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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ㅣ 그림책은 내 친구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앤서니브라운의 명성만큼이나 유명한 작품 <동물원>을 읽었다. 처음 이 그림책을 보았을 땐, 내가 만약 그의 명성을 익히 몰랐다면 그다지 큰 점수를 주고 싶지 않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이 책의 앞 뒤로 보이는 많은 수식어들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안데르센 상을 수상한 영국 최고의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이라든가, 1992년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수상작, 인간과 동물의 관계, 동물원의 역할에 관한 장난기 어린 탐구가 풍자적으로 펼쳐지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매력적인 작품' 이런 것들 말이다. 그런데, 몇 번을 거듭읽다보니, 역시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처음 대했을 때, 어둡게만 느껴졌던 표지부터 한번 살펴보자.
주로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 '월리'처럼 생긴 남자아이와 그의 동생처럼 보이는 두 형제의 약간 장난기어린 표정 뒤로 무표정한 엄마와 험상궂게 생긴 얼굴로 살짝 입을 벌리고 계신 아빠, 이들의 사진이 책표지의 까맣고 어두운 검은색 줄무늬와 함께 어우려져 어두운 분위기를 내었지만 가족들의 표정이 왜 이럴까? 하는 호기심으로 책을 펼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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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우리가족은 동물원에 갔다." 라는 말로 시작되는 그림책의 첫 장이다. 가족이 신나고 밝게 동물원가는 풍경이 아니라 억지로 찍은 듯 보이는 증명사진같은 사진으로 가족소개가 시작되다니 '도대체 이 가족에게 무슨일이 생긴거지?' 더욱 의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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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도착한 가족이 입장표를 사는 장면이다. 여기서 아빠는 다섯살이 넘는 동생 해리의 나이를 속이고도 도리어 매표소 직원에게 큰소리로 욕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가족들앞에서 본이 되지 않는 아빠, 가족들이 동물원 안내지도 없이 구경하도록 내버려두는 아빠에 이어, 돌아다니느라 배고프다고 하는 아이들에게 '지금은 안돼' 라며, 무엇엔가 단단히 화가나서 야단만 치는 아빠의 모습의 모습에 은근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렇담, 동물원에 간 해리가족이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각기 다른 곳을 보며, 무표정하게 서 있는 기린들과 (그림은 정말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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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안을 이리저리 어슬렁거리기만 하는 재미없는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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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기다 우리안에서 싸우고 있는 비비원숭이 두 마리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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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보던 해리의 엄마, 말썽꾸러기 나와 동생해리와 닮았다고 야단만 쳤다.
그런데, 아빠는 가끔씩 가족을 웃기려고 그러시는 지 썰렁한 농담과 유모어를 한다. 펭귄을 구경할 때의 아빠를 보자. 다른 사람에겐 우습지도 않은 농담을 하면서 배를 움켜잡고 눈물까지 흘리며 웃는 해프닝을 벌이기까지 하는 것은 정말 썰렁했다. 두 아이는 텔레비전에서 보던 펭귄만큼 재미나지 않고, 배만 고팠던 것이다. 다행히 엄마가 훌륭한 식당에 데려가서 맛있는 햄버거와 감자튀김, 콩, 아이스크림등을 먹고, 원숭이모자도 하나씩 사주어서 아이들은 기분이 좋았만 두 아이얼굴에 뭘 잔뜩 묻히고, 원숭이모자를 쓴 아이들과 진짜 원숭이가 구별이 안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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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기다 아무리 고함을 지르고 유리문을 탕탕 거려도 구석에 웅크린채 꼼짝도 하지 않는 불쌍하기 짝이 없는 오랑우탄을 보면서 가족들은 동물원에 온 것이 그다지 즐겁지 않았는데.......( 특히 아이들이 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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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구경한 동물은 바로 '고릴라' 로 앤서니브라운의 그림책에 빠지지 않는 동물이다. 아빠는 고릴라는 보면서 킹콩 흉내를 내서 또 다시 썰렁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아이들은 창피하기만 했고, 가족들만 있고, 옆에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재미없는 동물원 구경이 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가 오늘 뭐가 가장 좋았냐고 물었다.
" 사자를 보아서 참 좋았어요. 엄마, 고릴라는 정말 신기했어요." 이렇게 신나게 말하는 것을 엄마는 기대했을지 모르나, 아이들은 햄버거랑 감자튀김 먹은것, 한 명은 원숭이모자 산것이 제일 좋다고 말했을 뿐이었다. 우리아이들도 가끔 데리고 현장학습을 다녀올 때, 오늘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하고 궁금해서 질문을 할 때가 있다. 그러면서 엄마인 나는 은근히 아이들이 무엇인가 학습을 하고 돌아오기를 기대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학습과는 거의 상관없는 주변적인 이야기일 때가 대부분이라 실망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 동물원은 동물을 위한 곳이 아닌 것 같아. 사람들을 위한 곳이지." 라는 해리엄마의 말처럼 해리가족이 본 동물원은 동물들은 참 불쌍했다. 아니 어쩌면 사람들이 더 불쌍한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앤서니브라운은 마치 독자들에게 묻고 있는 것같다. 과연 사람들이 동물을 구경하는 것인지? 동물이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인지....
이 책을 읽고 나니 앤서니브라운의 발견이 지적이 새삼 놀라웁다. 과연 동물원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동물들은 그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에 있어야 더 행복한 것은 아닐까? 새삼 느껴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이나 다른 현장학습 장소에 갔을 때의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아이들의 진정으로 요구와 흥미에 맞게 정말 그들이 원하는 장소에 갔으며, 그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들을 보여주었는지, 아니면 이 책의 해리아빠처럼 입장료도 속이고, 배고픈 아이들에게 그저 동물원에 갇힌 동물만 의미없이 보여주는 학습을 위한 틀에 박힌 학습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말인데, 만약 이 다음에 다시 내 아이들을 데리고 현장학습을 간다면, 아이들이 정말 보고 싶어하는 곳에 가서 정말 그들이 궁금한 것에 대해서 묻고, 보여주며, 아이들의 요구를 좀 더 존중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집에 돌아온 해리의 형이 "동물들도 꿈을 꿀까?" 라고 혼자 생각에 잠겼던 것처럼 독자인 나도 동물원의 동물들이 꿈을 꾸는지? 꾼다면 어떤 꿈을 꾸는지? 정말 궁금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