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편력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문화기행 지식여행자 8
요네하라 마리 지음, 조영렬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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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9년 아니 2010년 2월 16일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 한 꼭지만 더 읽고 자야지 하다가 끝장을 보고 만 책이다. 쉽게 읽힌다는 점에서는 정말 탁월한 책인 듯하다. '동서양의 뇌차이'라든가 '독서에도 TOP'와 같은 꼭지도 기억에 남지만 정작 내 머릿 속에 꽉 박혀 버린 문구는 뒤에 부록처럼 붙은 대담집의 한 구절이었다.  

p265 체코인과 체코문학의 기질에 대해 대담을 나누는 중 요네하라 마리와 이케우치의 대사 中 

요네하라 : 다만 냉정하고 계산이 빠르고 시니컬한 인간은 진짜 잔혹한 짓은 하지 않습니다. '정말 사람 좋은' 이들일수록 잔혹해질 수 있지요. 

이케우치 : 시니컬한 인간은 자기 자신도 비판의 대상으로 삼으니까요. '정말 사람 좋은 ' 이들이 실은 제일 무섭습니다. 

 

유독 시니컬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나로서는 더더구나 그냥 흘려 들을 수 없는 구절이었다. 나에겐 더없이 근사한 변명거리가 될 수도 있는 객관적인(?) 문헌을 찾은 셈이니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시니컬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정말 좋은 사람처럼 느껴지니 그럼 이 상황은 뭔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람에게 정작 상처가 되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이라는데 이 말이 적어도 나에겐 진실로 들렸던 것이어서일까? 매년 한두 번 꼴로 사람들에게 뒤통수를 맞고 살아온 내가 이제는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도, 시티컬하다는 소리도 더이상 듣기 싫어 면벽참선하며 살리라 결심한 2010년 벽두에 다시 한번 화두로 등장한 단어, '시니컬' 정작 내가 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좀더 생각을 해 보아야 할 듯하다. 

참! 책에 대한 평가로는 별 세 개 정도를 준다. 요네하라 마리의 책은 '프라하 소녀시대'로 처음 접했다. 그리고 '마녀의 한 다스'와 '미식 견문록'을 읽고 동시통역사로 살아가는 그녀의 폭넓은 식견에 감탄하고, 술술 읽히는 그녀의 글재주에도 감복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집어든 것인데 그전에 읽은 책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읽은 게 후회스럽다는 것은 아니고 다음 그녀의 책도 읽을 용의는 충분히 있다. 평가는 아마도 그녀의 전작에 대한 입맛 때문에 조금 냉정해진 것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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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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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글을 읽다 보면 '어쩜 이 사람은 글을 이렇게도 잘 쓸까?'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그 뛰어난 저자들 중 불가사의한 인물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글의 저자 '유시민'이다. 글쓰는 그의 솜씨는 독자인 나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고, 게다가 그를 존경하게끔 만드는데 말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그가 쓴 책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게 만들곤 한다. 혹 대필가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품는다면 너무 가혹한 처사일까? 그만큼 그의 글은 입에 착 감기는 맛난 음식처럼 나의 머릿 속을, 가슴 속을 벅차게 만들어 주었다. 한창 책을 소개하는 서평기가 많아 나의 책장에도 부쩍 책이 쌓여가는 이때에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는 나의 책장을 더욱 비좁게 만들어 주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緣을 맺게 된 한두 권의 책은 감당할 여력이 있으나, 그 이상의 책은 소화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요즈음이다. 그렇기에 '청춘의 독서'만은 나중에 읽어야지 하고 미뤄두고 있었는데 눈길이 자꾸 그곳으로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책과의 만남에도 적절한 때가 있는 것인지 책장 구석에 숨겨두고 유혹을 물리치던 이 책과의 만남은 2월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책장을 덮게 된 게 바로 오늘이다.  

여기에 소개된 책 중에는 내가 이미 읽은 것도 있고, 난생 처음 들어본 제목의 책도 있다. 한데 이미 읽은 책 역시 다시 들추어 보고 싶게끔 만드는 것은 역시 그의 글발일 테지? 덕분에 나의 책장은 더욱 풍성해 질 터이다. 책은 독자와 작가의 대화이자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는 사실, 또한 자기 자신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해 본다. 

