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2월
구판절판


겉으로는 태연한 체, 강한체 오기를 부리다가도 누가 옆에서 조금만 보고 싶다 사랑한다, 고 손을 내밀면 금시 울음을 터뜨릴 그런 사람들입니다. 그렇지요. 무신론자이기에 그 기도는 더욱 절실하고 더욱 높게 울릴 수 있지요.-p27쪽

나에게는 하나님은 행복이 아니라 언제나 그렇게 슬프고 외로움으로 다가오는 존재입니다. 무릎을 깨뜨리거나 코피가 나면 엄마를 부르며 집으로 달려가는 아이처럼 상처를 입어야만 하나님을 부르며 달려가지요.-p37쪽

저녁 뉴스 시간마다 아나운서가 나와 인사를 하면 아버지도 텔레비전 화면에 대고 "안녕하슈"라고 인사를 나누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리를 비웠다 다시 텔레비전 앞에 돌아와 앉으시면 "미안하우"라고 또 인사를 하신다는 겁니다. 그래서 젊은 애들은 치매에 걸리셨나 보다고 수군대기도 합니다.
"이 바보들아, 그것은 치매가 아니라 고독이라는 거다." 이제서야 나는 큰 소리로 외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녀석들을 꾸짖습니다. 외로움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들을 대신해서 아버지에게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립니다.-p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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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생각 신나는 책읽기 11
김옥 지음, 윤정주 그림 / 창비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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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이 있었고, 거리에는 응원인파들의 열기가 우리나라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을 대변해주는 듯 했다.  

이 책에 나오는 대용이가 바로 그런 아이였다. 대용이는 축구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아니 학교 다니는 것 자체가 축구를 위해 다니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정도로 축구 열혈팬이다. 그런데 어느날 교실에서까지 공을 차다가 그만 교실 천장에 달린 선풍기 날개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그 일로 선생님으로 부터 축구금지를 받은 대용이는 동네 중학교 운동장에서 몰래 축구를 찬다. 하지만 수학점수를 50점 받아온 것을 본 대용이 엄마도 대용이가 축구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90점을 받아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아이들의 놀이가 점수와 상관관계라도 있는 것 처럼 말이다.  

드디어 대용이에게도 기회는 왔다. 수학시험에서 90점을 맞은 것이다. 시험을 잘 친 대용이에게 선생님은 옆반과 축구시합에 출전하게 해주었지만, 자신의 컨닝을 알고 있는 승완이에게 출전권을 넘겨주고 만다. 물론 그로 인해 대용이가 축구시합에 출전못한 아이들의 마음을 알게되고, 승완이도 축구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해피엔딩이긴 하다. 그리고 대용이는 이다음에 선생님이 되어서 반 아이들과 날마다 축구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등나무 그늘에 앉아 맛있는 자장면도 먹고 싶단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과연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를 할 시간이 있을까? 혹시 엄마들의 지나친 공부욕심같은 것 때문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취미나 놀이등을 할 기회를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내가 가르치는 방과후 아이들도 축구를 좋아해서 늘 운동장에 축구차러가자고 한다. 축구 뿐 아니라 다른 놀이도 좋아해서 늘 바깥놀이를 원하지만, 안전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놀아줄 수 없을 때가 많다. 나의 아이들도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있지만 엄마인 나는 아이들이 좋아하고 진정하고 싶은 일을 얼마나 하게 하나 반성이 되는 책이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어떻게 키워줘야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현실이 마냥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만 하게 내버려둘 수 없다고 많은 부모님들은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너무 안된다고 금지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나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할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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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고마워 동심원 8
민현숙 지음, 조경주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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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그자리에 있기에 고마움을 잊고 사는 것들이 많다. 

돌아보면 항상 신선한 공기를 주는 자연이 고맙고, 늘 그자리에서 묵묵히 나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가족이 그렇다. 또한 고마운 이웃들의 존재를 잊고 살 때도 많다.  

시인이 보고 느낀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어, 이 동시집을 펴내셨다는 민현숙님의 동시 속에는 우리가 미처 못보고 지나친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들, 그리고 깨닫지 못했던 고마운 것들을 일깨워주는 신선함이 있다.  

