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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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신문을 끊은 지 꽤 오래 되었다. 이명박근혜로 이어지는 세월 동안 사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으로도 뉴스를 잘 보지 않았다. 그들 얼굴만 보면 뭔가 치밀어올라서.... 그러다가 작년부터 시절이 하 수상하여 뉴스를 이것저것 챙겨보기 시작했는데, 하- 거참. 뉴스라고 하기 뭐한 일종의 찌라시 같은 기사들이 넘쳐난다. 게다가 ~카더라 하는 식의 확인되지도 않은 기사는 또 어찌나 많은지. 아님 말고 하는 식도 많다. 대선을 앞두고도 이런 기사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연예인 관련 기사는 말할 것도 없다.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신문 기사, 방송 보도 등 저널리즘과 기자라는 이들, 저널리스트들이 한 인간의 삶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을 읽은 지는 꽤 되었다. 예전에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여배우의 자살 사건 이후 뭔가에 꽂힌 듯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이 요즘 문득 눈에 다시 들어온 까닭은, 바로 그 황색 저널리즘의 행태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읽는 내내 그때 그 배우의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 자살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라 하더라’ ‘~라더라’ 등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 루머가 그녀를 괴롭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녀의 죽음 이후에도 황색 언론은 여전히 ‘~ 더라’를 찾아 헤맸다. 더 자극적인 먹이를 찾아 두 눈을 희번덕거리는 하이에나들처럼. 그 배우의 죽음뿐만이 아니다. 연예인처럼 대중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언론이 만만하게 여기는 대상은 쉽사리 희생양이 되곤 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카타리나 블룸은 27살의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저 ‘평범하다’고 말하기 좀 어려운 점이 있다면 눈에 뜨일 정도의 아름다운 외모 정도? 어쩌면 27살에 이혼 경력이 있다는 것도 블룸이 살던 시대에는 ‘평범하지’ 않은 이력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가 일간지 ‘기자’를 살인하고 제 발로 경찰에 찾아와 자신이 그를 총으로 쏴 죽였다고 자백한다.

성실하고 진실한 모습으로 주변 사람의 사랑을 받던 27살의 가정부 카타리나 블룸에게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녀는 일간지 기자를 총으로 쏴 죽이는 일을 저지르게 되었을까? 블룸은 댄스파티에서 한 남자를 만난 것이 화근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기다리던 이상형에 가깝던 그 남자는 알고 보니 은행 강도와 살인 혐의까지 있는 인물로 언론과 경찰에 쫓기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블룸의 집에서 안전하게 도주한 그 남자 때문에 그녀는 순간 세간의 호기심이 된다.

황색 언론은 이 미모의 27살 이혼녀를 두고 더욱 자극적인 기사를 쓰기 시작한다. 주변 인물 인터뷰에서 얻은 기삿거리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조작하고, 편집한다. 성실하게 살아온 그녀의 삶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사들’의 방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것이었고, 그녀를 도와주던 지인들마저 ‘과격한 빨갱이’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다. 기자들이 그녀의 삶, 그녀의 인생을 조작하고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편의 ‘소설’로 각색하는 장면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황색 언론에서 얻은 정보로 그녀를 ‘살인자의 정부’ ‘음탕한 공산주의자’ 등으로 단죄하기 시작한 시민들은 블룸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치욕적인 성적 발언 등을 가득 담은 익명의 우편물을 보내기 시작한다. 가까운 친구들마저 그녀의 말보다 황색 언론을 믿기 시작한다. 이런 모습에서는 인터넷 뒤에 숨어 입에 담을 수 없는 저속한 말들을 쏟아내는 오늘날 한국의 수많은 인터넷 찌질이들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한다. 

블룸은 결국 자신을 인터뷰하러 온 기자를 총으로 쏴 버린다. 물론 그 기자는 평소 블룸에 대해 악랄한 기사를 쓰던 기자였다. 그를 총으로 쏴 죽여도 평범하게 행복했던 그녀의 인생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그녀가 살인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소설 속 주인공 블룸이 아닌 그 여배우는 타인에게 총구를 겨누는 대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책의 부제는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이다. 타인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저속한 호기심,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극적인 기사를 만들어 내는 저널리스트와 황색 언론…. 이런 것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카타리나 블룸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흥미롭게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하인리히 뵐의 짧지만, 강렬하고 묵직한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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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책 좀 읽는다는 소문이 나면 아주 가끔 그런 질문을 받곤 한다. "좋은 책 좀 있으면 소개해줘~" 사실 나는 이 질문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 사람의 취향과 내 취향이 완전히 동떨어져 있을 때는 더욱 난감하다. 그래서 나는 그냥 이런 질문을 받으면 웃어넘기는 편이다. 그래도 가끔 나처럼 소설이나 희곡 작품을 즐겨 읽는 사람(바로 내동생 -_-;) 같은 이가 뭐 재미난 책 없어?  물어보면 그래도 조심스럽게 추천할 수는 있다. 이 리스트는 그때 동생에게 알려준 순전히 개인적 취향의 리스트.



