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시간성에 관하여 - 섹슈얼리티, 장애, 나이 듦의 교차성
제인 갤럽 지음, 김미연 옮김 / 현실문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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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과 장애, 젠더 섹슈얼리티에서의 팔루스적 거세 또는 거세 불안에 관한 탁월한 시선. 하이힐과 휠체어를 팔루스적으로 분석한 장이 특히 인상 깊었다. 그나저나 인간에게 섹슈얼리티는 나이 들어갈수록 상실의 위협을 끊임없이 받는 것임에도 그 욕망은 완전히 거세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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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9-24 16: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트를 받아랏 (っ‘-‘)╮=͟͟͞͞♡

잠자냥 2023-09-24 17:51   좋아요 1 | URL
/ 반사

2023-09-24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4 1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4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4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4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4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4-03-29 11:20   좋아요 1 | URL
아 /반사 때문에 터졌어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거 귀여운데ㅠ 반사라니 냉정해ㅠ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4-03-29 11:34   좋아요 1 | URL
아... 진짜 받기 싫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3-29 11:47   좋아요 1 | URL
그렇다기엔
그 아래 은오야~~~가 너무 다정합니다~!!

독서괭 2023-09-24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백자평만 봐도 어려울 것 같다…

잠자냥 2023-09-24 19:42   좋아요 0 | URL
퀴어괭이 무슨 소리… 지금까지 읽어 온 내공으로 충분히 소화 가능!
 
서사의 위기
한병철 지음, 최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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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 아우라가 있을 것,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 그런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이 세계가 이미 스토리텔링(정보) 중독 사회이므로. 전작 <사물의 소멸>과 닮은 듯 조금 다른 이야기. 한병철은 ‘좋아요’ 안티주의자임에 틀림없어. 그래도 나는 또 좋아요를 누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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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9-22 0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요.^^

다락방 2023-09-22 0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종이 2023-09-22 1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 인사드려요.
제 리뷰(타타르인의 사막, 뉴 그럽 스트리트)에 좋아요 표시해 주신 이후에 관심가는 책이 겹쳐서 서재 방문은 자주 했습니다.
리뷰는 잘 안 쓰지만 책은 자주 사는 편이라 구매에 도움 많이 받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위에 다락방 님 서재에도 가서 재미있게 쓰신 글 많이 읽었는데 인사는 안 드렸네요. 두 분 서재 들락거리며 책 소개 읽으면서 언제 인사드려야겠다고 생각하다 이번 책 땡스투 누르고 댓글 남깁니다.^^

잠자냥 2023-09-22 13:0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타타르인의 사막> 감명 깊게 읽고 나서 이런저런 글 찾아읽다 종이 님 리뷰를 읽고 마음에 남아 좋아요를 눌렀던 것 같습니다. <뉴 그럽 스트리트>도 종이 님 글의 어떤 부분이 좋아요를 누르게 했었고요. ㅎㅎ 조용조용 꾸준히 남기는 글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계속 꾸준히! 읽고 써나가시길 바라며.땡스투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종이 2023-09-22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면부지라고 할 잠자냥 님께 읽고 쓰기에 대해 이런 말씀을 들으니 뜻밖에 마음에 뭔가 기운이 스며듭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좋은 글 계속 올려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은오 2023-09-23 20: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제 좋아요는 단순한 좋아요가 아니라 좋아해요!!!!! 입니다

잠자냥 2023-09-23 23:27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은오 2024-03-07 22:09   좋아요 1 | URL
사랑해요!!!!! 입니다
 
[eBook] 각본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14
M. C. 비턴 지음, 전행선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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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인의 동기가 있지만 범인은 언제나 가장 큰 모욕을 받았고 그 죽음으로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사람! 그나저나 해미시는 진짜 사랑하는 프리실라는 외면하면서 내내 한눈만 팔아… 야망은 없으면서 욕망은 충실힌 이 남자를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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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9-21 09: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죽여요.

독서괭 2023-09-21 09: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잘라요.