엊그제는 병원에 검진차 갔다가 복도에서 너무 많이 기다렸던 적이 있다. 그 시간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꺼내든 <고마워 고마워>동시집은 크기도 적당하여 휴대하기도 아주 좋았는데, 무심히 읽다보니, 몸은 병원에 있으면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자연으로 들판으로 시인의 눈을 따라 가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수양버들을 흔드는 것은 바람인 줄만 알았다. 나뭇잎이 한장 씩 떨어지는 것은 그냥 아무 의미없이 떨어진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인을 통해 무심히 바라봤고, 당연하게만 여기던 사물과 자연에 다시금 의미를 부여하며, 뒤집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바람 많은 날>을 통해 시인은 수양버들을 흔드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수양버들의 긴 채찍이 바람의 궁둥이를 치며 말을 몰아가듯, 바람을 몰아가는 것이라는 재밌는 표현을 하셨다. 나뭇잎은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봄 여름 가을동안 나무에게 맛난 햇살을 떠먹이다가 가을이 되어 숟가락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했다.  

시인의 글을 읽으며, 

"아~~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구나! 나는 정말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기다리는 건>, <내 짝꿍 투명인가>을 읽을 때는 우리 아이들의 현주소를 보는 듯 했고, 엄마인 내가 바쁘다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내 아이를 외롭게 하고, 반갑게 맞아주지 못한 일을 반성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고마워 고마워>를 읽을 때는...  

미처 생각지 못한 고마운 것들, 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무심히 넘긴 주변의 모든 자연과 사람들에게 왠지 감사와 고마움이 일어 코끝이 찡해오는 느낌이었다. 이런 고마움을 깨닫게 해준 민현숙님의 동시집을 오래 사랑할 것 같다.

 

고마워 고마워  

꽃아, 내가 지나 다니는 길목에 피어줘서 고마워 

새야, 내가 슬플 때 노래 불러줘서 고마워 

엄마 아빠, 나의 엄마 아빠가 되어 주셔서 고마워요. 

친구야, 많고 많은 아이 중에 내 짝꿍이 되어 줘서 고마워 

신호등아, 내가 무사히 길을 건널 수 있도록 파란 불을 켜줘서 고마워 

옆집 개야, 내게 꼬리를 흔들어 줘서 고마워. 

............... 

고마움을 알면서도 미처 고맙다고 말하지 못한 

고마운 것들아, 너희들도 고마워  <민현숙 동시집 '고마워 고마워'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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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괜찮아 그림책 보물창고 51
케이트 뱅크스 지음, 신형건 옮김, 보리스 쿨리코프 그림 / 보물창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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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괜찮아!....

라는 동화책 표지엔 재미있게 생긴 동물캐릭터가 달린 지우개 셋이 나온다.
그리고 한장을 넘기면 거꾸로 된 그림들과 함께 눈에 익은 아이가 나오는데,
어디서 봤더라? 했더니, 바로 이 책의 작가 <케이트 뱅크스>가 쓰신 다른 책인
<낱말 수집가 맥스>에 나오는 '맥스' 였다. 

맥스의 지우개인 부엉이, 악어, 돼지 지우개는 그림나라에 살면서 실수를 지우는 일을 했다.
숫자에 밝은 악어는 맥스가 틀린 수학문제를 지우거나 삐뚤빼뚤 거꾸로 쓴 숫자도 지웠고,
글자와 낱말을 잘아는 부엉이는 틀리거나 엉뚱하게 쓰여진 글자를 지우곤 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돼지 지우개는 닥치는대로 지워서 먹어 치우려고 했고...

셋은 맥스가 그린 그림을 따라 다니며,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하지만 어느 날 실수로 너무 많이 지우는 바람에 무인도에 가기도 하고,
맥스가 자기가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종이를 구겨버릴 때는 꼬깃꼬깃한 섬에서
무서운 동물들과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셋은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어떻게 맥스가 꾸겨버린 종이섬에서 지우개들이 구출 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실수가 없는 세상을 꿈꾸던 지우개들은 어떻게 맥스에게 실수해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었을까?


책을 다 읽고 나서 문득....

만약 내가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적어도 글씨를 예쁘게 쓴다고 공책을
몇 권씩이나 허비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자살하는 어른들이 많다. 그런가 하면 청소년들조차 아까운 목숨을 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들 가운데는 자신의 완벽하지 못한 모습이나 심지어 자신이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투신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런 책을 접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혹시라도 생각이 달라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해보았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이 누구나 꼭 봐야할 필독서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작 이 책을 봐야 할 사람은.....
아이들의 성적이나 학업에 민감하여 100점이 아니라면, 옆집아이보다 왜 못했는지부터
따지는 완벽주의적인 생각을 가진 부모님부터 읽고 반성하며, 내 아이에게 
<실수해도 괜찮아>라고 따뜻하게 말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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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 우표 동심원 7
곽해룡 지음, 김명숙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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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우표' 라는 제목을 보고 어떤 동시일까 궁금했지만  차례대로 읽어나갔다.