테네시 윌리엄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 유리 동물원>


맨 처음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나중에 결국은 책을 샀다. 살면서 두고두고 몇 번은 더 읽지 않을까 싶다. 테네시 윌리엄스 작품은 영어 공부한다 생각하고 원서로 다 사두고 읽어보고 싶은데 문제는 원서를 사두면 늘 초반 몇 장만 읽다가 만다는 거. -_-; <유리 동물원>은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처럼 황폐한 가족의 풍경을 그리고 있는데 좀 더 아름답고 서정적이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또한 그렇고. 테네시 윌리엄스라는 작가가 마구 좋아질 정도로 좋았던 작품. 쓸쓸하지만 왠지 아름다운 느낌이 오래 남는다.



유진 오닐 <느릅 나무 아래 욕망>


희곡하면 또 유진 오닐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밤으로의 긴 여로>는 너무나도 유명해서 더 말할 것도 없고.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데, 그냥 묻히기에는 아깝다. 줄거리는 굉장히 흔할 수 있는데, 작품을 이루고 있는 분위기가 상당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다. 가족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가장 가까운 가족이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그의 <밤으로의 긴 여로>와 비슷하지만 욕망으로 끈적끈적한 분위기와 조금은 더 충격적인 내용으로 한층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비극적이면서도 슬프고 강렬하면서도 아름답다.



제임스 설터 <어젯밤>


이 책은 벌써 몇 년 전에 읽고 리뷰를 엄청나게 흥분해서 썼던 기억이 난다. 그해 발견한 작가 중 하나로 꼽고 난리도 아니었다. 설터의 책도 원서로 구해서 읽어보고 싶었다(‘이 작품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내겐 최고의 작품이라는 증거). 소설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 구구절절한 문장도 싫고, 작가가 크게 개입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식도 싫다.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읽는 사람이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두는 작품, 삶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예리한 작품을 쓰고 싶다. 단편 하나하나가 매혹적이고 강렬하다. 이 작품으로 나는 설터 작품이 출간되면 모두 사서 보는 지경이 되었다.



트루먼 카포티 <인 콜드 블러드>


카포티 작품인데도 무서울까봐; 읽기를 미뤘던 책이다. 아니나 다를까 읽으면서 좀 오싹오싹해지는 부분이 꽤 있었다. 인간이 잔혹해지려면 이렇게 잔혹할 수도 있구나 싶어서. 인간의 본성이 원래 악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계속 생각해보지만 쉽게 결론 내리기는 힘들다. 실제 살인 사건을 집요하게 취재하고 그걸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소설화한 카포티의 재능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흥미진진하게 읽다 보면 이 사회 시스템에 대한 갖가지 질문이 남는 묵직한 작품.



세르게이 도블라또프 <여행가방>


‘세르게이 도블라또프’- 그의 작품을 여럿 읽어보고 싶은데 아직까지 국내 번역된 작품은 이 단 한 권 뿐인 듯하여 무척 아쉽다. 러시아 소설하면 왠지 무겁고 심오하고 이념적일 거라 여겨져 선뜻 읽기가 꺼려지는데 도블라또프의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단편이라 읽기 부담 없고 유쾌하다. 그러면서 감동적이다. 체호프보다 더 힘을 뺀 스타일의 단편이랄까. 낄낄낄 웃다보면 왠지 코끝이 찡하고 슬퍼진다. 사회주의 체제와 이념이 인간에게, 인간의 삶에 남긴 상처를 톡톡 건드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밀란 쿤데라 <농담>


세르게이 도블라또프의 <여행가방>이 체제나 이념이 인간의 삶에 남긴 상처를 가볍게(유머러스하게) 톡톡 건드리고 있다면 쿤데라의 <농담>은 묵직하게 정면으로 그 문제를 건드린다. 아주 가벼운 ‘농담’조차 용납할 수 없는 경직된 사회, 이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한 개인의 삶이 어긋나버리는지 이 작품은 보여준다. 등장 인물간의 사랑이야기도 이렇게 저렇게 얽혀 있어 묵직한 주제를 다뤘음에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읽은 쿤데라 작품 중에선 가장 좋았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아가씨와 철학자>