미미 2023-09-21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여러분! 너무 멋지잖아요.ㅋㅋㅋㅋㅋㅋ 영화 대사 같아요

은오 2023-09-21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혼도 안해주시면서 다정한 잠자냥님을 어떻게 해야할지 저도 고민중입니다

잠자냥 2023-09-21 22:55   좋아요 0 | URL
죽이거나 자르거나 ㅋ ㅑㅑㅑㅑㅑㅑㅑㅑ

은오 2023-09-21 23:08   좋아요 0 | URL
잠자냥님은 자를게 없으셔서 자를순 없네요..

잠자냥 2023-09-21 23:13   좋아요 0 | URL
아니 나를 자르라는 건데… 음

잠자냥 2024-03-29 11:1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대추대심 생각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4-03-29 11:47   좋아요 1 | URL
잠자냥님이 무추라서 좋읍니다~!! 무추무악~!!

잠자냥 2024-03-29 11:5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아 그만 욱겨ㅋㅋㅋㅋㅋ 웃겨 죽어ㅋㅋㅋㅋㅋㅋㅋㅋ
잘못했읍니다~!! 말 잘 들을게요. 그만 욱곀ㅋㅋㅋㅋㅋㅋ
 

지난주 퇴근 후 서점에 들렀다. 교보에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목록을 훑던 중 카뮈의 <결혼·여름>이 에세이 부분에서 10위 안에 올라가 있는 걸 보고 와우, 드디어, 역시, 좋겠다. 잘됐다. 등등의 여러 생각을 했다. 나는 이 책을 알베르 카뮈 전집(책세상) 중 한 권으로 읽었고 그 책을 갖고 있으므로 녹색광선에서 나온 이 버전은 사지 않았다. 그럼에도 책 만듦새는 훑어보고 싶어서 서점에 서서 이 책을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역시나 갖고 싶게 잘 만들었다. 올여름에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름 시즌에 맞는 제목과 하늘색의 커버, 바닷가에서 행복한 얼굴로 춤을 추고 있는 연인들… 게다가 카뮈라니, 게다가 <결혼>과 <여름>이라니 여러 면에서 독자의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심지어 이 작품을 예전에 다른 버전으로 읽었던 사람조차도 다시 소장하고 싶게 유혹하는, 그런 기획이 돋보이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거 잘 팔리겠는데……. 녹색광선에서 이 책이 나왔을 때 얼마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잘 팔릴 줄이야. 아무튼 응원반 부러움반 약간의 뿌듯함반(니가 왜? ㅋㅋㅋㅋㅋ)을 느끼며 책을 제자리에 다시 꽂아두고 그 자리를 떴다.

나 또한 1인 출판사에 대한 꿈이 아예 없지는 않아서 1인 출판사로 짐작되는 회사들은 눈여겨보는 편이다. 녹색광선도 그런 출판사 중 하나. 이 출판사에서 가장 처음 출간된 책은 발자크의 <미지의 걸작>이다. 그 후 두 번째로 나온 책이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인데 <미지의 걸작>은 발자크 특유의 지루함을 극복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 일단 제외했다가 <감정의 혼란>부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책의 외형을 이렇게 예쁘게, 팬시하게 만드는 것에는 좀 회의적이고(내용이 먼저라고 생각하므로), 내가 어떤 책을 선택할 때도 ‘예쁨’만으로 구매하지는 않기 때문에 녹색광선의 이 첫 두 책은 반신반의하면서 지켜봤다(니가 뭐라고 지켜보는지 원 ㅋㅋㅋㅋ).

이 출판사에 호감이 갔던 이유 중 하나는 ‘녹색광선’이라는 출판사 이름 때문이다. 이 이름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어라? 녹색광선? 설마 에릭 로메르의 녹색광선? 으흠 에릭 로메르의 녹색광선을 안단 말이지......’ 하면서 주목했는데, 영화 ‘녹색광선’을 알고 그 의미를 출판사 이름으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대표로 있다면 어디 한번 무슨 책을 내는지 유심히 봐야겠다 싶었던 것이다.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를 한참 보러 다니던 시절, 에릭 로메르 영화는 거의 다 찾아봤던 터라 ‘녹색광선’이라는 출판사가 탄생한 것에 일단은 좀 기뻤다. 한편으로는 어쩐지 이 출판사 대표, 나랑 비슷한 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굳이 이름을 붙여보자면 키노KINO 세대랄까…….