언론의 폭력을 경고해 준 '카타리나 블롬의 명예'도, 남북한의 이념을 이야기한 교과서 속의 '광장'도,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냉철한 관찰기록을 보여준 베블린의 '유한 계급론'도 너무나 구미가 당겼다. 혼자 집어들었으면 느끼지 못했을 매력을 유시민의 소개로 인하여 한층 더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  

최근 나오기 시작한 서평에 관한 도서 모두 나름의 매력으로 나를 사로잡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그 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뽑아본다. 다른 책보다 소개된 책의 권수가 작아서인지 모두 다 다시 한 번 읽고 싶다. 저자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순 없겠지만 그 책들을 통해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눌 수는 있을 듯하다. 그게 바로 독서의 묘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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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신간평가단님의 "4기 서평단 활동 안내"

4기 서평단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한 기억으로는 한 달에 한 권 정도였는데 열흘에 두 권 꼴로 배송되어 오는 책들을 보면서 정말 정신이 없었답니다. 모든 책에 대한 서평을 다 쓰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아 죄송합니다. 게다가 기일을 어긴 것도 어찌나 죄송한지. 책의 권수가 많은 만큼 서평도 후다닥 쓴 경우가 많아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간간히 읽고 싶은 책도 많았는데 서평도서에 밀린데다가 연말 직장일까지 겹쳐 알라딘에서 신간 구매도 못해 일반회원으로 등급이 떨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네요. 그렇지만 덕분에 새로운 분야의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4기 서평단에 지쳐 다시는 서평단으로 활동하지 않아야지 생각했었는데 끝나고 나니 또 다시 그리워지네요. 아이 낳고 다시는 안 나아야지 하다가 웃는 얼굴 보고 또 하나 더 낳는다더니, 서평 끝나고 나니 다음에 또 지원해야지 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여튼 여러 모로 감사했습니다. 이제 설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1. 서평단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종이로 사라지는 숲이야기'였습니다. 제가 그동안 무심코 소비했던 종이가 숲을 얼마나 훼손시켰는지 알게 된 것은 충격이었거든요. 그 뒤로 종이 분리 수거도 좀더 꼼꼼히 하게 되었고, 종이도 절대 허투로 쓰지 않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다만 출판사에 재생지로 된 종이를 써 달라는 요구는 도대체 어찌 해야 하는지 몰라 못하고 있답니다. 2. 서평단 도서 중 내 마음대로 베스트는 먼저 손자병법 교양 강의, 책탐,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 고등어를 금하노라, 피와 천둥의 시대 순서입니다. 3. 서평단 도서 중 기억에 남는 책 속에서 한 구절은 손자병법 교양 강의에서 뽑아보았습니다."마음의 지혜는 시야를 결정하고 시야는 구체적 짜임새를 결정하며, 구체적 짜임새는 운명을 결정하고 운명은 미래를 결정한다. " 그럼 다음에 또 다른 기수의 서평으로 만나기를 기대하며, 감사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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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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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내 친구 왈,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의 가족은 서로에게 힘이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때 가족은 짐이 된다고 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에는 별로 와닿지 않더니 30대가 넘어 보니 몸으로 이해가 된다. 물론 인생의 마침표를 찍지 않은 이상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스코어로는 그렇다는 뜻이다. 내가 힘들 때 그들은 나의 곁에서 묵묵히 힘이 되어 주지만, 정작 서로가 힘들 때에는 서로에게 무지막지하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족이란 서로의 약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타인들이 주는 상처보다 그 타격이 몇 만 배는 크다. 내 상처 부위를 어쩜 그리도 콕 찝어서 그곳에 소금을 살살 뿌려주는지 마음이 쓰리고 아파 도저히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처럼 나를 피폐하게 만들곤 한다. 물론 나 역시 나의 가족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남들에게 이런 고통을 당했다면 다시는 그들을 볼 수도 없을 터이고 보지도 않을 터인데 신기하게 가족들과는 다시 화해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완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처를 준 그 자리에 약을 발라주고, 반창고를 붙여 도닥여 주는 것도 가족이란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전히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보다. 