이 책 역시 굉장히 좋았다. 피츠제럴드 작품 역시 원서로 읽고 싶은 욕망이 든다(원서로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 많아지는 건 좋기도 하지만 꼭 좋지만은 않아 ㅋㅋ). 이 책의 서문에서는 여기 담긴 단편은 대부분 피츠제럴드 초기작으로 좀 질이 떨어진다고 했던데 이게 질이 떨어진다니!! 나는 여기 실린 단편 하나하나가 다 좋았다. “그러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모든 인생은 그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에요. 그러다 뒤로 한 번 물러나는 일이 바로 이 한 문장, ‘당신을 사랑합니다.’에서 생겨나죠.”처럼 낭만적인 문장들이 넘쳐난다!



미시마 유키오 <사랑의 갈증>


미시마 유키오 작품 중 <금각사>랑 갈등 하던 끝에 <사랑의 갈증>을 최종 선택. <금각사>도 좋았지만 왠지 이 작품이 더 끌린다. 일단 미시마 유키오가 여자가 아님에도 ‘여자’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했다는 점에서 점수를 크게 주고 싶다. 어찌 보면 삼류 로맨스 드라마 같은 내용인데도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이 좌절됐을 때의 인간 심리, 행동 등이 탁월하게 묘사되어 있어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서걱서걱 모래밭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 계속 잊히지 않는다.


존 치버 <팔코너>


존 치버의 <팔코너>는 읽었을 때 이건 베스트 감이야! 하고 알 수 있었던 작품이다. 예전에 읽어서 자세한 줄거리는 가물가물하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감옥에 갇힌 마약 환자의 이야기로 사람들이 흔히 보고 싶어하지 않는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꽤 공감이 간다. 그리고 주인공에 대한 연민도 알게 모르게 생기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절망>


나보코프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수다쟁이다. 그것도 나르시시즘 쩌는 수다쟁이. <롤리타>의 험버트가 그랬고, <절망>의 주인공 역시 그렇다. 그런데 왠지 그 수다가 밉지 않다. 자기와 너무나도 닮은 사람을 우연히 만나면서 겪게 되는 일인데,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이 생각나면서 어떤 면에서는 그 작품보다 훨씬 매혹적으로 기억된다. 나보코프의 작품은 다른 작가가 썼으면 굉장히 흔했을 소재인데도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묻어난다. 그게 작가의 개성이고 곧 역량이겠지.


줄리언 반스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줄리언 반스 작품은 언제나 굉장히 흥미롭다. 그런데 이 작품은 특히 더 그랬다. 낄낄낄 웃음이 나는 부분도 많았고, 심각하게 그래서 인류의 역사란 대체 뭘까? 하고 생각하게도 한다. 줄리언 반스는 해박하고, 재치 있으면서 위트있고 그러면서도 잘 쓴다. 역사란 어차피 전하는 자의 취사선택에 따른 픽션이 아닌가?! 누가 보기에 따라 그 역사는 진실일 수도 있고,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줄리언 반스는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좀 해봤다.


제임스 조이스 <더블린 사람들>


<더블린 사람들>을 읽었을 때만 하더라도 이 작품을 내가 이토록 아끼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내가 어떤 단편을 쓴다면 이런 작품을 한 번 써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더라. 게다가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버전으로 또 한 번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고. 작품 속에서 작가는 완전히 사라지고 텍스트는 한없이 열려 있고, 그러니까 독자는 한없이 즐거워진다. 꼭 다시 읽어 볼 작품이다.



 슈테판 츠바이크 <초조한 마음>


슈테판 츠바이크의 또 다른 작품인 <이별 여행 / 당연한 의심>과 <초조한 마음>을 두고 막판까지 고민했다. 그런데 이 작품에 최후의 손을 들어 줌. ㅋㅋㅋ 재미면에서는 최고의 즐거움을 안겨 주었던 작품. 이 책은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연민>이라는 제목으로 나왔었는데, 나는 그 책으로 읽었다. 그즈음 읽었던 포스터의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과 함께 ‘아아~ 책 읽기란 정말로 재미있어! 즐거워!’라는 감정을 흠뻑 느끼게 했다. 사람의 심리를 정말 꿰뚫어 보고 있는 이 작가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고 싶어졌던 그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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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7-04-12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터의 <어젯밤>은 정말 소설집 중에서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츠바이크의 소설은 읽기는 시작했는데 초반에 깔짝거리다가
더 진도를 못내고 있네요.
줄리언 반스의 책도 그렇고요.