녹색광선 시리즈 중 <감정의 혼란>을 읽고 리뷰를 남겼는데 이분이 비밀글로 댓글을 남기셨더라. 그 후로도 종종 내가 녹색광선에서 나오는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면 꼭 와서 비밀글로 댓글을 남기고 가셨다. 요약하자면 내 서평이 너무 아름다워서 팬이 될 것 같다(이렇게 또 내 자랑을??ㅋㅋㅋㅋㅋ), 늘 좋은 서평 남겨주셔서 감사하다는 그런 말들. 1인 출판사로 호기로운 기획을 하고 꾸준히 출간하는 이 출판사를 좀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으면 꼭 리뷰를 남기곤 했는데, 재미나게도 이 출판사 책으로 이달의 당선작을 많이 받기도 했으니 서로 좋은 일이 된 셈인가. <마틴 에덴> 리뷰를 끝으로 이분의 댓글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마틴 에덴> 이후로 출간된 두 권의 책 <패배의 신호>와 <결혼·여름>은 읽지를 않았구나....!

<패배의 신호>는 처음 출간되었을 때 오호라, 이번에는 이 작품이네! 하면서 작품 선정에 감탄하기도 하고, 무릎을 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독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아 이건 내가 안 읽어본 작품인데 사서 읽어야겠다! 했다가 하필이면 그 무렵에 내가 사강의 다른 작품을 읽고 사강은 이제 그만 읽어야겠다 사강 졸업!!을 결심했던 참에 이 책이 나와서 나중에 읽자, 나중에.... 하면서 미루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대출해왔는데, 결국 처음 몇 쪽 읽다가 반납. 그러다가 다시 또 빌려왔는데 다시 그대로 반납. 현재까지 두 번 대출& 두 번 그대로 반납 상태이다. 은오 님이나 물감 님이 재미나게 읽었다고도 하고 술파랑 님이 극찬 리뷰도 남겼기에 세 번째 도전을 해보기는 하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의리(웬 혼자 의리 찾음? ㅋㅋㅋㅋㅋㅋㅋㅋ)가 있어서 녹색광선에서 나오는 책들은 웬만하면 계속 읽어볼 생각인데...... 일단 <결혼·여름>은 굳이 나까지 보태지 않아도 알아서 잘 팔리고 있으므로 다시 안 읽어도 될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 나머지 녹색광선 책에 대한 짧은 코멘트.

현재까지 이 시리즈에서 가장 애정하는 작품은 아무래도 <마틴 에덴>이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도 무릎을 쳤는데, 아아, 잭 런던 작품 중에 저게 있었지! 저걸 찾아내다니 이런 젠장 졌다(왜 져?! ㅋㅋㅋㅋ),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치면서 다시 독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아아, 이거 읽고 싶다! 읽고 싶다! 읽고 싶은 욕망이 마구 꿈틀거렸다. 이 책 자체도 만듦새가 훌륭한데 1권 표지를 장식한 저 남자의 얼굴(내 타입은 아니지만), 가난한데 건강하고 잘생긴 저 얼굴과 2권에서 빗속의 격정적인 키스 신! 아이고야 이거 표지만 봐도 궁금해지고 읽고 싶어지지 않는가? 표지 커버로 초록과 자주색의 컬러 선택도 좋았다. 그런데 아무튼 이 책은 사랑보다는 계급, 가질 수 없는 계급으로의 유입을 꿈꾸던 한 남자의 좌절기. ‘추앙으로 시작된 사랑의 붕괴’라는 부제가 딱 어울리는 작품으로, 어느 정도는 잭 런던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자신과 너무나 다른 계급의 사람을 욕망하고 사랑하게 되었을 때의 극복할 수 없는 한계,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삶의 허무를 강렬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아니, 이 책이 나오다니 놀랐던 것은 김사량의 <빛 속으로>. 이 책 출간되었을 때는 솔직히 찬탄. 김사량을 찾아내다니! 책 좀 읽었다고 해도 김사량의 이름이 낯선 이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나도 국문학을 전공했으니까 김사량을 아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김사량은 1914년 식민지 조선에 태어나 학창시절에 항일시위를 하다 퇴학당하고, 일본으로 밀항 <빛 속으로>를 일본어로 써서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다. 그 후로도 <천마>, <풀이 깊다>와 같은 일본을 비판하는 작품을 잇달아 일본어로 써냈다. 조선인이면서도 시대적 비극으로 인해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한 그는 국문학계에서도, 그렇다고 일본문학계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였다. 그런 데다가 본디 평양 태생으로 해방 이후에는 북한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는데, 비김일성계로 분류되어 북한에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고 남한에서는 오랫동안 월북 문인으로 규정되어 금지대상이었다. 그렇게 그 존재가 잊히다시피 했던 사람. 그런 김사량의 작품을 복간해서 출간했다는 것만으로도 리스펙트. <빛 속으로>는 이런 김사량의 복잡한 정체성을 살펴보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이 시리즈 중 재미 면에서 단연코,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무래도 츠바이크의 <감정의 혼란>이 아닐까. 나는 이 작품을 빨려 들어가다시피 휘리릭 다 읽고 나서 정신 차리고 생각해 보니 아이고야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버전으로 이미 읽었던 작품이더라...... 그런데도 다시 읽어도 너무나 재미있던 작품. 40대의 영문학 교수와 20대의 젊은 제자 사이의 밀당이라고나 할까. 잡았다 당겼다 놓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둘 사이의 텐션을 쫓다 보면 책장이 순식간에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밝혀지는 어떤 비밀. 그건 비밀.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은 뒤라스의 작품 치고는 평이하게(!) 스토리가 궁금해서! 책장이 넘어가는 신비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 뜨거운 여름 휴양지, 관광객이 그리 많이 몰리지 않는 어느 작은 섬마을에 다섯 남녀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인데, 부부란 무엇인가 연인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 권태란 무엇인가 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사강의 <패배의 신호>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기도(<패배의 신호>를 빨리 읽어야겠다).

