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에 번쩍 서에 번쩍 우리나라 지리 이야기] 서평단 알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우리나라 지리 이야기 사계절 1318 교양문고 4
조지욱 지음 / 사계절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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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시간이 임박해서야 서평을 쓰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나도 모를 일이다. 물론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일 테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듯 하다. 마감일이 째깍째깍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야지만 자판이 두드려지는 것은 일종의 습관이던가? 날이 갈수록 깜빡깜빡하는 횟수도 늘고, 나무늘보처럼 느적거리게 된다. 나이 때문이라 핑계를 대어보지만 민망할 뿐이다. 그나마 서평쓰는 것을 잊지 않은 것을 스스로 대견해 할 밖에...

이번에 읽은 책은 '지리 이야기'이다. 책을 읽고 나니, 참 오래간 만에 지리 수업을 조근조근 듣고 온 듯한 기분이 든다. 학교 다닐 때 칠판을 응시하며 정자세로 듣는 수업이 아니라 마룻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서 듣는 이야기 같은 느낌. 암기를 해야 하는 딱딱한 수업이 아니라 말랑말랑한 수업이었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책 분량은 얼마 되지 않지만 쉬엄쉬엄 들춰보며 꼭꼭 씹어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용 자체는 절대 그냥 읽고 버릴 수 없는 알찬 것들이었다. 난 이 책을 보고 팔도강산의 이름에 담긴 깊은 의미를 알 수 있었다.

p34  함경도는 함흥과 경성, 평안도는 평양과 안주, 황해도는 황주와 해주,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 이렇게 그 지역을 대표할 만한 고을의 첫 글자를 따서 8도의 이름을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냉온대 기후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고, 만년설이 무엇인지, 해수욕장의 모래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늘어가는 인구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북한이 가지는 의미, 남북통일에 대한 우리들의 자세도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듯 하다. 이제 누군가에게 물어보기조차 민망한, 내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배울 수 있었다. 나의 아이가 자라서 기후에 대해, 지형에 대해 환경에 대해 묻는다면 전문가 같은 답변은 어렵더라도 조금은 자신있게 설명해 줄 수 있을 듯 하다.

저자가 쉽게 써 준 이유를 알 듯도 하다.  나에게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읽기 좋은 지리과 부록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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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0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늘 같은 반찬을 먹다 보면 새로운 뭔가가 먹고 싶어 지듯이 책 또한 읽다 보면 난데 없는 장르가 그리워지기 마련인 듯 싶다. 동글동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문득 날카로운 이야기가 그리워지고, 그러다 보면 또 따뜻한 이야기가 생각나곤 한다. 그때 눈에 띄인 책이 바로 이거다. 너무나 경쾌한 표지 그림은 왠지 나의 흥미를 자극했다. 책 디자인과 제목이 사람들을 얼마나 매혹시키는지 알 수 있었다고나 할까? 고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던 찰나에 난 표지만 보고 이 책을 선택한 셈이다.

그럼 우선 이 책에 대한 평을 하라면? 솔직히 '우와~이런 책이?'라는 생각보다는 '음 괜찮네.'라는 정도?  

로맨틱 환타지답게 말도 안 될 듯한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는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는 구성되어 있다. 별개의 일인 듯 하지만 세상 사람들이 겪는 일은 결코 외따로 떨어진 일이 될 수 없음을 알 수 있는 책이랄까? 한 여자의 뒤통수에 대해서는 박사학위라도 딸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 남자와 그가 짝사랑하는 그녀의 교토 여행기. 그 속에 담긴 황당하지만 유쾌한 사건들. 이 책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주인공의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형과도 다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나잘났어 스타일도 아닌 그냥 물 흐르듯이 세상을 살아가기에 막힘없이 자연스런 주인공 여자가 펼치는 아니 개입하는 신나는 일들.

소설 자체는 억지스런 이야기의 조합일 터인데 억지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아 재미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문득 앉아서 이유없이 '큭큭'하고 웃고 싶거나 '피식'하며 웃음을 흘리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이백의 전기부랑의 맛을 보고 싶은 한 독자가 갑자기 다가온 쓸쓸한 가을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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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아이들] 서평단 알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은 아이들...

 거울 속의 아이들. 책 사이사이에 가득 들어찬 삽화나 구성들을 보면 영락없이 아이들을 위한 도서로 보인다.  내용 역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이야기이다.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물론 성인들 역시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아이들만이 아닌 세상 모든 소외된 것들에 대한 생각을 좀더 깊이 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독자를 아우를 수 있는 책인 듯 싶다.

한 나라의 문화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소득 수준? 사람의 가치? 영토의 규모? 문화적 유산 정도? 아마 한 두 가지의 잣대로는 한 나라의 문화 척도를 가늠하는 것은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하나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한 나라의 문화 척도 속에 인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포함되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특히 혜택을 받은 자들이 아닌 소외된 계층에 대한 처우를 본다면 적어도 한 사람의 인격 나아가 한 나라의 품성도 짐작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인권'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권의 중요성이 인식되기 시작한 증거이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인권을 소홀히 다루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는 현상일 수도 있다. '거울 속의 아이들'에 등장하는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은 인권을 착취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단순이 인권이 유리된 채 살아가는 현실이 문제라기보다는 그러한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들의 무관심이 더욱 큰 비극이 아니겠는가! 나와는 별 관련이 없는 일이라는 생각, 우리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 내 가족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들. 작게 보면 이기주의의 한 종류일 뿐이라고 치부할지 몰라도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심각한 일일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을 절망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우리들의 인식은 비단 이책에 소개된 사례 외에도 만연해 있다. 그렇기에 인권에 대해 특히, 채 피어나지 못한 어린이들의 권리에 대한 보호는 우리가 나서서 해야 할 것이다. 조금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있고, 조금 더 많은 시간을 영위한 우리들이 소외된 어린 생명들에게 관심을 나눠주지 않는다면 그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미래는 조만간 우리의 미래가 될 테니 말이다.