카포티의 책도 도전해 보고 싶네요.

설렉션 잘 보고 갑니다.

잠자냥 2017-04-12 16:14   좋아요 0 | URL
네, 설터의 <어젯밤>은 그의 작품 가운데 저도 최고로 꼽습니다. 츠바이크의 저 작품이나, 줄리언 반스 작품은 초반을 잘 넘기시면 진정한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ㅎㅎ 꼭 다시 읽어보세요! 카포티의 책도 그러하고요.

즐거운 봄날 오후 보내시길 바랄게요~

자목련 2017-04-12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은 두 권뿐이네요. 저 역시 제임스 설터가 있어 좋고, 소장만 하고 있는 책도 보여 반갑네요. 궁금한 책도 있구요, ㅎ 줌파 라히리의 소설을 추천해요. 단편집 <그저 좋은 사람>도 좋고 장편도 다 좋아요.

잠자냥 2017-04-13 09:41   좋아요 0 | URL
네~ 줌파 라히리의 소설은 좀 늦게 만난 편인데 <그저 좋은 사람> 읽고 홀딱 반해서 장편도 읽어보려고 몇 권 사두었습니다. ^_^

cyrus 2017-04-12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상대방한테 책 추천 안 해요. 상대방의 독서 취향을 맞춰가면서 책을 고르는 일이 어려워요. 게다가 책을 소개해봤자 상대방이 그 책을 한 번이라도 읽을지 알 수도 없어요.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한 번 도전해보세요. 계속 읽어보면 아스트랄의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ㅎㅎㅎ

잠자냥 2017-04-14 09:18   좋아요 0 | URL
네 조목조목 맞는 말씀입니다. 책 추천처럼 어려운 것도 없어요. ㅎㅎ 정말 상대방이 그래서 읽었을지도 의문이고요. ㅎㅎ
<율리시스>는 언젠가.... ㅋㅋㅋㅋㅋㅋㅋ

coolcat329 2017-04-13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 콜드 블러드와 어젯밤 꼭 읽어 보고 싶네요. 책 추천 잘 봤습니다.:D

잠자냥 2017-04-14 09:18   좋아요 0 | URL
네~ 두 작품 모두 훌륭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
 
고문진보 전집 - 제2판 을유세계사상고전
황견 엮음, 이장우.우재호.장세후 옮김 / 을유문화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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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어려울 것 같지만, 한글전용세대인 나 같은 사람이 읽어도 무리가 없다. 중국고전 중 명문장만 모은 그야말로 보물같은 책. 읽다 보면 고즈넉한 숲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아름답다. 머리맡에 두고 목침처럼 쓰다가 틈틈이 읽어도 좋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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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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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자살을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자살은 아니더라도 죽음에 관한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으리라. 닉 혼비의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는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자살'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오히려 '삶'에 관한 이야기가 되는...

닉 혼비의 작품은 종종 영화화되었고 그만큼 영국에서는 잘 나가는 작가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은 <하이 피델리티>를 읽은 게 처음이다. <하이 피델리티>는 영화로 먼저 만났는데, 이 영화는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대단히 괜찮은 작품'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그때도 그래서 소문에 휩쓸려 한번 봤는데, 사실 나는 그다지 좋은 걸 모르겠더라. 영화를 본 다음에 읽은 <하이 피델리티> 또한 사람들은 좋다 좋다 하는데, 나는 역시 그다지 좋은 걸 모르겠고...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니, <하이 피델리티>는 어른으로의 성장을 거부한 찌질한 남자들의 이야기였다. 물론 보편적으로 어른이 되기를 거부한 모든 키덜트들의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찌질한 남자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읽는 내내 조금 짜증이 났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랄까. '아! 진짜 뭐 이딴 놈이 다 있냐. 이런 놈하고 연애하는 여자는 진짜 불쌍하다' 이런 식의 감정 이입때문이었다.


