭 '버킹엄 공주'와의 동거가 시작된 것입니다.


   희망병원에는 4개의 병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병동은 작업반의 거처이며 2병동은 치매환자와 지적 장애아를 수용한 반 개방하는 곳이고, 3병동과 5병동은 폐쇠병동입니다. 70대 의사가 원장이며, 1, 2병동은 제 1정신과장이 3, 5병동은 군의관은 2정신과장이 담당하고, 대학병원에서 파견된 신경정신과 레지던트 '정선생'이 상근의사로 2병동의 치매환자들을 돌봅니다. 원무부장인 렉터박사가 이사장의 아들이자 실무 경영자로 범죄심리학 박사입니다. 이 외에 얼굴 중앙에 점이 있는 '점박이'와 보호사 출신으로 간호대학을 졸업한 3년차 간호사로 병동 주민들에게 가장 존경받고 있는 '최기훈'이 간호사, 보호사, 작업반들과 함께 교대로 현장감독을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정신병원은 일정표와 규칙 편람에 의해 운영됩니다. 오전 6:30분에 전체 기상하며, 6:30-8:00 사이에 아침 체조와 방 청소, 속옷과 양말 교환, 담배와 커피의 분배가  8:00-9:00까지 아침 식사와 투약이 이루어집니다. 12:00-1:00까지 역시 점식 식사와 투약이 이루어지고, 오전 10:00-12:00사이와 오후 2:00-4:00 사이에 신문 활용교육과 미술요법, 영화감상, 전체 목욕/이발과 같은 치료 활동이 주간 계획으로 매일 진행되며, 나머지 시간에는 휴식과 산책, 운동 같은 자유시간이 주어지고 밤 10:00시에 점호와 취짐으로 마감됩니다.

   7월의 세번째 일요일 아침, 병동 주민들이 예배를 마치고 나오다가, 보트장의 하늘색 에드벌룬과 수리봉 정상에 글라이딩을 하는 활공장을 본 승민이 만식씨를 등에 업은 채 산책로로 뛰어갑니다. 쇠사슬과 자물쇠로 잠겨진 철망 문짝으로 막혀 있었지만, 함께 따라간 나와 십운선생, 경보선수, 거리의 악사, 김용, 그리고 승민은 미치도록 파한 하늘과 수력 발전을 위한 댐 비탈과 태양을 받아 황금빛으로 빛나는 옥수수밭으로 뛰어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철망에 이마를 기댄 채, 수리봉 정상에서 시작되는 빨강, 파랑, 진홍, 초록... 글라이더들의 비행과 그들만의 찬란한 자유을 보며 돌연 빨라지는 맥박수를 느꼈고 그 뜨거운 둔통과 신기루를 잊지 못하게 됩니다.

   그런 만큼 뭔가를 끊임없이 집어던지고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를 하는 등 승민의 신경질적인 반응도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엄격한 심사 기준에 의해 휴가일정이 발표된 월요일 아침, 기회조차 얻지 못한 승민은 간호사실에 있는 공중전화를 한 통화만 하게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합니다. 그 때부터 시작된 승민의 샌드백 치기도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승민이와 수명이, 두 남자의 정신병원 탈출기

   7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후 5시, 병원이 먹빛 대기에 휩싸인 날, 승민이 하루 종일 자고 있었는데, 몸을 뒤치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면서 이 소설의 사건은 시작됩니다. 얼굴과 목이 온통 벌겠고, 온 몸은 뜨거웠으며, 눈동자도 초점이 없었던 것입니다. 불려온 막내 간호사가 물만 찾던 승민의 혈압을 재고 링거를 꽂고 나갑니다. 수명이와 친구들이 옆에서 승민이가 잠들 때까지 베갯잇으로 싼 얼음베개를 대주고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주었습니다.

   빗줄기가 강해지고 천둥치던 깊은 밤, 승민이 머리를 감싸쥔 채 나뒹굴며 메말라 갈라진 입술로물을 찾습니다. 빨대를 꽂은 컵을 입에 대주자, 한 모금 삼키던 승민이 '웩' 소리를 내지르며 갑작스로운 구토를 펌프질을 하듯 격렬하게 발작적으로 시작합니다. 윗 방에 기숙하던 최기훈을 호출하기 위해 창문을 깨자, 신경과 정선생과 함께 나타난 최기훈이 승민을 싣고 병원을 빠져 나갑니다.


   그렇게 대학병원을 다녀온 뒤, 승민은 시력에 치명상을 입습니다. 유전에 의한 병으로 야맹증상이 나타났으며, 시야가 좁아지고 백내장과 녹내장 수술도 세번째였으니, 제대로 걷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듯 승민은 정망적으로 변했습니다. RP로 밝혀졌고, 그 뒤로 펀칭볼도 만졌지만 영락없이 빗나갔고 튕겨나온 볼에 얼굴을 얻어맞은 것도 수십번이었으며, 살갗이 벗겨진 손등에선 피가 흐르고 땀을 문지르던 얼굴도 온통 피투성이가 되곤 합니다.