<행복의 나락>도 재미나게 읽었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나는 피츠제럴드 단편을 여러 가지로 갖고 있고 읽었기에 크게 흥미롭지는 않았는데, 이 판본으로 몇몇 작품을 다시 읽어보니 또 새롭게 다가오더라. 피츠제럴드는 단편을 너무 잘 써서(심금을 울리는 구석이 있다) 그가 젤다에게 한 여러 행동들 때문에 꼴 보기 싫다가도 결국 왠지 미워할 수 없어진다. 무엇보다 이 시리즈 중 마음으로 사랑하는 책이 있는데 그건 바로 푸시킨의 <눈보라>- 으아, 이 책을 떠올리면 마음속에 뭔가 아름다운 감정이 치솟아서 울렁거린다. 이렇게 설명하면 뭔가 이 작품이 아름다움의 극치로 이루어진 그런 것인가 착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이 책에 실린 단편에서 그려지는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때로는 비참하기까지 하다. 사랑도 어긋나고 관계도 어긋나고 그걸 제대로 해결해 나가는 법도 모르는 인간들이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살아간다. 거기에서 생의 위대함이 느껴지는데 나도 모르게 뭉클해져 온다. 아서 단토는 아름다움에 대해 인간은 ‘우리의 눈보다도 정신을 자극할 때 어떤 작품에 매료된다’고 했는데 푸시킨 작품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녹색광선 시리즈 중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이 책을 선택할 것 같다.

그리고 끝으로 발자크의 <미지의 걸작>- 발자크 마니아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예술과 회화에 관한 발자크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인데, 문학에 관한 이야기로도 읽힌다. 발자크 치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미안합니다. 발 선생).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이 녹색광선의 첫 출간 책이었다는 게 조금 재미나게 다가온다. 초록색 장정의 <미지의 걸작>이라.... 미지의 걸작을 찾아 헤매는, ‘녹색광선’ 출판사의 포부를 담았던 책은 아니었을까. 그리하여 해질녘 그 드문 녹색광선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발견하기를, 그런 정도의 미지의 걸작을 찾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겼던 책이 아니었을까. 녹색광선이 다음으로 선보일 미지의 걸작은 무엇일지 기다려지는구나. 계속 승승장구하시길.