그런데 닉 혼비의 장점은 바로 이런 것 같다. 소설 속 인물 하나하나를 완전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캐릭터로 창조해낸다. 그러니까 소설 속 인물임에도 막 욕을 하게 되고 미워하게 된다고나 할까. 찌질한 인간들을 어쩌면 그렇게도 찌질하게 묘사할 수 있는지! 놀랍다. <어바 웃 어 보이>는 소설을 읽지 않았기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영화 속의 휴 그랜트나 그 꼬마 소년의 짜증 나던 부분이 책에서는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에서도 그런 캐릭터의 생생함은 살아 있다. 더는 살고 싶지 않아서 '토퍼스 하우스'라는 어느 아파트 옥상 위에 모인 4명의 예비 자살자들- 마틴, 제이제이, 모린, 제스- 이들의 생생한 캐릭터가 장장 400여 페이지를 이끌어간다. 사실 자살 하기 위해 모이기는 했지만 그 밖에는 이렇다 할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를 400페이지나 이끌어 간다는 게 어디 쉽나?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게 가능하다. 캐릭터들이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소설은 '90일만 더 살아볼까'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자살을 하려던 곳에서 만난 그들이지만, 삶이 갖는 어떤 의미를 깨닫고, 다시 살아가게 된다는 식의 결론을 맺는다. 이 책에서 얻은 한 가지가 있다면 '소통'이 있고 타인의 '관심'이 있다면 사람들이 죽고 싶어할 이유는 없을 거라는 것.  

"저게 정말로 돌아가고 있는 거요? 잘 모르겠는데." 마틴이 말했다.
우리는 그걸 확인하기 위해 런던 아이를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마틴 말이 옳았다. 움직이고 있지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히 움직이고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아무리 후져 보이는 삶이라도, 어떤 나아짐조차 없어 보이는 삶이라도 사실은 어딘가를 향해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것. 죽기를 결심했던 그들의 90일 전 모습과 죽지 않고 살아보기로 다시 마음을 고쳐먹은 90일 뒤의 모습은 겉보기에는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나빠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움직였다. 어디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사람들은 스타벅스 같은 곳이 인간미가 없다느니 하는 말을 하지만, 그게 내가 원하는 거라면 어쩔 건가? 제이제이나 그런 사람들이 자기 식대로 사는 것을 말릴 수 없지만, 세상에 인간미 있는 것은 없다. 나는 아무도 서로에게 신경 쓰지 않는 널따란 곳이 있다는 게 좋다. 단골 손님이 다니는 작은 곳, 작은 서점이나 작은 음반 가게, 작은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가려면 믿음이 필요하다. 나는 아무도 누가 오는지 상관하지 않고, 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는 버진 메가 스토어랑 보더스, 스타벅스, 피자 익스프레스에 갔을 때 가장 편하다. 엄마 아빠는 늘 그런 곳에 영혼이 없다느니 하지만 나는 이런다. 누가 그걸 모른대? 바로 그래서 좋아하는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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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9-10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땡투 들어오면 접니다..

잠자냥 2021-09-10 14:29   좋아요 0 | URL
아니 이 옛날(?) 리뷰에 ㅋㅋㅋㅋ
<의지와 증거> 땡투 가면 접니다. 오늘 지름 ㅋㅋㅋㅋㅋ
 