이 책에서는 추리소설의 기법을 차용하여, 너무나 개성적인 사람들이 합리성이나 효율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가족으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처음에는 그들 역시 가족을 해체하고 싶어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기대고 싶어서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가 자신에게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어한다. 그런 모습이 결국은 가족의 모습이고, 가족으로 살아가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일본 추리소설의 영향 탓인지 요즘 부쩍 이런 기법이 유행하고 있는 듯하다. 신경숙은 '엄마를 부탁해'에서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가며 우리네 삶을 돌아보게 하더니 이 책에서는 '유지'라는 한 소녀를 잃은 가족들이 유지를 찾아다니는 이야기를 통해 서로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중소 무역상인 아버지와 화교출신의 어머니, 그들 사이에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이 태어나 바이올린이라는 귀족적인 악기를 배우고 있는 바이올린 영재인 유지, 그리고 이들의 이복 남매인 은성과 혜성이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이다.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가정사가 이들의 모습으로 재현되고 있다. 부지런히 돈을 벌어오기는 하나 적절히 무심한 능력 있는(?) 가장, 세련된 강남 아줌마로 살아가며 자신의 아이의 재능을 키워주려 애쓰면서도 공허한 마음을 달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방인 엄마, 엄마의 기대를 밀쳐둘 수 없어 조용히 수긍하는 듯 살아가나 나름 살아가는 자들의 의미를 생각하며 나이보다 조숙한 시선을 간직한 유지, 전처 소생이라는 타이틀 속에 버림받았다는 열등감을 버리지 못하고 이곳저곳에서 흥청망청하게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 은성, 포커 페이스로 살아가는 온화한 인물로 보이나 마음의 불덩이를 견디지 못해 몰래몰래 불을 지르고 다니는 다감한 개인주의자 혜성까지. 이 소설 곳곳에서는 마음 한 곳이 불구인 채 살아가고 있는 군상들이 등장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가정 속에도 평범한 가정에서 겪는 다양한 고통과 고난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나 할까? 그런 평안함을 가장한 무심함 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유지가 사라진다. 별것 아닌 이유로-유지에겐 무척이나 중요한 이유겠지만-외출한 유지가 돌아오지 않으면서 평안함을 가장했던 가정은 분열을 일으킨다. 자그마한 지진이 아니라 강진이 발생한 것이다. 뿌리부터 흔들리는 사람들의 모습은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돈만 벌어다 주면 된다고 생각했던 가장이 하는 일이 가족은 물론이고 사회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 이 이야기를 읽고서 다시 실감할 수 있었다. 이때 불현듯 ‘김현승’의 「아버지의 마음」이란 시가 문득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바쁜 사람들도/굳센 사람들도/바람과 같던 사람들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것들을 위하여/난로에 불을 피우고/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세상이 시끄러우면/줄에 앚은 참새의 마음으로/아버지는 어린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


의사로 살아가는 사람도, 교수로 살아가는 사람도, 환경 미화원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사기꾼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장기밀매자로 살아가는 사람도 결국은 누군가의 아버지이다. 사회와 동떨어질 수 없는 가정의 가장은 결국 세상을 책임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유지를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뛰어다니던 그 사람도 결국 아버지였던 셈이다. 그러나 가족들 역시 그의 생활에는 너무나 무관심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아버지라는 이름에, 어머니라는 이름에, 자식이라는 이름에 묻힌 사람도 결국 한 개인임을 알려준다. 그것도 너무나 연약한 개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유지를 찾기 위해 모든 것을 까발려야 했던 가족은 유지의 귀환으로 하나가 된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그들의 상황은 소설의 초반과 180도로 달라져 있다. 중국에 갇혀있는 가장과 그를 면회해야 하는 아내, 그리고 남아서 연약한 유지를 돌봐야만 하는 은성과 혜성. 그들 모두 처음과는 달리 너무나 연약하여 홀로 설 수 없는 존재로만 보인다. 그러나 그 순간, 혼자 설 수 없기에 서로를 보듬어 주고, 안아주고, 일으켜 주는 그들의 모습은 훨씬 가족다워 보인다. 솔직히 행복하게까지 보인다.
 