    9월 10일 금요일 비가 내리던 날, 식당에서 '미술요법' 활동이 있었는데, 섭운산 선생이 커피잔을 들고 들어오자 지은이가 구역질을 하며 구토를 쏟아냅니다. 기겁을 한 보호사와 여자 작업반이 지은이를 부축해 나갔고, 그날 오후 소변검사를 통해 양성반응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지은이는 산부인과 진찰을 받으러 갔으며, 병동 식구들은 5병동 사내들은 정관수술을 받았고 한이가 종종 얻어터진 몰골로 돌아와 간호사실 앞에서 시위, 자학하던 사실로 추리해 볼 때, 범인은 간호사이거나 작업반과 보호사가 합작한 '패가리 짓'일 것이라는 역겨운 소문이 돕니다. 뒤에 지은이는 낙태수술 뒤 요양원으로 옮겨졌고, 면죄부를 약속받은 한 작업반에 의해 작업반과 보호사가 한팀이 되어 저지른 짓으로 밝혀집니다.

    보트장과 유원지를 청소하는 선수단이 소집된 9월, 승민이와 수명이도 한 조가 되어 중앙 현관 앞에서 구급차와 버스에 올라탑니다. 현장 관리자 점박이의 지도 아래 창고 청소를 하던 수명이와 승민이는 구석에 세워져있던 스키보드로 점박이를 진압해 묶어두고 유원지 한켠에 세워져 있던 보트의 시동을 걸어 탈출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활공장으로 도주해 선배가 숨겨둔 글라이더를 타고 세상을 향해 밖으로 날아가버리려던 승민의 계획은 무산되고, 승민과 수명이는 진기충격요법의 진단을 받아 본격적인 치료를 받게 됩니다.

   치료를 받고나면, 간질 발작처럼 입에 거품을 물거나 전신경련을 일으키기도 하고, 꿈 속의 공포와 환각에 시달리는 증상이 더 심해지던 9월 17일, 승민이와 수명이는 종이봉투 수거차량이 들어오는 이번 금요일에 세탁부의 도움을 받아 지하에 주차할 그 봉고차를 타고 탈출할 계획을 세웁니다. 실명 상태의 승민이는 글라이딩 후 실종으로 처리, 시신 없는 정황상 자살로, 저체온증 쇼크 상태에서 수리봉 정상에서 발견된 수민이는 자살방조죄가 추가된 채, 사건이 종결됩니다.

   그 후, 수민이의 입원과정과 탈출과정, 공항장애에 대한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임상 심리가 이어집니다. 수민이는 "공항장애를 완적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며 비명없이 삭발을 견뎌냈고 주기적으로 이발을 하고 있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유산을 병원비로만 쓸 수 있도록 신탁해두신 유언에 대한 인권위원회 복지국장의 질문에 "온전치 못한 자식을 위한 생각을 이해한다."며 '퇴원하면 공주감호소에서 자활준비하며 모은 적금과 기술로 살아갈 수 있다."고 응답합니다.

   출소 후 6개월이 지난 어느 날부터, 심판위원회의 현장심사를 받을 목적으로, 공책을 사서 세상으로의 귀환 준비를 합니다. 밤마다 남몰래 한장씩 귀환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는 글을 채워갑니다. 승민이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러는 동안 '나'라는 형상은 무한히 자유로웠으며, 공책도 어느새 10권으로 불어납니다. 일주일 후, 당분간은 4일에 한번씩 약을 복용하라는 주치의의 충고와 함께, 수민이는 홀로 가방을 메고 병원을 정문을 당당하게 걸어나가는 틀림없는 자유를 누립니다.   



   이로써 지은이 정유정은 '내 심장을 쏴라'라는 새로운 장편소설을 통하여 인간의 가슴 저 밑에서 '두려움'이라는 이름의 새를 날려버리고 세상을 향해 언덕 아래로 질주하라고 충고합니다. 승민이와 수명이의 수리 희망병원 탈출기를 통하여, 인간 내면에 숨겨진 운명과 희망의 소중함을 잊지 말고 극복하자고 부르짖습니다. 장편소설, '내 심장을 쏴라'를 읽고 느낀 감흥과 생각을 아래와 같이 7가지로 정리함으로써, 이 독서 후기 글을 정리합니다.