커트 보네거트 <제5도살장>

최근 이 책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에서 새로 발간되었더라. 나는 이 책을 예전 버전으로 읽었다. 그리고 나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별로였던 책 리스트에서 이 책을 보고 헉!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된다. 보통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은 대부분 사람들의 베스트에 올라가면 올라가겠지 워스트에 손꼽히는 일은 드물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나는 정말 별로였다. <나라 없는 사람>도 딱히 강한 인상은 없었는데, 이걸 읽으니 커트 보네커트도 나하고는 좀 안 맞는 작가, 때문에 더 읽지는 않을 듯한 작가가 되어 버렸다. SF적인, 비현실적인 요소가 일단 별로였다. 물론 드레스덴 폭격의 상흔을 ‘제정신’으로 ‘제대로 된 플롯’으로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 방식이겠지만, 이게 심하다 보니 오히려 장난처럼 느껴지더라. 게다가 ‘그렇게 가는 거지’의 끊임없는 반복도 지겨웠다!!!! 유머러스하다는 면도 동의할 수 없다. 왠지 유머러스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온 유머 같다고나 할까. 극사실주의적인 소설도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황당무계한 작품도 역시 매력이 없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이 책의 미덕이라고 꼽는 점들에 대해 난 도저히 공감 안 가더라. '천재'작가가 탄생했다는 둥, '이토록 기막히게 아름답고 슬프면서도 감동적인' 이런 문구들. 다 공감할 수 없다. 9/11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아홉살짜리 꼬마가 주인공이다. 아버지의 부재로 힘들어하고 그러면서도 삶의 의미를 깨달아간다는 뭐 그런 내용인데, 도대체가... =_= 책 안에는 정말 다양한 '문학적 장르'를 파괴하는 시도들이 등장한다. 사진 이미지도 많이 사용되고, 빈 페이지로 그냥 있다던가, 페이지 하나에 한 문장 딸랑 들어간다던가, 글자들 위에 막 빨간 줄이 쳐 있다던가. 그런 시도들. 암튼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들을 하고 있는데, 이런 독특한 시도들이 멋진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면 정말 동의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는 어떤 감동도 들어있지 않았다. 아홉살 꼬마가 뭐 그렇게 현학적인 말들을 늘어 놓으면서 영악할 수 있을까? 이 책의 가장 큰 문제는 일단 주인공 꼬마한테 절대로 감정이입이 된다거나, 그럴 수 없었다는 것. 보통 성장 소설의 꼬마들은 나름 다 조숙하기도 하고, 똘똘하기도 하고, 영악하기도 하지만 이런 애는 정말...... =_= 꼬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누는 대화들도(일찍이 꼬마의 할아버지는 전쟁으로 인한 상흔으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만다.) 공감할 수 없고. 속사포 같이 쏘아 놓는 번지르르한 말들의 잔치 속에서 진이 빠지는 느낌이랄까. 



헨리 데이빗 소로우 <월든>
이 책 또한 보통은 베스트에 꼽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난 또 별로였을 뿐이고. 만약 내가 생태주의, 탈성장, 탈자본주의, 반소비문화를 다룬 책을 많이 안 읽은 상태에서 소로우의 <월든>을 읽었다면 이 책은 좀 더 다르게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미 <월든>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 및 소재를 다룬 책들을 많이 읽어왔던 터이고, 때문에 이제야 읽는 이 책은 당연히 뒷북처럼 느껴지더라. 게다가 난 소로우의 문체랄까, 고답적인 말투도 별로였다. 무엇보다도 책 곳곳에서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사는, 단순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평가하는 소로우의 시선이 불편했다. 마치 그들은 바보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투의 시선이랄까. 소로우 당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에 남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게 싫었듯이 그저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도 당신만의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보리스 비앙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던 터라 책 표지가 이런 줄은 몰랐다. 표지 참 비호감이다. 보리스 비앙의 <세월의 거품>을 읽기 전에 이 책을 우선 봤는데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인종 문제, 계급 문제를 다룬 20세기 프랑스 누아르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 소설. 그런데 왜 이렇게 개운하지 않을까. 파격적인 성묘사와 여과 없이 드러나는 폭력적 묘사 등, 썩 기분 좋은 책은 아니다. 하지만 인종 문제를 이렇게 다뤄야 했을까 싶다. 금발에 하얀 피부 등 거의 백인에 가까운 외모를 가진(그러나 결국은 흑인으로 불릴 수밖에 없는) 주인공은 백인에게 살해당한 동생의 복수를 하기 위해 부잣집 백인 소녀들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그들과 무차별적 성관계를 맺고 잔혹하게 죽인다. 그런데 과연 ‘온당한 방식인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같은 소재(백인과 유사한 신체적 특징을 가진 흑인의 정체성 및 인종 문제)를 다룬 넬라 라슨의 <패싱>과 비교해 보면 이 작품은 특히 더 형편없게 느껴진다.




보리스 비앙 <세월의 거품>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와는 전혀 다른 소설이다. 낭만적인 로맨스를 다룬 작품. 워낙 낭만적인 사랑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이 작품에도 좀 기대를 걸고 읽기 시작했으나 시작하자마자 조금씩 뭔가 어그러지는 기분이었다. 주인공이 이상한 생쥐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닌가! 아놔-. 이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부잣집 도련님인 콜랭은 사랑에 대한 환상, 열정을 갖고 있던 중 클로에를 만나 불같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클로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고,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면서 콜랭은 가산을 탕진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클로에의 병도 참…. 가슴에 수련이 피는 병이라;;; 물론 비유적으로 ‘암’을 상징한다는 걸 읽는 사람은 대뜸 눈치 챌 수 있지만, 그냥 암이라고 하던가. 수련이 피는 병이 뭐니. 생쥐랑 이야기를 나누질 않나, 애인 가슴에서 수련이 피질 않나. 그걸 치유하기 위해서 방안에 꽃을 계속 갖다 놔야 하질 않나. 이런 모든 비현실적, 초현실적 설정이 나하고는 정말 맞지 않았다. 보리스 비앙은 아무래도 안녕,