첫 번째로 <턱걸이>, 그리고 <달리기>라는 동시를 읽었다.
아이가 철봉하는 모습을 보면서 지은듯한 턱걸이에서 시인은 아이가 지구를 들고 있다고
표현했다. 머리띠를 매고 달리기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아이들이 발바닥으로 힘차게 지구를
돌리기에 지구가 돌아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시인이 세심한 관찰력이 있는 분이기도 하지만, 생각하는 것도 남다른 분 같았다.
<잠자는 아기>를 보면서 세상의 공기가 집으로 몰려든다고 생각하고, 
엄마의 다리미가 쪼글쪼글한 주름을 먹어치운다고 여기는 분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가 하면 시인은 은유적표현으로 독자들에게 깨달음을 준다.
<주인>이란 동시에서 시인은 애써 '자연을 보호' 하라고 경고하지 않지만, 단 몇줄의 시를 통해
읽는사람으로 하여금 자연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준다.

" 나무를 심는 사람은 지구의 주인이고, 열매를 따 담는 사람은 주머니의 주인" 이라는데,
누가 지구의 주인처럼 큰 사람이 되는 길을 두고, 주머니의 주인같은 소인배가 되려고 할 것인가 말이다. <지구>라는 시를 통해서는 집이 많이 커졌다고 자랑하는 달팽이를 이야기하면서 민달팽이는 몸으로 온 지구(집)을 안고 다니지만 결코 자랑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하여 자랑을 일삼는 독자들을 부끄럽게 한다.

시인이자 비평가이신 신형건님은 동시책 뒷쪽의 비평을 통해 시인 <곽해룡>님은 
사물과 세상의 뭇사람들에 대한 진한 사랑을 시에 담고 계시다고 하셨는데,
이 분의 사물에 대한 진한 사랑은 바로 <뻥쟁이가 되기로 했다>는 한편의 시를 통해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숲에서 발견한 새 둥지하나를 보고도 얼마나 자연과 사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는지...
이 시를 읽을 때는 왠지 마음이 짠해지는 감동이 있었다.


꽃이 진 철쭉나무 숲에서
오목눈이 둥지를 발견했다.

아기 새 네마리
내가 건드리자
어미가 먹이를 잡아 온 줄 알고
주황색 주둥이를 쫙쫙 벌렸다.

................................


나는 
아무것도 못 본 척 돌아왔다.

내 말을 들은 친구들은 
그곳이 어디냐고 같이 가보자고 했다.

자지러지게 울던
어미새 울음이 들리는 것 같아
나는 대답을 못하고
친구들은 나더러 뻥쟁이라 했다.

억울하지만 나는
뻘쟁이가 되기로 했다.
아기 새들이 무사히 자라
포릉포릉 날 때까지는        <본문에서 발췌>


나는 이 동시를 침대에서 읽고 또 읽으며 아기새를 향한 마음에
감동이 되어 한동안을 가만히 아기새가 있는 숲을 그리고 있기도 했다.
잔잔한 사랑의 힘이 나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인은 그렇게 사물과 자연 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도 남다른 것 같았다.
길거리 맹인가수를 자세히 관찰하고 적은 <맹인가수>나, 학원에서 돌아와 하루 종일 외로웠을 강아지 행복이의 똥을 치우는 소년의 모습이 그려진 <똥을 치운다>, 이제 곧 아빠가 되는 성철이 삼촌이 제비가 새끼한테 먹이를 주는 모습을 예사롭게 보아넘기지 않는 <제비>라는 동시도 그렇지만,  이 글의 표제작이기도 한 <입술우표>를 읽어보면 가족의 진한 사랑과 사람사는 냄새가 솔솔 묻어나와 슬며시 미소가 나온다.

짐차 운전수인 아이의 아빠, 한통의 편지가 되어 부산도 가고, 여수도 가는 아빠에게 아이는 입술우표가 된다는 표현이 참 멋있고 기발하다. 아주아주 멀리 떠날 때는 한꺼번에 두 장 세 장 입술우표를 붙인다는 아이의 모습이 동시책을 나와 바로 내가 그 아이가 된 듯한 마음을 느끼게 해준다. 

아빠를 향한 사랑의 힘은 아이의 입술우표....
우표가 없으면 편지가 가지 못하듯이 가족또한 사랑이 없다면 가족이 아니리라.

독자들에게 진한 사랑의 힘을 느끼게 해 준다는 동시책인 탓인지 요즘 <입술우표>를 자꾸 펼쳐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마치 동시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사랑이 내게도 전해질 것 같은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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