  제목이 왜 '거울 속의 아이들'일까? 표지에는 불행한 표정의 아이가 거울 속에 웃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그네들을 환하게 웃게 하는 일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일까? 아니면 현실과 다른 모습을 비추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네 삶을 반영하는 것일까? 아무런 의미없는 옹알이조차도 아이들 입에서 퍼져나가는 순간 경쾌한 울림이 된다. 그들의 행복한 웃음이 모든 곳으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거창한 시도가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세계 평화라는 거창한 구호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옆에 있는 아이들의 손만 따뜻하게 잡아줄 줄 아는 우리가 된다면 세상은 한결 푸근해질 것이다. 꽃으로도 떄리지 말라던 한 여배우의 말이 떠오른다. 꽃같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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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철학> 서평단 알림
걷기의 철학 포즈 필로 시리즈 1
크리스토프 라무르 지음, 고아침 옮김 / 개마고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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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철학이란 말이 들어가면 왠지 있어 보이기도 하고 그럴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더불어 어려운 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은 흔히 '그따위 것에 뭔 철학이...'라고들 하지만 살아가는 데 '철학'이 개입하지 않은 것은 어디에도 없다. 왜냐 하면 철학은 우리네 생각이기 때문이다. 밥을 먹을 때도, 사람들과 마주 앉아 있을 때도, 혼자서 고독을 씹을 때도, 멍하니 텔레비전을 보고 있더라도 쉼없이 우리의 머리는 작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라고 노래할 때조차 '왜'라는 물음을 하고 있으니 여기엔 '철학'이 들어 있는 것이리라.

'철학'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 물음표를 찍으면서 시작된 것 같다. 그래서 어릴 때에는 철학을 인식하지 못하면서도 행하고 있었으나, 이제는 질문을 하는 것보다 단답형의 대답을 하는 것에, 대답을 하는 것보다 침묵하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속사포처럼 쏘아대는 사람들의 언변 속에서 느긋하게 대답을 할 수도 없거니와, 나의 느긋한 답변을 들어주는 사람도 그리 흔하지는 않은 듯 하다.

"그러니까 본론만 말 해!"

"요점이 뭐야? 한다는 거야 안 한다는 거야?" 라는 말들. 우리는 어느 새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대답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이거와 저거 사이에는 이거인 듯 싶은 저것도 있고, 저것인 듯 싶은 그것도 있기 마련인데 말이다. 사람들이 무지르듯 덮어버린 황당하고 장황한 이야기 속에는 정말 우리네가 듣고픈 이야기가 가득하다. 리모콘의 빨리감기 버튼처럼 세상을 빨리 감아서 늘어난 시간을 우리는 도대체 무엇에 쓰려고 한단 말인가? 그런 면에서 '걷기'와 '철학'을 연관지은 것은 정말 그럴 듯 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세 단계로 글을 진행하고 있었다. 먼저 단어를 통해 우리에게 준비 운동을 시킨다. 그런 식으로 '걷기'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설명하다가 어느 새 철학으로 우릴 인도하고 있다. 속도감을 주어 달리는 것이 아니라 한 발을 땅에 디디고서야 다른 발을 내딛는 걷기를 철학과 연관지어 우리에게 설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위대한 철학자들이 어떻게 걷기 속에 철학을 실천했는지를 간략하게 언급해 주고 있다. 낱말을 통해 시동이 걸린 '철학에 대한 이해'가 철학자들의 에피소드에서 잠시 주춤한 느낌이 든 것은 아쉬웠지만 철학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는 시도라는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한다.

 현대 문명의 발달 속에서는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것이 '스피드'이다. 그런데 그런 속도감에서 쾌감을 느낄 지는 몰라도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거쳐왔는지, 주위에는 어떤 풍광이 있었는지, 내가 왜 그렇게 달려왔는지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걷기란 것은 우리의 생각을 찬찬히 살펴 볼 수 있게 해 주는 도구임에 틀림이 없다.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산을 등반하는 이는 삶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굳건한 신조를 얻게 된다. 그는 가장 짧은 길이 가장 좋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다.

...

산악지방에 사는 사람은 이러한 관점을 노련하게 취하며 그가 지나가야 하는 지형에 자기 걸음을 맞춘다. 그가 갈 길에 놓여 있는 기복들, 흙의 성질, 경사의 가파른 정도, 하늘의 상태 등은 모두 그를 인도해주는 표지들이다. 그는 이것들을 전진에 방해가 되는 걸림돌이나 구속으로 생각하기는커녕, 가장 좋은 조건에서 걸을 수 있게 해주는 징조들로 인식하고 해독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고 나를 키워주는 많은 것들을 장애물로 인식하진 않았는지, 가장 빠른 길을 가장 좋은 길이라고 착각을 하진 않았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앞만 보고 달리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난 후회할 짓은 하지 않아.'라든지 '자신이 한 행동을 뒤돌아 보는 것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어디 있어?'라고 자만하는 사람들에게 뒤돌아 보는 행위가, 천천히 음미하는 걸음이 얼마나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하는지 알려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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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조심 - 조종사와 비행에 관한 아홉 편의 이야기
로알드 달 지음, 권민정 옮김 / 강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번역의 반역인가? 로알드 달의 '맛'을 무색하게 하는 실망스러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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