마커스 주삭 <메신저>
대책 없는 희망으로 범벅된 책. 시민을 길들이기 위해 국가에서 만든 도덕책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나 할까. 할리우드 영화를 고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적당한 스릴러적 요소도 넣어야겠고, 지고지순한 러브스토리도 넣어야겠고, 세상은 삭막하지만 지금 당신이 조금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면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좀 바꿀 수 있으리라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착해 보이려고 아주 용을 쓴다. 아주 매력 없는 모범생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한국 현대 소설에 대한 거부감도 심하지만, 이런 작품 읽다 보면 외국 현대 문학도 좀 함량미달, 수준미달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람의 다른 작품인 <책도둑>도 읽어볼까 싶었는데,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뮈리엘 바르베리 <고슴도치의 우아함>
이 책은 아마도 꽤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사는 사람이 많다는 소리, 잘 팔린다는 소리. 그런데 난!! ‘사지마세요!’ 하고 뜯어 말리고 싶어지는 책이다. 작가가 철학 전공자다. 아는 것도 좀 많은 듯하다. 그런 사람이 소설을 썼는데 자기가 아는 철학과 지식을 몽땅 넣어보려고 기를 썼다. 그러니 소설에서 작가의 잔소리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작중인물은 사라지고 작가만 남는구나. 게다가 근거를 알 수 없는 일본에 대한 절절 끓어 넘치는 애정은 정말 못 봐주겠더라. 작가가 일본을 사랑하면 혼자서만 조용히 사랑할 것이지 책에다가 이게 무슨 짓이야! 마커스 주삭의 <메신저>와 함께 외국 현대 소설에서도 멀어지게 만드는 강력한 책이다. 뮈리엘 바르베리 씨는 소설 그만 쓰고 그저 철학도로서 계속 나아가길 바란다.






한재호 <부코스키가 간다>
이 책은 순전히 '부코스키'에 대한 관심때문에 읽었다. 그렇다. '찰스 부코스키' 말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읽는 내내 ‘이 책을 왜 읽고 있나’ 이런 의문이 계속 들었다. 제2회 창비 장편소설상 수상작이라는데, 정말 ‘장편’썼다고 ‘장’하다고 상준 거 같다는 생각만 들더라. 우리나라 문학상에 대한 회의감이 다시 한 번 들었고, 이런 책에 주례사 비평해주는 사람들은 또 역시 뭔가 싶어서 욕 나왔고. 이래저래 한국 현대 소설에서 계속 멀어지게 하는구나 싶었다. 한 가지 소득이 있다면 이런 책을 읽고 있으면 ‘나도 소설을 쓸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긴다는 것 정도? 그러나 이런 몹쓸 자신감은 고전을 만나는 순간 바로 가차없이 박살이 난다.







조지프 히스, 앤드류 포터 <혁명을 팝니다>
이 책의 몇몇 주장에는 심히 동조할 수가 없다. 읽다 보면 ‘그래서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의 표지에는 체 게바라의 얼굴이 일회용 커피컵에 인쇄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혁명의 상징이었던 체 게바라가 커피와 함께 소비되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현상을 비판한다. 이른바 사회에서 일탈적 행위로 간주했던 급진적, 혁명적인 반문화(저항문화) 현상(히피나 펑크족 등등)이 자본주의와 만나면서 그 정신은 사라지고 오로지 소비현상으로만 남는 것을 비판한다. 혁명과 저항정신은 사라지고 패션과 장신구만 남았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체 게바라의 정신보다 그의 얼굴이 인쇄된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는 현상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때문에 이런 반문화(저항문화)는 계속 해서 또 다른 소비문화를 만들 뿐이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행동을 멈춰야 하는가? 과도한 소비문화를 비판하는 것은 동감한다. 그러나 소비물결을 타고 저항문화가 메인스트림에 오르면서 발생(한)하는 장점도 분명히 있지 않을까.