사진은 녹색광선이 촬영한 것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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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2 0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9-22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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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트리 차크라보르티 스피박 지음, 안준범 옮김 / 리시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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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언어를 갖지 못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서발턴은 어떻게 ‘읽음’으로써 주체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관한 스피박의 제언. ‘문학적 읽기(상상력 훈련)’를 통해 단순한 지식 습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 습속의 변화를 가져올 ‘읽기’- 결국 제대로 ‘읽기’에 구원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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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9-17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엄청 어렵다고 하던데……

잠자냥 2023-09-17 20:27   좋아요 1 | URL
이 사람 다른 책에 비하면 그래도 알아들을 수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9-17 22:03   좋아요 1 | URL
그래도 재독은 해야 할 거 같음… 프란츠 파농 <검은 피부 하얀 가면>, 쿳시 <추락>, 개스켈 <남과 북> 이거 먼저 읽고 읽는 게 좋을 듯요.

다락방 2023-09-17 20: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잠자냥 님 너무 멋지다! 😍

잠자냥 2023-09-17 20:46   좋아요 1 | URL
다부장마저 왜 은오화…?! ㅠㅠ

독서괭 2023-09-17 21:01   좋아요 2 | URL
왜 울어요 잠자냥, 다락방님도 잠사모 회원이라구여!

다락방 2023-09-17 21:0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9-17 21:56   좋아요 2 | URL
아니 난 다락방은 다사모 회원인 줄 알았지… 회장 다부장 회원 다락방 총무 이유경.

은오 2023-09-18 23:1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9-18 23:18   좋아요 0 | URL
아름답고 바람직한 현장이군요

은오 2023-09-18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잠자냥님 따라서 열심히 읽을게요!! 전 잠자냥님이 좋으니까
오늘도 한권 뚝딱
이제 졸리다....

잠자냥 2023-09-18 23:41   좋아요 1 | URL
잠자냥 파수꾼 ㅋㅋㅋㅋㅋㅋㅋㅋ

은오 2023-09-18 23:47   좋아요 2 | URL
to 사강 언니
실망이야.. 15일만에 쓴 소설이라더니 진짜 15일만에 쓴 퀄리티야.. 너무실망햇어.. 미안하지만 난 자냥언니랑 결혼해서 자냥언니의 파수꾼이되어야겠어..
그래도 막장드라마 같고 킬링타임용으론 나쁘지않았따..

다락방 2023-09-19 07:37   좋아요 1 | URL
사강 책 백자평은요?

잠자냥 2023-09-19 09:01   좋아요 2 | URL
은오는 이제 사이버상 제 서재를 자기 서재화하여 100자평을 여기 남겼고….

은오 2023-09-19 20:28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사강이랑 완전히 굿바이 하신거 아니셨나욬ㅋㅋㅋㅋ 100자평이 궁금하신지....??????
근데 저거는 진짜 좀 대충쓴건지 ㅋㅋㅋㅋ 패배의신호만큼 좋진 않았어요 그래도 사강언니 저랑 잘맞고 ㅋㅋㅋ 재미가 없진 않았으나 너무 가벼웠다! 전 계속 사강언니를 읽을 예정이라 다른 소설을 또 담았습니다 ㅋㅋㅋㅋ

은오 2023-09-19 20:32   좋아요 0 | URL
아 그리고 남주가 좀 귀여웠습니다ㅋ 존잘연하남설정 ㅋㅋㅋ

다락방 2023-09-19 20:34   좋아요 3 | URL
저는 사강과 굳바이 했지만 은오 님의 글을 읽고 싶은 거죠. 이 바보!!!!!

다락방 2023-09-19 20:38   좋아요 1 | URL
저는 근육질 연하남 좋아합니다.

은오 2023-09-19 20:43   좋아요 0 | URL
헐........ 제가 바보였네요!!!!!!! 아니근뎈ㅋㅋㅋㅋㅋ 하도 리뷰 안쓰니까 이제 100자평이라도 내놓으라고 하시는게 너무 웃프닼ㅋㅋㅋㅋㅋ 아 진짜 100자평.. 쓰겠습니다.. 다시.. 100자평쓰능것도 진짜은근 귀찮고 품이 좀 들더라고요..😮‍💨😮‍💨😮‍💨

그 존잘남은.. 생각해보니 말랐다는 언급이 몇번 있었습니다 좀 창백하고 퇴폐적인 느낌으로다가 ㅋㅋㅋㅋㅋ 다락방은 건강한 근육질 연하남 취향이셨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