언뜻, 부유하게 사는 것보다는 서로의 사랑만 있다면 경제적인 것과 무관하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상을 전파하며 계층의 계급화를 선전하는 게 아닌가 싶은 오바(?)스러운 생각이 들기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는 내내 뒷부분이 궁금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읽을 만 했다. 부디 나는 무엇인가를 잃기 전에 가족의 고마움을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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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탐>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책탐 - 넘쳐도 되는 욕심
김경집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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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탐, 넘쳐도 되는 욕심이라... 많은 독서가들이 지적하듯이 책에 대한 욕심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용인되는 것인 듯 하다. 사람들은 수석이나 분재, 피규어 등을 수집하는 이들을 특이한 시선으로 보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오타쿠인 양 바라보기도 하는데 유독 책에 대한 탐욕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그러이 봐주곤 한다. 아니 오히려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부쩍 책탐을 부추기는 책소개와 관련된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아마도 독서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인 듯 싶다.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욕만 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독서에 대한 길잡이를 통해 독서진입로로 들어서게 할 모양인가 보다. 여튼 덕분에 탐나는 책을 많이 소개받게 되었으니 난 이래저래 좋기만 하다. 

이 책의 저자는 서가에 누워있는 부잣집 책보다는 서가에 꽂혀 등뼈만 드러내고 있는 가난하고 옹골진 책들을 찾아다니는 취미를 갖고 있다. 나 역시 서가에 누워있는 책에는 거부감이 들곤 했는데 저자의 글을 읽고 나니 이해가 된다. 나 역시 자신을 마이너리티라고 여기는 터라 메이저들의 책이 고까웠던 모양이다. 읽고 싶다가도 서점 중앙에 널부러져 누워있는 책들을 보면 괜히 밉살스럽기도 하고, 나 자신이 시류에 편승하는 것 같아 괜스레 돌아가곤 한 것(무슨 속좁은 자존심이란 말인가)을 보면 말이다. 물론 숨은 보석을 찾아 사람들에게 소개하고픈 저자의 경우와 삐딱한 나의 경우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나의 행동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괜히 에두르고 싶은 나의 고집 정도라고 해 두자.  

각설하고 이번에 읽은 '책탐'은 이전에 읽었던 '깐깐한 독서본능(윤미화)'이라든지 '탐독(이정우)', '책과 세계(강유원)'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무관한 듯 하면서 연결되어 있는 두 권의 책을 함께 소개하는 그의 방식도 맘에 들 뿐 아니라 책에 대한 줄거리 역시 독자로 하여금 책 속으로 빠져들게끔 만들어준다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전부를 알려주는 것은 아니나 간만 보게 하는 것도 아닌 전체를 아울러주어 사람들로 하여금 읽고 싶게끔 만든다고나 할까? 책 내용이 너무나 감동스러워 누군가와 그 감동을 나누고 싶어 흥분한 그의 목소리가 적어도 나에겐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런 면에서 뚜렷한 색깔을 띄고 출판되었다가 사장된 책으로 가득한 출판사로서는  김경집이 은인일지도 모르겠다. 나만 하더라도 그에게 소개받은 책을 알라딘 장바구니에 한움큼이 아니라 한 박스 정도는 담아뒀으니 말이다. 좋은 책을 소개받은 일이 기쁘고, 읽을 만한 책이 가득하다는 사실이 맘을 설레게 한다. 하나하나 빼먹는 곶감처럼 이번 겨울에는 그의 소개로 만난 책 때문에 하루하루가 흥미진진할 것만 같다.  

맘에 꼭 드는 책을 읽고 난 후의 뿌듯함은 꼭 동지를 만들고 싶게 한다. 그렇기에 내가 읽은 책을 마치 전도사인 양 다른 이들에게 설파하고 다니고, 다른 이들 또한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면 더욱 살갑게 느껴지곤 한다. 책 속의 세계는 죽은 세계라고들 하지만 죽은 세계를 읽음으로써 산 사람들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니 그것 또한 할 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이 책으로 인해 우리들은 더욱 책탐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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