기타노 다케시 <위험한 일본학>
일본 사회에 대한 쓴 소리를 했다고 하는데, 이 아저씨가 머리에 똥이 가득 찼나 싶더라. 일본이 불행한 이유를 정치, 사회, 가정 편으로 나눠서 꼬집고 있는데 근거도 빈약하고, 노망난 늙은이가 추한 잔소리를 한다는 느낌만 들더라. 특히 가정 편에서 아이에게 예전과 달리 자기만의 방이 있는 것(그래서 히키코모리가 생겼다나)이 가정이 불행해지는 원흉 중 하나라는 소리는 어이가 없더라. 게다가 더 어이없는 건 모든 악의 근원이 민주주의, 남녀평등교육 때문이란다. 일본 사회 전체가 여성, 어린이 중심의 사회가 되다보니 일본이 힘이 없어지고 불행해졌다는데 더 말해 무엇 하리. 평소 이 노친네, 마초에 완전 가부장제 노예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대놓고 지 정체를 밝히니 그처 황망할 뿐. 그나마 기대했던 유머조차 없어! 최악의 책이다. 이보게, 다케시! 일본이 불행한 이유는 당신 같은 꼰대들이 많아서라네.






루이스 버즈비 <노란 불빛의 서점>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에 관한 이야기는 더 흥미를 끈다. 이 사람은 어떤 책을 읽었을까, 어떤 책에서 감명을 받았을까, 혹은 남들은 다 좋다고 하는 책인데, 별로였던 책은 없을까 등등. 호기심이 반짝한다. 하물며 책이 좋아 서점에서 일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란 얼마나 재미있을까! 하고 기대를 했는데…. 실망스러웠다.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어라? 계속 이러면 곤란한데….’ 하는 기분이 들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이 책은 솔직히 저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책에 관한(특히 도서관이나 책, 서점에 관한) 역사를 다룬 다른 책에서 다 볼 수 있는 그런 흔해빠진 이야기가 계속된다.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부분도 딱히 매력적이지는 않다. 그나마 서점에 가는 이유,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흥분이랄까, 편안함을 다룬 구절은 꽤 공감 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기대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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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04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리스 비앙의 품절된 책을 중고매장에서 사려다가 표지 보자마자 포기했습니다.. ㅎㅎㅎ
기타노 다케시의 <위험한 도덕주의자>를 억지로 읽었습니다. 책 속에 맞는 말도 있었지만, 읽는 내내 꼰대스러운 느낌을 참을 수 없었어요.

잠자냥 2017-04-04 12:53   좋아요 0 | URL
네 표지가 정말 ㅎㅎ 저도 만일 도서관에서 표지를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뒀다면 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하하하.
기타노 다케시는 영화는 괜찮은데.... 책은 읽고 좋았던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ㅠㅠ

Falstaff 2017-09-04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뮈리엘 바르베리의 <맛>을 맛나고 읽고 그이의 다른 책 어떤 걸 살까하고 쇼핑 중에 ㅎㅎㅎ 깜짝 놀랐습니다. 아, 그래요?
그래서 패스!
고맙습니다. ㅋㅋㅋㅋ

* <제 5 도살장>은 재미있던데요. 착상이 기발하잖아요.
* <월든>은 백퍼 공감. 저도 다 읽느라 죽을 뻔했습니다.
* <세월의 거품> 역시 다 읽고 어디가서 얘기도 못했습죠. 도무지 기억이 안 나서요. ㅎㅎㅎㅎ

잠자냥 2017-09-04 14:28   좋아요 0 | URL
요즘 커트 보니것의 단편집 <멍청이의 포트폴리오>를 읽고 있는데, 아무래도 <제5 도살장>은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오해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는 ㅋㅋㅋㅋ

<맛>은 오히려 검색해서 정보를 살펴보니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ㅎ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제가 팔아버리지 않았다면 그냥 보내드릴 수도 있는데- 아, 저는 구버전 책으로 읽었어요. 근데 집에 어디 있나?;;;; 암튼, 문학동네 새로운 출판 버전은 번역이 더 낫다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쵸쵸 2019-07-08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 너무 너무 좋아요. 덕분에 <고슴도치의 우아함> 거르고 갑니다. 감사해요. ^^

잠자냥 2019-07-09 09:52   좋아요 0 | URL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이다정 2026-03-0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월의 거품> 읽다가 당황스러워서 찾아보니 이런 후기도 있었군요. 초현실주의적인 상징이 너무 많아서 저한텐 난해했어요ㅠㅠ 차라리 아직 본 적은 없지만 영화화된 <무드 인디고>가 원작보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후기 잘 봤습니다ㅎㅎㅎ

잠자냥 2026-03-03 11:05   좋아요 1 | URL
ㅎㅎ 초현실주의적인 상징이 많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영화가 원작보다 나은 드문 작품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ㅎㅎㅎ