     내 운명과의 싸움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희망을 피워보자

   첫째, 이 책에 대해 제일 맘에 든 장점'종이 재질'이었습니다. 알라딘을 통하여 택배로 받은 이 책을 집어든 순간, "어! 두껍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맨 뒷장을 보니, 346쪽으로 그리 두꺼운 책은 아니었으나, 이 갱지같은 거친 재질과 종이 끝과 모서리가 날카롭지 않은 부드러운 감촉이 읽는 내내 무척 매력적이었던 책입니다.

   둘째, 이 책은 자신의 운명에 당당히 맞서 도전하는 두 청년의 성공 신화입니다. 정유정은 이 장편소설을 통하여 승민이와 수명이의 탈출 성공기를 무척 흥미진진하고 통쾌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방학 중인 청소년이나 청년들에게 흥미로운 소설로 추천합니다. 누구나가 쉽고 편안하게 읽을 만한 장편소설로 권장합니다.

    셋째, 내용은 탄탄한 편임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중구 난방식의 전개와 이야기의 구성은 독자들의 이해의 흐름과 감동에 의심과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점이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1, 2, 3부의 발단, 전개 부분은 다소 미약하고 지루하게 느껴져서 특히 더 안타까웠지만, 4, 5, 6부의 절정, 결말은 무척 빠르게 진행될 뿐만 아니라 매우 극적이고 감동적입니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9명은 김화영과 황석영, 박범신, 구효서, 은희경, 김형경, 하웅백, 서영채, 그리고 김미현 작가들입니다. 이들은 치밀한 얼개와 탄탄한 문장으로 뜨거운 결말을 도출했다는 평가를 했으며, 두번의 무기명 투표에 의해 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고 합니다.  

   넷째, 이런 가운데 이 소설이 영화로 재탄생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달 만에 10만부가 팔리면서 제작사 주피터필름이 제작을 결정했으며, ‘미인도’, ‘식객’을 연출했던 전윤수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에 의해 각색 작업에 매진 중이라고 합니다.

   전감독은 이 각색 작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오는 8월에 캐스팅을 거쳐, 올 연말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지난 1일 밝혔습니다. 감독이 선언한 것처럼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가 될지, 미국드라마 '프리즌브레이크'처럼 스릴 넘치는 정신병원 탈출기가 될지 무척 기대됩니다.

   다섯째,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파악한 정신병동의 현실에 대해 작가에게 무척 고맙게 생각합니다. 실제 우리나라의 정신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치료 요법이나 병원의 현실, 환자들의 증상과 은밀한 내막을 이 책을 통하여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담배와 커피는 향정신병약이 주는 부작용의 고통을 완화시킨다. 원리는 모른다. 효과가 탁월하다는 것만 안다. 병원측이 흡연실을 만들고 담배와 커피를 제공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p. 84-85)"라며 담배와 커피를 애찬합니다. 또한 "들었지? 저 양반의 머릿속에 염소가 한 마리 살잖아. 밤마다 그놈이 기어 나와 하루 일을 뜯어먹는 통에 다음 날 아침이면 기억이 듬성듬성 비는 거야. 사람들 얼굴을 구분하는 것도 용할 지경이지.(p. 121)와 같은 표현을 통하여 토막난 기억을 정당화하는 점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더욱 새로운 사실은 "정신병동에는 이가 온전한 사람이 드물다. 까맣게 썩어 들어가거나 몇 개 남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약 성분이 이를 부식시켜 그런다고도 하고 위생 관념의 문제라고도 한다. 어느 쪽이 옳든, 나는 한이의 이를 그런 틀에서 이해했다.(p. 184-185)"는 통념으로 작가는 독자들을 설득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전기요법 과정에서 표현된 "힘을 빼자 손목과 발목에 벨트가 채워졌다. 마우스피스가 입으로 들어왔다. 마취약제가 든 주사 바늘이 혈관을 뚫고 들어왔다. 턱 아래 쪽 몸둥이가 신경체계에서 잘려나갔다.(p. 275-276)"를 통하여 잔인한 치료과정이 실감나게 그려졌고, 무척 안타까운 현실에 가슴 아프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여섯째,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려 가며, 오타를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런 오타나 수정할 부분이 없는 점은 만족스럽습니다. 지난 5월 20일에 초판 발행한 은행나무 출판사의 준비와 편집은 완벽했던 것으로 보이며, 이런 노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일곱째, 이 책을 읽는 처음부터 스치는 소설이 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후기 글을 올렸던 공지영의 '도가니' 비교되는 책입니다. 공지영이 고발한 장애아의 인권과 정유정이 그리는 정신병자의 인권이라는 공통점이 부각되는 장편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즉 약자들을 위한 작가들의 격려가 담긴 이 두 장편소설이 같은 시기에 수면으로 떠오른 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 두권을 함께 읽고 그 장, 단점을 비교해 본다면, 독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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